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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3 05:57:10
고양이
맥주 마시고 다시 소백산 2부
부지런히 올랐다. 새벽녘 별빛도 스러지고 달도 보이지 않았다. 간간이 구름도 끼는 듯한 날씨다.
**깔딱재를 넘을 때까지
앞서 간 일행 중 한명이 보이질 않는다.
"체력 정말 좋네."
일단 깔딱재에서 한 숨 돌리고 가는 중간에
학원에서 먹다 남은 피자를 한 조각씩 먹었다.
식은(또는 얼은) 피자를 산에서 먹는 맛이 기막히는 최초 동행인의 말에 싸가져갔다.
정말 맛이 기막혔다.
어디쯤 가고 있을 앞서 걷는 이를 위해 한 조각 남겨 놓고...
오이피클을 다 먹었다.
국물을 버리는 데
나의 최초동행인
"낯선 냄새가 나면 동물들이 지나가지 못한대요."
"아! 그래요?
하나 배웠다. 근데 나중에 하산할 때 나의 최초 동행인이 배가 아프시다길래 "아무데나 싸세요."
또다시 "낮선 똥 냄새가 나면 동물들이 움직일 수 없대요."
맥락이 이어진다. 논술선생이라 맥락의 중요성을 아시는 양반이리라.

여튼 미끄러지는 발에 드뎌 아이젠을 최초 동행인 한 짝씩 나눠 차고 연화봉에 올랐다.
거기서 기다리던 선행자도 "나도 피자~"를 외친다.
한 조각 주고... 돌에 뭐라 새긴 것 같은데 잘 들어오지 않는다.
야간 산행이라 주변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헤드랜턴을 끼면서 조금씩 시야가 열렸다.
이제 다시 길을 잡고 내려가는데-원래 봉우리를 지나면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올라가는 법인데
계속 내려만 가는 것 같아, 처음에 길을 잘못든 생각에 지레 겁먹고
다시 꾸역 꾸역 봉우리로 올랐다.
맞는 길이었다. 다들 올라왔을 때 "맞는 길이야. 여기가 연화봉이고 담이 제1연화봉이래~"
"우씨~"
내리막이라 적당히 봅슬레이 자세가 나온다.
어느새 4명이 앞서 가고 나와 최초 동행인이 어두운 눈길을 걷는다.
나중에 최초 동행인과 얘기했지만 그때 좀 무서웠다.
왠지 눈과 나무에 묻히거나 옆 낭떠러지로 미끄러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말이다.

부지런히 가도 우리 일행이 보이질 않는다.
비로봉 가까이 가는 계단을 오르며 흐드러지게 핀 눈꽃을 보며 감상하고 감탄하고 오르고 있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에이~ 아니 우리 앞에 간 거 아니였어?"
기다려도 오지 않길래 왔단다.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면서...
담배 한대 피면서 기다렸다는 말에...
안그래도 지나오는데 너덧명의 인간들이 담배를 피더라는 말에
그게 바로 자기네라고...
야간산행이라 그렇겠지라고 생각했다.
사실 지나가는데 담배를 피길래 조금 불쾌하게 생각했으리라...

슬슬 동이 터온다.
아주 잠깐 동트는 띠가 보이더니 이내 사라진다.
구름이 많이 끼거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이럴때는 예외없이 맞는다.
하는 수없이 술과 뭐라도 먹자 싶어 등산로 옆 큰 바위에 자리를 잡았다.
나의 최초 동행인이 지난 성탄절에 금강산을 다녀왔는데
그때 사 온 백로술(원료: 배)을 가져와 풀었다.
냄새는 거의 고량주에 가까웠으나 뒤끝이 깔끔했다.

바로 그때 한편에서 우리의 은숙선배 라면을 먹자며
버너에 불을 붙이고 조금 남아 있던 물도 붓고 눈도 적당히 넣어 끓이려는데
날이 추워 가스 버너가 제 기능을 못한다.
그래서 우리의 은숙선배 화력이 약해 희미한 불빛을 보이는 버너 위에 가스를 올린다.
추울 때나 양이 얼마 남지 않은 부탄가스를 따뜻하게 뎁이면(이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라이터를 이용한다.) 가스가 좀 더 잘 나와 일시적으로 화력이 세진다.
근데 처음부터 어째 불안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여지없이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으신다.
갑자기 버너와 가스에 불이 붙었다.
얼마나 시껍했는지 눈을 갖다 부어도, 물을 부어도 잘 안 꺼진다.
급기야 코펠을 가스 위로 덮어버렸다.
그제서야 사그라들었다.
휴우~ 순간의 시껍이었다.

다시 여장을 꾸리고 출발했다.
비로봉이 보일랑 말랑 하는 삼거리에 도착해서 길을 잡고 가는데 은숙선배가 안 보인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 집에 가야겠다. 졸린다. 지하철 첫차도 지나갔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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