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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9 14:58: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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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인 |
 [정해구] 인권은 시장 논리의 하위 개념 아니다, <국정브리핑>2006.0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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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시장 논리의 하위 개념 아니다
경제5단체장, 인권위 권고안 과도한 비판…'재계의 월권'
정해구
<국정브리핑>2006.01.18.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 5단체장들이 국가인권위원회가 확정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National Action Plan) 권고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이 “우리 사회의 일부 진보세력의 주장만을 반영하여 균형 감각이 결여되어 있고” “실정법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조차 무시하고 국민정서와 일반적인 법감정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인권위의 권고안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하며”, “정부는 헌법질서에 배치되거나 경제여건과 노사관계의 현실에 맞지 않는 권고안에 대해 과감히 거부해야 하며”, “인권위의 활동범위와 역할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노사갈등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인권위가 더 이상 노사문제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이 보장되면 사회 혼란이 온다는 논리
경제계가 지난 9일 발표됐던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의 내용 중 시장이나 노동 관련 사안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것은 그 문제 제기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런대로 이해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안들이 경제계의 이해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계가 국가인권위의 권고안 전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지나친 주장이자 과도한 월권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경제 5단체장들의 주장과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들을 살펴보면, 우선 그들은 국가인권위의 권고안이 그대로 정책에 반영될 경우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이 올 것이며 따라서 인권은 ‘안보’와 ‘안정적인 사회질서’ 하에서만 보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논거에 따르면 인권은 제한적으로 밖에 보장될 수 없다. 혼란을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인권 보장은 특정 집단에 의해 자의적으로 규정될 수도 있는 안보와 안정적인 사회질서의 하위 개념에 머물기 때문이다.
인권위 역할 제대로 인식해야
다음으로, 경제 5단체장들은 국가인권위의 권고안이 실정법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조차 무시하고 국민정서와 일반적인 법 감정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국가인권위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의 역할은 개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전향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기구이며, 따라서 여타 국가기구에 비해 한발 앞선 주장을 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의 인권 수준은 국제적인 수준보다 낮아 국제사회로부터 그 인권 개선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국가인권위의 권고안이 향후 5년의 기간을 감안하여 만들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권고안이 어느 정도는 전향적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의 권고안이 헌재의 결정이나 실정법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면, 미래 인권 보장의 개선책을 제안하는 권고안을 만들 이유는 무엇인가? 미래에 개선되어야 할 인권 보장을 헌재 결정이나 실정법의 현재 수준에 붙들어 매는 권고안이란 말 그대로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비경제 문제도 경제계가 좌우?
그러나 아무튼, 경제계의 직접적인 이해와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닌 이상의 주장을, 그것도 경제 5단체장들이 직접 나서서 해야 되는 이유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하나는 우리 사회에서 경제계가 가지고 있는 인권의식이 매우 보수적이고 편향적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과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경제문제를 넘어 인권 일반의 문제가 경제계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한편 경제 5단체장들은 국가인권위의 권고안이 제안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고용 남용 금지와 차별 시정, 사회보험 적용 확대, 이주노동자의 권익 보호 등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 사안들이 경제계의 이해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경제 5단체장들의 이 같은 반대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시장에서, 특히 노동문제와 관련하여 시장의 자유와 인권 보장과의 관계이다.
인권은 배제가 아니라 더 강화돼야 할 대상
시장 논리와 인권 보장의 논리는 서로 다른 논리이다. 시장에서의 강자와 약자, 즉 대자본과 중소자본, 자본과 노동의 힘의 관계가 구조적으로 불평등한 한국의 시장에서, 특히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추세에 따라 사회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현재의 상황에서, 시장논리만이 일방적으로 지배한다면 그것은 사실 적나라한 약육강식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시장 약자의 인권을 깊이 침해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에서 인권의 논리는 배제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화되어야 할 대상이다.
물론 여기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은 시장의 논리와 인권의 논리가 충돌하게 될 때 그 균형적 경계선을 어느 수준에서 결정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이때 인권의 논리가 과도하게 시장의 논리를 침해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시장의 논리가 인권의 논리를 완전히 무시하거나 배제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시장의 논리는 그것이 적어도 인간적 얼굴을 가져야 한다면 인권의 논리 위에서 작동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5단체장은 국가인권위가 더 이상 시장의 노사문제에 관여하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시장에서의 인권문제에 국가인권위가 관여하지 않는다면, 노동시장은 인권도 무시되는 시장 강자의 일방적인 특권지대가 될 수밖에 없다. 경제 5단체장들은 바로 그러한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인가? 그들은 이 기회에 시장 강자의 이익 앞에 드리워진 인권이란 장애물을 치우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가?
나는 우리 사회의 발전 정도와 더불어 인권이 신장되고 그러한 기반 위에서 인권과 공익, 그리고 인권과 시장이 조화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실제의 공익이기 이전에 공익의 이름으로 인권을 억제하고자 하고, 시장의 이름으로 시장 강자의 논리가 인권을 배제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의 권고안에 대한 경제 5단체장들의 과도한 대응을 보면서 새삼 그러한 어두운 그림자들을 확인하게 된다.
◎ 정해구 교수
고려대 정치학 박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 저서 ‘분단과 이승만’, ‘미 군정기 인민정권 수립 운동’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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