노동자운동과 사회정책

     저자: 남구현
     226면
     값:10,000원
     발행: 2001년 9월 15일
     도서출판 현장에서 미래를
     노동이론정책총서 7

     머리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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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필자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에 이르는 기간에 '노동자운동과 사회정책'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쓴 글들을 모아서 수정, 보완하고 부분적으로는 재구성하여 만든 책이다. 중복되거나 필요 없는 부분은 삭제하고, 필요한 주는 첨가하였으며, 앞뒤 문맥에 따라 많은 부분을 손보고 배치를 바꾸었다. 그러나 기본적인 관점은 가능한 한 그대로 살렸다. 간혹 시기가 이미 지나 낡은 주장들도 들어있고, 특히 통계자료 같은 것은 이미 지난 시기의 것이 되었지만 현재를 기준으로 재구성하지 않았다. 대신 각 글이 작성되었던 시기와 용도 등 글이 집필되던 당시의 배경을 분명히 밝혀주었다. 각 글이 해당되는 시기의 문제의식을 보다 분명히 밝혀줌으로써 오히려 필자의 주장이 역사적 투쟁 과정 속에 가졌던 의미들이―그것의 성과뿐 아니라 한계를 포함해서―명확히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과거의 문제들이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애초에 하나의 책을 염두에 두고 일관된 맥락 속에서 서술된 글이 아니고, 각 시기 필요에 따라 작성된 글들이다. 대부분의 글이 토론회의 발제문이라는 데에서 드러나듯이 필자 스스로의 개인적인 요구라기 보다는 각 시기에 현실운동이 처한 조건들에 따라 글을 요구한 주체들의 문제의식들이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쉽게도 분석을 요구하는 보다 중요한 사안들이 빠져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96년 노동법 개정의 배경에 대한 분석글은 있지만, 총파업에 대한 분석은 없다. 그것이 중요하지가 않아서 빠졌다기보다는 거꾸로 투쟁이 진행되는 과정에 일정 정도 참여하여 활동해야 했기 때문에 '연구자'로서 글을 쓸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96년 총파업이 진행되는 과정에는 필자의 생각들이 필자가 참여하여 활동하던 각 단위들의 선언문, 소책자, 성명서, 평가문 등의 글들에 표현되어 있어 이 책에는 실릴 수 없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애초부터 하나의 책을 염두에 두고 서술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크게 보면 1부에서는 노동자운동과 관련된 주제들, 2부에서는 사회정책과 관련된 주제들이 일반 이론적인 수준에서 출발하여 점차 구체적인 수준으로 배열되어, 어느 정도는 일관된 연관성 속에 여러 주제들이 다루어지고 있으며 일단은 '추상에서 구체로 상승'하는 방식으로 배치될 수 있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많은 경우 이미 토론에 붙여졌다. 이제까지 흔히 들어왔던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몇 가지 점에 대해 미리 분명히 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필자가 쓰는 대부분의 글들이 노동자운동과 관련하여 사회복지를 다루고 있어서 사회복지학계에서는 흔히 이 글에서 다루어지는 연구의 영역이 노동운동이론이지 사회복지학의 영역이 아니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기관에서의 클라이언트-워커 관계에 기초한 치료 모델에 부합하는 경우만이 사회복지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는 미국식의 접근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노동문제는 사회복지의 영역이 아니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진행된 경제위기의 결과 대량실업, 노숙자 문제 등이 터져 나오면서 우리 나라의 사회문제의 중심에 노동문제가 놓여져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소위 사회복지라는 학문의 영역을 설정하는 문제는 이론적인 논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점차 심화되는 현실 모순의 발전에 의해 간단히 해결된 것이다.

사회복지가 아닌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등의 분과학문에 종사하는 연구자들로부터는 사회복지에나 전념하지 왜 다른 영역까지 넘보면서 글을 쓰는가, 같은 맥락에서 사회복지라는 각론이나 하지 왜 총론에 대해 가타부타하는가 하는 식의 지적도 종종 들어왔다. 그러나 우리가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구체적 실천을 가능케 하는 이론 작업을 한다고 할 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현실모순을 분석하고 그 모순의 지양전략을 구상하게 할 수 있는 이론적인 무기이지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인가 아니면 사회복지학인가 하는 부르주아 분과학문의 분류체계가 아니다. 여기에서 다루는 여러 주제들은 비록 그것이 사회복지라는 분과학문의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필연적으로 총론과 관련되어있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개혁투쟁와 관련된 논쟁이 그러하며, 경제 위기와 소위 신자유주의 공세의 결과 야기되는 대규모의 사회적 재앙, 악화되는 노동자 민중의 복지가 그러하다. 하다 못해 상호 모순되는 두 개의 개념이 자의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생산적 복지'의 개념 역시 역설적으로―지배자의 입장에서 볼 때조차―노동과 복지의 관계,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문제가 얼마나 긴밀히 결합될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복지를 둘러싼 투쟁이 '사회적 필요'의 충족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 이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양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의 원칙과 맞닿아 있다는 필자의 주장에 대해 이는 사회복지를 개량주의 혐의에서 구해내려고 하는 시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개량주의의 혐의를 벗기는 것은 필자의 관심 밖의 일이며, 오히려 사회복지를 둘러싼 투쟁은 개량투쟁임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단지 좀 더 나은 조건아래에서 기존관계를 재생산하는데 머무름으로써 개량을 넘어서는 투쟁의 발목을 잡는 '개량주의적' 실천과 근본 모순을 지양하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투쟁을 가능케 하기 위한 발판으로서 축적되어야 하는 '개량투쟁'은 구분되어야 한다. 자본주의의 틀 내에서 임금인상투쟁이 경제적인 개량투쟁이고, 의회 선거투쟁이 정치적인 개량투쟁이라면 복지를 둘러싼 투쟁은 사회적 영역에서의 개량투쟁이다. 이러한 개량투쟁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양한 이후 새로운 사회에서 가능해 질 여러 가지 사회적 과정들, 즉 민주주의의 '완성'을 통해 국가 자체가 사회로 환수되는 과정, 착취가 사라져 능력에 따라 일하고 업적에 따라 (보다 발전한 단계에서는 필요에 따라) 가져가는 원칙이 실현되는 과정 등과 관련되어져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확장한다면, 사실 자본주의적 모순의 지양과 보편적 인류의 해방에 관한 전망은 먼 훗날 어떠한 단계에 가능할 지 모르는 공상이나 단지 사람들을 선동해 내기 위한 선전 구호가 아니다. 비록 일시적이고 지역적으로 제한된 경험이었지만, 해방의 경험은 우리의 역사 속에도 현실로 존재했었으며 이후 운동의 지표가 되어 왔다.(집강소, 광주의 해방공간 등) 전망을 분명히 하는 문제는 동시에 바로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발전되어야 하는 전략의 문제, 즉 개량투쟁을 전사회적인 변화의 관점에서 또 이행의 전망 속에서 어떻게 배치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자본주의적 모순의 지양하기 위한 전략의 개발은 단순한 신념 또는 원칙에 대한 강조를 넘어서 오히려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척결해야만 실제로 문제가 해결되는 현실성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는 실제로 지난 시기 노개위, 노사정 위원회 등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자본과 협력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자본주의의 틀 내에서 노동 및 생활조건을 어느 정도 개선하는 것을 운동의 목표로 해야한다는 실리주의적인 운동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충분히 확인하였다. 매 시기 무원칙한 양보와 타협을 통해 도입된 제도들은 실리를 주기는커녕 다음 시기 노동자의 목을 치는 칼날과 운동의 진전을 막는 족쇄로 작용해 왔다.

이 책에서는 노동자운동과 사회정책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개량투쟁의 한 부분으로서 사회정책의 의미를 파악해보려고 시도하였다. 무엇보다도 복지부분의 작은 사안 하나 하나 전사회적 변화의 한 계기로서 투쟁을 통해 획득되고 간수되지 않는 한, 복지는 맹목적인 축적욕구의 비인간성을 감추는 은폐장치나 고작해야 통치술의 한 방편으로 고통을 잠시 잊게하는 진통제로 기능 할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자 하였다.

우리 나라의 지배자들은 사소한 양보에 있어서조차 인색하기 짝이 없었으며, 지금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어떠한 의미에서는 사소한 개량을 위해서도 '혁명적' 운동이 필요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의 의료보험과 국민연금 등 각종 사회보장제도들이 가지고 있는 재정문제의 뿌리에는 소득산정의 불명료함이 중요한 문제의 하나로 도사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드러난 바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몇몇 시민사회단체 및 언론이 여론몰이를 통해 주된 공격대상으로 삼고 있는) 의사, 변호사 등의 소득 뿐 아니라 정재계 거물급들의 각종 투자 소득, 재산 소득 등이 모조리 드러나야 하는데, 이는 유명무실한 금융실명제가 현실화되고, 지하 경제가 송두리째 뿌리 뽑히고, 각종 비자금, 은닉 재산이 만천하에 드러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기초생활법이 시행되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산정에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보아 이것이 애초에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가능해진다면 우리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의 소위 '지도층(!)'이 붕괴하여 우리 사회의 '근간(!)'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보험통합과 국민연금을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할 당시, 떠들썩하게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던 '소득산정위원회'는 소리 없이 시야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득산정위원회가 아니라 '혁명위원회'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여기 쓰여진 글들은 필자 개인의 성과물이 아니다. 글이 작성되기까지 여러 사람들이 토론에 참여하였으며, 자료수집에서 초고작성에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도와주었다. 특히 98년 이후 작성된 글들은 대부분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쓸 수밖에 없었는데, 필자의 건강이 현실운동의 요구를 다 충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도움을 준 사람들은 각 장이 시작될 때 가능한 한 밝히려 하였다. 사실은 이와 같은 논의를 가능하게 했던 지난 시기의 매 역사적 계기마다의 대중투쟁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 역시 이 책이 나오도록 하는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역사적 투쟁의 결과물이다. 책의 여기 저기에서 거론하지 못한 사람들까지 포함해 책이 나올 때까지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여러 가지 형태로 책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오류가 있다면 오직 필자의 책임임을 다시금 밝힌다. 아무쪼록 이 책에 제시된 내용들이 활발히 토론되어 우리나라의 모순이 해결되고 역사를 진전시키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목 차

제1부 민주노조운동과 계급운동

    노동조합운동의 의의와 한계      
    민주노총 출범의 역사적 의의와 과제      
    민주노조운동과 사회개혁투쟁     
    '신노사관계구상'과 민주·한국노총의 미래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 모델 비판        
    96 노동법 개정 - 위로부터의 개악시도와 아래로부터의 개혁  
    지구적 자본, 경제위기와 노동자 운동     

제2부 노동자 운동, 자본주의 위기 그리고 사회정책

    자본주의 국가와 복지정책        
    사회적 필요의 정치경제학        
    21세기 참복지, 그리고 노동조합  
    지구화와 독일의 '사회국가(Sozialstaat)' 
    실업, 실업대책과 실업자 운동    
    김대중 정부의 소위 '생산적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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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