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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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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7 18:1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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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us |
복수노조 시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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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조 원고//
복수노조 시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은숙 /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부소장
노동조합법상의 대표적 악법으로 기능하다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집중적 지탄을 받아온 노동조합법 3조 5호, 이른바 ‘복수노조 금지 조항’이 ‘87년 투쟁’ 이후 20년만인 2007년 1월1일부터 마침내 완전 삭제되게 된다. 당초 복수노조 금지조항은 헌법 제33조 1항에 규정되어 있는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위배하여 노동 3권을 심각하게 제약해 왔다. 벌써부터 삭제되었어야 하는 이 조항은 1963년부터 면면히 노조법에 남아 있다가, 87년 대투쟁을 통한 신규노조 결성 및 어용노조 민주화 투쟁을 거치면서 전면 폐지대상이 된 악법이다.
이런 복수노조 금지 조항은 그러나 20년 이상 동안 민주노조운동의 투쟁 대상이었지만 질기게 존속되다가 1996-97년 총파업투쟁을 거치면서 1997년 3월 노동법 개정 때 비로소 폐지대상에 올랐지만, 부칙에 경과조치로서 산별 이상의 초기업단위 노조에 대해서만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사업장 단위에서는 동일한 조직대상에 대한 복수노조의 설립은 2001년 12월31일까지 금지함으로써 완전 폐지되지 않았다. 따라서 1997년 법 개정 이후 존속돼온 이른바 복수노조 금지 조항은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금지 조항’이며, 이것이 2002년 1월1일부터 전면 폐지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01년 2월9일 ‘노사정위원회’에서 또다시 5년을 유예시킴으로써 결국 2006년 12월31일까지 그 명줄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복수노조 금지 조항이 거쳐 온 이러한 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1987년 이후 새로운 노조운동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게 된 전노협․민주노총 운동을 10여년 만인 1997년에야 법적으로 그 실체를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장 단위에서 ‘민주’와 ‘어용’의 경합을 봉쇄함으로써 사업장 노동현장에서의 역동적인 조합원 대중의 조직화를 통한 노조운동의 발전에 법률적 족쇄를 채워왔음을 의미한다.
이제 당장 내년부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금지라는 족쇄는 일단 풀리게 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10여 년 동안 노조운동의 상황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1987년 이후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대표적 악법으로 지목하여 운동해온 ‘민주노조운동’은 1996-97년 총파업투쟁을 거치면서 쟁취해낸 노동법 개정투쟁의 국면인 1997년 3월에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금지’의 벽을 넘지 못한 채 5년을 지내왔고 2002년에도 다시 5년 동안, 도합 10년을 그 벽에 갇혀 있었다. 그 결과, 이제 2007년 1월1일부터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민주노조운동’의 응결물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노총 산하 조직들에서조차 이제는 복수노조가 생기면 조직이 깨지는 게 아닐까? 단결력이 훼손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단위 현장에서의 ‘민주노조’들의 조직력이 이완돼 있다는 현실의 반영이겠지만,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그간의 노조운동 과정에 대한 냉정한 성찰 속에서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하는 과제일 뿐이다.
그동안 노동조합운동은 총연맹 및 산별연맹/산별노조 수준에서는 복수노조 체계를 꾸려오면서도, 각 사업장 단위에서는 복수노조 금지 조항에 묶인 채 기업별 단일노조로 조직되어 단위 현장의 역동적인 대중성은 총연맹이나 산별 단위의 조직형식 속에 갇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조직형식 차원에서 보면, 집행부가 어느 쪽 성향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상급단체가 결정되는 틀을 벗어날 수 없었다. 단위노조 집행부는 조합원의 과반수 이상의 지지로 선출되지만, 상급단체 결정이나 산별노조로의 전환 등 조직형식의 변화는 조합원의 2/3 이상의 결의가 따라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이를테면 단위노조가 가령 상급 총연맹이나 산별연맹의 지침에 따라 조직형식을 산별노조로 바꾸려는 시도가 집행부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해도 조합원의 2/3 이상을 조직해 내기가 쉽지 않게 되고, 따라서 단위 사업장 노조에서의 집행부의 결정력이 그만큼 커짐으로써 거꾸로 상급단체로의 조직적 결집력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는 개연성을 가지게 되었다. 기업별노조의 집행부는 특히 그 사업장 노조의 규모가 클수록 막강 ‘권력’체로 화하게 된 것이다. 하나의 예는 1987년 대투쟁의 상징이기도 한 현대중공업노조가 지난 탁학수 집행부 때 민주노총과 민주금속연맹을 떠나 미소속 단위노조가 돼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와는 좀 다른 반대 예도 있다. 현대자동차노조의 경우, 상급단체인 민주금속연맹이 1998년 이래 ‘산별노조 건설’을 줄기차게 외쳐왔지만 현장에서는 몇 차례의 조직전환 결의 투표에서 연맹의 이런 방침이 외면돼버렸다. 집중적인 교육이 배치되고 산별노조 자체를 위한 투쟁까지 배치하면서 나름대로 총력을 다했건만 금속노조는 대규모 금속사업장들을 포괄할 수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별도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어찌됐든 대공장 노동자들에게 산별노조는 1996-97 총파업투쟁 이후부터는 더 이상 절실한 무기로 다가서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다. 오히려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투쟁의 무기로서 산별노조가 절실하게 다가갔다. 또 다른 예로는 병원노조연맹이 보건의료산업노조로 전환한 뒤, 이번에는 거꾸로 대규모 병원 사업장인 서울대병원노조가 보건의료산업노조에서 떠난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경우는, 산별협약이 우선이라는 보건의료노조 산별협약 10조2항에 대하여 서울대병원지부노조가 반대하자 이를 산별노조가 징계에 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다. 대체 이와 같이 복잡한 과정이 근 10여년 이상 전개된 상황이다. 복수노조는 이제 한국노총뿐 아니라 민주노총에게도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노조운동과 반대로 자본측은 일관되게 복수노조 반대론을 고수하고 있다. 그 속에서 정부-자본측은 이제는 설사 복수노조가 설립된다고 해도 별로 위협적이지 않게 만들 다른 수단들을 강구하고 있다.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즉 이른바 로드맵이 그것이다. 정부-자본측은 로드맵을 2월 임시국회에서 매듭지으려다가 이를 4월 국회로 이월시킨 상태이다. 비정규직 관련 법 개악을 로드맵과 분리하여 우선순위로 2월에 처리함으로써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한덩어리로 투쟁하는 데 대해 전선을 치면서 각개격파하여 관철시키려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돼 제2, 제3의 노조들이 단위사업장에 난립할 가능성은 부분적으로 존재한다. 특히 대규모 사업장 ‘민주노조’들에 대해서는 사측이 제2노조 육성전략을 본격화함으로써 어용 내지는 황색노조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공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제도적으로 찾는 것은 매우 부분적인 대응으로 끝날 수 있다. 예컨대 단체교섭에서의 대표권을 과반수 이상의 조합원을 조직한 노조에 줄 것인지, 비례대표제로 할 것인지 등등, 현재 정부나 자본측이 노조운동에 주문하고 있는 식의 제도들에 노조운동이 과도하게 현혹될 필요는 없다.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가 존재할 경우, 단협이나 협약 절차들이 지금과는 분명히 달라지게 될 것이다. 또한 사업장 단위노조체계를 전제로 할 경우와 초기업단위 노조(산별노조)로 재편될 경우 드러나는 양상과 사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크게 걱정할 사항은 아니다. 복수의 노조들은 필요하다면, 교섭단을 공동으로 꾸려서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섭주체에 대한 걱정 때문에 노조의 복수설립을 두려워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는 격이 될 수 있다. 무조건적인 ‘단결’에 대한 강조나, ‘제도’에 대한 의존 등은 수세적 대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세기에 걸쳐 노동 3권을 침해해온 복수노조 금지조항 폐지에 즈음하여, 움츠러들기 보다는 현장 조합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노동자의 폭넓은 단결의 길을 찾아가는 노력이 복수노조 시대를 돌파할 방법을 찾는 가장 빠른 길이다.(2006.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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