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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6 16:3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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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인 |
 [공병호] 강남불패 신화를 許하라, [월간조선]200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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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가 바라보는 오늘의 한국경제
강남불패 신화를 許하라
공병호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
[월간조선]2005.08.
부동산과의 전쟁
소득이 늘어나게 되면 고급 주택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가계 소득에서 주택에 소비하는 지출액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할 정도로 절대 지출액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이나 자동차와 같은 상품의 경우 물량 기준으로 시장 포화 상태에 도달하였다고 하더라도,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주택이란 단순히 기능만을 이용하기 위해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품격이나 이미지 등 다양한 부분에서 효용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주택이 가진 이같은 특성은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시사점을 준다. 그것은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춰서 지속적인 공급 확대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주택 정책은 수요 억제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무조사, 세금 인상, 아파트에 대한 담보대출 인하, 거래 규제, 재건축 규제 등 머릿속에 떠오르는 정책들은 대부분 「하지 말라」는 것 일색이다.
근래에 정부는 「범죄와의 전쟁」, 「빈곤과의 전쟁」처럼 마치 정책 대상과 한판 승부를 전개하듯이 투기와 全面戰을 펼치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역사상 정책의 대상과 규제 일변도의 전쟁을 해서 승리한 사례가 거의 없다.
강남의 매력
참여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투기와의 전쟁」은 이미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앞으로 정부의 선한 의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처럼 투기 억제책 위주의 강도 높은 정책들이 지속되다 보면 궁극적으로 위헌 요소가 있는 초헌법적 조치들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근래 주택 가격 상승의 진원지는 서울의 강남 및 경기 성남시 분당 일대이다. 주택이란 강한 지역적 특성을 가진 상품이기에 특정 지역이 가진 메리트를 없앨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누가 보더라도 강남권은 대단히 매력적인 지역임에 틀림이 없다.
분당과 일산 신도시가 건설된 이후에 두 지역이 변천해 온 과정을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누구든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이것은 고스란히 현재의 주택 가격에 반영되어 있는 실정이다. 학군이나 편의시설 등 어느 면에서 살펴보더라도 당분간 강남권을 대체할 만한 주거지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학원만 하더라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강남과 다른 지역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로 인하여 어느 수준 이상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의 강남行은 당분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高부가가치 직장들도 대부분 강남권에 집중되어 있다. 최근 들어서 굵직굵직한 IT 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분당 일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아마도 주변 환경의 양호함이나 양질의 인력을 구할 수 있는 수도권 지역의 끝자락이란 판단 때문일 것이다.
강남권이 가진 매력을 있는 그대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이를 타도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라는 점이 주택 가격 상승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를 다루는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매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생각하게 될 것이고, 이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이때는 규제위주의 정책이 나오게 될 것이다.
인간이 가진 욕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하며, 이들 가운데 많은 수가 현재 실제로 정책을 요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형평이란 관점에서 바라볼 때도 강남권의 주택 가격 상승은 다른 지역과의 위화감 조성이나 상대적 박탈감 형성이란 면에서 도저히 인내하기 힘든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정책을 제어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세상이 소득에 따라 어느 정도 양극화되어 가는 추세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나은 편의시설이나 학군 그리고 쾌적함을 찾아서 사람들이 이동하고 이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마치 물욕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소득이 늘어난 사람들이 더 나은 주거지를 찾아서 옮겨가는 일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일부 주거지의 성채化는 세계적 현상
물론 최근의 주택 가격 상승이 100% 이같은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같은 요인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주택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현명한 정책을 쓰기에 따라서 주택 가격의 인상폭을 줄여서 안정세를 유지하도록 도울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주택 가격의 상승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점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
주거지와 관련해서 끼리끼리 모여 사는 현상은 앞으로도 점점 더 심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학자들 가운데 일부는 주거지가 「성채(castle)化되어 간다」는 용어를 사용하곤 한다. 강남권이 어느 수준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사실이고, 턱없이 뛰어오르는 가격은 이같은 수요가 미래에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들의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당분간 공급 물량이 상당히 부족할 것이다」는 확신 때문일 것이다. 강남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어느 수준 이상의 소득군에 속할 것이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중대형 고급 아파트이다. 중대형 고급 아파트에 대한 공급 물량이 부족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누구든지 기꺼이 가격을 지불할 용의를 갖고 있을 것이고, 이런 과정에서 주택 가격 상승이란 거의 불가피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강남권의 주택 가격 상승 문제는 단기적으로 우선 강남권에 국한해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권역의 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후자는 시간과 비용이 꽤 들고 정책 효과도 미지수이다.
물론 강남 이외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갖는 소외감이나 박탈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삶이란 것이 항상 똑같은 대접을 받을 수 없는 일이다. 신도시 건설에 따라서 일산과 분당이 동시에 분양되었지만 이렇게 차별화된 가격을 형성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우연이란 요소도 결국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명암이란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이를 일반인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필자 역시 본능을 누르고 이성의 힘을 동원하지 않으면 납득하기 힘든데, 다른 사람들도 거의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을 것으로 본다.
강남권 특성에 맞는 주택정책 펼쳐야
아무튼 주택 가격의 안정화에 강남권의 주택 가격 안정이 불가피하다면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결국 강남권 특성에 맞는 주택정책이다. 강남권 특성에 맞는 주택정책이란 강남권에서 발생하는 주택 수요를 강남권과 인접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택지 공급을 늘려 준다는 대원칙에 따라서 정책을 추진하면 된다. 이것은 그야말로 기본으로 돌아가는 정책이다.
강남권을 뉴욕의 맨해튼처럼 高밀도 개발을 허용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결국 정책 우선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환경 문제가 우선해야 되는지 아니면 공급 물량의 확대가 우선되어야 하는지를 정할 필요가 있다. 얼마든지 高밀도 개발을 통해서 공급 물량을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한한 토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강남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건물에 올라갈 때면 나는 항상 「왜, 이렇게 토지를 낭비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우리는 「얼마든지 토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가질 때가 많다. 거리변은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지만, 조금이라도 대로변을 벗어나게 되면 지나치게 低밀도 개발이 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환경론자들은 다른 주장을 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지역을 또 다른 곳에 확보하기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것은 산림을 훼손하는 일이 될 텐데, 그렇게 하는 것은 과연 환경을 구원하는 일일까? 중국 上海 푸둥지구나 美 뉴욕의 맨해튼처럼 초고층의 주상복합 건물들로 채워진 강남권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그런 원대한 비전을 실천에 옮기지 않더라도 당장 강남지역의 용적률(건축물 연면적/대지면적)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재건축 개발時 소형 주택 의무비율 등을 완화하는 정책을 통해서 현재의 난국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현재 강남권의 용적률은 평균 200%에 머물고 있는데 이를 50% 정도만 조정하더라도 2만 가구 정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근래 정부가 엄격한 재건축 규제를 실시함으로써 주택 공급을 줄이는 것은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재건축이란 주택 공급을 늘리는 일련의 과정이며, 강남권에선 그나마 공급 물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이다.
강남의 구식 아파트들이 지어질 당시에는 싼 택지 가격 때문에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低밀도 개발된 상태이다. 그런데 低밀도로 개발된 아파트란 다른 말로 표현하면 값비싼 땅을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재건축이란 토지가격이 상승하게 되면서 이것에 걸맞게 토지 이용의 효율을 조정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정관념들
그러나 정책을 맡은 사람들은 재건축 대상이 되는 아파트 가격이 뛰어오르는 현상을 감내하기 힘들다. 가격이란 늘 그렇듯이 미래에 지어지게 될 아파트의 가격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 이 아파트들 가격 상승이 주변 지역까지 덩달아서 상승시킨다는 인식을 갖기 때문에 웬만한 정책 당국자들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몇 년을 거친 다음에 공급 물량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무렵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게 되지만, 그 몇 년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갖은 재건축 규제로 원천적으로 공급 물량을 줄이는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든지 자신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으로부터 탈피하는 일이 중요하다. 강남지역의 많은 아파트들이 더욱 더 高밀도 개발을 통해서 맨해튼과 같은 형식으로 개발되는 것을 용인하게 된다면 주택 공급 증가에 따른 강남 집값 안정을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판교도 高밀도 개발로부터 크게 예외는 아닐 것이다. 물론 高밀도 개발에 따른 혼잡 비용을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문제 역시 혼잡 통행료의 징수나 강남권 내 무인열차의 운행 등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란 편익과 비용을 비교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편익보다 불편함이 커지게 되면 이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는 것으로 대응하거나 그 지역을 떠나는 것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강남 인근 지역에 대체 부지를 마련해서 강남을 대체할 만한 주거 단지를 만드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 정책 효과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선 당장 실시할 수 있는 정책부터 서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발상의 빈곤
그리고 강북지역의 뉴타운 설립 등과 같은 조치들은 어느 정도의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강남이 가진 매력을 갖추기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모든 정책이란 우선 순위의 문제이다. 진정으로 강남 주택 가격 상승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발상을 전환해 보라. 강남에 택지가 부족하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발상의 빈곤이 문제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미국이나 유럽 일부 지역에서도 한국의 강남지역 못지않게 가격이 올랐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특정 지역의 집값 잡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는 없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일부 동네의 집값이 상당 수준까지 올랐다고 해서 상대적 위화감 때문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우리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목소리를 높이고 원칙에 어긋나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사용한다고 해서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마음이 급할수록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이라도 공급 물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할 수 없는 이유로 이것저것을 찾을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을 선택해서 소비자들이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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