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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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1 15:06:32
박성인
[엄기호] "백만의 청년들, 프랑스를 뒤덮다", <프레시안> 2006-03-21 오전 11:03:49
"백만의 청년들, 프랑스를 뒤덮다"  
[르포] 새 노동법에 반대하는 '68' 이후 최대 청년투쟁

엄기호 하자센터 국제학교 팀장  
<프레시안> 2006-03-21 오전 11:03:49
  
  지난 토요일 100만 명의 청년들이 프랑스 파리의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프랑스 공산당과 사회당 등 거의 모든 좌파 정당의 청년조직과 그와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프랑스전국학생연합(Union Nationale des Etidiants de France)를 비롯한 수많은 학생회, 학생운동 단체, 노동조합의 청년조직, 청년농민운동단체 회원들이 새로 도입될 노동법(CPE)에 항의하기 위해 일제히 거리를 점령하고 나씨옹 광장까지 도심 속으로 행진했다.
  
  청년들뿐만이 아니었다. 학부모 단체와 교사노조, 노동조합 등도 대대적으로 참여했다. 프랑스 예술가와 통역가 노조도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에 참여해 학생과 청년들의 저항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새 노동법은 착취와 불안정의 계약일 뿐"
  
  정치적 배경과 풍자의 방식은 달랐지만 이들의 구호는 하나였다. '새 노동법의 즉각적인 폐기!'
  
  시라크 대통령과 도미니크 드 빌팽(Dominique de Villepin) 총리는 청년실업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2년 안에 고용주가 아무런 이유 없이도 청년에 한해서는 언제든 해고를 가능하게 한 새 노동법을 입법 예고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가뜩이나 청년실업으로 미래가 없다고 우울해하던 프랑스 청년들과 학생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었다. 68혁명 이후 최대의 시위가 벌어졌고, 한국에서는 80년대나 볼 수 있었던 노학연대의 구호가 파리 시내를 뒤흔들었다.
  
  외치는 구호와 풍자는 정치적 배경에 의해 다양했다. 프랑스 공산당은 새 노동법의 머릿글자인 CPE를 '착취와 불안정의 계약(Contrat, Precarite, Exploitation)'로 해석했고, 또 한 극좌 청년단체는 '영원한 착취와 공갈(Chantage, Permanent sur les Exploites)'로 해석했다.
  
  각자의 기억과 사연을 안고 거리에 나선 시민들
  
  그 이전의 시위 때까지 있었던 경찰들의 공격적인 진압에 항의하는 청년들은 전투경찰을 피에로로 풍자했다. 이들은 솜방망이와 하트 모양의 방패를 들고 나와 시위대를 '진압'하는 대신 얼싸 앉고 춤을 춰 참여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는 전투경찰들에 대한 신랄한 조롱이었다.
  
  여기에 장년들과 노년들 역시 각자의 기억과 사연을 가지고 거리에서 청년들과 연대했다. 한 학부모 단체는 "우리 아이들에는 지금 존재하지 않을 권리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존재할 자유를 위해 굳건히 연대한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참여했다. 70세가 넘은 한 할아버지는 "나의 작은 아이들을 위해 불안정에 반대한다"라는 구호를 손수 쓴 피켓을 들고 거리에 서 있었다. 자기에는 3명의 손자 손녀가 있는데 이들이 직업도 없이 방황하거나, 직업을 구한 뒤 이유도 없이 해고되는 것을 허용하는 법을 두고 볼 수 없어 참여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나치에 저항한 레지스탕스의 기억을 호소했고, 누군가는 1968년 학생혁명의 기억을 구호로 적어 왔으며, 또 누군가는 1996년 공공부문의 파업에 대한 기억을 갖고 거리로 나와 청년학생들에게 굳건한 연대를 표시했다.
  
  한편 청년들의 대대적인 저항에 당황한 시라크 대통령과 빌팽 총리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며 청년학생운동 활동가들에게 대화의 장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새 노동법을 폐기하거나 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길거리의 청년들은 이런 정부의 태도에 분노하며 "시라크와 빌팽이 지금 물러난다면 우리는 오늘 저녁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시라크와 빌팽, 너희는 끝났다"라고 응수했다.
  
  68혁명을 찬양하는 우파?
  
  한편 현재의 투쟁을 폄하하기 위해 68혁명과 비교하는 것은 우습게도 우파들이었다. 이들은 현재 학생들의 요구가 얼마나 정당하고 절박한 것인가를 진단하기보다는 현재의 투쟁이 1968년 당시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현재의 투쟁이 '반동적'이라고 공격한다.
  
  대표적인 우파 신문인 <파이낸셜타임즈>는 자기 신문의 유럽판 편집인인 존 손힐(John Thornhill)의 기고를 통해 "68혁명이 세상을 바꾸기를 원했다면, 지금은 세상을 그대로 지키기를 원하고, 68혁명이 자기 부모세대들의 자기만족을 바꾸기를 원했다면, 지금의 학생들은 부모세대들의 특권을 그대로 향유하기를 원한다"라고 야유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바리케이트 너머 잘못된 편에 서 있다며 빌팽 총리의 반 쪽짜리 개혁을 더욱 더 급진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 노동시장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보다 더 유연한 노동 계약을 요구해야 한다고 훈계했다.
  
  이 신문은 또한 68혁명의 전설적 인물이자 유럽의회에서 녹색주의자들의 공동의장인 다니엘 콘-벤디트와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시위를 다시 한번 공격했다. 다니엘은 68혁명과 현재를 비교하면서 68혁명은 "해방지향적이고(more liberty), 긍정적이며(positive), 공격적인(offensive) 것이었다면 현재의 투쟁은 방어적이고(defensive), 부정적인(negative) 것"이라며 현재의 투쟁을 깎아 내렸다.
  
  즉 그는 68혁명이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었던 데 반해 현재의 운동은 변화와 불안정에 대한 두려움에 기반하여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68혁명의 재현? 그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의 삶을 지키고자 할 뿐"
  
  68혁명에 대해 '지나치게 과격하고, 파괴적이며, 반도덕적'이라고 공격해 온 우파들이 지금의 투쟁을 가리켜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방어적'이라고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가히 '혁명적 우파'와 '보수적 좌파'라는, 좌파와 우파의 위치가 전도된 시대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절감하게 한다.
  
  그러나 68혁명과 현재의 투쟁이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는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를 따져보는 것은 사회의 '바깥'으로 내던져질 찰나에 있는 이들 청년들에게는 무의미하다. 그것은 삶의 안쪽이건 바깥쪽이건 그 삶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시위가 1968년의 재현인가 아닌가 하는 논란은 외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지나지 않았다. 68혁명이 촘촘한 규율과 훈육의 그물망이라는 후기자본주의 시기에 '노동과 사회의 밖으로!'를 외친 운동이었다며, 오늘의 데모는 신자유주의 사회개혁에 의해 노동과 사회의 바깥으로 내쳐진 아이들이 '노동과 사회 안으로!'를 외치고 있을 뿐이다. 때마침 거리에서 만난 한 구호는 "자유주의적 개혁은 사회적 공격이다! (Reform Liberale, Aggression Sociale)"였다.
  
  거리에서 만난 청년들도 68혁명의 재현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청년학생들이 이 사회 밖으로의 배제와 축출, 그리고 공격에 절박해 하고 분노하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구적 위기로서 청년실업

  68혁명 이후 최대라는 프랑스의 청년학생들의 시위는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적 위기가 곪을 대로 곪아서 터져 나온 것뿐이다. 냉전의 해체와 더불어,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따라 잘 사는 나라는 잘 사는 나라대로, 못 사는 나라는 못 사는 나라대로 청년실업은 지구화 시대에 폭풍의 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2003년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적으로 8800만 명의 청년실업자가 있다. 청년은 지구적으로 노동력의 25%를 차지하지만, 실업층에서 청년비율은 47%에 달하고 있다. 장년층에 비해 실업률이 무려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그나마 취업을 하였다고는 하더라도 비정규직이거나 비공식 노동영역(informal sector)인 경우가 많다. 저개발국에서 청년고용의 93%를 차지하는 비공식적 노동영역의 임금은 공식영역의 44%에 불과하며 아무런 노동보호조치가 없다.
  
  심지어 2000년 유엔 밀레니엄 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시작된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 세계은행(World Bank)의 공동프로젝트이자, 유엔사무총장 산하의 청년실업네트워크(Youth Unemployment Network)의 코디네이터인 부디 탄자망 씨는 "아프리카의 청(소)년 용병 문제나 브라질의 청소년 갱 문제의 근원에는 지구적으로 만연한 청년실업 문제가 있다"라고 단언했다. 아무런 직업을 가질 희망이 없는 이들에게 용병이 되거나 갱이 일원이 되는 것은 절박하게 '직업을 갖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아랍계 이주민 자녀들의 폭동은 이번 시위의 예고판
  
  프랑스나 한국 등의 OECD 회원국인 소위 선진국들도 양상만 다를 뿐 청년실업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실업률의 바닥은 그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배제된 층이 채우고 있다. 이것이 아래로부터 사회적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실업률은 평균 청년 실업률의 두 배에 달하며, 절망에 내몰린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폭동 말고는 없었다. 작년 프랑스에서 터진 아랍계 이주민 자녀들의 폭동은 아래로부터 폭발하기 시작한 청년실업에 대한 저항의 시작이자, 이번 100만 청년학생 시위의 예고판이었던 것이다.
  
  ILO "세계화가 선진국 청년들의 삶을 불안하게 만든다"
  
  지구적 위기로서의 청년실업의 가장 큰 이유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지목하고 있는 것은 이번에 파리를 뒤덮은 100만의 시위대뿐만이 아니다. ILO 역시 같은 진단을 하고 있다.
  
  ILO는 2005년 영국에서 열린 G8정상회담의 병행회담이었던 G8노동관련장관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선진국 청년실업의 특징을 이렇게 파악했다.
  
  첫째, 고용에 대한 보장이 없어서 대책 없이 학업을 계속 연장하다 뒤늦게 노동시장에 편입된다.
  둘째,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더라도 대부분이 관광이나 음식업 등 임시적인 서비스 산업이다. 삶에 대한 긴 안목을 갖고 노동시장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다.
  셋째, 직업에 갖게 되더라도 고용의 불안전성의 증대로 인해 한 직업에 머무르는 시간이 굉장히 짧아졌고 이직률이 엄청 높아져서 삶의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것 등이다.
  
  이런 연유로 도저히 현재의 시스템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한 청년이 들고 있던 피켓이 이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엿 먹어라 시스템!(Fuck system!)'
  
  새 천년의 노학연대…"내 자식에게도 일할 권리를!"
  
  현재의 시스템에서 도저히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이들에게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란 단순히 경제적 개혁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 시위참여자가 예리하게 지적한 것처럼 그것은 삶에 대한 사회적 공격인 것이다.
  
  삶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골방에 쳐 박혀 버린 듯한 80년대의 낡은 구호가 파리에서 울려 퍼졌다. '강고한 노학연대!'
  
  '가진' 청년학생이 '못 가진' 노동자와 연대한 것이 80년대 노학연대였다면, 이제는 '못 가진, 그래서 착취조차 당하지 못하는' 청년학생의 투쟁에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이 지지하고 연대하는 것이 새 천년의 새로운 노학연대다. 그래서 나온 구호가 "내 자식에게도 일할 권리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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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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