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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자본주의와 정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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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5 15:1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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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인 |
 [이백만] "경제 비관론을 접을 때가 되었습니다", <국정브리핑>2005.1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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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비관론을 접을 때가 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제기자들에게 드리는 말씀
이백만(국정홍보처 차장)
<국정브리핑>2005.12.05.
경제는 언제나 최고의 화두입니다.
연말이어서 그런지, 내년 경제를 예측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경제와 관련하여, 저의 이메일 사신(私信)을 하나 공개하겠습니다.
지난해 6월이었습니다.
제가 국정홍보처 차장에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정치권은 ‘대통령 탄핵사태’와 국회의원 총선을 거치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났고, 경제는 언론의 지속적인 위기론 제기로 크게 흔들렸습니다.
경제위기론 홍수 속에서 띄운 이메일 사신…“위기는 아니다”
언론의 경제보도는 위기론의 홍수였습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경제위기론을 부인했습니다.
경제부기자 출신인 저로서는 아주 착잡한 심정이었습니다. 현역시절 주기적으로(?) 겪었던 일인데다, 위기론이 제기되곤 하는 내막을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기에, 개인적으로도 경제위기론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그러한 저 개인의 의사를 표현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언론인에서 공무원으로 자리를 옮긴지 얼마 안 된 처지여서, 자칫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친분이 있는 언론인들에게 이메일 서신을 띄웠습니다. 경제위기론을 주장하는 기사나 칼럼을 보고, 해당 필자들에게 저의 개인의견을 보낸 것입니다. 다음은 그 이메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김 기자님에게
(전략)
현역 기자시절 저만큼 경제위기론을 많이 썼던 기자는 아마도 없었을 것입니다. 위기론을 진단하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위기론을 조장하기도 했고….
(중략)
언론이 경제위기론을 특별한 근거 없이, 주기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우연하게도 1987년 6·29선언 이후 민주화 과정을 밟을 때부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위기론에는 항상 재계의 의견이 가감 없이 반영되었지요.
더 흥미로운 것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새로 출범한 행정부가 무엇인가 큰일(경제개혁)을 하려할 때마다 경제위기론이 어김없이 불거졌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경험한 첫 번째 경제위기론은 노태우 정부시절 조순 경제부총리 때입니다. ‘총체적 위기’라는 신조어도 그 때 나왔습니다. 영어로 ‘Total Crisis’라는 말까지 사용했었지요. 나는 그 때 경제기획원 출입기자로서 맹렬하게 위기론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곧 후회했습니다. 그 위기론은 거의 100% 틀린 것이었습니다. 결국 조순 부총리는 하차하였고 경제개혁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1990년 3당 합당 후 조각된 새 경제팀은 강력한 경기부양책(4·4대책)을 썼습니다. 그러나 4·4대책은 나중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잘못된 정책’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위기론은 김영삼 정부 때 경험했습니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초기였습니다. 그 때에도, 위기론이 창궐했습니다. 경기논쟁이 정부안에서조차 활발하게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당시 위기론을 받아들여 ‘신경제100일 계획’이라는 단기부양책을 동원했습니다.
문민정부 말기인 1997년에는 진짜 위기였는데도 언론은 침묵했습니다. 거의 모든 기자들이…. 물론 저도 마찬가지였지요. 어설픈 국익우선론에 편승하여 위기론을 펴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IMF 사태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많은 경제기자들이 반성하고 또 반성했지요.
김대중 정부 때에도 경제위기론은 어김없이 나왔습니다. IMF 사태 수습 때야 그렇다 치고…. IMF 위기를 간신히 수습한 후 한숨 돌리자마자 언론에서 ‘제2의 IMF사태론’을 강력히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한참 구조조정을 해야 할 때인데, 경기대책을 세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내수진작책이었습니다. 그 때의 신용카드활성화대책은 결국 신용불량자만 양산했고, 그 후유증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IMF 사태이후 국내언론이 국내경기전망에 대해서는 습관적으로(?) 비관론을, 현실경제에 대해서는 시시때때로 위기론을 강조한다는 사실입니다. 언론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만….
반면, 주요 외신들과 외국의 금융기관 경제연구소 등은 비교적 냉정한 전망을 합니다. 지금도 한국경제에 대해 위기론을 제기하는 외국 언론이나 연구기관은 아직 없습니다.
그 결과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세요? 외국투자자들에게 횡재의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의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어로만 정보를 입수하는 한국투자자들(한국신문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알짜주식을 팔아 버립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삼성전자 등 블루칩을 매도합니다. 거의 모든 언론이 “경제가 곧 망할 것 같다”는 분위기를 강조하는데,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주식투자를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외국어로 한국경제를 접하는 사람들(한국신문을 보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한국의 블루칩을 기회 있을 때마다 삽니다. 올해(2004년) 초에는 이런 현상이 너무 극명하게 나타났지요.
한국경제TV 보도본부장으로 일할 때 이 같은 현상을 특집기사 처리한 적도 있습니다.
위기론 좋습니다.
언론은 항상 비판적인 사고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위기론처럼 기사 내용이 파괴적일 경우, 논리적 근거나 역사적 사례 제시가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론을 제기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여, 중환자 취급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무엇을 위한 위기론 제기인지 답답한 심정입니다.
(후략)
경제 전망 기사 쏟아지는 연말…“이제는 냉정해 지자”
연말입니다.
방송 신문 인터넷 등 각종 언론매체에서 내년도 경제 전망 기사를 집중적으로 내보낼 시기입니다. 경제연구기관이나 금융기관에서도 언론기관의 수요에 부응하여, 내년도의 국내외 경제상황을 발표할 때입니다.
언론매체가 내년도 경제전망을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정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이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저는 이와 관련, 우리 언론들이 정말 냉정한 전망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접을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낙관론을 피력해 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정부에 유리한 기사를 써달라는 얘기는 더 더욱 아닙니다.
권위 있는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의견(2006년 경제전망 보고서)과 국내 경제현황을 종합하여 냉철하게 보도해 달라는 부탁입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중심을 잡을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삼성경제연구소(SERI) LG경제연구원 등이, 해외에서는 IMF(국제통화기금) ADB(아시아개발은행)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EIU(영국 이코노미스트부설 경제연구소) WEFA DRI S&P 무디스 모건스탠리 등이 내년도 경제전망보고서를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주마가편인가?, 주마간산인가?
주마가편(走馬加鞭)인가, 주마간산(走馬看山)인가?
언론은 주마가편의 기능을 해야만 합니다. 달리는 말(정부)에 채찍질을 해야 더 잘 하겠지요. 이것은 분명 애정의 채찍입니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제위기론은 주마가편의 도를 넘었습니다. 애정의 채찍이 너무 지나쳐, 하마터면 ‘달리던 말’이 죽을 뻔했습니다.
국내 언론계의 경제비관론 기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듯 합니다. 한번 세운 논리의 체계를 뒤집는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요. 그러나 이제는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한국경제의 장단기 전망이 지난해의 위기론적 접근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위기론 수용했었더라면…지금 한국경제는?
지난해 정부의 경제팀(이헌재 부총리, 김영주 경제수석)은 위기론을 방어하느라, 애간장을 태웠습니다. 그들을 향한 언론의 화살은 독하고도 날 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꿋꿋이 잘 버텨냈습니다. 만약, 과거 정부의 경제팀처럼 경제위기론에 무릎을 꿇고, 단기 부양책을 동원했더라면 지금 우리경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언론은 위기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청와대와 정부당국을 크게 질타했습니다. 위기론을 수용하지 않자, 정권의 오만(독선), 좌파정권, 포퓰리즘 등 속을 들먹이거나 국가지도자가 민생을 챙기지 않는다면서 십자포화를 퍼부었습니다. 그 때는 정말이지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경제부기자 출신의 국정홍보책임자로서….
정부가 위기론을 인정하는 순간, 다음의 수순은 정해져 있지요. 그것은 바로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이지 않습니까?
과거 정부 단기부양책, 거의 모두 실패 판정!
불행하게도 과거정부의 인위적인 단기 경기부양책은 모두 실패작으로 판명 나고 말았습니다. 6공 시절의 4·4대책, 문민정부의 '신경제100일 계획' 등이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입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부터 부도직전의 국가경제를 ‘인공호흡’으로 응급처치를 해야 할 상황이었음으로 경기부양책은 불가피했다고 할 것입니다.
참여정부와 과거 정부의 차이점이 많지만, 경제정책에 있어서의 차이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둑으로 치면 ‘정석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경기회복의 사이클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가 일단 회복되면 지속력이 강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스스로 보행하는 아이와 어른의 부축을 받아 보행하는 아이는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언론인들에게 주마간산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주가 상승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경제상황이 예상외로 좋습니다.
거시적 관점에서 좋은 징조들이 많습니다.
종합주가지수(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수준입니다. 주가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주가가 핵심적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의 자본가들이 한국의 주식을 사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과거 정부에서는 정권출범 초기나, 경기부양책으로 국내경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주가가 고공행진을 했지만, 지금의 주가는 암울했던 위기론을 어렵게 극복하고 자력으로 경제가 회생하는 초입에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도 거시전망을 낙관하는 분위기입니다.
미시적 난제는 많습니다.
사회적 양극화 문제, 청년실업문제, 내수경기 침체 등 ‘고질병’이 우리의 앞을 가리고 있지만 국가경제의 전체 모습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미시적 현안도 지혜를 모으면 해소돼 갈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행복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원전센터 쌀협상 북핵문제…
참여정부의 국정현안이 술술 풀리기 시작한 것도 대형 호재입니다.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인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게 됐고, 각 지역에는 혁신도시 기업도시의 건설이 가시화할 것입니다.
19년째 골치를 썩인 원전센터(방폐장)부지 선정도 마무리되었습니다. 쌀협상안의 국회비준을 마쳤습니다. 경제의 외생변수인 북핵문제도 큰 고비를 넘겼습니다.
내수경기 회생의 속도가 예상외로 빠릅니다. 국내소비와 설비투자가 내년에는 올해보다 훨씬 활성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저 개인의 의견이 아닙니다. 각종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취합해 보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경제기사 영향력…기사 본인 생각보다 10배, 100배 더 크다
세계는 바야흐로 경제전쟁의 시대입니다.
경제기자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져 가고 있습니다.
경제기자는 정부의 경제행정가나, 대학 또는 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나, 현실경제의 기업인 또는 금융인이 보지 못하는 ‘그 무엇’을 경제흐름 속에서 찾아내 던져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고 고달픈 일이지만, 그 과업을 경제기자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방송 신문 인터넷 등 경제기자가 쓴 한 줄 기사가 국민의 경제심리를 좌우합니다. 경제전쟁에 나선 우리 ‘전사(戰士)들’의 사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경제기자들의 실제 영향력은 본인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10배, 100배 더 큽니다. 언론계를 떠나 홍보업무를 하면서 느끼는 소회이기도 합니다.
왜곡보도의 국내외 악순환 차단해야
언론보도도 세계화를 치닫고 있습니다,
국내 뉴스는 삽시간에 전 세계에 퍼집니다. 경제기사 악순환의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혹시 지난해의 경제위기론처럼 국내언론이 한국경제를 잘못 진단한 기사를 대서특필할 경우라도, 이것은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전해집니다. 외국의 기업인과 투자자들은 이 외신을 보고, 한국경제를 평가합니다. 국내언론은 이 외신을 다시 받아씁니다. 기막힌 악순환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악순환이 절대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소박한 바람입니다.
‘언론의 5가지 대죄’…어느 경제기자의 고해성사
경제기자 출신인 손병수 중앙일보포브스 대표의 칼럼이 생각납니다. 손 대표는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시절이었던 1997년 12월 4일 ‘'5가지 대죄' 재경원 기자의 고해’라는 취재일기 칼럼을 통해 IMF사태와 관련된 언론인의 잘못을 △환상 유포죄 △단순 중계죄 △진상 외면죄 △대안 부재죄 △관찰 소홀죄 등 5가지 ‘죄목’으로 요약했습니다. 경제국치일이라는 1997년 12월 3일(한국정부와 IMF 간의 구조조정 협약체결일) 바로 다음날 칼럼입니다.
손 대표의 칼럼은 모든 경제기자들의 ‘고해성사’였습니다. 한국의 경제기자들에게 직업의식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엄격한 자아비판이었기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1997년에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 2004년에는 ‘근거 없는 비관론’이 한국 언론을 지배했습니다. ‘근거 없는 낙관론’이나 ‘근거 없는 비관론’이나 현실을 왜곡한다는 측면에서 우리 모두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 ▲ 1956년 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 ▲매일경제 경제부 기자 ▲서울경제 정경부장 ▲한국일보 경제부장·논설위원 ▲머니투데이 편집국장 ▲한국경제TV(WOW) 보도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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