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 일본 '1억 중산층' 무너진다-경제 거품 걷히며 신흥상류·빈곤층으로 분화 ,[중앙일보]
일본 '1억 중산층' 무너진다
경제 거품 걷히며 신흥상류·빈곤층으로 분화
도쿄=김현기 특파원
[중앙일보]2005.07.27.
22일 낮 12시 도쿄(東京) 히가시이케부쿠로(東池袋)역 근처의 '레스트 박스(Rest Box)'.
건물 입구에는 '프리터.구직자 체류 환영'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2층으로 올라가자 3단침대 10여 개가 나란히 붙어 있다. 프리터(Free+Arbeiter의 합성어)와 실직자의 숙소다. 1박 요금은 1480엔(약 1만4800원). 안을 들여다 보니 고등어 통조림과 '즉석 쌀밥'을 손에 든 20대 니트 족(무위도식하는 젊은층)젊은이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전자레인지 앞에 줄을 서 있다. 입구 옆으론 공동 세탁기가 보인다. 마에바시 야스시(前橋靖) 사장은 "2003년 개업 당시만 해도 일용직 근로자가 주 이용자였는데 요즘엔 연예인 꿈을 좇는 20대, 사회적응이 힘들어진 30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40대가 많다"고 말했다.
도쿄 롯폰기(六本木) 힐스 단지 내 최고급 맨션. 월세만 최고 300만 엔(약 3000만원)에 달한다. 35세의 에노모토 다이스케가 이곳에 이사 온 것은 2003년. 원래 그는 작은 소프트웨어 판매회사를 경영했다.
당시 한 달 수입은 30만 엔 정도. 이 회사를 덩치 큰 정보기술(IT) 회사에 넘기면서 받은 주식값이 회사 상장과 함께 폭등, 60억 엔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현재 '투자가 겸 아티스트'란 묘한 직함을 갖고 있다.
닛산자동차의 엔도 슌이치(遠藤淳一.43) 상무. 그는 4월 임원으로 승진했다. 연봉은 대략 2억 엔(약 20억원). 이 회사 임원의 평균연봉은 2억8800만 엔이다. 그는 과장 때부터 '하이포'로 불렸다. '하이 포텐셜리티(High Potentiality.뛰어난 잠재력)'의 줄임말이다. 이런 '수퍼 샐러리맨'후보군을 일찌감치 추려내는 것이 일본 기업들의 최근 추세다. 닛산은 초임 부장, 과장, 과장 진급 예정자 등 500명가량을 이 후보군으로 선발해 따로 집중적인 사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중 실적이 나쁜 20%가량은 매년 바꾼다. 반면 '하이포'에 못 낀 41세 보통 샐러리맨의 평균연봉은 705만 엔. 같은 회사, 같은 연령대 샐러리맨이지만 연봉 차이는 30배에 가깝다.
일본의 '계층 분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은 '1억 중류(中流.중산층)'사회로 불렸다. 90%의 인구가 "나는 중산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버블(거품)경제가 꺼지면서 그 구조가 급격히 붕괴하고 있다. 새로운 계층이 생기면서 계층 분화가 심화되고 있다. 부유층은 땅부자 등 기존 자산가 계층과 새로 부상한 신흥 부호 계층으로 나뉜다. 계기는 벤처 부호의 등장이다. 200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한국의 코스닥에 해당하는 자스닥 등 벤처 위주의 주식시장에 신규 주식공개(IPO)를 한 기업 수는 715개. 94년부터 5년 반 동안 이뤄진 IPO 건수보다 30%나 많다. 회사 설립부터 상장까지의 소요 기간도 4분의 1로 단축됐다. 그러다 보니 상장회사 대표의 평균연령도 11세나 젊어졌다.
한편 95년 14조2100억 엔에 달하던 공공사업 규모가 지난해 9조 엔으로 축소되면서 빈곤층은 급격히 늘고 있다. 일거리 감소와 함께 저소득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했다. 사회풍조도 바뀌었다.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젊은이들이 92년 101만 명에서 지난해 213만 명으로 증가했다. 신(新)저소득 계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와 국제 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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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일본 '1억 중산층' 무너진다-경제 거품 걷히며 신흥상류·빈곤층으로 분화 ,[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