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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2 18:53:27

박성인

[김홍영] 전후 일본정치 전환기의 한 단상, [진보정치연구소]

전후 일본정치 전환기의 한 단상
- 우정성민영화 법안을 둘러싼 중의원해산，총선거

김홍영 진보정치연구소 해외연구원(일본)
2005.08.12.[진보정치연구소]

8월8일 한국의 거의 모든 매스컴에서는 일본의 우정민영화법안 중의원 부결에 따른 중의원해산, 총선거실시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그 주요한 보도내용(8월9일까지)들은 일본정계의 대격변, 민주당의 집권가능성 등을 조심스럽게 예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매스컴의 이러한 보도내용은 갑작스런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라는 '돌발적' 현상에 집착한 나머지 우정민영화법안을 둘러싼 일본정치의 다이나미즘과 총선이후의 정국을 충분히 예상치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의원해산/총선의 직접적인 계기는 우정민영화라는 특정법안 부결에 의한 것이지만, 사실은 이 법안을 둘러싼 자민당의 당내분열의 폭발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왜냐하면 이 점에 주목함으로써 일본 전후정치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부결된 우정성민영화 법안은 고이즈미 정권 출범과 동시에 '성역없는 개혁'이라는 슬로건하에 유일하게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어 구체화된, 정권의 생명을 걸고 완수하겠다던 사안이다. 그러나 초기의 논의와는 달리 이 법안이 구체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초기의 안보다 상당히 후퇴하여 우편저금, 우편보험사업의 완전민영화 등의 핵심골자는 유야무야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초의 논의에 비교해서 상당히 후퇴된 법안을 둘러싸고 자민당내부의 분열이 발생하였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우선 전후 일본정치의 특징을 정당정치 차원과, 자민당 당내역학구도의 2개 차원을 나누어서 생각하면, 우선 정당정치 차원에서는 1) 자민당 대 사회당의 2대정당 대립구도와 이 대립구도와 연계된 2) 헌법9조와 안보문제를 둘러싼 정치쟁점의 형성을 생각할 수 있고, 자민당 당내역학구도의 특징으로는 3) 고도성장, 이익유도정치에 기초한 족(族)의원의 모임이 몇 개의 파벌을 형성하여, 파벌간의 다이나미즘이 자민당정치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자민당과 사회당의 대립구도로 특징지워지는 [55년 체제] 성립이후, 자민당과 사회당의 양당대결구도는 헌법9조 개헌문제와 안보문제를 축으로 지속되었다. 그러나 60년대말의 보혁대결구도를 정점으로 70년대부터 시작된 자민당의 부활과 사회당의 쇠퇴 시작을 계기로 80년대, 90년대를 거치면서 이 대결구도는 쇠퇴하게 된다. 특히, 93년의 정계개편이후 사회당이 연립정권에 참가하면서 종래의 헌법9조 개헌에 대한 태도를 전면적으로 수정함으로 인해 전후 일본정치의 특징이었던 2요소, 즉 헌법9조/안보문제를 둘러싼 자민당과 사회당의 대결구도는 완전히 붕괴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재 민주당이 자민당의 뒤를 잇는 제 2의 정당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민당과 위의 문제에 대해서 정책차이가 없을 뿐더러 정당간 대립축을 이루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민당은 새로운 쟁점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였지만 정치쟁점으로 승화된 경우가 없었다. 그 예가 나카소네수상시절의 행정개혁으로 상징되던 [작은 정부]론이다.이 [작은 정부]론은 우선 자민당 당내의 반발에 부딪히며 일부영역에서만 정책화 되었고, 전체적으로는 정치쟁점화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이러한 가운데 ９0년대초에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일본의 국민들은 경제안정, 풍요로운 생활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자민당정권은 이에 부응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만성적인 재정적자문제와 버블경제 이후의 풍요로운 생활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형성능력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 바꾸어 말하면 정당의 한 대립축의 소멸이후 새로운 대립정당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반증임과 동시에 80년대초 시작된 [작은 정부]론 역시 자민당내의 [큰 정부]론에 막혀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90년대 중반 이후 일본 정치에서는 역사인식과 유사(有事)문제를 둘러싼 내셔널리즘이 등장하게 된다. 이것은 주지하다시피 국민통합이라는 측면과 함께 정치쟁점의 부재라는 마이너스의 면을 커버하는 기능을 발휘하며 구체적으로는 역사문제, (북한에 기인하는) 한반도위기론 등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전체적인 상황 변화와 함께, 동시에 자민당 당내의 역학구도 역시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50년대 말부터 시작된 경제고도성장을 배경으로 형성된 자민당내의 족의원그룹(파벌＝［큰　정부］론)은 특정의 정치지지 영역(예를 들자면 요번에 쟁점이 된 우정성, 도로건설, 농업등)에서 지지를 받고 그 대신 공공사업, 재정지원 등의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지지가 순환되는 구조속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본격화된 만성적인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이러한 이익유도정치는 수행불가능하게 됨과 동시에 또한 당 내부의 이러한 여러 족의원 그룹간의 역학관계속에서 유사 정권교대(수상만 교체)를 통해 형성되던 자민당정치는 자민당내 최대파벌인 하시모토파의 해체를 동반한 고이즈미 수상의 등장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비교적 당내입지가 약했던 고이즈미는 정권 출범 당시부터 포퓰리스트적 성격을 아주 강하게 환기시키면서, 발족 초기에는 [성역없는 개혁]이라는 슬로건을, 그리고 이후에는 경우에　따라서　내셔널리즘을 환기시키는 방식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게 된다. 이에 상징적인 정책으로 전자는 우정민영화로, 후자는 역사문제(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와 대북위기설/납북자문제 등으로 구체화되게 된다．
그러나 법제화 이전의 단계부터 우정성민영화법안을 둘러싸고 자민당내에서는 족의원, 특히 우정족이라 불리우는 의원들과 고이즈미의 대립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왜냐하면, 우정성관련사업은 이 우정족의원들의 정치적 기반이기도 했으며 또 고이즈미의 입장에서는 개혁의 상징으로 내걸었던 우정성민영화라는 상징을 고수／실현시키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립구도는 국회상정과 심의, 의결과정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국회심의과정에서부터 고이즈미 수상과 타케베 간사장 등은 자민당의원들의 초당적 행동을 요구했으며 부결되었을 경우 중의원해산 총선거를 실시하고 반대입장에 참가한 의원의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였다.
결국 37인의 자민당의원이 기권, 반대투표를 함으로써 이 법안이 부결되어 부결 직후 고이즈미 수상은 즉시 중의원 해산, 총선거를 결정하였다. 이와 동시에 중의원 해산 총선거 실시를 위한 각의 결정을 위한 절차에서도 각료 중 고이즈미 수상의 공천문제에 관한 신중론, 반대론자들이 나오게 되는데, 이에 고이즈미는 조반자는 당에서 공인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함과 동시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각료 등에 대해서도 사의를 결심할 것을 촉구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안에 반대입장을 취했던 의원들은 신당결성을 위한 논의를 하기 시작한다(8월9일까지의 상황).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신당결성의 움직임이나 반대의원 전원 비공천 등은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생각된다. 자민당내　분위기에서 이러한 것들이 감지되는데，8월10일이 되자 타케베 간사장은 현실론을 앞세워 모든 조반자(造反者)들을 공천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총선후 민영화에 찬성하는 의원들과 연계가능성을 시사하였다는 점(몇 곳의 자민당 현본부에서도　중앙당의 방침과는 상관없이 당선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추천하겠다는 것을 시사), 그리고 반대파당원들도 신당결성논의를 후퇴시켜 정책집단 형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어디까지나 자민당을 생각하고 있다는 의사를 강조한다. 이러한 양자의 태도는 93년 정계개편시 일시적으로 자민당이 붕괴된 사건에서 얻은 교훈으로 고이즈미측이나 반대의원 사이에서 자민당을 붕괴시켜서는 안 되며 총선이후 자민당（공명당과의　연립이라도)의 과반수 획득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을 생각하면 총선후의 정국까지 염두에 둔 행동들일 것이다．
이제 문제는 총선이후 일본의 정계가 어떻게 변할 것 인가 하는 문제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중기적으로는 헌법９조 개헌문제를 둘러싼 [초당(越?)]적 대응과 장기적으로는［큰　정부］론과［작은　정부］론을 축으로 하는 정계개편 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우선 구체적으로 총선후의 정국에 관해서는 크게 2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듯한데, 1) 민주당의 집권, 2) 전체적으로 현 정국과 큰 변화없는 상황 등이 예상된다.
한국매스컴에서 보도하는 민주당의 집권가능성은 그다지 가능성이 높지 않은 사안이라 생각된다．왜냐하면 먼저 민주당의 단독과반수 획득과 단독정권，또는 민주／공명연립정권탄생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투표율의 문제와 공명당의 대응 등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는데 이렇게 될 경우 도시보다는 농촌부의 투표율이 높을 것이며 물론 일부 도시권역의 선거구에서는 민주당의 선전이 예상되지만 지난 번 총선시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농촌부의 자민당 지지형태는 크게 변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또한 연립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당은 공명당인데，공명당은 현재 자민당과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있고 꾸준히 자민당에 대한 변함 없는 지지를 표명하고 있으며，이번 중의원 해산, 총선거 이후에도 자민당과의 연립, 연계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의석수에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총선거 이후에도 자민, 공명연계의 큰 틀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의 정당인 공산당, 사민당(구 사회당)의 경우는 현재 일본정당정치에서 쟁점을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없을 뿐더러 게다가 전후 사회운동세력의 퇴조로 인한 지지기반의 약체화 등으로 현재의 의석수를 유지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전체적으로는 총선이후에도 일본의 정당구도의 큰 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하면 정당연립구도가 계속되면서 자민/공명연립정권 유지가 현실성이 높다고 하겠다．
또, 중기적인 변화를 생각할 때 보다 중요한　요소는　현재　일본　국회내의　분위
기에서　알　수　있듯이，각　정당을　막론하고 개헌파 의원들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이들은　별다른　쟁점／변화가　예상되지　않는　요번　총선에서도　대부분　당선이　예상되며　그렇게　되면　각　정당을　횡단하는　개헌파의원들이　요번　총선에서　３분의　２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점이다．이게　현실화　된다면　총선이후　우선은　헌법９조에　관한　개헌논의와　국회에서의　개헌안통과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에는［큰　정부］론과［작은　정부］론을 축으로 하는 대격변도 생각해 볼 수 있다．자민당의 경우 종래의 족의원들은［큰　정부］론을，고이즈미측은［작은 정부］론에 입각해 있고，민주당은 후자에，공산당 역시 젊은 연령층의 의원들에서［작은　정부］론적인 입장이 보여진다．지금 일본정치의 현안으로 부각된 것은 경제저성장을 어떻게 해소시킬까 하는 문제인데 이 부분을[작은　정부］론자들은［작은　정부＝행정개혁］를 구성함으로써　해소가능하다는 입장에 서 있기때문이다．　
그렇다면 총선거 이후 정국변화는 대한반도 문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선 이번 총선의 가장 큰 변수는 야스쿠니 신사참배문제가 되리라고 생각되는데 선거정세를 자민당에 유리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이즈미수상이 야스쿠니신사참배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야스쿠니신사 전격참배(가능하다면 종전기념일인 8월15일참배)는 별다른 쟁점이 없는 이번 총선거에서 고이즈미와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라 생각된다. 이것은 위에서 말했듯이 별다른 쟁점이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자민당지지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된다．만일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강행되었을 경우 현재 진행중인 6자회담 정국과 관련하여 단기적으로는 주변국과의 마찰가능성이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6자회담의 큰 틀을 벗어나지는 않는 단기적인 총선시의 지지동원수단으로서만 기능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민／공명의 과반수획득 실패에 의해 포스트 고이즈미가 구체화되거나 (가능성은 낮지만) 민주/공명연립정부 탄생의 경우 대한반도문제는 보다 래디컬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민주당의 경우 자위대, 헌법9조, 우정민영화등의 핵심쟁점에 관한 기본적인 입장은 자민당과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헌법9조 개헌，민영화사업 등에 관해서는 보다 래디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대북문제에 관해서는 민주당 역시 기조정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고이즈미와 같이 포퓰리스트적인 성격이 아주 강하다는 것이다. 그럼으로 인해 일정한 대북정책방향에 따른 문제대응보다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형태로 여론에 입각해 대북정책의 의견을 피력해 왔고 현재 일본내에서 대북강경여론이 주도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권을 잡을 경우 이러한 성향은 더욱 강화되리라 생각된다.
현실적으로 자민／공명연립으로도 의회과반수 획득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포스트 고이즈미론은　보다 심각한 문제이다．현재 일본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 1위는 아베 전 간사장으로, 그 다음을 이시하라 동경도지사, 후쿠다 전 관방장관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 아베 전　간사장과 이시하라 동경도지사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대북문제에 강경한 어조로 강경책을 주장하기 때문이며－아베의 경우 자민당 보수 방류(대미독립, 헌법9조개헌)의 핵심인물인 키시의 손자이며, 이시하라역시 전통적 내셔널리스트이다－이들이 포스트 고이즈미가 되었을 경우 역사문제, 대북문제 등에서 상당한 마찰이 우려된다．후쿠다 전 관방장관의　경우는 이들과 비교하였을　때，당내의 입장이나 주변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신중론자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 고이즈미를 생각할 때 여기에는 하나의 역설이 존재한다．그것은 한국에 비추어지는 고이즈미와 일본정치구도 속의 고이즈미는 상당히 다른 입장에 위치지어진다는 점이다．다시 말하면，한국에서의 고이즈미는 우익 또는 전통적 내셔널리스트의 요구의 실행자로 비추어지지만 현재 일본의 정계구도속의 아베 전 간사장이나 이시하라 동경도지사 등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중립적/조정자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수상 최초로 북일 정상회담개최, 평양선언선언 등 북한문제에 관해 종래의 일본 지도자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 왔다는 점이 그 부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평양선언 이후 일본인 납치 문제가 붉어진 이후 일정정도 대북한 강경여론의 의도대로 움직인 면이 없지는 않지만 구체적으로 대북제재와 제재정책실현 등을 확언하거나 행동으로 움직인 적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아베 전 간사장이나 이시하라 동경도지사에 비교하면 비교적 중간자적인 입장에 서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일본의 총선거 이후에 전개되는 정국에 따라 종래와는 다른 일본의 정치방향이 예상되며 또한 대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정책역시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고 할 수 있다.

	[최형규] 중국 "시위 대란 막아라", [중앙일보]	박성인	2005/08/22

[이종태] 중국은 놀랍고 부럽고 두려운 국가인가, [매일노동뉴스]

박성인

200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