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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3 21:35: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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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인 |
 [전진 정책위] 부동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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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전진 정책위원회
[전진 홈페이지]2005.06.29.
일부 신도시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애써 파장을 축소하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의 부동산가격폭등은 97년 IMF 이후 신자유주의 가속화의 필연적인 결과이며, 단기적인 대증요법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한국경제는 부동산거품붕괴로 인한 일본형 장기불황에 빠져들 것이다. 게다가, 최근의 부동산거품은 한국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을 위시한 전세계적 문제이며 거품붕괴가 비슷한 시기에 집중될 경우 1930년대와 같은 전세계적 공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정도이다.
부동산 즉 토지문제는 현재의 한국경제를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흔히 ‘산업공동화’라고 표현되는 기업들의 해외이전 이유에 대해 보수언론은 지나친 임금인상 등 노동 측에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실제로 기업인들에게 물어보면 지나치게 비싼 땅값으로 인해 초기투자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말하는 이들이 많다. (외국자본의 투자가 바람직한가는 차치하고라도) 외국자본이 생산분야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이유도 비슷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나치게 비싼 땅값이 사회공공성 강화에 치명적인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의 공공투자에 있어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과도한 토지보상비이다. 과도한 토지보상비를 감당하지 못하기에, 공공적으로 설립되어야 할 수많은 사회간접자본 및 공공적 시설들이 사적 자본의 이해에 종속되는 민간투자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아도, 토지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모든 ‘민주변혁’의 핵심문제였으며 소위 ‘건전한’ 자본주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인 과제였다. 러시아의 두마로부터 한국의 해방공간, 브라질의 무토지농민운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민주변혁’에서 핵심이 되는 의제는 토지문제였거니와, 한국이 왜곡된 형태로나마 급속한 자본주의 발전을 이루게 된 내부계급적 요인의 핵심은 한국전쟁을 통한 지주계급의 몰락이었다는 것이 경제사학계의 일반적인 입장이다.
굳이 ‘변혁’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아담 스미드나 리카아도 등으로 대표되는 근대자본주의경제학의 핵심은 결국 지주계급에 대항하여 부르조아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이후로도 마찬가지였다. 가령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그인 프리드만조차 ‘(모든 세금은 다 나쁘지만) 세금 중 가장 덜 나쁜 것은 토지에 대한 재산세’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경제는 역사를 거꾸로 되돌려 ‘새로운 지대경제’로 나아가고 있다. 비록 숱한 왜곡과 노동자 민중의 희생에 기초했을지언정, 지대 등 비생산적인 부문보다는 생산적인 부문으로 보다 많은 자금이 유입되었고 이를 통해 상당한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내었던 과거와는 달리, IMF사태와 신자유주의 가속화 이후 한국경제는 급속히 비생산적인 분야에서의 초과이윤 중심으로 경제가 작동하고 있다 (부르조아 경제연구소인 김광수경제연구소조차 보고서에서 ‘한국경제는 2001년을 기점으로 생산경제에서 투기적 자산경제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한국경제는 그 이전에도 이런 경향으로 흐를 위험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었다. 우선, 자본가계급과 지주계급이 확실하게 분리되지 않고 자본가계급 스스로가 토지과다소유자이기도 했거니와, 이른바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과정은 국가와 건설자본이 결탁하여 개발이익을 추구하는 소위 ‘토건국가’적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국민총생산 중 건설업의 비중은 20%가 넘는데, 이는 대략 10% 전후인 선진국들의 2배가 넘는 수치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발이익에 따른 부동산투기는 이전에도 주기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긴 했다. 하지만, 과거의 부동산투기자금은 생산분야에 비하자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으며 투기에 참가하는 계층도 일부 최상류층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2003년이나 최근의 부동산투기는 과거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400조원이라고까지 이야기되는 시중의 유동자금이 생산적인 분야에는 거의 투자되지 않고 부동자금화하면서 투기적 초과이윤을 노린 머니게임에 언제든지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참여계층도 중산층 이상의 가계에 일반화되고 있다. 이는 우선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이후의 전세계적인 투기적 금융거래의 확산에 그 근원을 갖고 있거니와, 직접적으로는 IMF이후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국내외자본들에게 완전히 사유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 등 ‘안전한’ 가계대출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이는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기에 뛰어드는 양상을 일반화시켰다. 게다가 현 정부의 각종 정책은 그들의 수사와는 달리 부동산투기를 오히려 부추겼으니, 소위 ‘국제경쟁력’과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추진된 경제자유구역이며 기업도시 및 각종 지역개발계획 등등은 모두 지가상승으로 귀결되었거니와, 은행의 부실화를 우려해서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투기를 확산시켰다 (이는 지역토호들과 건설자본이 실질적으로는 핵심지지계층인 열린우리당의 계급적 정체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결국 투기적 가수요에 기반한 거품경제 및 지대경제로 급속히 빠져들고 있는 것이 한국경제의 현실이며 이는 추후 심각한 거품붕괴와 일본형 장기불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편 한나라당이나 보수언론은 최근의 부동산사태와 관련해 공급의 부족이 그 원인이라면서 뉴타운개발 등으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완전히 거꾸로 된 대책이다. 실수요부족이 아니라 투기적 가수요가 부동산폭등의 주범인 이상, 새로운 개발 등 공급확대는 투기수요에 따른 지가상승을 오히려 더 부추길 뿐이다. 공급 측면이 아니라 수요 측면의 대책 즉 가수요와 자금의 부동산유입을 차단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보유세의 대폭적인 증가(한국의 재산세율은 0.02~0.1% 정도로서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1~3%의 수십분의 일 수준이다)와 공공개발의 전면화, 금리인상 및 고액주택의 담보대출 제한 등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정책적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이 중 금리인상은 생계형 대출을 받은 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별도의 보완책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이 정도의 정책대안은 사실 의지만 있다면 열린우리당 아니 한나라당조차 시행할 수 있는 것이며 실제로 그들은 이런 대안들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것을 뛰어넘어 보다 본질적인 문제제기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첫째, 금융기관에 대한 공공적 통제의 회복과 사회화이며 둘째, 보다 나아가서는 현재의 토지사유제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이다. 개발이익만이 아니라 임차료를 포함한 모든 지대를 조세를 통해 사회적으로 환수할 것을 주장해야 하며, 1가구 1주택제와 토지소유상한제를 당당하게 주장함으로써 토지의 사회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나아가야 한다. 물론 1가구 1주택제나 토지소유상한제는 숱한 반발 및 (과거에도 그랬듯이) 헌재의 위헌판결 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국민투표 실시 등 광범위한 무산대중의 힘으로 돌파해야 할 문제이다. 의회 내에서의 정책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중운동을 불러일으키고 이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변혁을 꿈꾸는 우리 진보정당의 기본적인 임무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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