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근] 차베스, "석유로 부유한 사회주의를" 남미 '반미 벨트' 맹주 꿈꿔 , <중앙일보>2006.02.04.
"석유로 부유한 사회주의를" 남미 '반미 벨트' 맹주 꿈꿔
조민근 기자
<중앙일보>2006.02.04.
'반미(反美) 전도사' 우고 차베스(52)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정권 출범 7주년을 미국 대사관 소속 무관의 추방 선언으로 장식했다. '존 코레아'라는 이름의 미국 무관이 베네수엘라 군 장교들로부터 비밀정보를 빼냈다는 주장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2일 TV 생방송 연설을 통해 "그(존 코레아)는 즉시 이 나라를 떠나야만 한다"고 밝혔다.
차베스의 이 같은 조치는 미국과 군용 수송기 도입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스페인으로부터 20억 달러 규모의 군 수송기와 정찰기를 도입하려다가 미국의 반대에 부닥쳤다. 베네수엘라 측은 문제의 무관이 수집한 비밀정보에 스페인으로부터 구입하려 했던 군용 수송기와 관련된 정보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교관 추방이라는 강경 조치로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힘겨루기는 전면전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그 한쪽 정점엔 집권 7년간 미국과 사사건건 충돌해 온 차베스 대통령이 있다. 이날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차베스를 히틀러에 비유했다.
<>돈키호테를 존경하는 사회주의자=지난해 12월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 신문에 전면광고를 냈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를 통해 보스턴 빈민가에 시가의 20% 가격으로 석유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보스턴 주민의 1인당 평균 소득은 4만2000달러로 베네수엘라의 여섯 배가 넘는다.
차베스 대통령이 유일 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퍼부은 독설도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는 미국에 '악의 축',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는 '미스터 위험인물'(Mr. Danger)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서방세계에서 그의 이미지는 한마디로 좌충우돌의 돈키호테다. 하지만 그 자신은 "정의로운 전사로서 돈키호테를 존경한다"고 고백했다. 그의 인생도 돈키호테를 빼닮았다. 그는 1954년 베네수엘라 서부 농촌 지역에서 태어났다. 돈이 없어 공수부대에 투신했던 그는 이후 육사에 진학, 사회주의의 세례를 받는다. 대령 시절인 92년 1만5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쿠데타를 감행했다가 실패했다. 그리고 98년 대통령 후보로 나서 빈곤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끝에 당선됐다. 당선 이후의 길도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2002년 쿠데타로 물러났다가 이틀 만에 역쿠데타로 복귀했다. 2004년에는 야권과 국민소환을 놓고 투표 대결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승리했다.
그의 인생처럼 그에 대한 평가도 극단적이다. 대통령으로서 내세운 구호는 '21세기형 사회주의' 즉 석유에 기반한 '부유한 사회주의'다. 무상교육, 토지개혁과 광범위한 국유화 조치가 뒤따랐다. 이것이 빈곤층을 사로잡았다. 때마침 고유가로 막대한 오일달러가 흘러들어 오면서 경제도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현재 차베스의 국내 지지율은 70%에 이른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중남미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1일 차베스를 '열대의 무솔리니'라고 비난했다. 또 차베스 정부가 지금은 안정돼 있지만 유가가 떨어질 경우 잠재된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 석유 무기로 '반미벨트' 맹주 꿈꿔=차베스가 미국에 큰소리 칠 수 있는 것은 석유 때문이다. 유가가 올라갈수록 부시 대통령에 대한 독설의 수위도 높아졌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5위의 산유국이다. 특히 미국에 하루 14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한다. 미국 전체 석유 소비량의 17%가 넘는 양이다.
쿠바.볼리비아 등 남미 좌파정권을 한데 묶는 '선의 축' 구상도 오일 달러에서 비롯됐다.
최근 그의 행보는 중남미를 넘어 전 세계 반미벨트의 구축으로 나가고 있다. 1일 AP는 중남미 방송채널 텔레수르가 아랍 최대의 위성방송 채널인 알자지라와 업무제휴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텔레수르는 자본금 중 70%를 베네수엘라 정부가 댄 24시간 뉴스채널로 '중남미의 CNN'을 표방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달 다보스포럼에 맞서는 세계사회포럼(WSF)을 수도 카라카스에서 개최한 것은 상징적이다. 세계화 반대를 기치로 내건 이 대회는 '반전 엄마' 신디 시핸을 비롯해 전 세계 비정부기구 관계자와 반전운동가 등 7만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최근 차베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는 세계 수준에서 변화의 중심이 됐다"고 밝혔다. 반미 혁명을 중남미에 이어 전 세계로 확산시키겠다고 공개 선언한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와 국제 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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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 차베스, "석유로 부유한 사회주의를" 남미 '반미 벨트' 맹주 꿈꿔 , <중앙일보>2006.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