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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0 20:25:11

박성인

[방현진]한노정연 심포지움 취재기, <사회주의노동자신문>2005.09.호

[기고]한노정연 심포지움 취재기
노동운동 위기논쟁을 넘어 : 계급적 노동운동의 전망

방현진
<사회주의노동자신문>2005.09.

노동운동의 위기를 넘어 노동운동의 전략, 전망을 찾기 위한 논의로 나아가자.

7시 시작으로 예정된 토론회는 조금 늦은 7시 15분에 시작되었다. 토론회가 시작할 때까지 참가자는 3-40명 정도에 불과했는데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이 더 와서 약 5-60명 정도가 참가했다.
민중의례 후 박성인 소장의 대회사로 토론회는 시작되었다. 대회사에서 박성인 소장은, 10년전 창립기념 심포지움에서 한국노동운동의 이념 정립이라는 주제로 토론했던 것을 떠올리며 현재의 위기 논쟁을 시급하게 마무리 짓고 노동운동의 위기를 자본의 위기로 전화시키고 이를 위해 노동운동의 전략과 전망을 찾기 위한 논의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오늘의 발제자인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이하 한노정연)의 이은숙, 김영수, 정병기 세 명의 부소장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인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발제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이은숙 부소장이 ‘자본축적 구조의 변화와 노동운동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먼저 이은숙 부소장은 발제문이 아직 미완임을 밝히고 발제를 하게 되었는데, 비교적 완성된 발제 부분은 자본축적의 구조 분석 부분이었고, 노자관계에 대한 분석과 노동운동의 대응과 관련된 부분은 차후의 과제로 돌렸다.
게다가 자본축적 구조 분석에 대한 부분조차 많은 부분 보강이 필요해서 발제 내용 자체적으로는 크게 논의되기도 힘들뿐더러, 실질적으로도 이은숙 부소장은 매우 간략하게 발제문 중 몇 부분을 읽는 정도로 발제를 끝냈다.
짧은 발제가 끝난 후 현재의 위기는 자본의 축적구조 변화를 뛰어넘는 전망을 찾지 못한 문제로부터 기인한다며 그에 대한 대응으로 조직화 문제에 있어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연대와 단결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역적 연대질서의 형성이 가장 중요하며, 정규직도 자신들의 투쟁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서는 열심히 투쟁하지만 정규직이 강력히 결합해야만 한도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노동운동이 축적 구조 변화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자신의 갈 길을 가야한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끝마쳤다.
왠지 축적 구조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전략과 전망에 대한 가능성들을 뽑아낸다기보다는 분석은 형식적으로 붙인 것이고, 핵심은 지역적 연대질서의 형성이라는 부분에 가 있는 듯 했다. 지난 번 주장했던 전국적 단일 노조에 대한 상과도 맞닿아있는 듯 했다.
두 번째 발제는 ‘계급적 산별노조 건설 전망과 과제’라는 주제로 김영수 부소장이 하게 되었다.
자신의 발제 내용이 가장 많은 비판과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그의 말마따나 토론회의 중심 논의 주제 중 하나가 되었다. 일단 그는 기존의 운동에 대해, “단결. 계급성 얘기하지만 과연 그런 운동을 해왔는가, 원칙의 선언은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비판하면서, 자신이 왜 아주 오래된 화두 중의 하나인 산별 얘기를 들고 나오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하였다.
그에 따르면 기존의 일반적인 산별에 대한 얘기는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얘기된 바가 크다며, 이러한 기존 논의와의 차이를 긋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산별이라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좋은 것이라고 모두 인정하겠지만 지금까지의 실질적인 산별노조의 실현과정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도 존재하고 있는 병원, 공공 등의 소산별에 대해 간략히 평가하면서 그는 현재의 소산별이 “1) 계급적 단결에 기초하고 있지 않으며 우선 단결 가능한 주체만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2) 계급 대립을 강화하는 산별노조가 아니다. 3) 현재의 소산별은 기업단위 조직 체계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소산별이라는 형식조차 제대로 유지하고 있지 못하다. 4) 지역적 집중도에 따른 편차가 크다.” 등 크게 네 가지로 평가지점을 뽑아냈다.
그리고 이러한 속에서 계급적 산별 건설을 위한 방안을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는 산별이 종적인 조직체계인데 어떻게 하면 횡적 체계를 강화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속에서 산별을 크게 제조업과 서비스업 두 가지로만 나누고 이를 지역별로 건설하면 된다는 것이다. 즉 전국적으로도 두 개의 산별만 존재하는 것이고 지역적으로도 그 두 가지 노조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의 업종 산별 연맹을 해체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러한 상은 형식적인 문제이며 중요한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했다. 즉 기존의 산별 운동과 같이 계급대립과 계급단결을 약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계급대립과 계급단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산별 건설을 추진하는 것을 패러다임으로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론회 내내 그의 주장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는데, 그의 주장에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원칙의 선언 외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전망이나 방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현실과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무엇에 대한 어떠한 분석으로부터 기인하는지도 불명확한 산별노조 체계를 얘기했을 때 한노정연의 소장과 부소장 외에 누구의 동의도, 수긍도 얻을 수 없었다.
다음으로 마지막 발제자인 정병기 부소장은 ‘유럽 노동운동의 역사적 경험 비교 평가’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게 되었다. 발제문의 표를 중심으로 발제를 하였는데, 크게 유형을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으로 나누고 각각의 경우에 있어서 노동조합(총연맹), 산하노조 조직형태, 총연맹과 산하노조의 관계, 현장조직, 산별노조와 현장조직의 관계, 노조와 정당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얘기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와 달라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탈리아’의 경우가 하나의 모델일 수도 있다는 듯 이탈리아의 경우를 강조하였다. 끝으로 분석을 바탕으로, 총연맹, 산별, 단위노조의 세 차원에서 파업권, 체결권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발제를 끝마쳤다.

만능 해결사, 패러다임의 전환

곧이어 진행된 간략한 질의 응답 시간에 한 토론회 참가자는 김영수 부소장에게, 현재 공공 산별 건설이 진행 중인데 거기서도 지역별 산별을 어떻게 조직할까 고민이다, 김영수 부소장의 발제에서 지역별 산별은 지역 구분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모르겠으나 현실적으로는 10년 안에 김영수 부소장의 안이 가능하겠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김영수 부소장은, 하려고만 하면 2년 안에도 가능하고, 아니면 10년 후에도 불가능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그러한 체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고 패러다임만 바뀐다면 빠른 시간 안에 언제든지 가능하며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다면 10년이 걸려도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지역 구분 문제에 있어서는 고민이 더 필요하겠지만 개인적 생각으로는 광역별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답변하였다.
김영수 부소장의 좋은 의도라고 짐작되는, 그래서 이해할만하다고 생각되는 그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 날의 자리가 단지 제대로 한 번 잘해보자라는 결의를 다지는 자리도 아니고, 토론자나 토론회 참가자의 수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과 어려움, 한노정연이라는 타이틀이 걸고 있는 나름대로의 역할성 등을 생각했을 때 그가 안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던 것은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발제가 모두 끝나고 8시 30분 휴식시간을 갖게 되었다. 쉬는 시간에 생각을 해보니 세 발제자의 문제의식에 공통된 흐름이 있고, 그것은 구체적으로 산별 노조에 대한 상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최근 그들이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연구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하지만 노동운동의 위기에 맞선 대응 방향과 전망이라는 토론 주제를 상정하고도 그것을 제대로 된 산별 건설 해보자라는 정도의, 논의를 노조 운동으로 국한시켜버리는 것은 고사하더라도 그마저도 너무나 조야한 수준의 발제는 토론회에 참석했던 나에게 실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과연 우리는 위기 논쟁을 넘어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잠시 후, 8시 45분 토론이 시작되었다.
박성인 소장이 차례차례 토론자들을 소개했다.
현장노동자 신문 대표이자 전노투 상황실장인 양효식 동지, 올해 출범했으며 며칠 전 성황리에 정치 대회를 마친 임성규 전진 의장, 한신대 사회학과 노중기 교수, 현재 현장 활동가를 조직 중이며 산별에 대해 고민 중인 노동자의 힘 노동위원장 안재원 동지가 그들이다.
한노정연에서 상정한 토론주제는 크게 세 가지였으며, ‘노동운동 위기 논쟁’에 대한 총괄 평가, 자본축적 구조의 변화에 따른 노동운동의 대응방향, 산별노조 건설 현황에 대한 진단 및 계급적 노동운동의 전망이 그것이었다. 토론은 각각의 토론자가 각각의 토론주제에 대해 자기 입장을 발표하고 주제별로 토론을 진행하는 것으로 했는데, 실제로 토론은 크게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노동운동 위기 논쟁에 대한 총괄 평가라기보다는 그것의 계속으로서의 논쟁이었고, 다른 하나는 산별을 중심으로 대응 방향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마저도 논의의 무게중심은 한노정연의 의도와는 달리 위기 논쟁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하다.

노사협조주의, 관료주의에 맞서, 전투적 조합주의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첫 번째 토론자 양효식 상황실장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양효식 상황실장은 일단 “발제문이 늦어져 자신이 충분히 검토를 할 시간을 갖지 못했으며, 현재 발제문을 보면 심오한 내용들, 자신도 더 연구하고 공부해봐야 할 듯한 부분들이 있는데, 현재 준비가 안 되어 있으므로 책임있는 논의는 힘들다, 따라서 경험적이고 선언적 수준에서 개인의 의견을 피력하겠다.”고 전제하였다.
그는 일단, 현재의 위기의 성격과 관련하여, “노사협조주의, 관료주의, 개량주의 등을 막지 못한 것이 위기를 불렀다, 그러면서 자주성, 계급성을 탈각했는데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바로 위기의 극복”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현재 “정규직은 비정규직 투쟁(운동)에 결합하지 않는다.”며 기아 화성공장과 현대자동차 3공장의 예를 들면서 바로 대공장, 대사업장 단사의 협조주의, 관료주의가 문제라고 하였다. 덧붙여 “일단에서는 전투적 조합주의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노조운동 수준에서는 전투적 조합주의가 가장 높은 단계 아니냐, 전투적 조합주의가 가장 비타협적으로 투쟁했다. 당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투적 조합주의를 극복 대상으로 본다는 것은 실리적 조합주의 밖에 안되는 거다.”라며 전투적 조합주의에 대한 비판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나타냈다.
전망과 관련해서는 현장권력 강화, 이것이 없다면 계급적 산별노조는 공문구라며 산별 구조의 정착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현재 정치 운동 차원에서 보자면 민노당이 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민노당은 민족주의적 성격의 중간계급 정당”이라고 못박았다. 따라서 정치운동 차원에서는 민노당이 아닌 계급적 좌파들의 독자적 정당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그러나 그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시간상의 문제 때문이었는지 들을 수 없었다. 산별 문제에 대해서는 토론 시간에 얘기하겠다며 입장 발표를 마쳤다.

위기는 신자유주의로부터 찾아온다.

두 번째 발표자는 임성규 전진 의장이었다.
임성규 전진 의장은, 자신은 이론적 문제 대해서는 약하지만 조직가적 역할에 있어서는 자신있다며 지금 이 자리에도 자신한테 조직될 사람 많다며 반 농담을 하여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먼저 발제에 대한 간략한 평가가 있은 뒤, 본격적으로 위기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였다. 일단 주최측에 “오늘 발제의 포커스가 노동운동인지, 아니면 노조 운동인지 명확히 해달라.”고 주문하였다. 그런 뒤 나름대로 한노정연의 자본축적 구조 분석에 버금가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80년대 이후 세계는 만성적 불황을 겪고 있으며 이것의 타개책이 바로 신자유주의이다. 신자유주의는 크게 세 가지로 바라볼 수 있는데 바로 전 세계의 완전한 자본주의화, 공공서비스 부문의 민영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그것이다. 위기의 원인은 바로 이 자본주의에 있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노조 차원에서는 산별을 전망으로 가져야 하며 당 차원에서는 계급정당이 대안이다. 발제문에서 외국사례를 얘기하는데 솔직히 외국사례가 타산지석은 되지만 모범은 아니며, 배울 점도 별로 없다. 그리고 유럽 쪽에서 사례들을 찾고 있는데 그나마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곳은 일본이다. 우리는 바로 그 운동이 망한 곳에서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라며 섣부른 외국 사례의 도입을 경계하는 듯한 발언으로 끝을 맺었다.
그의 말마따나 자신있는 조직가적 역량 때문인지, 오랜 활동으로부터 나오는 연륜 덕인지, 오히려 한노정연의 발제보다 훨씬 조리있고 논리적이었다. 내용의 빈약은 별반 다를 바 없지만...

과연 좌파는 전망을 제시할 수 있는가?

세 번째 발표자인 노중기 교수는 교수답게(?) 시작부터 임성규 의장의 논리를 파고들며 날카롭게 문제제기를 해나갔다.
그는 “자본의 책임이라는 말은 하나마나한 이야기다, 임 대표 축적 구조 분석 얘기하는데 혼자 하실꺼냐, 그거 혼자 못한다, 구조적인 것, 원칙적인 것에 책임전가하는 것, 또는 단순히 노동운동에 잘못이 있다는 식의 평가 현재 논의 그런 수준 아니다. 물론 노동운동에 잘못이 있다는 국가와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에는 맞서 싸워야겠지만. 내 자신 재작년 그리고 작년 우파들을 대상으로 굉장히 좌충우돌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소위 좌파들은 반성하고 있는가, 여기서 반성이라 함은 과학적인 분석 하에서 전망을 제시하는 것을 얘기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반성하고 있는가. 좌파는 아직 이론적 수준에서도 위기 논쟁 넘어설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노동사회]에서 전투적 조합주의 비판했는데, 아까 양 대표는 전투적 조합주의에 대해 비판할 수 없다고 했다. 바로 이런 부분 얘기해야 한다. 8-90년대 전투적 조합주의가 유효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가라고 했을 때 그럴 수 없다고 본다. 오늘 산별 얘기 하고 있는데 과연 좌파는 대안(모델) 있느냐, 산별과 더불어 계급적 정치세력화 모델 던진 적 있느냐? 이론적 수준에서는 분석적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좌파는 원론만 있다. 좌파는 잘 하고 있고 우파만 잘못했다는 식의 평가를 가지고는 위기 (논쟁) 결코 넘어서지 못한다.”
노중기 교수 또한 어떠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날카로운 문제제기는 우리의 현실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 우리는 전에 이러저러한 전망을 제시한 적이 있다는 유아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전망을 제외한다면...

마지막으로 안재원 노동위원장의 발표가 있었다.
그는 노동운동의 위기에 대해, “현재는 노동자 이념이 분화되었다. 관료화 자체가 문제가 아니며 계급 분할에 맞선 투쟁에서의 패배로 인한 것이 현재의 위기다. 사회의 양극화만이 아니라 현장의 양극화가 문제다. 따라서 현재는 새로운 주체의 형성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미 노동운동 내에서의 과거의 3파 구도는 해체되었다. 생존권적 요구 투쟁은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으로 상승시켜야 한다.
산별에 있어서는 계급적 대산별로 나아가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자본이 후원하는 산별로 갈 수도 있다.

예전엔 대적투쟁에 있어선 입장이 달라도 함께 투쟁했다. 그러나 현재는 내부투쟁이 중심이 되고 있다. 지역운동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상황 진단과 위기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라는 측면에서는 내 생각과 가장 가까웠는데, 문제는 새로운 주체의 형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일 것이다. 김영수 부소장의 원칙적 선언 수준이었던 계급 적대와 계급 단결의 강화라는 말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듯 보이기도 하지만 과거에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공동의 대적투쟁을 수행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근거가 없어 발전적 논의로 가져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전투적 조합주의 극복의 대상인가, 계승의 대상인가.

안재원 노동위원장의 발표를 끝으로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되었다.
박성인 소장은 노중기 교수가 언급했던 전투적 조합주의에 대한 얘기로부터 시작하자고 했다.
그는 전투적 조합주의의 특징으로 크게 네 가지를 꼽았는데, 1) 국가와 자본에 대한 비타협적 태도(즉 전투성) 2) 연대성 3) 현장성 4) 조합주의를 뛰어넘는 노동의 정치 가 그것이다.
이에 대해 양효식 상황실장이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는데 “자신이 얘기했던 것은 정확히 하자면 전투적 조합주의가 아니라 전투적 노동조합 운동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이 추상적으로 전투적 ‘조합주의’라고 딱지를 붙여놓고 비판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전투적 노동조합 운동은 비판과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계승해야 하는 것 아닌가. 조합 운동의 차원에서 그 이상 뭘 바랄 수 있는가.”
이를 받은 노중기 교수는, “전투적 조합주의는 한국 사회운동의 특수성이다. 그것은 87-97년 민주노조 운동의 시기의 특정한 운동을 지칭한다. 일단 전투성이라는 측면에서 과거의 전투성이 과연 현재에도 유효하고 타당한가, 전투성만이 계급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 아닌가.” 라며 전투성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박성인 소장이나 양효식 상황실장과는 달리 협소하게 바라보는 듯한 인식을 보여주었다.
현장성과 관련해서는, “항상 문제가 안 풀리면 현장으로 돌아가자고 얘기한다. 과거에는 현장에서 분노하고 있는 대중들 빼고는 사회적으로 주변에는 모두 다 적들 뿐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 때와 다르다. 언제까지 현장에서의 자발적 투쟁에 기대가는 것이 과연 좌파의 대안이냐. 국가와 자본에 의한 대공장 이기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방어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논리를 운동 내부에 그대로 가져오는 것 그것은 아니다. 문제는 대공장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조합주의이며 이를 단순히 부정해서는 안된다.”

연대성과 관련하여 “시민운동은 쁘띠적이고 노동운동 내부는 계급적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최소한 이러한 인식 구도라도 깨도록 해보자. 시민운동은 계급적 기반이 쁘띠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버리자.”

현장성이나 연대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다른 이들과, 그리고 나와도 다른 인식의 차를 드러냈는데, 과연 문제가 안 풀리면 현장으로 돌아가자라고 외치며 자발적 투쟁에 기대가려고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이들도 소수 존재하지만, 대부분 현장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면서도 현장에서 어떻게 뿌리내릴 것이며, 어떻게 자발적 투쟁에 단순히 기대가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자발적 투쟁을 의식적이고 계급적인 투쟁으로 전화해 갈 것인가, 그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소수의 때려박기식의 투쟁이 아니라 대중적인 투쟁으로 만들어나갈 것인가라는 것을 실제로 실천해내지 못하거나, 처음부터 실천할 마음도 별로 없으면서 말로만 그렇게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임성규 의장은 시종일관 산별로 몰아가기 위한 발언을 하였는데, 그런 맥락 하에서 그는, “전투가 전부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전투적 조합주의 논의할 때마다 정말 짜증난다.”며 자신의 과거 화려했던 전투성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전투성 또는 전투주의 중요하고 유용하다. 그렇지만 기업별 노조운동 차원에서의 전투주의는 진짜 아니다. 내 말은 산별 차원에서 전투주의 하자는 것이다. 지금도 굳이 전투적으로 싸울 필요 없는 대공장에서 괜히 파업투쟁 했다가 깨지는가 하면, 정말 전투주의가 절실히 필요한 곳에서는 막상 전투를 못하는 경우도 많다. 바로 이런 것들을 조율해서 산별로 모아내서 전투 하자는 것이다.”라며 자신의 입장이 “전투성을 버리고 타협하려는 것이 아니라 산별 차원에서의 전투를 하자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듣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 하다. 그건 현재의 산별 건설 과정이 증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재원 노동위원장은 전투성이 문제가 아니라 조합주의가 문제라며 문제의 전환을 요구했다. 그리고 현재는 현장의 요구를 더 많이 들어야 한다고 했다. 연대성과 관련해서는 현재 시민운동이 약간은 좌우분화되고 있으며 그 속에서 급진적 시민운동과의 연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패배한 전투와 승리한 전쟁, 승리한 전투와 패배한 전쟁

토론자들의 토론이 있은 후 참가자들과 함께 하는 플로어 토론이 진행되었다.
토론회 참가자 중 이철희 동지는, “현장에서는 전투적 조합주의라는 말 잘 쓰지 않는다. 전투성, 투쟁성은 87년 투쟁의 경험적 인식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97년에는 그 이전에 비해 국가와 자본이 노조운동에 대해서 훨씬 더 비타협적이었다. 그래서 전투적으로 싸워야 한다. 더 전투적으로.”
이철희 동지 옆에 앉았던 전교조에서 활동한다는 한 여성 동지는, “과거에 비해서 별로 변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전투적 조합주의라는 용어가 어감이 좋지 않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노중기 교수는 “‘전투’에 대해 이철의 동지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현재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 87-97년 사이에는 우리는 전투에서는 백전백패했지만 전쟁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 민주노총도 만들고 민노당도 만들었다. 그런데 97-현재까지를 봤을 때 종종 이기는 전투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전쟁에서는 오히려 별로 성과도 없고 패배하고 있다. 이것은 구조적 문제가 변화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양효식 상황실장은 “임 대표 전투적 조합주의 안된다고 얘기하는데 비정규직은 비타협적으로 싸울 수 밖에 없다. 현재의 비정규직 투쟁 상황에서 그것 말고 어떤 대안이 있느냐.”며 은근히 임성규 의장에 대해 비판의 날을 새웠다.
이에 대해 임성규 의장 또한 지지 않고 양효식 상황실장을 비꼬았는데, “현장 외치는 사람이 현재는 현장으로부터 괴리되어 있고 뿌리뽑혀 있다. 이에 대한 자기 반성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양효식 동지가 내 말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전투적 조합주의가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산별 차원에서 전투하자는 것이었다. 바로 옆에서 말하는 사람의 얘기도 정확히 못 알아듣는데 현장의 얘기를 어떻게 잘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라며 양효식 상황실장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마치 서로를 공격하기 위해서 나온 사람들처럼 두 사람은 토론회 내내 서로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그것이 발전적 전망을 찾기 위한 공격이라면 좋겠으나 둘 사이에 그것은 99.9% 불가능하지 않을까.

진행중인 산별 건설, 현실적 비판과 원론적 수준의 선언을 넘어...

이어서 전투적 조합주의에 대한 논의가 끝나고 산별에 대한 얘기가 진행되었다.
산별에 대한 발제를 했던 김영수 부소장이 먼저 발언하였는데 과거 전노협에 대한 얘기를 하며 다시 한 번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였다. 그런데 패러다임의 변화에 있어서 “일단 기조의 변화가 필요하며 그 다음에는 주체를 형성하고 사업을 집행하면 되는데 왜 이것이 어려운가하면 기조 정립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산별, 또는 연맹은 관리중심의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데 이것을 조직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관리파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에서 하루 파업 지침이 내려지면 사측에서는 4시간 정도만 파업하라고 하고 연맹이나 산별은 그 사이에서 적당한 선에서 파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양적 성장 체계에서 질적 성장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패러다임만 바꾸면 자신이 주장하는 바가 왜 불가능한가라고 반문하였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관념론자의 주장이나 교회에서 하느님만 믿으면 된다는 목사의 말처럼 너무나도 공허하게 들릴 뿐이었다. 과연 그렇다면 우리는 생각만 조금 바꾸면 될 껄 왜 이런 고생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과 함께...
양효식 상황실장은 산별 얘기를 하면서 “작년 보건의료노조 파업 당시 서울대 병원 지부가 문제제기하고 파업까지 가서 결국 탈퇴까지 했던 10장 2조 문제를 비껴갈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산별 건설 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요구했다. “계급적 산별노조만을 얘기하는 것은 별 의미 없다.”는 것이다.
임성규 의장은 김영수 부소장의 산별안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는데 그것은 실제 산별을 추진하고 있는 앞선 자의 노련함, 여유일까. 어쨌든 그는 김영수 부소장의 산별안에 대해 “지역 산별에 대한 얘기만 빼고는 다 동의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산별노조 건설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빠져있다. 현재의 산별이 원래부터 그런 문제가 있었겠는가. 개별적으로 있을 때 모두들 전투적으로 투쟁했다. 그런데 이게 산별로 모아내니까 문제가 생기더라.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갈 것인가라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어야 한다. 김 부소장의 안은 남한의 지역별, 산업별 불균형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닌가. 현재 산별 건설이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 김 부소장의 안대로 갈 수도 있겠지만 현재 산별 건설은 진행 중이다. 따라서 그 안은 너무 공허하게 들린다.” 즉 임성규 의장은 김 부소장의 안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거의 다 동의되며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현재의 산별 건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포섭과 수렴적 자세를 취하면서도 자신들은 이미 실제적으로 건설해나가면서 구체적으로 부딪치는 문제들과 싸우고 있는데 아직도 원론적 수준의 얘기만 읊조리고 있느냐는 투로 슬쩍 깔아뭉개놓았던 것이다.
노중기 교수 또한 임성규 의장과 비슷하게 김영수 부소장의 산별안에 대해 비판적, 비관적이었다. 그는 “1-2개월전 한노정연에서 전국단일노조를 제기하는 걸 보면서 놀라면서도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 지역산별을 얘기하는 걸 보면서도 그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임성규 의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그럴 것 같다. 그런데 산별정신의 기본정신이 과연 무엇일까. 외국의 사례에서 보면 산별은 거의 대체로 종축으로 쪼개져 있는데 그건 왜 그럴까. 전국적이고 정치적인 의제가 과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상당히 힘들 것 같다.”며 산별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안재원 노동위원장은 과거 전노협 조직발전 논쟁과 그 이후 민주노총의 건설 과정에서의 좌파의 패배와 이것이 산별에 대한 것임을 제기한 뒤 현재의 조건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활동가 주체를 과연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던졌다. 개인적으로 안재원 노동위원장은 꽤 정확하게 현재의 상황에 대한 진단을 하고 있는 듯 했다. 현장의 상황과 좌파 운동의 상황 등등에 대해서...

좌파의 분열상과 대안의 부재, 활동가들은 어디를 보고 무엇을 들어야 하는가

다음으로 이에 대한 플로어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한 전교조 활동가의 질문이 있었다. 앞선 토론자의 발언 중 양효식 상황실장이 민노당에 대해 얘기한 것을 언급하며 “그렇다면 민주노총도 결국 마찬가지 아니냐. 그런데 좌파는 뚜렷한 대안은 없는 것 같다. 당운동 차원에서 민노당이 아닌 다른 정당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이와 유비해서 노조 차원에서는 또 다른 노총을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현재는 좌파가 단결하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어떻게 단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아무도 이런 얘기를 하지 않는 것 같아서 내가 제기하는 거다.”
시간의 부족으로 질문에 대한 대답과 함께 마무리 발언이 진행되었다. 마무리 발언은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가 했다. 발제자들부터 발언을 하였는데 이들은 산별을 중심으로 발언을 하였다.
먼저 김영수 부소장은 한노정연 멤버를 제외한 모두로부터의 비판을 의식한 듯 자신의 주장에 대해 문제제기 수준에서 이해해달라며 다시 한 번 기조에 대한 얘기와 패러다임의 전환, 그리고 가능성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리고 끝으로 ‘반성과 회고’가 필요하다는 말과 자신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 체계 등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적 산별노조라는 의미에 대해 동의한다면 그것으로 됐다는 말로 마무리하였다.
이은숙 부소장은 간략하게 김영수 부소장의 산별안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하였다. 모두들 동의하는 원칙적 수준에 대한 동의인지, 별로 구체적이지도 세부적이지도 않고 근거도 없어보이는 구체적인 안에 대한 동의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날 토론회의 분위기나 상황이 잘 파악이 안 되었던 듯 하다.
정병기 부소장은 마치 지금까지와의 논의는 상관없다는 듯 관료성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관료성이 드러나는 원인을 세 가지로 꼽았는데 1) 거대 조직의 특징 2) 조직이 지나치게 분화된 경우 3) 행위자 개인의 문제가 그것이었다. 그는 “이러한 관료성이 드러나지 않는 방향으로의 산별 건설이 필요하다며, 또한 산업구조와 국가, 사용자 단체 조직이 어떠한가 등을 보고 효율적 단체협상을 염두에 두면서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로 마무리하였다.
마치 관변단체의 입장이나 되는 듯한, 민주노총이 비판에 직면할 때마다 부정하지만 그 계획에 있어서는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바로 그 입장과 관점을 그래도 좌파의 정책을 연구한다는 한노정연의 부소장의 입에서 듣고나니 토론회 내내 들었던 실망감이 극에 달하는 듯했다.
양효식 상황실장은 앞선 전교조 활동가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민노당과는 다른 계급적 좌파의 독립적 정당이 필요하지만 민주노총은 대중조직이며 이는 내부혁신을 해야 할 문제”라는 짧은 답변을 하였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민노당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는데, “민노당에 대해 사민주의 정당, 개량주의 정당이라는 말을 하는데 민노당은 이것도 안된다. 사민주의, 개량주의 정당이려면 개량이라도 획득해야 하는데 현재의 민노당은 그 개량도 얻지 못한다.”며 비판하였다.
임성규 의장은 또 다시 양효식 상황실장의 발언에 대해 “그것은 민노당의 8만 당원을 모욕하는 발언”이라며 은근한 자랑(?)과 협박(?)을 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을 다시 한 번 포장할 필요를 느낀 듯, 자신은 “젊었을 때 가졌던 혁명의 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도’에 대한 생각만 달라졌다.”고 하였다. 그리고 오늘 토론회를 총괄적으로 평가하면서, 솔직히 “한노정연의 수준이 과거 자신과 세미나 할 때의 수준 정도밖에 안되는 것 같다.”며 “대표적인 좌파의 정책연구집단이 내놓은 안이 이런 것이라면 좌파도 정말 한심하다.”며 노골적으로 좌파 일반을 짓눌러버렸다.
한노정연의 입장과 수준이 정말 한심하다는 그의 말에는 동의하지만 과연 그런 그는 정말 그의 말마따나 ‘속도’에 대한 문제만 빼고는 과거의 혁명의 꿈을 간직하고 있을까. 교묘하게 포장된 그의 말 속에서, 상당히 신중하게 선택된 ‘속도’라는 단어 속에서 그가 말하는 혁명이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며 공수표에 불과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너무나 뒤틀린 것일까.
노중기 교수는 제3노총을 현재 수준에서 얘기하는 것은 다 같이 망하는 지름길이라며 그러한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를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넌지시 이런 얘기가 왜 나올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안재원 노동위원장은 “정치지도력과 대중지도력을 두루 갖춘 통일된 활동가층의 형성이 필요하며 전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의 발언을 끝마쳤다.
마지막으로 박성인 소장의 폐회 선언과 박수로 토론회는 마무리되었다.

계급대중의 분할과 새로운 주체의 발견

오늘 토론회를 내 나름대로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위기의 원인, 또는 노동운동의 위기 그 자체와 동일시되는 전투적 조합주의에 대한 평가가 하나의 큰 화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망과 관련한 것, 특수하게는 산별노조와 관련된 것이 또 하나의 화두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분할, 투쟁이 일차적으로는 자본가 계급의 전략과 태도에 달려 있다고 했을 때 현재의 노동운동의 위기, 또는 과거의 맑스주의의 위기, 노동운동의 위기라고 했던 것들이 일차적으로는 자본의 위기로부터 기인한다는 임성규 의장의 말은 그 자체로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운동이 단순하게 자본의 전략과 태도에 의해 규정되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그 자체 생명력을 갖고 있다고 했을 때 그의 말은 문제를 너무 단순화하는 우를 범한 것이거나 자신에게 향하는 비판의 화살을 더 큰 적에 대한 분노로 돌리기 위한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게 된다. 어쨌든 노중기 교수의 말처럼 이런 식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면 우리는 노동운동의 위기 논쟁을 넘어설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노중기 교수의 말처럼 87년 이후의 운동을 전투적 조합주의라고 하면서, 그 특수한 운동의 긍정성을 인정하면서도 97년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으며 양효식 상황실장의 말처럼 계승해야 할 것이 아니라 비판과 극복의 대상이 아닌가라는 주장에도 문제는 있어 보인다. 일단 87년 이후의 운동을 싸그리 전투적 조합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 양효식 상황실장의 말처럼 조합주의와 조합 운동에는 차이가 있다. 조합주의라는 것은 노동조합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며 조합적 이익을 위해 계급적 단결과 이익을 져버릴 수도 있는, 전체 노동운동의 차원에서 바라보자면 위험한 하나의 경향을 지칭한다. 그러나 87년 운동은 이러한 조합주의로 등장했거나 그러한 성격을 강하게 띄었다기보다는 미발전된 운동의 상황에서 급속하게 대중운동의 성장이 이루어졌으나 그를 올바르게 지도할 지도부가 없음으로부터 조합운동으로 수렴되었던, 한계를 지녔던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87년 투쟁을 통해서 등장한 민주노조 운동이 지금과 같은 노동조합의 질서 내로 철저하게 갇히는 성격의 운동이 아니라 끊임없이 조합 질서를 뛰어넘는 운동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분명히 알 수 있다. 오히려 전투적 조합주의는 그 이후 과정에서 점차 굳어져가면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보인다. 즉 자신들을 혁명으로 이끌어줄 지도부도 없으며 갈수록 전체 운동 내에서 실리주의, 개량주의적 경향이 득세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영광과 전투성을 견지하고자 하는 선진 노동자 운동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표현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안재원 노동위원장의 말처럼 관료성이 아니라 노동자 계급 대중의 분할이 문제이며 이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주체를 발굴할 것인가일 것이다. 그런데 오늘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 그 누구도 이에 대한 고민이나 구체적이고 진지한 방안을 갖고 있지는 못한 듯 했다. 아니면 내가 눈치가 없어서 그들의 말 속에 녹아 있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일까.
양효식 상황실장은 현장권력의 강화를 강조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것이 없다면 계급적 산별노조의 건설은 공문구에 불과하다는 그의 말은 타당한 것이다. 단사에서 전투주의 하지말고 산별 차원에서 전투주의하자는 임성규 의장의 말은 쓸데없는 현장권력 내주고 산별 관료들이 모든 권력을 쥐겠다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보건의료노조 파업당시 서울대 병원지부의 문제가 우연히 발생한, 일어나서는 안될 그러나 중요하지는 않은 그런 문제일까, 아니면 현재의 산별 건설 과정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서 빙산의 일각일까.
문제는 양효식 상황실장의 주장에서 현장권력의 강화는 거의 대공장 관료들에 대한 비판과 등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상으로, 분할된 계급대중을 아울러 그들에게 전망을 갖게 하는 그러한 입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과연 계급 대중은 어디에 서 있는가

토론회 내내 이러저러한 실망과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계속해서 뇌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것은 이 논의들 속에 계급 대중이 끼어들 자리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였다.
우리는 분명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고, 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 활동가들 스스로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 지를 몰라 헤매고 아주 작은 단위의 조직체, 집단 내에서도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에도 계급대중의 여건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며,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나 또한 명쾌한 답같은 것은 갖고 있지 않으며 불안한 미래를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며 했던 말처럼 우리가 미래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현실에 대해 외면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한 걸음 더 나아간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13차집행위결과] 알려드립니다. [1]	박성인	2005/09/21

한노정연창립10주년 기념심포지움 평가서(안)

박성인

2005/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