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사태, 알면 알수록 재미있다
[인물과 사상의 눈] '시사저널 삼성기사 삭제 파문 사태' 100배로 즐기기
고재열
2007/01/23 [08:34] ⓒ대자보
3가지 죄목이었다. 회사 및 최고경영진에 대한 명예훼손, 신용훼손 그리고 해사행위. 회사는 『오마이뉴스』에 「시사저널 커버스토리, 이것이 기사면 파리도 새다(부제, 현직 시사저널 기자가 본 '짝퉁' 『시사저널』 품평기)」를 기고한 나에게 3가지 죄목을 들어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 원고가 출판될 무렵에도 여전히 현직 『시사저널』 기자일지 아니면 전직 『시사저널』 기자가 될지 모르겠다.
나는 『시사저널』이 한국 사회에서 '강소매체'라고, 아니 '이었다'고 자부해왔다. 노무현 정부 출범 전후로 많은 매체들이 이래저래 이념적 커밍아웃을 거치면서 좌우로 나뉘는 동안에도 『시사저널』은 무던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나는 그런 『시사저널』이 좋았다. '유의미한 마이너리티', 내가 딱 좋아할 만큼의 의미와 힘을 『시사저널』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19일 이후 나의 이런 만족감은 사라졌다.
'시사저널 삼성기사 삭제 사건'으로 통칭되는 시사저널 사태는 지난 6월 19일에 이철현 기자가 쓴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라는 제목의 3쪽 기사를 금창태 사장이 인쇄소에서 편집국 몰래 무단 삭제하면서 발발했다. 이에 반발하는 기자들을 '징계 폭탄'으로 응징했고, 편집권 독립을 외치는 기자들의 외침은 7개월 동안 메아리를 울리지 못하고 공명했다.
시사저널 사태, 알면 알 수록 재밌다.
울분과 분노로 점철된 시간이었지만, 7개월의 시간은 내게 이 상황을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주었다. 안타깝게도 시사저널 사태는 사회적 이슈로 확장되는 '티핑 포인트'를 만나지 못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했다. 거대자본의 언론통제 문제, 편집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느냐는 문제, 진품과 짝퉁을 가릴 매체의 진정성이 어디서 나오냐는 문제 등 많은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에 회자되지 못했다.
나는 이 지면에서 우리의 의로움과 금창태 사장의 무도함을 웅변하고 싶지 않다. 단지 2007년 현재 우리 언론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시사저널 사태를 소개하고 싶을 뿐이다. 시사저널 사태를 조목조목 살피면 의외로 많은 감상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 언론사 재고용 구조에 획기적인 전기를 만들어준 금창태 사장의 '비상근 편집위원제'를 칭찬하고 싶다. 기자들의 파업이 임박해지자 금 사장은 3차례에 걸쳐 '비상근 편집위원' 16명을 임명했다. 그리고 이들은 기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곧바로 대체 인력으로 투입되어 이른바 '짝퉁 시사저널'을 만들어냈다.
금창태 사장, 원로 언론인 재고용의 신기원 이룩해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면면이다. 취재 파트에 임명된 10명의 편집위원 중 60대가 5명이었다. 50대가 3명, 40대는 2명에 불과했다. 주로 중앙일보 출신인 이들의 평균 연령은 57.3세였다. 원로 언론인 재고용의 기념비적 사례라 할 만하다. 대한노인회에서 상을 받아야 할 일이다.
이중 주목할 만한 인물은 막내 격인 48세의 김행 편집위원이다. 김행? 왠지 익숙한 이름 아닌가? 그렇다. 여기서 '김행'은 우리 모두가 지난 2002년 보았던 그 '김행'이 맞다. 당시 대선주자였던 정몽준 의원을 수행하며 '국민통합21'의 대변인을 맡았던 그녀가 다시 언론계로 컴백한 것이다.
이 김행을 편집위원에 임명해 「노무현, 2012년 혁명을 꿈꾼다」라는 커버스토리를 쓰게 함으로써 금 사장은 우리 언론계에 해묵은 불문율 하나를 깨뜨렸다. 바로 권력을 좇아 정치권에 몸담은 언론인의 복귀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곡필아세(曲筆阿世)'로 권력에 부역한 언론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언가의 법도'였다. 김행의 재고용 사례 덕분에 요즘 대선 주자에 줄을 대고 있는 언론인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을 것이다.
나의 징계를 부른 『오마이뉴스』 기고글은 바로 이 김행의 커버스토리를 비판한 것이었다. 언론계에 복귀한 그녀는 주군의 정적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을 기사로 난도질했다. '극한 상황에서 동물들은 종족보전 본능에서 사정을 한다. ……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정자(精子)를 남기고 싶어한다'라고 고상하게 시작한 이 기사에서 김행은 자신의 악의를 굳이 행간에 감추지 않았다. 다음은 그녀가 가진 악감정의 편린들이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나는 제 정신이다'라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과연 그의 말마따나 '제 정신'일까, 아니면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것일까. 만약 당신이 그렇게 본다면, 아주 순진하다. ……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에서만은 진보개혁세력으로 통칭되는 운동권 출신 집단이 철저히 무능했다. 게다가 부패하기까지 했다. 그러니 일단, 정권을 내주는 것이 순리다. …… 지난 2002년 대선도 따지고 보면 천운과 개혁당 세력·노사모라는 소수 세력만으로 잡은 정권이다. 그들의 무기는 오직 기득권에 대항하는 민중 동원술뿐이었다.
정치권이나 기업으로 갔던 언론인들 불러들여 비상 편집국 꾸려
김행과 함께 주목할 만한 인물은 사실상의 편집장 역할을 하며 '짝퉁 시사저널' 발행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재혁 편집위원이다. 『중앙일보』 부국장 출신인 그는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전략홍보팀 상무이사로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금 사장은 정치권에 발을 담은 언론인들의 복귀 통로를 열어준 것과 함께 기업 홍보실로 건너간 사람들의 퇴로도 열어주었다.
여기서 잠깐. 김 편집위원이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이라는 것에 주목하자. 주지하다시피 시사저널 사태는 삼성기사 삭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기사의 주인공은 비서실을 이끌고 있는 이학수 부회장이었다. 삼성관련 기사로 물의를 일으킨 상황을 삼성 출신이 와서 해결하는 삼성의 이 지독한 애프터서비스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시사저널에서 계속 붙들고 있기 아까운 천재, 신호철 기자는 이런 상황을 5개월 전 정확히 예언했다. 8월 23일 선배 백승기 기자의 징계에 항의하며 붙인 '나를 징계하라'는 벽보에서 그는 "당신이 우리들을 모두 몰아내고, 당신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만 편집국을 새로 구성해 책을 만들면, 그건 『시사저널』이 아니라 『주간중앙』입니다. 당신은 17년간 수많은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이 땀 흘려 이룬 시사저널의 이름값을 도둑질하고 있습니다"라고 비판했었다.
'짝퉁 시사저널' 제작 주역은 중앙일보 전·현직 기자와 계열사
이들이 발간한 899호는 『시사저널』일까, 『주간중앙』일까? 한번 판단해보시라. 편집 및 취재 담당 편집위원 13명 중 7명이 『중앙일보』 출신이다. 전직 『중앙일보』 기자들이 몸을 대주었다면 현직 『중앙일보』 기자들과 『중앙일보』 자회사에서는 기사를 대주었다. 전체기사 36건 가운데 17건(53%)을 『중앙일보』 전현직 기자와 JES 등 중앙 자회사 기자들이 썼다. 참고로 한 네티즌은 시사저널 사태 기사에 대한 댓글에서 899호에 대해 ‘중앙일보를 2500원 더 주고 산 느낌’이라고 평했다. 예리한 네티즌은 그중 몇몇 필진이 『중앙일보』에 이미 송고한 기사를 살짝 바꿔 『시사저널』에 재기고한 사실까지 추적해냈다.
네티즌의 활약 중 백미는 발굴 특종이라며 지금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금창태 사장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찾아낸 것이었다. 『양키타임스(yankeetimes)』라는 매체에 실린 「시사저널 제작 전직이면 어떼?(부제, 금창태, “이 없으면 입몸"으로 산다)」는 맞춤법도 맞지 않는 제목의 이 기사의 내용을 조금 소개해본다.
현직이 특허냐? 시사저널이 노조파업으로 신문발행을 못하게 되자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이 전직을 제작에 투입하여 신문을 내 놓아 독자들의 찬사가 잇따르고 있다. 편집권 독립을 내세워 파업에 돌입했던 기자들의 행동은 독자들의 볼 권리를 외면해버린 처사였다는 지적이다. 전직을 편집에 참여시켜 신문을 제때 독자들에 써비스한 금사장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 이번 제작에 참여한 전직 언론인들은 왕년에 날렸던 기자들이다. 전직들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언론계 풍토는 잘못되었다고 비판했다. “영원한 현직”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현직에게 일침을 놓았다. 현직들이 특허나 받은 것처럼 전직을 홀대하는 사회풍조는 씯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간신문 방송 중견 전 현직기자들 모임인 한미프레스 안태석회장은 “한번 언론인은 영원한 언론인이다”라면서 현직 전직 편가르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발간한 899호 『시사저널』을 본 서명숙 전 시사저널편집장은 『오마이뉴스』에 「짝퉁 『시사저널』을 고발합니다(파업 후 첫 발행된 『시사저널』, 개념 없는 편집에 경악하다)」라는 글을 기고했다. 안타깝게도 현직 편집장이 아니어서 징계를 할 수 없는 서 전 편집장에게 금 사장은 전화를 걸어서 항의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해서 대체 인력이 만든 자동차는 현대자동차가 아니냐?”라는 것이 그의 항변이었다.
금창태 사장 ‘현대자동차론’에 독자들 ‘주방장론’으로 반박
그러나 금 사장의 이 ‘현대자동차론’은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시사모)’ 회원들의 ‘주방장론’에 의해 박살났다. ‘주방장론’은 이렇다. 언제나처럼 시사저널 한정식집에 가서 한정식을 주문했다. 그런데 불어터진 짜장면이 나왔다. 왜 그러냐고 따지자, 주방장들이 바뀌었는데 전부 ‘중앙반점’ 출신이라 중식밖에 못 만든다고 변명한다. 그냥 ‘삼성짬뽕’이나 먹으라는 것이다. 짜장면이 짝퉁 한정식이듯, 『중앙일보』 출신이 만든 『시사저널』 역시 짝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바로 ‘주방장론’의 논리다.
‘짝퉁 시사저널’의 모호한 정체성이 드러나는 증거가 있다. 바로 『시사저널』 기자들의 이름이 전혀 표기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대체인력으로 고용된 노기자들의 이름도 전혀 올라와 있지 않았다. ‘발행인 겸 편집인’ 금창태 사장의 이름만 올라 있었다. 공산품으로 치자면 성분명이 전혀 표기되지 않은 것이다. ‘짝퉁 시사저널’은 『주간중앙』일까 『시사저널』일까.
시사저널 노조는 1월 11일 오후부터 '짝퉁 시사저널'에 항의하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짝퉁 시사저널’이 발간되자 눈썰미 좋은 독자들은 표지만 보고도 『시사저널』의 변질을 알아냈다. 표지의 제목들은 이렇다. 「2012년 부활 노리는 노무현의 속셈」 「류근일 특별 인터뷰, 증오심은 통치 원리 아니다」 「조중동 잡으려다 친여 매체 다 죽인다」 「노출이 얼마나 심하기에… 섹시바 성 상품화 논란」 「현지취재, 후세인 사후 중동 기상도」 등이다.
하나하나 짚어보자. 대통령의 ‘속내’가 ‘속셈’으로 규정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미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 언제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토해내고 있는 류근일의 인터뷰가 ‘특별’해지는 것도 편집진의 변화 때문일 것이다. 「조중동 잡으려다 친여 매체 다 죽인다」는 기사는 『중앙일보』 판매국장과 광고국장을 거친 윤명중 한국언론인포럼 회장이 썼다. 이해당사자가 일방적인 주장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도 편집진이 변하면서 생긴 새로운 전통이다.
‘노출, 섹시, 성 상품화’라는 선정적인 단어로 연결된 제목의 기사는 대충 넘어가더라도 「현지취재, 후세인 사후 중동 기상도」 기사는 문제가 많다. 이라크가 아닌 이집트에서 취재해 쓴 기사이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국제팀의 신호철 기자는 이 기사에 대해 “이라크 정세 분석 기사를 실으며 표지에 ‘현지 취재’를 했다고 광고하고 있다. 기사를 읽어보니 이집트 카이로에서 쓴 기사다. 이는 마치 서울 광화문에서 일본 참의원 총선 기사를 쓴 후, ‘현지 취재’라고 이름 붙인 것과 같다”라고 평했다.
언론의 무관심 속에 기자들, 7개월 간의 자학투쟁으로 버텨
돌이켜보면 지난 7개월여의 시간 동안 우리는 참 바보처럼 투쟁했다. 항의 사표 써서 직장 잃고(이윤삼 편집국장), 업무지시 불응해 징계받고 출근 정지당하고(장영희 취재총괄팀장), 자택 대기발령 당하고(백승기 사진부장), 3개월 정직 당하는(윤무영 노순동 기자) 이 ‘자학 투쟁’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 비록 『오마이뉴스』 기고에 따른 징계로 ‘자학 투쟁’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시사저널의 편집권 수호 투쟁이 ‘자학 투쟁’이 된 것은 언론의 무관심 때문이었다. 『기자협회보』 『미디어오늘』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데일리서프라이즈』 등 ‘시사저널 편집권 지킴이 독수리 5형제’ 매체를 제외하고는 시사저널 사태는 언론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 깊이 침묵하던 오프라인 미디어들은 금창태 사장이 자신을 비난한 한국기자협회장과 민주언론운동연합 사무총장, 『한겨레21』 편집장을 고소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기사화 했다.
시사저널 사태에 대한 보도가 인색했던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 때문이었다. 첫째는 대한민국 최대 광고주 삼성그룹과 관련되었기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다른 언론사에서 벌어지는 소유주 혹은 경영진과 기자들의 마찰에 대해 잘 보도하지 않는 우리 언론계의 유구한 전통 때문이었다.
금창태 사장의 소송 남발로 기자들 기사화 꺼려
금창태 사장의 소송 남발도 영향을 미쳤다. 괜히 집안싸움에 휘말려 골치 아파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는지 취재를 하고서도 기사를 쓰지 않는 기자들이 많았다. 시사저널 사태를 초기부터 취재했던 『한겨레21』의 류이근 기자는 “확실히 소송 남발이 시위하는 효과는 있었던 것 같다. 기자들이 시사저널 사태를 다루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침묵의 카르텔을 깬 사람 중 한 명은 김선주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이었다. 그는 1월 11일자 「시사저널 사태에 발언하자」는 칼럼을 통해 경종을 울렸다. 이튿날 『경향신문』에서 「기자 없는 파행 발간, 시사저널 사태에 주목한다」는 사설이 나갔고, 그 이튿날은 시사저널 사태가 방송뉴스에도 보도된다. 중요한 기점이 되었던 김 전 논설위원의 칼럼 한 부분을 소개한다.
이 사태를 두고 언론인들이 침묵하는 것이 두렵다. 한국 언론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고 발행인만의 개인잡지가 발행되었는데, 언론이 침묵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가?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언론에는 다른 언론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전통이 생겼다. 공인의 사생활도 공적인 것이 되는 마당에 시사주간지의 내부사정이라는 것이 시사저널 한 잡지의 사적인 문제일 수 있는가. 비겁한 동업자의식이고 야합이다. 언론인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태가 왜 기삿거리가 안 되는가. 이 철저한 무관심과 기자들의 침묵이 소름끼친다. 당장 시사저널을 사 보라. 당신이 기자라면 부들부들 떨리는 경험을 할 것이다.
무기한 전면 파업도 시작되었고, 다행히 침묵하던 언론도 입을 열었고 이제 공정한 게임이 시작되었다. 내가 『인물과사상』 기고문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금창태 사장은 『시사저널』 900호 특집 마감에 여념이 없다. 우리 둘 중 누가 『시사저널』의 미래가 될까? 조용히 눈 감고 헤아려보겠다.
시사저널 기자들의 각오
덤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시사저널』 기자들이 남긴 각오를 전한다. 파업 노동자들의 당연한 각오일 수도 있지만 이들이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기특한 구석이 없지 않다. 이들이 스스로 뱉어낸 이 굳은 각오만큼 굳센 의지로 편집권 수호 투쟁을 꼭 승리로 이끌었으면 좋겠다.
집회나 파업 현장을 취재하면서도, 제가 시사저널 노조원으로 회사측과 싸우게 될지 몰랐습니다. ‘짝퉁 시사저널’ 제899호를 보고서, 취재의 ABC도 안 된 기사를 보고서 놀랐습니다. ‘짝퉁 시사저널’ 제작을 주도하는 외부 편집위원 가운데 한 명이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이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이런 사태를 보고서도 몇몇 매체를 제외하고, 침묵하는 한국 언론에 놀랐습니다. 이 ‘초현실주의적인’ 상황에서 시사저널 노조를 지지해주시는 독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문화팀 차형석 기자).
취재 다니다 보면 ‘시사저널은 어느 편이에요?’하고 묻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시사저널은 독자 편입니다’. ‘파업은 왜 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독자를 위해서’라고. 시사저널이 ‘짝퉁 시사저널’처럼 변질돼서는 안 되니까요(실용팀 안은주 기자).
독자들의 반응이 면구합니다. 시사저널은 어중간하고, 밋밋하고, 때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잡지라는 핀잔을 받아왔습니다. 그게 너희의 미덕이었다고 얘기해주는 독자들이 많았습니다. 기사와 주장이 뒤섞이고, 편견이 신념의 탈을 쓰고 횡행하는 시대에 그 갈피를 헤집고 사안을 따져보는 일은 지리하기조차 했으나 그걸 눈여겨본 독자들이 많았다는 것에 힘이 납니다. 기다려 주세요(경제팀 노순동 기자).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짝퉁’의 난삽함, 엉성함, 멍청함, 교활함, 편협함, 오만함 거둬버릴 게요. 우리들이 불꽃처럼 타오르면 짝퉁 위에서 군림하는 자, 짝퉁 언론인으로 판명나리라 믿어요. 우리, 긴 겨울 지나면 한꺼풀 더 벗고 부활할 거예요(편집팀 오윤현 기자).
‘노조’니 ‘파업’이니 하면 거부감부터 드는 것이 현실입니다. 시사저널 기자들이 파업을 한다고 하니 저희 건물 경비원 아저씨가 이렇게 물으셨다더군요. “도대체 몇% 인상을 요구하기에 회사가 저러느냐”고. 저희가 요구하는 건 결코 ‘빵’ 몇 조각이 아닙니다. 현장 냄새 폴폴 나는, 사실과 진실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온전한 지면’이지요(정치팀 이숙이 기자).
사랑하던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흡혈귀가 나타나 그녀의 목을 물었습니다. 내가 사랑했던 여인은 좀비가 되어 흡혈귀와 함께 마을 사람들을 해치고 다닙니다. 그녀의 머리를 은탄환으로 쏘아서, 추악한 모습을 끝내는 것과, 그래도 마지막 ‘해독제’를 기다리며 그녀의 악행을 지켜보는 것 중, 어느 쪽이 그녀를 위하는 길일까요? 오늘 발매된 ‘시사저널의 탈을 쓴 주간중앙’을 보며 느낀 딜레마입니다(국제팀 신호철 기자).
* 고재열 기자의 예고(?)대로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은 지난 22일 언론사상 초유로 직장폐쇄를 감행했습니다. <시사저널>을 지키고자 하는 기자들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 시사모 바로가기 : www.sisalove.com
* 글쓴이는 시사저널 정치팀 기자입니다.
* 본문은 월간 <인물과 사상> 2007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이며, 출판사의 허락하에 전재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