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실업의 현상은 실업자의 수가
양적으로 늘어나는 ‘규모’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반복실업’으로 상징되는 고용구조와 노동패턴의 변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고용의 발생과 실업이 반복적으로 단기간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고용불안과 고용의 질 악화 및 불평등의
확산이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기업의 규모 및
고용 형태에 따라 노동조건의 악화가 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노동구조의 이중화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하청 노동자의 확대와
비정규 노동자의 증가는 ‘사회로부터의 배제’라는 사회적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실태조사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특징 지워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청업체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실태 및 이직현상으로 인해
파생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건강평가의 현재적 의미와 평가의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있다.
노동의 유연성은 불안정한 경기 변동에 맞추어 노동력의 규모,
노동시간, 임금 등을 조정함으로써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으나, 기존의 고용관계를
변화시킴으로써 제반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모(母)기업이 생산량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고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하청업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모기업의
노동자보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의 유연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상대적인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동원하여 생산비용을 낮추는 수단으로 종종 활용된다. 저임금의
근거로는 흔히 이들의 미숙련성, 저학력 등 노동력의 질이
거론되지만,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모기업이나 비하청 중소기업
노동자들에 비하여 숙련도나 학력 등에서 열세에 있지 않는
경우라 해도 이들의 임금 수준은 짧은 고용 기간, 불안정한 고용
상태,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 등의 환경 요인들로 인하여 상대적
저임금으로 구조화되어있다.
하청화는 생산비용의 절감 뿐 아니라 직영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와 통제 효과를 가져온다. 상대적으로 기술 숙련도가
낮아도 수행할 수 있는 단순 반복 작업이나 노동집약적 공정,
또는 위험도가 높거나 기피대상이 되는 작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하청화를 진행함으로써 직영노동자들의 불만을 무마하는 동시에
고용불안을 유발하여 작업장 통제 관리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모기업과 하청기업 사이에 노동력 구성이 달라지고 동일
사업장에서 유사한 작업과정에 종사함에도 불구하고 소속에 따라
임금이 다르게 지불되며 노동환경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하청기업과 모기업간에는 전반적인 구조적 이질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하청기업에 대한
산업보건은 모기업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동의 유연성‘이라는 큰 흐름은 본 연구의 대상인
조선업종에서도 일관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왜냐하면 조선산업은
호ㆍ불황기에 대비한 인력 및 설비의 탄력적 조정을 끊임없이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그 중에서도 특히
인력 고용 규모를 중심으로 유연화를 추진해왔으며, 그 방식에
있어서는 ‘사내하청의 확대’라는 형태로 발달해왔다는 특징을
지닌다.
우리나라 조선업의 고용규모는 1983-1985년 7만명 이상의 수준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였으며, 이와 같은 감소 추세는 90년대
초반 조선업종의 경기가 불황을 벗어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수주량 및 건조량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모기업의 노동자 수는 약간의 증가세를 보였을 뿐이다. 이는
모기업이 불황기의 잉여인력에 대해 주로 정규직 고용인원이
아닌 하청 노동자의 감원을 통해 대응해 왔고, 주기적인 물량
증대에 대해서는 노동강도의 강화를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해 대처해 왔기 때문이다.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한 단위당
필요인력의 절감을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향후 필요량의 증대 역시 상당부분 이를 통해서 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물량이 증가할 경우에는
정규고용인원의 증가보다는 일시적인 하청 노동력의 동원을 통해
대응할 것이며, 하청업체의 고용 불안정 및 노동력 이동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주된 산업보건제도는 근로자건강검진제도와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중 예방적 차원의
목적이 중시되는 근로자건강검진제도는 주기적으로 현재 고용
중인 노동자에 대한 검진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행의
주기가 짧게는 1년에 2회에서 길게는 2년에 1회로 규정되어 있어
현재 ‘노동의 유연성‘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하청업체
노동자의 건강상태를 평가하는데 부적절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첫째, 노동의 유연화 과정으로 인하여 하청업체
노동자의 경우 고용상태가 불안정하여 장기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지 않더라도 이직율이 크게 늘어 동일업체에 장기간 근무하는
노동자의 수가 줄어들게 되며, 이러한 동일 업체 내에서 지속적
고용기간이 건강검진주기보다 짧은 노동자의 경우 계속적으로
검진대상에서 누락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둘째, 이러한 잦은
퇴직과 재취업의 반복 과정을 거치면서 일반 질환으로 인하여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노동자나 직업성 질환이 이미 발생한
노동자들이 채용검진상의 결과로 인해 건강한 노동자에 비해
재취업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어 고용 유지기간이 더욱
줄어들거나 아니면 영구적 실업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결과적으로 건강검진이 실질적으로 가장 필요한 노동자들이
오히려 구조적, 선택적으로 건강검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건강검진 과정에서의 높은 누락률이
지속되고 그로 인하여 하청 기업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악화된다고 하여도 이러한 건강 상태의 악화를 감시하고
예방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공식적 산업보건제도인 건강검진이
오히려 본연의 목적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문제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마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조사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평가의 현재적
의미와 사회적 배제 속에서 나타나는 건강근로자 효과의 특성을
구명하고자 한다. 또한 건강근로자 효과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설문조사를 통해 평가한 사회심리적 건강수준을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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