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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와 국제 계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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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9 21:1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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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인 |
 [황정규] 미국 노동운동의 분열, 혁신의 시작인가? 몰락의 징조인가?, <해방>3호, 200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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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운동의 분열, 혁신의 시작인가? 몰락의 징조인가?
황정규
<해방>3호, 2005.08.
AFL-CIO의 50년만의 대위기, 혁신인가! 이전투구인가!
최근 일간지나 시사잡지에서 간간이 나오고 있는 미국 노동조합의 위기에 대한 기사는 미국 노동운동 내에서도 거대한 지각변동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더욱이 AFL-CIO가 심각한 어용노조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고 이번 노조의 혁신을 요구하는 세력은 “승리를 위한 개혁” 연합(Chang To Win Coalition)이라는 그럴듯한 명칭 하에 집결해 있기 때문에 내부의 속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체 바라보면, 이번엔 뭔가 바꿔보겠다고 단단히 벼른 혁신파가 출현한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번 미국 노동운동의 분열은 우리가 바라는 것과 같지는 않다.
우선 반대파의 면면을 보면 국제서비스노조연맹(SEIU)과 전미트럭운송조합(TEAMSTER), 식품상업연합노조(UFCW), 호텔·요식업노조(UNITE/HERE) 국제노동자연맹(LIU) 등으로 AFL-CIO의 1300만 노동자중 40%정도를 차지하는 규모이다. 특히 팀스터 노조의 경우 1997년 미국의 화물택배 다국적 기업인 UPS사에 대해 파업을 일으켜. 1만명의 정규직 전환과 높은 임금 인상을 쟁취했다. 한편 내부투쟁을 주도한 SEIU의 경우에는 “모든 사람이 조직활동가다.” “조직하라, 조직하라, 또 조직하라!”라는 슬로건을 걸고 1980년대부터 대대적인 조직사업을 전개해서 조직확대를 이루어낸 노동조합이다.
일단 분열 과정을 보면, SEIU의 스턴 위원장이 개혁요구를 처음 제기한 것은 2004년 11월에 있었던 AFL-CIO 집행위원회에서였다. 이후 12월, 스턴 위원장과 행보를 같이해온 호텔/요식업노조(HERE)의 위원장인 존 빌헬름은 2005년 7월 예정된 연맹 총회에 연맹 위원장후보로 출마할 것을 선언한다. 2005년 2월 28일과 3월 3일 사이에 있었던 연맹 집행위원회는 다시 스턴 위원장의 조직확대 정책을 2:1로 부결시켰다. 그리고 6월 27에 있던 집행위원회에서는 신임투표를 통해 존 스터니 현 연맹 위원장에 대한 신임을 다시 확인했다. 결국 개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승리를 위한 개혁” 연합은 AFl-CIO의 통합 50주년을 기념하는 2005년 연맹 총회를 보이코드하고 분열을 결정지었다.
사실 분열 과정은 연맹 반대파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과정은 아니었다. 우선 개혁의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는 SEIU의 위원장 앤드류 스턴의 경우에는 전형적인 노동귀족이라고 할 수 있다. 60년대 반전 운동가로 활동한 경력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95년 노조 위원장이 된 후 장기집권을 하고 있으며, 2004년 한해만 봉급으로 23만달러(2억3천5백만원)를 벌었다.
스턴 위원장이 주장한 내용의 경우에도 노조의 전투성과 활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확대/강화사업을 제안했다기보다는 현재 미국 노동운동이 처한 위기를 노동관료의 입장에서 극복하려는 제안이상이 아니다. 60개의 가입노조를 20개의 거대노조로 통합할 경우, 자기 노조의 규모와 영향력은 커지고 결과적으로 조합비가 더 많아지겠지만, 수만명의 조합간부가 실직하게 될 것이라는 반론이 쉽게 제기될 수 있다.
월마트를 조직하는 문제를 걸고 나오는 것도 조직확대에 대한 의욕이 있기보다 현 지도부인 존 스위니 위원장을 공격하기 위해서이다. 스위니 위원장 당선시 핵심 정책은 조직률 상승이었으나 집권이후 소매업 부문의 조직률은 0%에 가깝고, 노조 조직률도 12.5%로 19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월마트의 조직화 상황은 현 지도부의 실패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 보면 스턴 위원장의 SEIU가 서비스업종을 포괄하는 노조이기에 월마트의 현실은 스턴 위원장에게도 책임이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11월 집행위원회에서는 전미국가기관노동자연맹(AFSCME)의 위원장과 스턴위원장이 욕설이 난무하는 원색적인 싸움을 했다. 이것은 일리노아주 육아노동자 5만명에 대한 조합설립 허가가 난 후 서로 자기조합에 가입시키려다보니 생긴 것으로, AFSCME에서 먼저 노조를 가입시키자 SEIU에서는 교섭권 위임정지 신청을 주정부에 했다. AFSCME는 소위 혁신파에 가장 반대하는 세력이라고 하니, 이것이 노동관료간의 밥그릇싸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분열의 배경, 처참한 미국 노동운동 위기의 원인은?
그러면 왜 미국의 노동관료들은 노동자의 6배나 되는 임금을 받으면서 밥그릇 싸움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인가?
현재의 분열은 타락한 관료들 사이의 세싸움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동운동의 심각한 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에 기생하는 관료들까지 적극적으로 살 길을 마련하려는 정도라면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우선 미국 노동운동의 소위 “혁신파”는 갑자기 출현한 것이 아니다. 길게는 스터니 위원장도 95년 당선 당시 노조조직률 상승을 들고 당선이 된 것이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는 대선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출현하였다고 할 수 있다. AFL-CIO는 케리 후보에게 1억5천만불의 정치자금을 헌금했으며, SEIU의 경우에도 6천5백만불의 정치자금과 수천명의 선거운동원, 5만명의 자원봉사자를 제공했다. 그렇지만 집권에 실패했고, 재선된 부시행정부는 집권 1년도 안됐는데 노동3권을 완전히 말살하려는 공세를 시작했다.
부시 행정부의 대노동 공세는 주로 공공부문에 집중되어 있다.(사실 사적부분은 꾸준히 공격해서 더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것이 대선 패배이후 AFL-CIO가 분열하게 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계속된 노조 조직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연맹의 영향력을 유지시켜주었던 부분이 공공부문의 노동조합이었고, 공공부문의 조직화는 민주당과의 유착을 통해 가능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일리노아주의 경우를 들면 노조가 주지사에게 헌금을 하고 주지사는 공적부문 노조의 설립을 도와주는 식의 유착을 통해 조직화를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부시 집권이후 민주당을 통한 이득을 보지 못하고, 가득이나 낮은 사적부문 조직률(7.9%)에 공공부문이 공격당하자 조직력의 저하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고, 이것이 노동관료들의 위기감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또 한가지를 지적하자면, 정치를 돈놀음으로 생각하는 자본주의 미국에서 노동조합 또한 돈으로 정치하는 것이 당연하고, 돈은 결국 노동조합에게는 조직률이라는 수치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미국노동조합에서 노동자는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시켜주는 표와, 돈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주류파는 대선 이후의 평가를 민주당의 집권/유착강화만이 조직력를 다시 상승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고, 반대파는 조직력을 상승시키야만 정치적 영향력을 다시 확대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다. 양 쪽 모두 선후관계만 바뀌고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과의 유착을 통해 자리보전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유착을 통해 미국 자본주의의 현장관리자가 되어 한 일은 결국 노동자계급의 대중적 힘을 모두 해체시키고, 자본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었다. 결국 노동자계급의 힘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자본가에게 쓸모가 있을 리 없다. 어용적인 노동조합조차도 노동자계급이 완전히 무장해체되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 현실을 무시하고 조직력 확대를 통해 민주당에게 다시 인정받으려는 노력은 비참하기까지 하다.
심각한 수준에 이른 노동조합의 가입률 또한 자본의 노예가 된 AFL-CIO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AFL-CIO는 55년 통합노조를 세울 당시부터 반공산주의, 레드 콤플렉스를 신념으로 온간 노동자의 투쟁을 탄압하고, 노동자들을 배신해 온 왔다. 미국의 노동조합은 81년 PATCO 항공의 파업 등 굵직굵직한 투쟁 탄압하는 정부의 편을 들고, 온갖 구조조정, 정리해고, 임금삭감을 노동자에게 강요하고 파업권을 사실상 포기하는 등 자본가의 앞잡이 역할을 확실히 해왔다. 다행히 조합원이 감소하면 조합비가 줄어드니까, 일자리는 보존하고 나머지 것들을 자본가에게 다 내주는 정도의 센스는 발휘해 왔다. 이제 AFL-CIO의 반노동자적 행위는 노동자들의 노조거부로 드러난 것이다.
노동조합 가입률이 심각하게 감소한 90년대 이후에는 노동자를 팔아 노사합의틀에 참여하여 구조조정을 승인하고 받은 핏값, 회사 경영에 참여해 받은 콩고물, 실질임금이 감소당한 조합원들의 조합비 인상으로 모은 돈, 공공부문 조직의 부분적 확대에 나온 조합비로 몇 년 버텨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의 노동조합은 5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자신의 살을 다 갈아먹고 이제 뼈만 남은 상태이다.
올바른 운동 수립은 절대적인 임무이다
이번 미국의 사례는 운동을 올바로 세워가지 않는다면 재앙적 결과가 온다는 교훈을 준다. 현재 미국 노동운동의 위기는 하루아침에 생성된 것이 아니라 수십년 지속된 AFL-CIO의 친자본주의 타협정책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분열을 그놈이 그놈이라는 냉소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의 사례는 한국에서도 사회주의자가 성장하지 못하고, 친자본적 노동관료가 노조를 장악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가능한 미래이다. 그래서 이번 분열의 역사적 과정이 자본주의의 유지가 아니라 사회주의 지향적 정책을 추진했다면, 자본가 정당의 하수인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정당을 건설했다면, 혹은 노사(정) 합의틀에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기보다 노동자 계급을 투쟁속에 단련시켰다면 등의 절실한 고민을 우리에게도 던져주는 것이다.
미국의 노동운동의 분열은 우리의 가능성 있는 미래를 보여준다. 자본과 손잡을 때는 죽음이다. 사회주의적 계급운동의 원칙이 설 때 운동의 미래가 열리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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