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주의자들의 노조활동
미래연대
미래연대 홈페이지, 2005.07.02.
각 나라는 노조활동에서 다른 나라들과는 다른 그 나름의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특이성을 넘어 보편적인 것이 있다. 그리고 모든 노동해방주의자들에게 가장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보편적인 것’이다.
당장에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노동자계급 지도자들의 중핵을 건설하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첫째, 이 노동자들은 노동해방주의 정치강령을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계급에 전적으로 헌신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그들을 교육하고, 그들을 투철한 노동해방주의 활동가로 바꾸어내기 위해 투여하는 조직적 노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둘째, 이 노동자들은 자기 사업장과 자기 지역의 노동자들 사이에서 개인적 차원과 정치적 차원 모두에서 진정한 영향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주요한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그런 영향력을 형성할 가능성은 계급투쟁이 얼마나 발전하여 이 활동가들이 동료 노동자들 앞에서 자신들과 자신들의 사상을 입증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지에 주로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계급투쟁의 객관적 발전단계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계급투쟁이 계속 퇴조상태에 머물러 있게 되면, 레닌이 노동자계급 안의 ‘전위’를 언급하면서 노동해방 정당은 바로 이들을 획득해야만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던 바로 그런 의미의 ‘선진노동자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것은 정치의식을 가진 노동자 활동가들이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계급투쟁의 퇴조상태에서는 이런 정치의식을 가진 활동가들의 지향은 대개 개량주의다. 그들은 주로 노조기구와 개량주의 정당들(가령 민주노동당) 안에서만 활동한다. 때때로 그들 중 일부가 아주 급진적인 문구를 사용할지라도 그들이 개량주의 정치에 감염되어 있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물론 이런 정치화된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일부조차 획득하지 못한다면 어떤 변혁정당도 건설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활동가들은 혁명적 정책이 개량주의 조직의 정책보다 노동자계급의 힘을 제대로 동원하고 발전시키는 데서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이해할 때에만 획득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오직 위기의 시기에만 대규모로 가능하다. 즉 개량주의 세력의 정책이 노동자계급의 이해에 분명히 반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노동자대중의 전투성이 개량주의 세력에 맞설 정도로 충분히 자신감 있게 솟구치는 시기에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그런 시기를 대비하여 우리는 최상의 노동자 투사들을 준비시키고, 그런 시기가 등장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들을 목적의식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노동조합 활동에서 세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노동해방주의자들은 언제나 일반 노동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 그들의 고민, 의식수준을 치밀하게 고려하는 방식으로 현장 정치활동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깜빡하기가 쉽다. 가령 여러 이유로 지금의 노조 집회에는 아주 소수의 평조합원들만이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노동해방주의자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다수 노동자들과 정규적 관계를 맺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노동해방주의자들은 노동대중과 분리된 채 오직 노동조합의 간부들과의 접촉, 그리고 그들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만 머물게 될 것이다. 이것은 노동조합의 간부들, 노동조합 활동가들, 일부 정치화된(그러나 대개 개량주의 정치에 아직 머물러 있는) 노조 활동가들로부터 노동해방 중핵들을 모집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은 오직 이들에게 아래로부터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동대중의 전투성 증대를 통해서만 열릴 수 있다는 객관적 판단과 배치된다. 대단히 힘이 들고 당장 성과가 눈에 띠지 않더라도 노동대중을 겨냥한 아래로부터의 정치활동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둘째, 노동해방주의자들은 개량주의 조직들과 관료들의 배신에 분명하게 반대하는 전투적 방향에서 더 광범위한 노동자들의 투쟁네트워크를 현장을 중심으로 조직해야만 한다. 이 네트워크 안에 있는 모든 노동자들이 노동해방주의 강령 전체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네트워크를 통한 대중투쟁의 활성화가 반드시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들은 거기에 참가하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이것을 지렛대로 삼아 우리는 끈질기게 대중적 노조 투쟁을 활성화시켜야 하며, 이를 통해 노동대중의 급진화를 추동해야 한다.
셋째, 노동해방주의자들은 사상(이것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 지금 당장은 직접적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위기의 시대에 이것은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게 될 것이다.)을 대중화할 수 있는 수단을 현장에서 확보해야 한다. 그런 사상의 예로는 노동자 통제의 필요성, 민주적인 평조합원들의 파업위원회,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산업의 장벽을 깨뜨리면서 형성해야 할 전투조직의 윤곽의 제시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장 계급의식적인 노동자를 찾아 그런 노동자들을 차츰 노동해방 조직의 사상과 조직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항상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노동해방 조직의 성원들이 노조 활동가로서 또는 현장의 다양한 조직의 활동가로서 활동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세계 노동해방운동의 오랜 역사가 기본원칙으로서 승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문제는 노동해방 활동가들이 노조 활동이나 다양한 현장조직 활동에 배타적인 우위를 두는 것이며, 이런 활동을 통해서만 일반 노동자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노조나 다양한 현장조직 활동에만 자기 힘을 거의 다 쏟아버리는 노동해방 활동가들이 노동자대중, 즉 일반 노동자들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을까?
아마 노조활동이란 측면에서는 사실일지 모르겠지만, 정치적 측면에서 봤을 때는 아닐 수 있다. 만일 노동해방주의자들이 일반 노동자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알리려고 노력하지 않고, 소수의 ‘전투적 노조 간부들’에게만 배타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면서 여기에만 노동해방 활동을 제한하려 한다면, 그것은 위험하다. 그런 활동은 그 동지들을 어느 시점엔가 고립시키고 그 동지들을 노조 관료들의 좋은 사냥감으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있다. 만약 그 소위 ‘전투적 노조 간부 혹은 현장조직 활동가’가 이러저러한 이유(가령 노조체계 내의 상층부로 편입되면서 발생하는 타락)로 변질하거나 노동해방 조직을 멀리 한다면, 노동해방 조직의 모든 영향력은 없어지고 만다. 한마디로 정치적 활동의 역사적 성과가 몇 명의 노조 간부들의 향배에 따라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모든 나라의 노동해방운동의 역사적 경험은 확고한 노동해방주의자로 거듭나지 않은 노조 활동가들이 일관되게 끝까지 전투적 투사로 남아 있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음을 거듭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잘못된 선택은 혁명가들이 일상적 시기 노동조합운동 속에서 달성해야만 하는 두 가지 주요한 과제들을 결코 달성할 수 없게 만든다. 노동조합운동 속에서의 일상적 시기에 주요하게 부각되는 두 과제란 다음이다.
(a) 새로운 멤버들을 성숙한 노동해방주의자로 만드는 것. 즉 노조 안에서든 다른 곳에서든 자신의 활동은 노동해방주의에 입각한 정치적 강령이 결정짓는 것이지 단순한 노조 활동에 의해서가 아님을 이해하는 노동해방 투사로 만드는 것(다시 말해 노동해방 투사들이 조합주의적으로 퇴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b)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노동해방이라는 정치적 목표와 노동계급적 투쟁방법을 대중화하여 노동자계급을 미래의 전투에 대비시키는 것. 그것은 노동자계급에게 유리하게 사회적 세력관계를 변화시키고, 기존의 박제화된 노조체계나 개량주의 지도부에 의지하기보다는 평조합원들 속에서 지도력을 창출하는 수단으로서 노동대중 자신의 자주적 투쟁기관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런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파업 시기든 아니든 관계없이 1년 내내 현장노동자들에게 무언가를 말하는 그런 안정적인 정치활동이 필요하다. 게다가 결정적 시기(파업 시기와 같은)에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해방주의자들의 주장과 제안을 기꺼이 지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의문에 대한 정치적 해답을 제공할 수 있고 노조관료들의 한계를 지적하며 노동계급적 투쟁방법을 안내하는 일상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노동해방주의 현장조직을 모든 현장에서 정력적으로 건설해 들어가야 한다. 비록 그것이 노동조합 체계의 간섭과 비난을 초래하더라도, 심지어는 전투적이기는 하지만 결코 노동해방주의적이지는 않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편견과 마주쳐야 할지라도 그런 활동은 언제 어떤 시기이든 회피해서는 안 된다.
노동해방주의자들은 현장 사안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정기적으로 노동해방적 관점에서 자기의 주장을 알려내야 한다. 우리는 그런 매체를 체계적으로 발간함으로써 일반 노동자로 하여금 현장 차원에서나 전체 사회적 차원에서나 진행되는 사태의 흐름을 스스로 짚어보면서 우리 사상에 대해 판단하도록 만들 수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결정적 상황이 왔을 때, 노동자들이 우리 주장 가운데 일부를 친숙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우리말을 끝까지 듣고 싶어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조건이다.
다음으로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모든 현장에서 실천하는 노동해방주의 동지들은 노조 활동을 통해(가령 소위원 모임, 노조 산안부, 쟁의부, 문화패 동아리 등에서의 활동을 통해) 노동자들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꾸준히 전개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만나는 노동자들이 반드시 우리의 사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심지어는 자기 현장 바깥의 문제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노동자들을 분명한 정치적 기초 위에서 만나고 조직하기 위해서는 노동해방주의자들은 독자적인 매체를 현장에서 배포해야 하며, 이 배포망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정치적 대화를 조직해야 한다. 이런 망으로 연결된 현장 동료들은 우리가 관료들과 부딪힐 때 특별히 중요한 힘이 된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노동해방 투사들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현장에서 독립적인 정치활동을 전개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근본적으로 선택의 문제이지 조건의 문제는 아니다. 숫자는 채택해야 할 매체의 종류, 그리고 정치활동의 객관적 폭을 좌우할 뿐 정치활동의 필요성 유무를 결정짓지는 못한다.
모든 면에서 우리가 현장 활동에서 노동해방주의자들이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 것은 항상 우리 자신을 전체 노동자들 앞에 독자적 사상을 가진 정치적 경향으로 세워내는 것이다. 평조합원 또는 노조 간부로서의 노조 활동은 이런 근본적인 정치활동에 덧붙여지는 것이고, 여기에 종속되는 것이다. 모든 노동해방주의자들에게 그것은 또한 ‘정치적 위생’의 문제이다. 이것은 노동해방주의자들이 노조 활동에 너무 매몰돼서 노조 활동이 필요한 진정한 이유(노동해방주의 정치강령이 제시하는 바로 그것, 즉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해방을 위한 변혁적 활동)를 잊지 않고,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도록 만드는 객관적 보증물이다.
노조간부로서의 활동 조건
노동해방주의자들의 노조에서의 활동은 이상의 목적에 의해 규정된다. 만약 그가 노조 간부로 선출되면(그런데 우리는 특별한 예외적 조건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경우에 노동조합 체계의 상층부 지위가 아니라 조합원대중과 밀착할 수 있는 그런 기층 간부직에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이는 퇴행하고 있고 관료제가 성장하고 있는 지금의 노동조합운동에서는 더욱 강조해야 한다), 그는 민주적으로 책임지고, 현장 평조합원들과 적극 결합하는 전통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휴식 시간에 정기적으로 현장 보고대회를 열어 자신이 노조 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주요한 결정 사항이 제기될 때마다 현장 노동자들의 자발적 승인을 얻기 위해, 그리고 비록 회사가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지는 않을지라도 현장 평조합원들이 노동조합 사업의 몇몇 중요한 책임을 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그들은 또한 은밀한 곳에서 사측과 장시간 회합을 하는 노조의 ‘비밀외교’의 전통을 깨고, 그런 데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노동조합의 모든 활동을 대중에게 공개하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의 모든 주요 권력을 평조합원 대중에게 이전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요구를 계속해야 하며, 만일 노동조합에서 관료적인 습성이 드러난다면 이것을 대중에게 공개하여 제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만약 노동조합이 전체적으로 볼 때 대중을 기만하면서 협조주의적인 태도를 드러낸다면, 공개적인 비판을 조직하면서 간부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 모든 활동을 관통하는 핵심 사상은 그가 노동조합의 공식 체계의 한 부분으로서가 아니라 조합원대중의 지도자로서 행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간부로서의 활동을 포함한 모든 활동을 통해서 노동해방주의자들은 노동조합운동에 미치는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노동조합의 본성을 뛰어넘어 노동조합이 계급투쟁의 도구로 기능할 수 있는 조건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변혁적 시기를 대비해야 한다.
그런 모범을 세계노동운동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가령 프랑스의 노동해방주의자들은 프랑스의 주요 노총인 노동총동맹(CGT)에서 스탈린주의적인 노조관료들의 통제 때문에 거의 비밀스런 활동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은 거의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은 공산당을 지지했던 많은 노조 활동가들이 자기 지도부의 정치에 대해 확신을 잃었고, 그 결과 점점 더 많은 수가 정치로부터 멀어져가면서 노조 활동가들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 무관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노동총동맹에 속한 대다수 노조들 내에 공산당 지지자들보다 노동해방주의 활동가나 지지자들이 더 많다. 이에 따라 공산당 지지자들의 스탈린주의적인 공격(가령 노조에서 축출하거나 징계하는 것)에 대해 프랑스 노동해방주의자들은 더 이상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노동해방주의 활동가들이 스탈린주의 공산당 활동가들보다 노동조합 대중에게 더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런 성과(물론 초보적 성과)를 거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그들의 노조 속에서의 일관된 정치활동의 결과다. 노조 상층기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그들의 정책이 결코 아니었다. 예전보다 노동조합 체계에서 영향력 있는 자리를 차지하는 게 훨씬 쉬워진 오늘날에도 그들은 여전히 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들은 현장 차원에서 노동조합의 기층 간부직에 전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이 간부직의 지위란 많아야 한 달에 몇 시간 정도를 유급으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위인데, 그 시간을 그들은 보통 현장 각 부서의 노동자들과 토론하고, 노동자 집회를 조직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사장들이나 관리자들과 따로 만나는 것은 절대적으로 피하고 있다. 나아가서 그들은 노조기구 내 간부직을 맡고 있는 노동해방주의 동지들에게 그것이 확고한 노동해방 투사로서 그들이 노조원들에게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반영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노동조합적 활동의 결과물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보라고 요구한다. 이것은 우리 한국의 노동해방주의자들이 노조 활동에서 배워야 할 모범이다.
물론 이런 무기들은 아마도 (아니 분명히) 모든 시기에 항상 정당한 모범 답안은 아니다. 만약 변혁적 시기가 도래하여 조합원대중을 비롯한 노동자대중의 전투성이 높이 발휘되고, 이것이 노동조합 체계에까지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라면, 또한 일상적 시기라도 전투적 투쟁이 솟구쳐올라고 있고 아직 관료제가 자리 잡히지 않은 몇몇 노조들(가령 투쟁하는 신생 비정규직 노조들)에서는 노동조합 체계의 상층 지위에 대해 노동해방주의자들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상층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계급투쟁이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고, 정치적, 사회적 위기가 눈에 분명하게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간을 정해놓고 진행하고 관료들에 의해 모든 것이 좌우되고 대중의 아래로부터의 역동성은 거의 발견하기 힘든 박제화된 가짜 파업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파업투쟁이 파편적으로만 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노조들에서 이미 관료제가 어느 정도 확고하게 자리 잡힌 지금 시기의 노동조합운동을 고려할 때는 예외적인 것으로 반드시 규정해야만 한다. 각 시기에 노동조합운동 속에서 어떤 조직적 수단을 사용할 것인가는 지역 상황, 정치적 전통 그리고 계급투쟁의 세력관계를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집단적 규율과 미래
현장 단위에서 건설되는 노동해방 소조들은 노동해방주의자들의 전체적인 목표라는 관점에서 모든 활동들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 그것은 이 동지들이 맡고 있는 노동조합 체계에서의 책임이 얼마나 크고 작은지에 관계없다. 어떤 동지도, 심지어 그가 위원장일지라도 자신의 노조 활동에 대해 자기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 간부이든 평조합원이든, 위원장이든 소위원이든 모든 노동해방주의 활동가들의 현장 활동의 방향을 결정하고 지원하는 것은 이 현장에 있는 전체 노동해방주의 동료들의 임무여야만 한다. 노동해방주의의 정치활동 노선을 이러한 조직적 원칙과 결합시킴으로써 노동해방주의자들은 현장에서 나타나는 노동조합주의적 보수적 편견과 정서, 개량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를 확보한다.
모든 곳에 딱 들어맞는 단일한 공식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곳에서 지향과 관점은 동일하다. 노동해방주의자들은 노동해방 투사의 자격으로 현장에서 정치활동을 전개하지, 노동조합 활동가의 자격으로 그리고 노동조합 서기의 수준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전개하지 않는다. 노동해방주의자들은 일반적인 노동조합 활동가들, 그리고 이들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무늬만 정치조직들처럼 노동조합 체계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주목하지 않는다.
그 대신 노동해방주의자들은 노동조합 간부직을 비롯한 모든 것들을 노동조합 대중의 투쟁을 고취하고 노동자 의식을 발전시키며 노동조합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대중적 통제권과 주도권을 확립한다는 기본 목적에 입각해 바라본다. 그리고 우리가 노동조합에서 보유한 힘, 노조관료들과 우리들 사이의 세력관계, 노동조합운동의 물결, 대중의 전투화 정도 등의 객관적 요소들을 침착하게 판단하면서 매 시기에 노동조합 속에서의 자기 활동 노선을 점검한다. 또한 노동해방주의자들은 노동조합 체계 속에서의 활동을 현장에서의 활동의 가장 주요하고도 결정적인 요소로 간주하지 않는다. 노동조합 혹은 현장조직과 별도의 독자적인 정치활동을 전개하기를 포기하지 않으며, 이 정치활동의 수위를 지속적으로 대중화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그리하여 노동조합운동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해방운동의 승리, 즉 전체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해방을 위한 그 시기를 노동해방주의자들은 목적의식적으로 준비한다. 이상이 노동해방주의자들의 노조 활동의 기본 노선이다.
우리는 이 노선 말고는 노동조합에 개입하는 다른 노동해방 노선을 알지 못하며, 이 노선 말고는 자생적 노동조합운동의 보수적 본성과 맞서면서 노동조합을 노동해방을 위한 또 하나의 수단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다른 길을 알지 못한다. 이것이 지금 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노동조합운동의 퇴행과 보수화 경향 앞에서, 반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수많은 잠재력을 갖춘 비정규직 노조운동 앞에서, 그리고 정치운동의 온갖 모습들 앞에서 미래연대가 제출하는 단 하나의 전진의 길이다.
그 길에 모든 진지한 노동해방주의자들, 모든 전투적 노동조합 투사들과 미래연대는 함께 서 있기를 희망하고, 그렇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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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혁신과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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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연대] 노동해방주의자들의 노조활동, 2005.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