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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름의 보고서

현장에서 미래를  제118호
안윤길

어느 마름*의 보고서


안윤길


세상은 어차피 먹이사슬
살기 위한 싸움에 선악은 없다
노동자란 족속은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무조건 밟아 놓아야한다
이기는 게 정의! 이것은
자본체제를 존속키 위한 만고불변의 진리다
-「자본주의 강령 중에서」

파업으로 치닫던 미포만을 8년 만에
무쟁의 원년으로 돌려놓았음
그 뒤로 꾸준히 탄압한 결과
지난해엔 무쟁의 10년 쾌거를 이루었고
노조까지 완전히 길들여 놓았음

상세 보고
지난해 하청노동자 분신이후
외부 불순세력의 지원과
우후죽순처럼 일어나는 하청세력에
오줌을 지릴 만큼 놀랐지만
그동안 이력 붙은 노하우로
신경영전략과 업체 위장폐업
산업보안팀을 적절히 운용 폭력을 동원
고요히 잠재워 놓았음
더욱이 올해는 길들여진 노조로 하여금
우리 입맛에 맞는 노조강령을 선포하게 만들었음

저 개인적으론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운용
집요하게 활동가를 회유 탄압한 공로로
기사에서 대리, 과장, 차장, 부장까지
승승장구했음 결국
노동자 탄압이 출세의 지름길이었음
요즘은 입이 자꾸만 귀밑으로 끌려가
표정관리가 힘이 듬

세련된 우리의 탄압에
미포만은 깊이깊이 잠들었음
이제 착취의 길은 탄탄대로임
이상 보고 끝

헌데 왜 이리 공허한가
뭔가 찜찜하다
똥 누고 밑 안 닦은 것처럼
이제 토사구팽 되는 건 아닌지
자꾸만 불안한 생각이 들고…

그리고 아직도 회유되지 않은
손톱도 안 들어가는 할똥가들!
자연감소 빌미로 직영을 줄인 만큼
날로 불어나는 하청노동자들!
만약에 만약에
저 많은 외주노동자들이
개떼같이 일어난다면!

* 마름: 조선 봉건시대에 지주 밑에서 소작농을 관리하는 사람.
소작농에겐 지주보다 오히려 수탈의 상징으로 각인되어 있었음.

- 시집 『불씨』중에서

안윤길 : 1953년 경북 김천 생. 노동자. 시집 『배만드는 사람들』(2001년)『골리앗이 울고 있다』(2002년)『불씨』(2005년).

2006-03-28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item=0&no=2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