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 '더' 인간적 생명 위해 '덜' 인간적 생명 희생은 정당한가, [월간 말]229호
'더' 인간적 생명 위해 '덜' 인간적 생명 희생은 정당한가
서 경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
[월간말]229호
황우석 교수의 체세포 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 연구로 인해 촉발된 생명윤리 논쟁의 핵심은 “배아를 인간 생명체로 간주해야 하느냐?” 와 “인간 복제(human cloning) 연구를 허용해야 하느냐?” 이다.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초기 배아를 인간이 되지 못할 세포덩어리로 간주하느냐, 또는 배아는 태아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환경 하에서 인간으로 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인간 생명체로 간주하느냐에 따라 배아의 생성 및 희생의 윤리적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인간생명의 시작을 언제부터로 보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것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문제와 결부되어 쉽게 결론내리지 못했던 오래된 주제이다. 이러한 인간생명 시작에 관한 논쟁은 최근 시험관 아기 등의 보조생식술이 발전하고, 배아 줄기세포 연구 등이 확대되어 임신초기 수정란 및 배아를 다룰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그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태아가 모체에서 발생하는 기간은 마지막 생리시작일로부터 40주(280일)이다. 실제 배란되어 수정된 때부터 계산하면 266일이 걸린다. 배란은 생리주기가 28일인 여성의 경우 대개 마지막 생리시작일로부터 14일 전후로 일어난다. 수정은 정자가 난자의 투명대를 침투해 들어가면서 시작하며 대개 난관의 난소술(fimbria) 끝 부위에서 일어난다. 수정란은 약 7일간에 걸쳐 난관을 통과해서 자궁에 도착하는데 이때 수정란은 이미 포배(blastocyst)로 분화하게 된다. 포배는 자궁에 도착한 후 착상이 시작되어 대개 7일 이내, 배란이 시작되어 약 2주간에 걸쳐 착상이 완료된다.
인간 생명의 시작은 언제부터로 봐야 타당한가?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부터 더없이 존중하겠노라”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이 전통적인 의학적 관점에서는 인간생명의 시작을 수태된 시점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생명의 시작을 수태된 시점으로 정의한다고 하여도 수태의 시작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태(concetion)의 시작을 수정(fertilization)이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수정도 어느 한 순간 순식간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약 24시간에 걸쳐서 서서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즉 정자가 난자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더라도, 당분간은 두 세포의 핵이 분리된 상태로 있다가 나중에 합쳐져서 새로운 유전체(genome)가 형성되는 것이다. 즉 수정이 시작된다고 해도 바로 새로운 개체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21세기 한국사회, 민주주의, 민중복지, 인간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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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더' 인간적 생명 위해 '덜' 인간적 생명 희생은 정당한가, [월간 말]229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