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아시아나 파업에 ‘긴급조정권’ 발동 / 긴급조정발동에 대한 각계의 엇갈린 반응
25일간의 아시아노조의 파업이 10일, 긴급조정권의 발동으로 일단락되었다. 직권중재와 더불어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긴급조정권이 대한민국 정부 역사상 세 번째로 노무현 정권에서 12년 만에 다시 등장함에 따라 역사의 퇴행을 보여주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박정희 정권이 1969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에, 김영삼 정권이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에 발동했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15일간 재교섭을 실시해도 타결이 없을 시, 정부가 강제 중재에 나서게 되고 정부의 중재안이 단협과 같은 효력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긴급조정권 발동은 향우 노사관계 전반을 재편하기 위한 일환으로 판단된다.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노사관계 로드맵 긴급조정제도 항목의 내용은 쟁의행위 금지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로 연장하는 것과 조정 실패 시 강제중재로 단체행동권을 제한하여 노조의 무력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긴급조정권을 둘러싼 각계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 정부; 긴급조정 결정은 국민경제의 어려움 때문
8월 8일 정부는 노동현안 관계장관 간담회를 열어 아시아나 파업 장기화에 따른 안정운항·수출입 차질 등 파급효과 등을 점검했다. 정부는 파업의 노사자율 타결은 어렵다고 보고 10일 긴급조정권 발동절차에 착수했다.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근거는 파업이 ‘경제의 어려움’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8일 건설교통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건교부는 “지난 3주간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약 2900억원에 달하고 있고, 제주도 등도 여행객감소로 지역경제에 어려움이 초래되고 국제적으로도 국적항공사의 대외신인도 저하 등 무형적인 피해가 점차 확산 되고 있다”, “파업이 이번주까지도 연장될 경우 피해규모는 총 4,239억원까지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사간 자율타결이 어려울 경우 정부의 긴급조정권발동 등 적극적인 대책강구를 관계부처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긴급조정결정 후 노사의 요구를 절충하는 방식이 아닌 공익적 입장에서 법과 원칙에 충실하게 대응해 나갈 방침임을 강조했다.
□ 양대노총 ; 민주노총 ; 8월중에 최대한 조직하여 노동부장관 퇴진과 긴급조정권 발동 규탄 정치파업 / 한국노총 ; 긴급조정권은 노동탄압 시대로 회귀하는 것
0. 민주노총은 10일 오후 6시 김대환 노동부장관이 긴급조정권 발동을 공표하자 11일 오후 2시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긴급조정권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나아가 민주노총은 대정부투쟁 기조는 유지하면서 8월중에 최대한 조직하여 노동부장관 퇴진과 긴급조정권 발동 규탄 정치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한편 철도, 지하철, 발전소 등 대다수 필수공익사업장 노조가 포함되어 있는 공공연맹은 “필수공익사업장이라는 미명하에 파업때마다 직권중재를 당해 왔는데 급기야 일반사업장인 아시아나항공노조에까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여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며 비판했다.
0. 한국노총은 긴급조정권의 발동은 참여정부 강압과 강제에 의한 노동탄압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라 지적한 후 긴급조정의 발동은 헌법상 기본권인 노조의 쟁의권을 강제적으로 봉쇄하는 행위로서 엄격한 법률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며 민간항공사업은 공익사업에 해당되지도 않으며, 25일째 아시아나 조종사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현저히 국민경제에 해악을 초래한 바도 없어 긴급조정의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 긴급조정제도는 권한 남용의 소지가 다분한 악법조항으로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고 밝히며 정책상의 무능과 오만을 또다시 드러낸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퇴진과 현 정권의 노동정책팀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 파업으로 관련업계의 손실은 크지 않다.
민변은 10일 조종사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인 비행시간 축소, 휴일보장 등과 같은 내용에 대해 “대한항공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항공사의 기준과 유사한 수준으로 조종사들의 정상적인 비행을 위한 최소한의 휴식을 확보함과 동시에 승객 안전과 직결되는”정당한 주장이며 “조종사노조의 요구를 완강히 거부하는 한편 여론공세를 통해 파업에 흠집을 내며 버티기로 일관하는 바, 작금의 상황에 이른 책임이 사측에 있다"고 비판했다. 파업으로 인한 경제손실이 3천억원에 이른다는 긴급조정 결정의 근거에 대해서 민변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항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 정도에 불과하고 절반 이상이 정상 운항되는 바 경제손실은 아시아나항공의 것일뿐 관련업계의 손실은 크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 열린우리당 ; 긴급조정은 법률이 보장하는 민주적 조정절차 / 한나라당 ; 노사양측과 정부 비판 / 민주노동당 ; 긴급조정권은 노동권 무시한 반노동자적 정책 / 경총 ;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환영
0. 열린우리당은 긴급조정권 결정은 민주적 조정절차라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정부의 긴급조정권발동은 항공노조의 장기파업에 따른 국민경제의 막대한 손실과 국민생활의 불편, 항공안전에 대한 염려 등을 감안한 최선은 아니나 차선의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노사의 자율적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 “법률이 보장하는 민주적인 조정절차”라고 주장했다.
0. 한나라당은 ‘노사참여정부 아닌 노사갈등 정부 아닌가’라는 성명을 발표해 노사양측과 노무현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또한 긴급조정권 발동을 노사갈등의 극약처방이라 규정하면서도 “무려 25일 동안 정부가 수수방관하다, 속수무책으로 일관하다가 긴급조정권이란 카드를 빼든 것”이고 “노무현 참여정부는 아시아나 노사 양쪽만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0. 민주노동당은 ‘긴급조정권 폐지되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해 정부와 김대환 노동부 장관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성명 서두에서 김대환 장관의 반노동자적 행보에 책임소재를 지적했다. 또한 “협상이 결렬되면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겠다고 하는 노동부 장관의 든든한 지원이 있는 마당에 사측이 양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며 정부와 아시아나 사측이 한통속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 보장을 위해 노사자율 교섭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긴급조정권의 폐지는 물론 반노동자적 정부 정책에 대해 노동계 전체와 함께 맞서 싸울 것”이라 밝혔다.
0.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아시아나 조종사 파업으로 관련 산업과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초래된 상황에서 조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밝혔다. 또한 긴급조정 결정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였다. 나아가 정부의 긴급조정 결정에 대해 민주노총이 연대파업을 벌이기로 한 것은 원만한 해결을 기대하는 국민적 여망에 찬물을 껴안는 무책임한 행태라며 민주노총을 비판했다.
□ 평가
0. 정부가 노사자율적 해결에 적극적이었다는 자체 평가와는 달리 8일에 아시아나 노사가 교섭을 가졌을 때 교섭 자리에 있던 노동부 공무원들이 퇴장하여 결국 교섭이 결렬됐다. 심지어 아시아나항공 사측은 8일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조종사 파업이 오늘 끝날 것이다”라며 축하 회식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련의 과정이 긴급조정권 발동을 위한 정부와 사측의 시나리오라는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긴급조정권 발동의 결정 근거인 국민경제의 어려움은 정부와 사측이 긴급조정권이라는 무기로 노동자를 억압하기 위한 수순으로서의 여론 공세로 판단된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민주노총이 대정부투쟁 기조를 유지하면서 8월중에 최대한 조직하여 노동부장관 퇴진과 긴급조정권 발동 규탄 정치파업을 계획하고 있으나 하반기 노사관계 로드맵과 비정규법안 관철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부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투쟁의 동력을 모아낼지가 이후 투쟁의 관건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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