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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9 21:42:23

박성인

[펌]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전진 홈페이지에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의 태도

전진 홈페이지 / 2005. 06.07.

황우석 교수의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진척을 이루면서 국내외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한국인에 의해서 연구가 선도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이 한국인들을 더욱 열광시키는 것 같다. 민족주의적 감성 때문에 더 열광해야할 이유도 없겠으나 결코 무관심한 일이 될 수도 없을 것이다.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있어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견해와 민주노동당이 취해야할 입장에 대해 간략한 고민의 단초들을 서술해보기로 한다.

1. 복제배아줄기세포란 무엇인가

줄기세포란 조직으로 분화하지 않은 세포를 말한다. 배아 시기에는 줄기세포가 대량으로 존재하여 신체 각 부위의 조직과 장기를 형성하며 점차 감소한다. 출생 시기에는 거의 소량만 남고 신체가 성장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성인이 되면 미량만 남게 된다. 성인이 된 후에는 손상된 조직의 재생에만 기여한다. 즉 신체의 각 조직을 형성하는 원료세포라고 비유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여기까지가 ‘줄기세포’에 대한 설명이다.
성인의 몸에는 미량의 줄기세포만이 남기 때문에 신체에 큰 손상이 있을 경우에는 재생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크게 손상된 장기는 장애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에 착안하여, 줄기세포가 대량으로 존재하는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서 인체에 주입하여 손상 부위를 재생시킨다는 생각을 해낸 것이다. 그럼으로써 지금으로선 치료 불가능한 질환들을 치료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줄기세포 연구의 기초적 믿음이 된다. 여기까지가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설명이다.
줄기세포 추출에 필요한 배아를 확보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인공수정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가 남아서 폐기하게 된 ‘잉여배아’를 쓰는 것인데, 이 경우에는 면역거부반응의 문제가 제기된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복제배아줄기세포’라는 것이다. 난자를 수정 상태로 만들고 수정란의 핵을 빼내어, 환자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으로 치환하여 배아를 발생시킨다. 적당한 시기에 그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하여 환자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줄기세포가 환자의 체세포를 사용하여 만든 것이므로 면역거부반응을 피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번에 황우석 교수가 실험에 성공한 ‘복제배아줄기세포’라는 것이다.

2. 복제배아줄기세포에 제기되는 문제점들

(1) 생명윤리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있어서 가장 흔하게 알려진 논란은 생명윤리에 관한 문제다. 이는 생명의 형성 시점에 관한 견해와 관련된다. 수정 시점에서부터 생명체라고 보는 특정 종교의 견해에 근거하여, 배아 파괴를 수반하는 줄기세포 추출을 죄악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배아(胚芽)와 태아(胎芽)의 구분이다. 의학에서는 흔히 수정 후 2개월까지를 배아, 그 이후를 태아라고 부른다. 특히 수정 후 14일까지의 배아는 조직이 분화, 형성되지 않은 세포 덩어리일 뿐이다.
이를 생명체로 간주하는 보수적 종교인들의 견해에 대해서는 단호히 기각할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배아를 생명체에 준하는 ‘잠재적 생명체’로 본다. 자궁에 착상하면 생명체로 자라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나 잠재적 생명체라는 개념은 실로 모호할 수밖에 없다. 자궁에의 착상을 전제한 생명체 형성 가능성을 그 기준으로 삼는다면, 상호 수정을 전제한 생명체 형성 가능성에 근거하여 인간의 정자와 난자에 잠재적 생명체의 지위를 부여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참으로 많은 혼란이 초래된다.
배아는 생명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잠재적 생명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정의하기도 곤란하다. 그보다는 생명체를 형성할 가능성을 지닌 하나의 ‘질료(質料)’라고 정의함이 타당할 것이다.
실제로 인공수정 과정에서도 쓰다가 남은 배아들이 폐기처분된다. 만일 배아에 생명윤리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인공수정은 그 자체로 엄청난 죄악이 될 것이다.

(2) 난자 추출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가장 큰 난관이 되는 문제가 난자 조달이다.
배아를 복제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몸에서 추출한 난자가 필수적인데, 난자 추출 과정에서의 기술적 문제로 인한 부작용 가능성과 함께, 난자 조달 과정에서의 온갖 사회적 문제들도 예상할 수 있다. 난자는 자연 상태에서는 1개월에 하나 정도가 생성되기 때문에 많은 수의 난자를 확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복제배아줄기세포가 실용화할 경우 난자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에 따라-인공수정을 위해 지금도 존재하는-난자 밀매시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 때문에 난자 조달의 여러 문제점과 난점들을 피할 다른 연구방향들도 제기된다.
그 중 하나가 잉여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잉여배아는 인공수정을 목적으로 생성된 배아들 중에 목적을 달성하고 남은 것들을 말한다. 이럴 경우 난자 조달의 어려움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체세포를 결합한 복제배아와 달리, 순전히 타인의 것으로 수정된 잉여배아는 면역거부반응의 위험이 있다.
인간의 몸에 미량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하여 배양하는 대안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에는 난자 조달 문제는 물론이고 생명윤리 문제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성체줄기세포는 워낙 미량이라 치료에 사용할 만큼 대량증식이 어렵다. 증식하면 세포가 노화하기 때문에 무한분열이 어려운 것이다. 연구를 통해 이런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으며 그에 관한 많은 기술적 논란들이 있다.

3. 문제점들에 대한 견해

위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실용화를 반대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우선 생명윤리 문제에 대해서는 여기서 길게 논할 것은 없겠다. 배아를 생명체로 보는 입장과 생명의 질료로 보는 입장은 상호간에 철학적 기초부터 근본적으로 상이한 입장에 서있다. 따라서 이 논쟁은 순전히 가치판단의 문제만을 겨루는 철학적 윤리적 신학적 논쟁으로 흐를 수밖에 없을 것이며 궁극적으론 각자의 입장을 선언적으로 재확인하는 과정의 반복이 될 뿐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단지 배아가 생명의 질료이며 거기에 생명윤리를 들이대는 일은 무의미하다는 견해를 재확인하는 것으로 그치고자한다.

현실적 난관으로 대두되는 난자 조달의 문제는 현대의학 일반의 문제들과 떼어서 논할 수 없다. 일체의 외과적 수술과 약물투여-사실상 대부분의 의료행위-는 폭력적이며 고통을 수반하며 의료사고와 부작용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 난자 추출 과정에서의 기술적 문제들도 그 범주로 파악해야한다.
의학적 필요에 의해 인간의 혈액, 장기, 시신 등이 자발적 기증을 원칙으로 조달되는데, 실제로 그 과정에서는 많은 부분이 밀매에 의해 유통되고 있으며 심지어 범죄적 방식으로 탈취되기까지 한다. (한국이 고아 수출국임은 잘 알려져 있으나, 시신 수입국임을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복제배아줄기세포 실용화에 의한 난자 수요의 증가 때문에 발생할 여러 사회적 문제들은 그 범주로 파악해야한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기술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극복해야할 대상인 것이지, 연구와 실용화 자체를 반대해야할 이유는 아닌 것이다.

보수적 종교계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이유 중에서 생명윤리 일반의 문제보다 더 현실적 이유가 있다. 배아줄기세포 추출이 인간복제를 위한 전초기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자연과학 발전에 대한 관점과 관련된다. 어떤 구체적 기술에 있어서 어디서부터가 그것의 전초기술이 될 것인가를 구분하는 일은 실로 모호하다. 피한방울 안 흘리고 살만 도려낼 수 없듯이, 명료하게 가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프로메테우스의 신화처럼 인간이 불을 사용하는 일도 신의 영역에의 침범일 수 있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과학발전-더 확대해서는 인간 지식발전-의 불가역성(不可逆性)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먼 옛날 어느 시점에, 어느 영장류 동물이 사냥도구를 자기 손으로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그 최초의 생산으로부터 순식간에-그때까지의 진화과정에 비한다면 실로 순식간에-그 동물은 오늘과 같은 고도의 과학문명을 창출하였다. 최초의 생산으로부터 그 동물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인간이 이미 알게 된 지식은 누군가가 금지한다 해서 모르는 것으로 되돌릴 수 없다. 수요가 있는 한에는 어떻게든 공급은 창출된다. 그것의 악용 가능성을 완전하게 차단하는 일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악용을 방지할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구할 수 있는 길은, 연구와 생산과 유통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시키고 적절하게 통제하는 길 뿐이다.
다시 말한다면 과학기술 발전 자체는 누구도 막지 못한다. 그것이 어떻게 쓰여 지는가의 문제는 소유와 통제와 관리의 영역에서 결정될 것이다.

4. 민주노동당에 던져진 과제와 기회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원칙적 찬성의 기조 위에서 난자 조달 과정에서의 문제들을 포함한 예상되는 제반 기술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 및 투명성 확보를 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에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복제배아줄기세포가 실용화할 경우, 지금과 같은 의료시장이 온존한다면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그 위대한 생산물은 자본의 초과이윤을 보장하는 값비싼 상품이 될 것이며, 불치병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인류의 꿈은 극소수 가진 자들의 몫에 그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당은 ‘줄기세포’라는 거대한 화두를 의료 공공성 강화를 제기하는 지렛대로 활용해야할 것이다. 그것은 기존의 무상의료 공약으로 상징되는 사회복지기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료체계 전반의 사회적 소유와 탈시장화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하여 고민되어야할 것이다. 그리하여 질병으로부터의 해방은 궁극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으로부터의 해방이 전제된다는 명백한 진리를 현실에서 관철해내야 할 것이다. 그런 까닭에, 줄기세포에 관한 입장표명과 정책수립이 단지 환경부문의 문제로만 취급된다면 협소한 시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입체적 정책수립이 요구되는 일인 것이다.

	[펌] 봄은 만인에게 평등했는가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박성인	2005/06/29

자료축적 중입니다.

박종성

200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