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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공황장애와 지하철노동자들의 건강권투쟁에 대하여

현장에서 미래를  제107호
정흥준(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승무본부장)

들어가며

어쩌면 이제는 낯선 병명이 아닌 ‘공황장애’라는 질병이 지하철에서 왜 발생하고 기관사들은 어떻게 고통 받아 왔는지, 그리고 대안은 무엇인지 간략하게 지난 2년의 투쟁을 통해 짚어 보고자 한다.


1. 공황장애란, 그리고 기관사들의 증상은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갑자기 불안이 엄습하여 말 그대로 공황상태에 빠지는 질병이다. 기관사들에게 공황장애의 증상은 열차운전 중 흉부 통증을 느끼거나 호흡곤란 증상으로 나타난다. 실제적인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 불안, 호흡곤란, 가슴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 심장 등 심혈관계?호흡기계?소화기계 등을 의심하게 된다. 그래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기관사들의 경우 처음에는 심장질환 및 위장질환을 의심하여 내과진료를 받아 보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또 몸이 허약해진 줄 알고 한약을 먹어 보기도 하지만 몸 상태가 나아지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문제는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서 갑작스런 공황장애 발작증상으로 최초발병에 이르게 된다.
공황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공포, 두려움, 불안증세, 죽음에 대한 공포로 미쳐버릴 것 같거나 본인 스스로 자제력을 잃어버릴 것 같은 심리, 가슴통증, 손?발 떨림, 어지러움, 메슥거림, 땀이 많이 나고 숨이 막히는 증상들이다.
다음은 기관사 직업병에 대한 전문의들의 소견이다.

“공황장애는 원인은 아직 뚜렷이 밝혀진 것이 없지만 어렸을 때 받은 심한 정신적 충격 등이 소인이 되고 밀폐되거나 복잡한 공간에서의 작업,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이 유인이 되어 나타난다는 모델로서 설명되고 있다. 기관사△△△은 입사당시 건강했고 특별한 정신과적 과거력이 없으나 입사 이후 밀폐된 지하공간에서의 업무와 사상사고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공황발작이 유발되었다고 판단되어 공황장애는 업무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 산재가 승인된 기관사△△△의 전문의 소견서 중 -

전체적으로 지하철의 승무직 근무는 사상사고 혹은 다른 급박한 사건을 경험하지 않는다 하도라도 좁은 지하공간이라는 물리적 환경, 시간적 압박과 많은 수의 승객을 대상으로 근무하면서 생기는 긴장, 협소하고 열악한 작업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정서적인 장애, 적대적인 노무관리와 경직된 노사관계로 인하여 발생하는 정서적 긴장 등으로 지속적으로 시간에 쫓기면서 대중과 직장상사를 상대로 긴장을 하여야 하는 직업입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스트레스원이 그 직업 자체에 내재하여 있는 직업으로 판단됩니다. -도시철도 승무근무와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한 소견서. 서울대 백도명 교수 -

다음은 한국형직무스트레스 연구결과이다. (2004년 직무스트레스와 건강영향 연구보고서)


다음은 04년과 05년 각각 공황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직업병인정을 받은 기관사의 진술 중 일부이다.

“....본인은 열차를 교대 받아 운행 중 갑자기 목 뒷줄기로 심한 혈압이 올라오는 현상과 눈 부위로 심한 압박을 느꼈고 사지 떨림과 함께 온 몸에 힘이 빠지는 현상,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는 증상, 구토증세와 더불어 열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한 충동을 느낌과 동시에 죽음에 대한 공포가 밀려와 극도의 불안, 초조한 심리상태에서 운전업무를 계속할 수 없었습니다....”

“…사상사고 후 한 달 후쯤부터 근무 중에 아무런 이유없이 머리까지 열기가 올라오고 등줄기에서 땀이 흐르고 손에 진땀이 나면서 가슴이 답답한 것이 느껴져서 운용과에 전화를 걸어 대신 나와 줄 기관사를 부를까 했지만 어차피 2시간만 더 일하면 업무가 끝난다는 생각으로 참고 타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가끔씩 근무 중에 가슴을 앞뒤로 누군가 꽉 누르는 듯한 압박감과 심장이 조이거나 아파오기 시작하고 두통이 심했습니다…”


2. 도시철도기관사들에게 집단발병하고 있는 공황장애의 원인

그렇다면 이러한 신종직업병인 공황장애가 기관사들에게 왜 나타나는가. 승무본부에서는 지난 2년 동안 공황장애 관련 원인을 확인한 결과 ‘도시철도의 비인간적 시스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는데, 첫째 열차운행과 사고처리를 오로지 혼자 해야 하는 1인 승무가 공황장애의 주요 원인이었다. 서울에는 두 개의 지하철이 있는데 하나는 1-4호선을 담당하는 서울지하철공사이고 또 다른 하나는 5-8호선을 담당하는 도시철도공사이다. 도시철도는 자동운전/수동운전 겸용으로 서울지하철에 비해 단순?반복적인 수동운전만 덜 할 뿐이지 열차운전, 출입문취급, 안내방송, 열차고장조치 등 모든 업무가 동일하다. 그럼에도 서울지하철은 2인 승무를 하고 있으며 도시철도는 국내 최초로 1인 승무를 도입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1인 승무이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열차가 고장 나도, 화재가 발생해도, 사상사고로 인한 사체수습도 모두 다 혼자의 업무인 셈이다. 비단 기관사가 승무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니다. 2인 승무를 하는 지하철의 경우 앞에서 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는 뒤에서 승객의 동태를 감시하는 차장을 믿고 의지하며 운전에 임하고, 차장은 기관사를 믿고 승객안정에만 신경을 쓰면 되는, 아주 안정적인 심리상태에서 일 처리를 하게 되는데, 도시철도의 경우는 도와줄 사람이 없어 오로지 혼자서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지 못할 때는 더욱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2인 승무시는 설령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서로 의논하고 조치하므로 해서 조치기간 단축과 대형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직장 내 스트레스는 직장동료들과 대화를 하면서 스스로 해결하는 토로가 있는데 반해, 도시철도기관사들은 평균 하루에 5~6시간 동한 혼자서 열차를 운행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가 아예 없다.

둘째, 장시간 지하구간에서의 열차운전이다.
기관사들은 하루 평균 약 5시간의 열차운전을 해야 한다. 이는 승용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전하는 시간 정도라고 이해하면 이해가 갈 것이며, 그것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처음부터 끝가지 휴게소도 없이 터널로만 되어있는 길이라고 상상해 본다면 기관사의 근무시간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밤낮이 따로 없이 날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부족한 수면에 시달리며 운전을 한다고 가정해 보면 유해요소들이 반복해서 재생산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근무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도시철도는 전국의 지하철 중 가장 긴 노선을 운영(152km)함에도 불구하고 두 개 역을 제외하고는 전구간이 햇볕 한 줌 없는 지하터널이다. 깊고 어두운 터널 속을 혼자서 달리는 것은 그 자체로서 공포일 수 있으며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셋째, 각종사고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도시철도 기관사들은 13.5%가 거의 매일 출입문 사고를 경험한다. 전동차 고장도 90%이상이 적어도 한번은 겪어보았고, 사상사고(운전하며 승객을 치는 사고)를 경험한 사람은 20%에 이른다. 특히 사상사고에 대한 부담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다. 특히, 2분마다 진입하게 되는 역에서 기관사들은 매우 많은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 승강장 진입 시는 일단 앞을 볼 수 있어 그나마 낫다. 도시철도 기관사는 열차의 맨 앞에 승차하는 1인 승무이다 보니 승강장에 정차하여 승객의 승하차 상태를 흑백CCTV로만 확인할 수밖에 없고 직접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출입문을 닫고 약 1M만 출발해도 160M의 승강장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 전혀 알 수 없어 늘 불길한 기분으로 운전을 하게 된다. 실제 공사 사고 기록을 찾아보면 취객이 열차와 열차사이에 실족하여 그 사실을 모르고 출발한 열차에 의해 죽거나 손발이 잘리는 사고의 기록이 많이 있다. 곡선승강장에서는 CCTV설치상의 문제로 CCTV상에 보이지 않는 사구간이 있는 승강장을 출발 할 때는 두정거장이 지날 때까지 사령과 연결된 전화에 온 신경을 쓰게 된다. 혹시 그 시간에 사령에서 본인의 열차를 부르게 되면 그것은 뒤에서 승객사고가 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혹시” 하는 두려움은 모두 심적 스트레스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다음은 사상사고를 겪은 기관사의 진술 중 일부이다.
“2004년 3월23일 12시경 광명사거리역 진입시 30대 중반의 남자가 자살을 시도하려고 뛰어들어서 비상제동을 취급하였고 전면유리창에 자살자의 머리가 부딪치는 순간 저는 비명을 질렀고 자살자는 전동차 밑으로 쑤욱 빨려 들어가고 전면유리창은 박살이 났습니다.…내려가서 아래를 보니 저먼치서 자살자가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부딪쳤는데도 살았구나’라는 안도감을 가지고 옆선로로 한칸한칸 황급히 갔습니다. 그리고 자살자를 확인한 다음 제 머리를 잡고 다시 비명을 지르게 되었습니다. 자살자는 오른쪽으로 비스듬이 앉아있었지만 자살자의 머리 오른쪽 이마에서 왼쪽 귀까지 일자로 쫙 갈라져 있었고 얼굴은 피범벅이고 왼쪽 다리는 이상하게 꼬여 있었으며 자살자의 피가 사방으로 튀어있었습니다…저는 전동차 밑으로 들어가서 자살자를 옆으로 안치시키고 나서야 첫 번째 사상사고를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넷째, 불규칙한 노동시간이 문제이다.
기관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불규칙하게 근무하는 노동자이다. 변형3조2교대라고 하지만 교번제(출근번호에 따른 교대제)라고 하여 출근시간이 새벽 6시20분부터 저녁 10시까지 무려 100여개에 이른다. 따라서 기관사들은 100일 동안 매일 다른 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있어 밥 먹는 시간도 잠자는 시간도 매일 매일 다르다. 이러다보니 많은 기관사들이 수면장애와 위장장애를 달고 산다.

다섯째, 기관사는 평생 시간과의 전쟁을 치르며 산다.
누구나 학교에 다닐 때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불안하고 초조한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또 지방에 내려가기 위해서 열차시간을 기다리면서 시계를 몇 번씩 쳐다보고 시간을 확인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또한 그 시간을 착각해서 차를 놓쳐본 경험을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관사들은 날마다 달라지는 열차운행 시간표를 숙지하고 본인이 운행해야할 열차를 기다리고 반복해서 확인하는 일이 습관이며 일상이다. 이런 이유에서 기관사들을 쉬는 시간이 쉬는 게 아니라고들 말한다. 기관사 업무는 언제나 분초를 다투면서 시간에 쫓긴다. 도시철도 기관사의 27.5%는 열차운행 시 시간에 쫓기는 느낌을 받으며, 출근시간이 되면 87.9%가 그런 압박감에 시달린다. 지각과 결승이 용납되지 않는 직장 분위기도 문제다.
기관사가 승무교대시각을 착각하거나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승무교대시간에 승무교대를 하지 못하는 것을 결승사고라 하는데 이는 징계 대상이 된다. 그보다 본인의 결승으로 인해 본인과 승무교대를 해야 하는 동료 기관사가 본인을 대신해서 계속적으로 열차를 운행하게 되어 식사라든가 생리현상을 해결 못하고 극심한 업무과중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아는 입장에서 스트레스는 저절로 더해가고 죄책감마저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기관사 업무스트레스의 중요한 인자인 것이다.

여섯째, 이중의 고통이 되고 있는 현장탄압의 실태.
크고 작은 사고나 민원의 경험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데, 여기에다가 그 책임이 개인의 근무평가에 반영되는 것은 정신적 부담을 더욱 증폭시킨다. 그러나 최소인원으로 최대효율을 추구하는 현재의 운행여건에서, 사고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욱 이상한 일 아닐까? 그런데도 공사에서는 인력을 충원하거나 운행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사에 대한 교육 훈련의 강도를 높여서 사고를 예방하려고만 한다. 그러나 이것은 노동자들의 업무량을 증가시키고 정신적 부담을 강화할 뿐, 실질적인 예방책은 결코 아니다. 위에서도 1인 승무의 문제점들을 설명하며 기관사들의 스트레스와 사고조사 등 중간관리자들과 충돌되는 점들에 대해 간접적인 언급이 있는데, 원래 두 명이 해야 할 일을 한 명에게 시키고 관리를 하는 중간관리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이해를 할만도 하다. 그래서 더욱더 완벽한 통제와 관리의 필요성을 스스로들 자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대부분의 중간관리자들은 본인의 주 업무가 기관사들을 근무태도 등을 감시하고 사고보고서 쓰고, 교육이라는 명목의 단체정신교육을 하는 일이 본인의 책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는 회사에서 있던 사고를 집에 전화해서 가족들까지 협박하는 몰지각한 중간 관리자도 종종 있다.

…저와 도시철도공사로 함께 온 김**씨가 도봉산승무관리소로 배속되던 첫날, 우리는 총괄과장에게 허락을 받고 견학차 도봉기지 구내를 둘러보고 약 1시간 후 사무실로 복귀하니 어이없게도 총괄과장이 저와 김**씨에게 “너희새끼들 어디 갔다 왔어! 화장실까지 찾아 다녔잖아!”하고 하면서 “씨팔”하고는 성난 목소리로 다그쳤습니다…(중략)…한번은 7호선 장암역에서 열차 내에서 모과장이 소속기관사였던 송**기관사를 주먹으로 얼굴, 가슴 등을 때리는 장면을 제가 유일하게 목격한 일이 있었는데 퇴근 후 집에 있으니 그 과장이 전화를 해서 “야! 너 사실확인서 써줬냐?”라고 묻길래 “아니요”라고 대답하니 “야 임마 너도 봤지만 그게 때린 거냐. 얼굴에 주먹을 살짝 갖다 댄 거지! 폭행이란 그런게 아냐!”라고 자기 합리화와 변명을 장황하게 하기에 저는 “과장님 왜 평소 과장님답지 않게 때렸어요?”라고 하니 “야 더 있다가 저녁출근이지. 있다 보자!”라고 전화를 끊으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저를 인간적으로 미워하고 있습니다…(중략)…위와 같은 비인간적이고 고압적인 중간관리자들의 공통점은 기관사인 우리들은 그들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해야 하고 자신들은 마음에 드는 사람은 인사를 받고 그러지 않은 사람에게는 인사도 받지 않고 무시하는 눈빛으로 물끄러미 쳐다보고 그냥 지나갑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우며 다리에 힘이 빠지고 맥이 풀려 기운이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곧 쓰러질 것 같은 현기증이 엄습합니다…
- 2004년 적응장애로 직업병인정을 받은 기관사의 본인진술서 중 -


3. 도시철도기관사 건강권투쟁 경과, 약평

1) 두 동지를 잃고 나서 알게 된 진실과 정부, 서울시, 공사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의 외면
도시철도기관사의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을 최초로 인지한 것은 2003년 여름이었다. 당시 도시철도 기관사 2명이 자살을 했는데 한 분은 자신이 매일 운전하던 6호선 선로에서, 또 한 분은 고향인 여수대교에서 바다로 투신하였다. 그런데 그 원인을 찾다보니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돌아가신 두 동지 모두 기관사업무의 스트레스로 인해 수년간 우울증과 적응장애로 치료받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현장조합원들을 확인해 보니 6명의 기관사들이 ‘공황장애’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열차운전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때부터 도시철도노동조합 승무본부는 문제의 심각함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하였다. 승무본부의 대응방향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환자들이 건강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직업병인정을 받는 것과 직업병의 근본원인인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2004년 1월부터 7월까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4명의 동지들에 대한 직업병인정을 받아 기관사 건강권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 나갔다. 한편으로 공사에는 임시건강검진을, 노동부에는 역학조사를 요구하며 2인 승무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공사도, 노동부도 묵묵부답이었다. 답답한 심정에 할 수 없이 2004년 7월~10월 석 달 사이에 84명의 기관사들이 노동조합과 함께 차제검진을 통해 18명의 기관사들이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 유소견 진단을 받았고 이 역시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었다. 그 중 7명의 동지들이 2004년 11월 집단요양신청을 하여 4명의 동지들이 직업병인정을 받았다. 승인과 불승인의 주된 기준은 ‘사상사고여부’였다. 사상사고가 있으면 승인을 했고 없으면 불승인하였다. 그런데 7명의 집단요양신청자 이전의 4명 동지들은 사상사고가 없었어도 승인이 된 바 있었다. 그렇다면 왜 근로복지공단은 스스로 다른 기준을 적용했을까. 설마 했지만 공단은 스스로의 한계를 답습하며 ‘정치적’으로 판단해 버렸다. 도시철도에 공황장애기관사가 집단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이상, 더 이상 공황장애를 기관사의 업무상질병으로 보지 않겠다는 의도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었다. 기관사들은 1인 승무와 장시간 지하운전, 불규칙한 교대근무, 사상사고 등 사고에 대한 부담이 총체적으로 작용하여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다. 즉 기관사의 전반적인 노동조건과 작업환경이 공황장애의 진짜 주범인 것이다. 그런데도 근로복지공단은 노동부가 그러하고 도시철도공사가 두 눈을 질 끈 감아버리듯 한통속이 되어서 이를 애써 부정하고 있다.

2) 도시철도승무본부 기관사건강권투쟁 약평
200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도시철도 승무본부 건강권투쟁은 2004년 하반기 집단요양투쟁까지 이르렀다. 짧지 않은 기간동안 이어져온 꾸준한 노력을 통하여 처음에는 낯설기만 하던 ‘공황자애’와 ‘건강권’이란 말들을 도시철도현장은 물론 사회 일반에 환기시키기도 하였다. 또 처음부터 사망과 질병에 대한 사후 대책과 보상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원인이 되는 노동조건과 이를 규정하고 있는 서울시의 상업주의적 정책 및 공공부문 신자유주의에 주목하고 2인 승무 등 노동조건개선을 꾸준히 요구하여 이에 대한 승무조합원들의 지지와 여론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특히, 집단요양투쟁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던 공사와 노동부의 강경한 입장에 맞선 유효한 전술이었으며 정신과 자체검진을 준비한 성과로 7명의 동지들을 조직하고 현재까지 요양자모임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 조합원특별교육, 각 지부 역량강화교육, 집단요양투쟁 준비팀 결성 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1)일상적인 건강권투쟁을 위한 각 지부별 폭넓은 주체를 발굴하지 못했으며 조합원들에게 ‘건강권’이 중요한 사안이라는 당위성을 넘어서는 밀도 있는 공유와 2)조합원 스스로 행동하는 실천부분은 여전히 미약한 상황이다. 3)또 건강권문제를 도철 전체투쟁으로, 궤도연대 및 연맹차원으로 확장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도시철도승무본부의 과제는 지속적인 3차, 4차 산재요양투쟁의 승리를 통해 도시철도노동조건의 비인간적 시스템을 고발하는 근거를 만들고, 조합원 스스로 투쟁의 주체로 조직하는 것과 도시철도 및 궤도노동조합 전체적으로 문제의식을 확대하는 것이다.

<표. 투쟁경과>
2003년 8월 故서민권, 故임채수 기관사 자살사망을 계기로 기관사 신경정신질환 문제대두
2003년 10월 故서민권, 임채수 동지 명예회복 및 인력충원과 현장통제 분쇄를 위한 대책위원회 발족
2003년 11월 진혼제 개최
2003년 11월 공황장애 기관사 6명 추가확인 및 업무전환(전직) 노사합의
2003년 11월 대공원기관사 공사의 병가사용 거부 쓰러짐, 한양대 구리병원 입원(일과성 정신장애)
2004년 1월 수색승무기관사 직업병인정(공황장애)
2004년 5월 개화산승무기관사, 잠실승무기관사 직업병인정(공황장애)
2004년 5월 공황장애 직업병 근본적 해결과 전면적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대책회의 발족
2004년 5월 노동부 역학조사를 요구하며 과천종합청사 1인 시위 진행(한 달간)
2004년 7월 故서민권기관사 직업병인정(적응장애)
2004년 7월-10월 도시철도기관사 84명 이대 동대문병원과 시립보라매병원에서 자체검진 실시
2004년 11월 자체검진결과 18명 유소견자 발생 (진단명: 공황장애, 신체화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2004년 11월 기관사7명 집단산재요양투쟁, 근로복지공단 서울동부지사 앞 승무조합원총회 개최
2004년 11월 근로복지공단 본부 앞 1, 2차 투쟁결의대회 개최
2004년 12월 집단산재요양투쟁결과 4명 직업병인정, 3명 불승인
2004년 12월 2005년 상반기 중 기관사특별건강검진 노사합의
2004년 12월 근로복지공단 서울동부지사 점거농성(3일간)
2005년 1월 도시철도기관사 요양자모임 결성
2005년 2월 근로복지공단 본부 릴레이집회(2주간)
2005년 3월 2차산재요양투쟁돌입, 대공원승무기관사 직업병인정(외상 후 스트레스)
2005년 3월 ‘2인 승무쟁취, 운전시간 단축, 유소견자대책마련’을 위한 본사 릴레이집회(2주간)
2005년 4월 3차산재요양투쟁준비, 안전한지하철, 2인 승무 도입을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 전개


4. 건강권쟁취를 위한 노동운동의 대응방향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직장인 82%가 ‘스트레스질병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질병을 앓아 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81.7%에 달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으로는 ‘업무부담 야근’이 31.4%로 단연 1등이었다.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의 증상은 불안장애?우울증?수면장애?신경성부화기장애?긴장성두통 등이었다. 과거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배부른 투정 정도로 취급되어 왔다. 따라서 청구성심병원, KT, 도시철도 등에서 인정된 직무스트레스성 질병은 새로운 ‘신종직업병’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는 결코 ‘신종직업병’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몰랐을 뿐이다. 전후 한국자본주의는 87년 노동자대투쟁 이전까지 노동자들을 비인간적인 기계부품정도로 밖에 취급하지 않았으며 그 후 신자유주의가 안착화 된 현재까지 노동자들을 쥐어짜기만 해 왔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각종 추락, 압착, 절단, 화상 등 작업장에서의 사고성 재해와 만성적인 근골격계 질환 및 과로사를 포함한 직무스트레스성 질환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어 생명을 위협받아 왔다. 문제는 자본과 정부는 사고성 재해로만 산재를 축소시키고 은폐해 온 것이다. 그러다 최근에야 비로소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근골격계 질환 및 직무스트레스에 따른 신경성 질환을 사회적 관심영역에 확장시킨 것이다. 통계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생존권을 위협받는 노동자들의 건강문제는 ‘산업재해’로 축소해서 볼 문제가 아니다.
하루에 10여명의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는 현재의 비극적인 상황은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가능하지 않으며 그 원인이 다름 아닌 신자유주의 효율성 때문에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노동강도’에 있기에 노동운동은 이에 대한 총체적인 고민과 대응의 수위를 지금보다는 한층 높여 나가야 한다. 첫째는 노동운동의 대응시스템을 체계화해야 한다. 현재 총연맹을 비롯해 상급단체 및 개별사업장에 이르기까지 노동보건문제를 일상적이고 전문적인 노동보건투쟁주체가 거의 인력이 없다. 심지어 도시철도가 소속되어 있는 공공연맹에도 전문적이고 일상적으로 활동 할 노동보건담당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는 물리적 조건이 안되는 현실적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노동운동 안에서 노동자건강권을 주변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낡은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둘째는 크고 작은 노동자건강권 투쟁에 가능한 범위에서 집중할 필요가 있으며 주도권을 빼앗겨서는 안된다. 2004년 한 해 동안만 하더라도 크고 작은 노동자건강권 투쟁이 있었지만 상급단체는 상급단체대로 항상 바쁘고 개별사업장은 개별사업대로 바쁘기 때문에 소식으로만 접할 뿐, 투쟁전선을 형성하지는 못했다. 로템의 근골격계도, 도시철도의 공황장애도 그랬다. 그러나 당연한 얘기 같지만 더 이상 노동자건강권이 개별노동자, 개별사업장의 문제로 인식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역에서, 업종에서, 산별에서, 연맹에서, 나아가 전체노동자들이 함께 대응해 나갈 때만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노동강도를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경총을 비롯한 자본가집단과 정부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늘 신속하게 움직인다. 근골격계 인정기준지침, 산재보험개악시도, 요양시스템개악시도 등의 따위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보수언론은 이를 적극 홍보하면서 반노동자적 이데올로기 공세를 강화한다. 이러다보니 노동자들은 수동적인 수혜대상자로 전락하여 스스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지속적인 불이익을 감수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문제는 노동운동이 이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데 있다. 노동자 건강권 투쟁은 노동자 스스로 주도권을 잡고 있을 때만 올바르게 해결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노동자건강권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갖는 인적, 물적 시스템을 확보한 후 정책적 대안마련으로 여론을 선점하는 것은 물론 긴장감을 갖는 투쟁으로 통해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맺으며

260만 명의 수도시민이 이용하는 5-8호선 도시철도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죽고 아프고 그래서 상처받고 있는 기관사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도시철도노동자들은 잘못된 비인간적인 시스템인 1인 승무를 반드시 철폐시키고 2인 승무를 쟁취할 것이다. 4월부터 시작한 안전한 지하철, 2인 승무도입을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 등을 통해 적극적인 여론전은 물론, 지속적인 산재요양투쟁으로 ‘공황장애’가 지하철노동자의 직업병으로 인정받고 이를 위한 대책을 정부가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투쟁해 나갈 것이다. 전국의 동지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연대와 지지를 부탁한다.

2005-05-09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item=0&no=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