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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파, 혁신과 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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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6 17:07: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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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인 |
 [원영수] 국제좌파운동의 현황과 과제: 좌파통합 움직임을 중심으로, [진보평론]2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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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좌파운동의 현황과 과제: 좌파통합 움직임을 중심으로
원영수 노동자의힘 편집위원장
[진보평론]제22호, 2004.겨울호
1. 낡은 것의 종말과 새로운 것의 시작 사이에서
이론의 여지없이 20세기 사회주의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는 반세기의 세계사를 지배했던 냉전체제의 종식을 알렸으며, 이는 전세계 노동자-민중운동에게 역사적 패배로 자리매김하였다.
더불어 “역사의 종언”이라는 이데올로기적 합리화를 초현실주의 담론으로 만든 냉혹한 계급질서는 한편에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공세로, 다른 한편에서 9.11테러를 계기로 전면화되는 제국주의적 전쟁공세로 물질화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저항은 국제적 반세계화운동과 반전운동으로 나타났을 뿐, 종래의 좌파세력*1)은 역사적 패배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한 유의미한 대안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1989년의 후폭풍은 세계지도에서 사회주의국가를 몇 개의 점으로 해체시킨 외에도, 제국주의 중심부에서 노동운동과 공산주의운동의 무력화-주변화를 가져왔고, 한 때 무장투쟁을 중심으로 제국주의에 대항했던 민족해방운동 역시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면, 사실상 소멸상태에 이르렀다.
이러한 좌파의 몰락은 역설적으로 그 대항세력이었던 사민주의*2)의 몰락을 가져왔다. 제3의 길로 위장했지만, 사민주의의 우선회는 사민주의의 신자유주의로의 포섭-투항에 다름 아니며, 비록 사민주의 세력은 완전히 몰락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전세계의 중심부나 주변부 모든 지역과 국가에서 노동자계급정치의 공백은 공통된 현상이며, 이는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원점에서 새로 모색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냉전으로 상징되는 낡은 질서가 이미 종말을 고했지만,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질서는 일국적-국제적 차원에서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은 시대적 특수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일국적 차원에서는 여러 가지 정치적 변화가 중층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20세기의 정치적 지형 및 역관계의 완만한 해체가 곧바로 기존세력관계의 재편에 기초한 새로운 지형구축으로 연결되고 있지 않다.
한편에서 미국제국주의의 일국헤게모니 체제에 대항하는 반세계화운동의 급격한 고양과 이의 반전운동과의 결합은 국제적 차원에서 대중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일국적 차원의 정치지형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거의 없는 편이다. 물론 극우파의 점진적 득세, 우파와 사민주의의 정치적 수렴, 기존 제도정치에 대한 대중적 환멸의 증가 등이 보편적인 현상임에도, 최근 라틴 아메리카에서 기존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의 몰락과 제도좌파정부의 출범 정도가 새로운 지형변화의 가능성을 예고할 뿐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제국주의 체제를 뛰어넘는 반자본주의적 대안을 주도할 정치세력은 여전히 파편화된 상태에 있으며, 기존의 제도좌파를 대체할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등장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부분적으로 여러 가지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반세계화운동과 노동자-민중운동의 상대적 활성화에 비해,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2. 현시기 국제좌파의 상태와 좌파통합
현시기 국제좌파*3)의 상태를 규정하는 일차적 조건은 바로 사민주의의 우경적 선회로, 이는 20세기 후반 내내 진행된 탈노동자계급화, 탈사회주의화의 완성에 다름 아니다. 사민주의는 제국주의 전쟁에의 동참, 파시즘에 대한 부분적 협력, 자본과의 타협 등의 역사를 뒤로 한 채, 다양한 형태의 노선전환을 통해, 특히 복지국가의 해체를 통해 실질적 신자유주의적 지배블록의 일부로 편입되어 가고 있다.
한편 사민주의에 대항하는 좌파의 주류를 형성했던 공산주의 세력은 소련해체의 직접적 영향으로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받았으며, 대중적 기반을 가진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사민주의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하고 있다. 이는 냉전시기 진행된 공산주의운동의 개량주의-합법주의-선거주의적 전환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국제적 계급투쟁 속에서 사회주의 진영의 확장으로 그 내적 문제를 은폐했지만, 본질적으로 대중의 혁명적 역동성을 받아내지 못한 채, 각국 공산주의운동이 소연방의 외교정책의 도구화되었던 역사적 경험의 불가피한 결과이다.
사실상 일국적 수준에서 계급투쟁, 혁명투쟁의 지도력이 붕괴되었지만, 이를 왜곡된 민주집중주의에 기반한 ‘종파주의’와 계급현실을 외면하는 ‘교조주의’의 결합을 통해, 국내외적 반공주의 공세 속에서 일정한 세력권(게토)을 유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국제공산주의운동의 분열(유고, 중국 등)과 원심력의 가속화 속에서, 사실상 국제공산주의운동의 공동화 현상이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와 함께 폭발함 셈이다.
20세기 후반 사회주의 세계체제의 외형적 세력 확장과는 달리, 1) 사회주의 진영 내에서 혁명운동의 내적 붕괴, 2) 국제공산주의운동의 투쟁력상실, 계급투쟁 지도력상실로 요약되는 국제공산주의운동의 위기가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 근본적 이유는 바로 소련의 세계혁명론에 있었다. 사회주의 세계체제를 주력군으로 설정함으로써, 제국주의 중심부의 노동운동과 식민지-반식민지의 민족해방운동을 보조부대로 설정한 자의적 전략은 실제로, 대서방 관계에서 평화공존 및 일반민주주의의 확장 속에서 사회주의로의 점진적 이행 전략으로의 우선회, 대부분의 공산주의 운동의 제도화를 의미했다. 따라서 국제공산주의 운동의 1차적 과제는 제국주의의 핵전쟁공세에 맞서 사회주의 진영의 방어로 설정되었던 것이다.(소련의 핵군비 경쟁, 우주경쟁은 사회주의 경제의 토대 침식,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 가능성 박탈, 궁극적으로 사회주의진영 해체의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같은 주류 공산주의에 맞섰던 반스탈린주의 좌파운동 또는 비주류 공산주의운동은 트로츠키주의, 좌익공산주의, 마오주의, 게바라주의=카스트로주의, 아우토노미아 맑스주의, 무정부주의/생디칼리즘 등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은 역사적으로 1940년대 말 소련과 유고분쟁, 1950년대 중반 중소 수정주의 논쟁, 1960년대 학생운동의 급진화에 기반한 1968혁명 등의 주요한 정치적 격변을 거치면서 조직화와 분화의 주기를 거듭했다.
이들의 주류 공산주의(스탈린주의 및 네오-스탈린주의)에 대한 비판은 많은 경우에 타당한 것이었지만, 좌파운동의 주류를 장악한 주류 공산주의에 맞선 유의미한 대중적 좌파운동의 건설에는 실패했으며, 대개 일정한 성장기를 거친 후 주변화되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의 경우는 극도의 종파주의와 분열주의로 귀결되어 전도된 스탈린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가운데, 1968혁명의 주체로 등장했던 신좌파운동은 구좌파운동에 대한 비판을 통한 일정한 세력화에는 성공했지만, 구좌파와 노조운동의 조직적 관료주의를 뛰어넘는 대안적 좌파의 정치세력화에는 실패했으며, 1970년대 후반 운동의 퇴조기에 접어들자 다수가 제도권내로 수렴되었고, 일부의 극좌파조직을 제외하면, 문화적 좌파수준에서 생존하였다.
이와 같이 파편화되고 중층화된 좌파세력은 사회주의 진영의 해체와 함께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으며, 거의 모든 세력이 급격한 위축과 이탈 등 탈주체화의 전면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역사는 종말을 고하지 않았고, 자본주의의 내재적 위기는 지속되는 가운데, 비록 운동과 정치는 최악의 위기에 있었지만, 이론과 사상은 여전히 그 유의미성과 유효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따라서 문제는 이런 주체적 조건 하에서 어떻게 새로운 혁명적 좌파운동을 건설할 것인가로 요약되고 있다. 당면한 다양한 계급투쟁과 반세계화-반전운동을 계기로 비교조적-비종파적 좌파 제세력의 결집 및 통합적 좌파블록의 형성을 통한 새로운 변혁주체의 형성 가능성의 모색이 국제좌파운동의 공통된 정치적-조직적 과제로 제기되는 것이다.
새로운 상황의 변화에도, “상황이 변한 것은 없다”는 궤변으로 일관하면서 종파(sect)의 유지에 사활을 건 극소정파와는 달리, 새로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긍정적 움직임이 표출되면서, 일정한 좌파통합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길게는 이미 1980년대부터, 기존의 교조적· 종파적 좌파운동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졌지만(미국의 트로츠키주의그룹 Solidarity와 마오주의그룹 Freedom Road Socialists, 호주 DSP 등), 이런 흐름이 더욱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국가사회주의가 붕괴한 1990년대 이후이다. 특히 국가사회주의 진영과 긴밀한 관계를 가졌던 공산주의세력들의 급속한 사민주의화 과정은 어떤 측면에서 좌파간의 대화와 단결의 가능성을 열었다.
그 결과, 직접적 생존의 차원에서 비제도적 좌파의 새로운 정립(이탈리아 PRC)으로부터, 상이한 정치적 경향을 가진 다양한 좌파세력들이 다양한 수준에서 수평적 대화와 연대를 강화하고, 조직적 통합(스코틀랜드 SSP)에까지 일정한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재건· 재구축(refoundation), 재구성(recomposition), 재편(realignment/regroupment), 좌파통합(left unity)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좌파의 자기혁신과 전망의 재점검 없이는 혁명적 좌파의 생존은 불가능하며, 자본주의에 대한 어떤 대중적 대안의 제출도 불가능하다는 공통인식에 입각하고 있다. 바로 이런 재구축/재편과정은 철저한 자기비판과 점검을 통해서, 사민주의의 신자유주의로의 수렴· 굴복으로 인해 생긴 “정치적 공백· 공간”을 장악할 대안적 주체의 형성을 위한 시도이다. 그러나 파편화되어 분산된 좌파의 통합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과제이자, 방어적 투쟁이자, 계급적 반격을 조직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직적 토대이자 발판이었다.
3. 좌파통합의 유형과 사례
사회주의진영의 해체 이후 조성된 정세 하에서, 이른바 사민당과 노동당을 중심으로 제도좌파 역시 전면적 위기 및 해체국면에 돌입하였지만,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세력은 다름 아닌 비제도적 좌파였다. 20세기 후반 자본주의 진영에서 노동자계급대중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던 비제도좌파는 제도정치로부터의 주변화 과정 속에서 존립의 위기를 겪었고 대중투쟁의 고양을 통해서 자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가사회주의체제의 붕괴가 비제도적 좌파에 가한 직접적 충격은 적지 않았다. 조직에서의 이탈, 포스트모더니즘과 시민운동으로의 퇴각, 사민주의로의 해소 등 적지 않은 활동가층이 투쟁의 대열에서 탈락하였고, 잔류한 세력 역시 변화된 정세를 돌파할 만한 무기를 갖지 못했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상의 위기에 대한 대응은 일반화의 위험을 무릅쓰면, 크게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상당수의 소수정파들의 경우, 정세의 변화와 무관하게 “상황은 변한 게 없다”는 논리 하에서, 과거의 종파주의적· 교조주의적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대중적 영향력을 전혀 갖지 못한 소정파간의 관념적 논쟁과 세력 경쟁에 매달린 채, 전지구적으로 확산되는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쁘띠 부르주아적 투쟁”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마오주의세력과 일부 트로츠키주의 세력이 이런 흐름에 속한다.
다음은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적지 않은 정파들이 자진해산과 사민당· 노동당 가입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직접가입의 형태는 아니지만, 제도좌파의 하위파트너 역할을 지향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 소련공산당의 영향 아래 있었던 주류 공산당 세력들의 경우가 대부분 이런 흐름에 해당한다(프랑스 공산당과 이탈리아 민주사회주의당, 독일 민주사회당 및 녹색당).
마지막으로 위기돌파를 위해 적극적인 세력재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사회주의혁신과 좌파재편· 재구축”의 슬로건 하에서, 새로운 변혁운동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비제도 좌파를 둘러싸고 있는 적대적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비교조적· 비종파적 관점에서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한 가운데, 정파간 대화 또는 공동행동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조직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종파적 소수정파의 경우나 개량주의로 전향한 세력의 경우, 거의 투쟁의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관계로, 그들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4) 그리고 비제도 좌파를 전체적으로 볼 때, 아직까지는 변화된 정세를 돌파할 능력을 갖춘 그들의 통합시도는 상당한 불균등성과 초보적 성격을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1990년대 중반 이후 정치적 배경과 견해 차이를 뛰어넘어, 자기비판과 혁신을 통하여 비제도적 좌파의 통합과 노동자계급운동의 대중적 재활성화를 지향하는 움직임은 불균등성과 편차에도, 다양한 수준에서 시도되고 있으며, 이는 1990년대 후반 전지구적 반자본주의투쟁의 고양과 더불어, 주목해야 할 현상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볼 수 있는데, 크게 선거연합, 투쟁연합, 조직통합 등으로 분류된다.
먼저, 광범한 투쟁연합의 사례로는 1990년대 초반 미국공산당(CPUSA)을 중심으로 광범한 좌파를 개인적 차원에서 결집시켰던 통신위원회(Committee of Correspondence: CoC)가 있다. 이들은 90년대의 변화된 정세 하에서 미국 내 제3당 결성을 지향하면서 광범한 좌파세력의 결집을 목표로 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현재는 유명무실화된 상태이다.
이와는 약간 다르지만 1997년 출범한 미국노동당(LPUSA)은 좌파 노동조합과 좌파 활동가들에 기반한 노동자 정치조직의 형태로 출발했지만,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상황을 돌파할 만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도자 토니 마조키의 사망이후 사실상 기능정지 상태이다.
그리고 2000년 10월 캐나다의 활동가들에 의해 조직된 “반자본주의적 좌파건설을 위한 운동구조”(Structured Movement for Anti-capitalist Left) 회의는 노동운동의 전통적 연대세력이었던 중도좌파 신민주당(NDP)의 신자유주의로의 경도, 신자유주의 공세의 강화와 대중투쟁의 고양 속에서, 광범한 좌파를 결집하기 위한 시도이다. 새로운 정당건설에 대해서는 결론을 유보하지만, 단순한 연합(coalition)을 뛰어넘은 운동구조(Structured Movement) 창출을 목표로 하였으나, 일정한 답보기간을 거친 후 새로운 사회주의 프로젝트(New Socialist Project)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고 있다.
다음으로, 선거연합의 경우는 이미 80년대부터 상이한 정치적 배경을 가진 비제도적 좌파들에 의해 주도되기 시작했다. 1989년 출범한 덴마크의 적록동맹(Red-Green Alliance)은 트로츠키주의 경향, 일부 공산당, 사회당의 일부좌파, 녹색당 그룹 등이 참여한 조직이고, 노르웨이의 붉은 선거동맹(Red Electoral Alliance)은 마오주의 정당의 선거전선(front)에서 출발했지만 다른 사회주의 세력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일종의 선거연합체에 가까운 형태로 발전했다.
그리고 스페인의 통합좌파(United Left)와 최근 결성된 포르투갈의 좌파블록(Left Bloc: 1999년) 역시 선거연합 또는 선거동맹으로 볼 수 있으며, 전자의 사례에 비해 훨씬 더 규모가 크고 영향력도 갖추고 있다. 특히 포르투갈의 좌파블록의 경우는 트로츠키주의 그룹(PSR), 구마오주의 정당(UDP), 지식인그룹(Politica XXI, 공산당 출신) 등의 세력이 결합한 경우로, 선거연합을 뛰어넘어 좌파통합에 대한 명확한 전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현 국면에서 가장 발달한 형태의 좌파통합에 성공한 경우는 스코틀랜드 사회주의당(SSP)의 사례이다. 이 경우는 공동투쟁과 선거투쟁의 경험에 기초하여, 조직적으로는 사회주의동맹(SSA) 단계를 경과하여 정당건설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물론, 스코틀랜드라는 특수한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스코틀랜드의 독립과 사회주의로의 이행이라는 기치 아래 이루어진 성과이기 때문에, 과연 얼마나 일반화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은 남지만, 좌파통합과 관련해서는 가장 중요한 사례이다. 더불어, 스코틀랜드 사회주의당은 영국과 호주의 사회주의동맹 결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유럽 반자본주의 좌파연대회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4. 최근의 주요동향 : 좌파통합을 위한 국제적 흐름
1980년대 부분적으로 일부 정파들에 의해 시도되었던 좌파혁신 프로젝트는 대개 소정파간의 통합, 공동선거투쟁, 비정치적 차원의 단결투쟁 등의 형태로 진행되었지만, 비제도적 좌파 내부의 분열과 반목, 교조주의와 종파주의로 인해 프로젝트 자체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였으며, 일국적 정치지형 또는 좌파내부의 지형에서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채 끝났다.
그러나 국가사회주의체제의 붕괴 이후, 내적 차이를 야기한 여러 가지 조건도 동시에 소멸하는 한편, 1990년대 중반을 경과하면서 대중적 계급투쟁의 고양과 더불어 좌파혁신과 재구축을 위한 내외적 조건이 성숙하게 되었다. 한편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자, 다른 한편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화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좌파재구축 프로젝트는 1990년대 후반 몇몇 사례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게 되었다.
1) 프랑스: LO-LCR 공동선거 대응
1999년 6월 프랑스의 주요 트로츠키조직인 LO-LCR*5)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공동선거 명부를 통해, 선거투쟁사상 최초로 5% 하한선 득표를 돌파하여, 5명(LO 2명, LCR 3명)을 유럽의회에 진출시키는 성과를 냈다. 이는 1995년 연금개악저지총파업(불만의 겨울)과 90년대 후반의 실업자운동 등, 프랑스 특유의 역동적 상황을 배경으로, 이들 트로츠키주의자들이 반파시즘투쟁의 역사에 기반한 구좌파 프랑스 공산당과 대등한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른바 “극좌파”에 의한 최초의 제도권 진출로 기록된다.
그러나 이후 LO의 경우, 좌파통합이나 새로운 노동자 계급정당의 결성에 소극적 종파적 태도를 취하면서 공동선거 대응 이상의 수준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 2002년 4월의 대통령선거에는 각각 독자후보를 내면서, 비록 사회당 조스팽 후보의 참패와 극우 국민전선의 르펜의 본선진출로 그 의미가 가려졌지만, LO와 LCR 후보가 사상 최초로 공산당 후보를 추월하였고, 이들의 득표수 합계가 10%를 돌파하였다.
그 이후 2002년 6월의 총선과 2004년 3월 지방선거 및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변화된 선거법(하한선 10%로 강화)과 극우세력의 저지를 위한 사표방지 심리로 인한 사회당 및 공산당에 대한 지지의 회복 때문에 다시 한번 고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이로써, 최근 5년여 간의 역동적 좌파공동 대응의 결산에 근거한 새로운 재편모색이 예상된다.
2) 스코틀랜드 사회주의당(SSP)의 의회진출
분권화 과정으로 처음 시행된 스코틀랜드 의회선거에서 반인두세 투쟁의 지도자 토미 셰리던(Tommy Sheridan)이 의회로 진출하였는데, 이는 일부 종파적 그룹을 제외한 대다수의 좌파조직의 연합체(Scottish Socialist Alliance: SSA)에서 출발하여, 민주적 과정을 통해 스코틀랜드 사회주의당(Scottish Socialist Party)을 출범시킨 정치적 성과였다. 선거투쟁을 통해 신노동당(New Labour)에 대한 노동자계급적 대안으로 대중적으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사례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켄 리빙스턴이 2000년 4월 노동당에서 탈당하여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런던시장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영국좌파들이 일종의 선거연합인 사회주의동맹(Socialist Alliance)을 통해 공동선거투쟁을 조직하도록 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하였다. 그 결과, 분파투쟁과 분열로 악명 높은 영국좌파가 신노동당을 대신할 새로운 좌파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2004년 5월 2차 스코틀랜드의회 선거에서 SSP는 약진하여, 토미 셰리던을 포함하여 6명의 의원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더불어, 노동당의 우경화로, 노동당을 탈당하는 노동조합의 SSP 가입으로 당의 대중적-계급적 토대도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총선과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5%의 벽을 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3) 영국: 사회주의 동맹과 RESPECT
스코틀랜드의 경험에 의해 고무된 영국의 좌파는 다수정파인 SWP의 미온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켄 리빙스턴의 런던시장 출마를 계기로 사회주의 동맹이 결성되었다. 여기에서는 대부분의 소규모 좌파 정당들이 참여하였지만, 내부적으로 분열과 차이, 대외적으로 뚜렷한 선거성과의 부재로 스코틀랜드에 비해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9.11이후 반전운동이 고양되면서, SWP는 교착상태에 빠진 사회주의동맹을 무력화시킨 채, 반전운동의 성과로서 아랍계가 대거 참여하는 새로운 선거연합 RESPECT*6)를 2004년 초에 출범시켰다. 5월의 지방선거에서 RESPECT는 런던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일정한 득표를 얻었지만, 전국적으로는 저조한 득표에 그쳐, 지방의원을 배출하지는 못했다.
여전히 동맹과 SWP 내부의 일부 반대파는 RESPECT 자체를 우경화로 판단하여, 강력한 좌파통합체, 더욱 혁명적 지향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비록 사회주의 동맹이 유명무실화되었지만, 노동조합운동 차원에서는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사회주의동맹과 RESPECT의 이원구조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4)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는 영연방의 일원으로 영국과 유사하게 노동당의 압도적 우위 하에서 소규모의 비제도적 좌파가 존재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뉴질랜드에서는 노동당의 우경화에 반발한 노동당 탈당파가 ‘동맹’(Alliance)을 결성한 다음, 범좌파 세력을 규합하여 신노동당(New Labour Party)을 결성하였다. 노조 역시 분열하여, 신노동당은 이후 선거에서 일정한 득표를 획득했지만, 이후 현실론이 득세하면서 1990년대 후반 우파의 신자유주의 공세가 강화되자 노동당으로 복귀하였다. 국제적으로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태평양의 섬에서 벌어진 에피소드에 가까운 사건이었다.
한편, 호주에서는 스코틀랜드와 영국의 경험에 고무되어, 2002년 오스트레일리아 사회주의동맹이 출범하였다. 전통적으로 좌파통합을 주장했던 민주사회주의당(DSP)의 주도로 제기된 사회주의동맹은 공산당계가 불참하였지만, 국제사회주의(IS) 그룹을 포함한 대부분의 트로츠키주의 그룹이 참여하였다. 그러나 광범한 독자적 범좌파 사회주의 정당을 지향하는 DSP의 입장과, 영국 SWP의 선례에 따라 공동선거전선을 주장하는 ISO 간의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졌다.
2003년의 사회주의동맹 총회는 DSP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었고, 노동당에 맞선 대중적 사회주의정당의 건설을 결의하였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선거에서 우파정권이 승리하는 가운데, 신자유주의로 포섭된 노동당에 대한 불만이 주로 녹색당의 정치적 성과로 수렴되면서 제도정치와 선거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멜버른을 중심으로 새로 강화되고 있는 노동조합운동 내 좌파 지지를 획득하면서,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5) 유럽좌파연대회의*7)와 유럽좌파당: 국제적 좌파의 연대 모색
유럽의회 선거투쟁의 승리에 고무된 프랑스 LCR의 주도로, 범유럽적 차원에서 비제도적 좌파 간의 국제적 연대를 모색하기 위한 회의가 2000년 6월 리스본에서 열렸다.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형태의 좌파통합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조직들이 참여한 이 회의는 과거 분열과 반목으로 점철했던 좌파 내부에서 유럽연합(EU) 통합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비제도적 좌파의 협력과 단결을 추구하려는 시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후 유럽정상회담이 열리는 도시에서, 정상회담 반대투쟁과 결합하는 한편 좌파정당들의 회의로 정례적으로 연2회 열리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LCR 외에도 영국의 SWP가 초기의 소극적 태도를 바꾸어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이탈리아의 PRC가 참관함으로써, 이 회의는 새로운 국제적 좌파정당 네트워크로 주목받게 되었다. 비록 공산당계에 비해 극소수의 의원을 가지고 있지만, 반세계화-반전운동과의 결합, 노동운동과 사회운동과의 결합의 긴밀성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2004년 5월 이탈리아의 재건공산당이 유럽의회 내 좌파블록을 위해 유럽좌파당을 출범시키면서, 이 흐름에 일정한 제동이 걸렸다. 올해의 유럽의회 선거에서 LO-LCR 진영마저 5%벽을 넘지 못함에 따라서 이들 세력 대부분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따라서 1998년 PRC의 좌선회와 더불어, 고양되었던 좌파연대와 협력의 분위기는 특히 유럽사회포럼*8)을 통해 더욱 확산되었지만, 올해 PRC의 우선회(?)로 새로운 위기국면에 이르게 되었다.
비록 각각의 좌파통합/연대 프로젝트는 일국적 특수성과 불균등성을 갖고 있음에도, 변화된 새로운 지형에서 좌파의 단결과 연대, 더 나아가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광범한 인식의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스코틀랜드와 프랑스의 경험은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최근의 실망스런 행보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재건공산당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의 이면에는 투쟁과 결합 없는 협상중심의 조직통합, 선거중심주의, 과거의 종파주의-교조주의의 잔재 등의 한계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현 단계 좌파통합 프로젝트가 아직은 대안적 정치세력의 창출에는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제도정치에서 신자유주의의 압도적 우위에 대한 대중적 저항이 폭발하고 있음에도, 이런 대중적-계급적 항의가 선거정치로 연결되지 않고, 또 기존 정치체제와 정당구조의 정당성 결여가 반복적으로 폭로되고 있음에도 뚜렷한 기성 제도정치의 해체와 재편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정치의 딜레마로 그 성과가 제약받고 있는 셈이다.
5. 좌파통합의 쟁점과 논쟁
좌파통합의 대의에는 대부분의 정치세력들이 동의하지만, 그 실제적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지난 세기 분열과 반목으로 대립했던 세력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새로운 형식의 조직을 논하는 것은 분명 21세기의 새로운 현상이다. 그러나 대중운동에 비해 상대적 고립과 주변화, 다양한 내부적 편차와 정치적 차이 등 어려움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일차적으로, 과거의 정치적 차이가 현재의 단결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는 존재하지만, 적지 않은 그룹들이 구체적 전술과 조직론에 들어가면 여전히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통합된 조직의 상에 대한 토론에 들어가는 경우 그 차이가 드러난다.
특히, 자조직 중심주의가 강한 IS 그룹의 경우, 스코틀랜드와 영국, 호주에서 논쟁의 주역이 되었는데, 이들의 기본적 입장은 사회주의 동맹을 하나의 통일전선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알렉스 캘리니코스(Alex Calinicos)의 주장에 의하면 사회주의 동맹은 혁명가들과 개량주의자들의 통일전선이며, 따라서 단일한 정당으로 묶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스코틀랜드 사회주의당의 결성을 주도했던 머레이 스미스(Murray Smith)는 자의적인 혁명과 개량의 구분과 통일전선식 접근을 부정하고, 노동당과 사민당에 맞서는 광범한 통합사회주의정당의 건설을 주장하였다. 이는 좌파통합이 단순한 선거대응을 위한 전술적 접근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영국에서 9.11과 반전운동의 고양으로 조성된 정세에서, 새로운 선거연합으로서 RESPECT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사회주의 동맹의 주도적 다수파였던 SWP는 반전운동의 주체로서 사회주의동맹을 설정하지 않고, 반전운동연합(Stop the War Coalition)으로 집중하였다.
그 결과, 출범이후 부진한 선거결과에 맞물려, 사회주의동맹은 사실상 기능정지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에 SWP와 갈등관계에 있던 다른 좌파조직들은 SA 내부의 새로운 정파연합을 구성함과 동시에, RESPECT 참여를 거부하였다. 이들은 SWP가 패권주의로 사회주의 동맹을 사실상 고사시켰고, 반전운동은 StWC, 반세계화운동은 Globalise this, 선거는 SA/RESPECT 식의 자조직 중심주의적 통일전선론/전위정당론으로 좌파의 연대와 단결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좌파통합의 구체적 상은 결코 미리 확정될 수 없으며, 주어진 조건과 역사적 경험, 주체들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과거사 전체에 대한 무차별적 논쟁과 감정싸움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좌파통합 프로젝트를 둘러싼 대부분의 논쟁이 건설적 방향으로 제기되기보다는, 실천과 유리된 종파주의적 설전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위에서 몇 가지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인 논쟁이며, 새로운 형태의 좌파연대프로젝트에서도 재연될 여지가 많다. 사민주의에 대항하는 좌파의 단결과 연대를 통한 새로운 대안적 정치주체의 조직화란 대의를 둘러싼 논쟁은 필연적으로 20세기 좌파운동에 대한 평가를 일정하게 수반할 수밖에 없지만, 이를 무한논쟁으로 이끌고 갈 경우, 프로젝트 자체의 파산은 너무나 손쉬운 유혹이다.
따라서 구체적 전술과 구체적 조직론에 관한 논쟁은 한편에서 20세기 좌파운동의 역사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반성, 유실된 거대변혁담론의 복원을 위한 이론사상-투쟁과 유기적 연관 속에서, 다른 한편에서는 현실의 계급투쟁과의 긴밀한 결합과 그 속에서 대중적 지도력의 구축을 위한 토론과 논쟁으로 이어져야 한다. 현 시기의 어떠한 좌파통합 프로젝트도 단지 당위의 문제로 해결될 수 없으며, 따라서 어떤 성공의 보장도 없다. 오직 주체들의 의식적-조직적 노력만이 그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6. 마치며
현 시기는 새로운 질서로 전이해 가는 일종의 이행기이다. 새로운 제국주의적 지배체제는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제국론”을 낳고, 새로운 변혁의 주체로 “다중”을 제시한다. 더불어 존 홀로웨이는 “권력을 쟁취함 없이 사회를 변혁하라!”고 외친다. 마치 새로운 이론과 계시로 유행하지만, 본질적으로 공허한 몽상일 뿐이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고 외칠 뿐, 그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은 반란과 저항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21세기에 새로운 운동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그 새로움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그 어떤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최근 여러 수준에서 전개되는 좌파통합 프로젝트는 21세기 새로운 해방프로젝트의 출발점이자 새로운 주체의 형성과정이다. 그러나 역사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성공이 보장된 어떤 경로는 없다. 이 주체가 그 조직적 강화를 통해 새로운 질을 창출함으로써, 해방의 주체를 그 잠재태에서 현실태로 전화시킬 수 있는 변혁 및 조직전략을 창조해낼 능력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대중투쟁의 수준에서, 현 단계 반세계화-반전운동은 진정으로 21세기의 새로운 운동으로 자신을 정립했다. 그러나 이 운동 역시, 현재의 국제적 지형에서 제국주의에 대중운동으로 직접 맞설 뿐이며, 신자유주의로 표현되는 제국주의적 자본주의 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유토피아를 구현하기에는 아직도 많은 것을 결여하고 있다. 반세계화-반전운동의 폭발은 새로운 대안의 폭발적 잠재력을 증명했을 뿐이다.
이 운동의 핵심적 과제는 국제금융기구(IFIs)와 제국주의 정치군사기구 뒤에서 자신의 계급정치를 구현하는 초국적 독점자본에 대한 투쟁의 조직화이며, 이는 전투적-계급적 노동운동의 복원과 좌파정치운동의 새로운 구축 및 새로운 지도력의 창출이다. 국제적 차원의 운동은 일국의 운동과 끊임없는 변증법적 소통을 통해 상승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반세계화-반전운동의 역설은 국제운동의 과잉과 일국운동의 빈곤, 국제운동과 일국운동의 변증법적 연관의 결여(남미의 반ALCA운동의 경우는 예외), 좌파운동의 빈곤 등으로 요약되는데, 사민주의를 대체하는 개량적 NGO의 세력화, 자율주의적 탈중심성-분권화-원심력-수평성 담론의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 하에서 정치적 좌파의 무기력 또는 지도력 부재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세계사회포럼은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고 외치지만, 그 세계가 아직은 사회주의가 아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제국주의 전쟁으로 상징되는 현 단계 제국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전세계 노동자-민중적 대안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서 새로운 주체형성의 한 축을 담당하는 좌파통합 프로젝트는 비록 그 성공의 열쇠가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시점에서 이를 우회한 새로운 주체형성의 길은 너무나도 모험적인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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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1) 좌파개념의 명료한 정의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역사적으로나 각국의 경험에서 일정한 편차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좌파의 개념은 중도좌파, 또는 제도좌파에 대비되는 혁명적 좌파 또는 비제도적 좌파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하겠지만, 용어의 불일치나 혼동은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다.
2) 여기에서 사민주의는 영국의 노동당, 독일의 사민당, 프랑스의 사회당 등 중도좌파 또는 제도좌파 계열의 정치사상적 경향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하며, 각각의 유형은 나름의 독특한 역사와 유형간 차별을 갖지만, 이 글에서는 그 구체적 차이는 사상하기로 한다.
3) 주류 공산주의(스탈린주의): 국제 공산당 및 노동자당 회의, 명맥만 유지/ 비주류 공산주의(마오주의): 인도, 네팔, 필리핀, 페루 등 중국공산당과 직접적 연계 없이 장기인민전쟁 및 게릴라전술(무장투쟁)에 입각한 국지화, RIM, MIM 등/ 트로츠키주의: 다양한 경향 및 국제조직(제4인터내셔널)으로 생존→정통 트로츠키주의(제4인터 통합서기국) 대 다양한 비주류 트로츠키주의(CWI/CMI, SWP/IST)/ 기타 좌파: 아우토노미아, 무정부주의, 좌익공산주의(평의회 공산주의) 등
4) 이에 비해 트로츠키주의경향의 경우 상대적으로 활발할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경향내의 인터내셔널 조직들은 상이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주요 국제조직들은 다음과 같다. - 제4인터내셔널(통합서기국) -- the Fourth International (United Secretariat) 이른바 정통 트로츠키주의 인터내셔널, 최근 사망한 Ernest Mandel이 지도함, 프랑스 LCR이 주도함. - 국제사회주의조직(International Socialist Organization: ISO): 이른바 국제사회주의 경향, 영국의 SWP(사회주의 노동자당)이 주도하며, Tony Cliff가 주요 지도자. - 노동자 인터내셔널 위원회(Committee for Workers' International, CWI): 영국의 사회주의당(Socialist Party), Peter Taafe가 주도함. - 국제노동자동맹(LIT)/국제노동자단결(UIT): 라틴 아메리카에 기반한 트로츠키주의 국제조직
5) 프랑스의 주요한 트로츠키주의경향 조직중의 하나인 LO(노동자투쟁)는 공장소조에 기반한 지하조직이며, 노동자중심주의 경향을 나타내고 있으며, 또 다른 조직인 LCR(혁명적 공산주의자동맹)은 제4인터내셔널 통합서기국(FIUS, 속칭 제4인터) 경향의 중추조직이다.
6) Respect(존중), Equality(평등), Socialism(사회주의), Peace(평화), Environment(환경), Community(지역사회), Trade Unionism(노동조합운동)
7) 주요 참여세력 : the LCR (Revolutionary Communist League, France), the Scottish Socialist Party (Scotland), the Left Bloc (Portugal), the Red Electoral Alliance (Norway), the Red-Green Alliance (Denmark), the ÖDP (Turkey), Alternative Space (a left current within the United Left in Spain), the Galician National Bloc and the Catalan Republican Left.
8) 유럽사회포럼은 세계사회포럼 헌장의 정당배제의 원칙이 보다 유연하게 적용되는 특징이 있으며, 이탈리아 PRC, 프랑스 LCR, 영국 SWP 등 좌파정당이 포럼 과정과 투쟁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 2.15 국제반전투쟁의 제안주체도 유럽사회포럼이며, 여기에서 좌파정당의 역할은 적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 이런 유럽차원의 좌파연대의 경험에 기초하여 2004년 인도 뭄바이의 4차 세계사회포럼 당시 전세계적 차원으로 확장된 국제좌파연대회의가 처음으로 열린 바 있다. 초보적 수준의 만남이었지만, 이 역시 국제적 차원에서 좌파연대의 새로운 틀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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