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히 염려된다. 앞날이...... 이정하의 세상 이야기 |
현장에서 미래를 제1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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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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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요즘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것 아닙니까?
어느 날 같이 일 하는 후배가 하는 말이다.
대한민국 군대에 가기 전에 열일곱 군데쯤 되는 직장을 다녔던
나는 일반 사람들이 안 좋게 이야기하는 군대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용돈주고 평생 못 가본 이곳저곳
구경시켜주니 더 이상 바랄게 없었다. 그때까지 오직 한길 내
인생의 목표는 운동뿐이었는데 영장 받고부터 내 삶은
끝장이었다. 그런 내게 군대는 인생의 종말이 아니라
돌파구였다. 나라에 충성하는 것도 사나이의 한길이라
생각했었으니 지금생각하면 참 우습기도 하다. 기회 있을 때마다
장기복무를 신청하기도 했던 그때는 요즘으로 치면 선견지명이
있었을 법도 하다.
하여튼 어렵사리 제대하고 지금의 공장에서 들어와서
일을 해보니 여기도 딱 내 체질이라 젊은이라면 이런 일을 해볼
만도하다는 생각에 신바람이 나서 현장에서 펄펄 날았다.
(지금생각에) 80년대 초반, 그때는 누구한테도 일에 관해선
뒤지기를 싫어했던 시절이었다.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어려운줄
모르고 지냈던 시쳇말로 겁이 없던 시절이었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누구한테든지 일을 못한다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 아무것도 못하지만 현장에서 활동가라고 하고 있으니
관리자든 누구든 조그만 꼬투리도 잡히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에서도 더 그렇다. 현장에서 노동운동 한답시고 그것을
핑계로 일하는데 게으름 피운다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고 나
때문에 조합원들이 더 힘들다는 얘기는 더욱 싫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든 저렇든 현장에서 게으름 안 피우고 지킬 것 지키고 나
나름대로 떳떳하게 현장일 열심히 한다고 하고 있는데 보는
사람들은 다 그렇지가 않은가보다. 어쩌다 휴일 특근이라도
할라치면 “너 변했구나. 이제 철들었나?” 한다든지 일이
바빠서 잔업을 하면 “이제 너도 착실해 졌구나.”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다. 지금까지
저놈들이(관리자) 나를 어떻게 흑색선전을 하였기에 저런 소리를
할까? 아마도 이정하는 당신들과 틀린 놈이야! 저놈은 일하는
데는 전혀 신경도 안 쓰는 놈이야! 저놈은 어떻게 하면 회사
골탕 먹일까 고민만 하는 놈이야! 일하기 싫어서 조합
활동이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들을 위해서가 아니고 다 제
잇속이 있어서 하는 짓이다. 등등 별의별 욕을 다 했을 것이다.
그러니 나와는 별로 일도 안 해본 젊은 친구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나. 아마 나라는 사람은 별로 일도
안하고 적당히 시간만 때우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지 않았을까
염려 된다.
조합 활동 하는 사람은 회사를 망하게 하는 사람으로
당신들과 무관하고 종류가 다른 사람으로
자기 목적만을 위해서 활동하는 사람으로
회사에서 일하지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으로
자기의 출세를 위해 조합원을 이용하는 사람으로
그래서 우리 주위에서 배척해야할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보이니 참으로 안타깝다.
심히 염려 된다. 앞날이…….
노동조합이 이래도 됩니까?
올해 들어서 우리 회사에서 한명의 젊은 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한밤중에 죽음을 당했다. 그리고 한 달
사이 계열사인 미포조선에서도 또
한명의 노동자가 한밤중에 말 그대로 전쟁
같은 밤일을 하다가 죽음을 당했다.
그리고 또 한 달여 무사히 지나는가. 했더니 또 한명의 젊은
노동자가 죽임을 당했다. 입사한지 3일 만에….
이곳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꼭 짊어지고 가는 것이 있다.
고통스런 노동에서 벗어나는 대신 짊어져야 하는 것은 죽기
전까지의 모든 잘못된 것들이다.
사용자가 잘못한 작업시설이나 /안전조치 /관리자가 소홀히 한
안전관리 /공기 단축이나 관리를 위해 억압 통제한 것 등 모든
것을 쓸어안고 가야한다.
죽은 모모씨가 어떻게 했다. 그 사람이 잘못해서 죽었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일반 상식
밖이다…. 하는 식으로 모든 것을 죽은 사람의 잘못으로 몰고
가는 것이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저들에게는
유가족에게 죽은 사람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게 한 엄청
잘못된 죄인으로 만드는 것이 어떻게 보면 한 수순에 불과할지
모른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노동조합이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과 대의원 활동의 거의 대부분의 일정이 안전 캠페인에
잡혀있다.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그 원인을 파악해서 다시는 동일한 사고나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측에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재해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한 회사나 그것을
방기하고 조합원을 상대로 한 안전 캠페인에 몰두하는 조합이나
다 똑같은 부류들이 아닌가…….
회사는 할 것 다했다. 사고 나거나 다치는 것은 다 너희들
잘못이다. 너희들이 정신상태가 썩었기 때문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안전 보호구만 잘 챙기면 왜 사고가 나느냐? 하고 늘
말하는 관리자들의 말처럼 노동조합에서의 안전 캠페인은
(우리를 위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회사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고의 원인은 공기 단축과 계속되는
공수 삭감에 있다. 회사에서 말하는 생산성 향상이 사고의
주범인 것이다.
“선공정은 시간과의 전쟁이다” 공장 벽에 큼지막하게 내걸린
현수막이다.
안전제일 이라는 조그만 마크와 함께.
아무리 안전제일 이라고 떠들면 무엇 하나. 그 말 뒤엔 반드시
언제까지가 공기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공기는 지켜야한다고
엄포를 놓고는 하는데…….
이제 더 이상 노동조합에서 회사의 나팔수 역할을 멈추고
조합원을 위해서 회사를 향해 외쳐야 한다.
무분별한 공기단축 중단하라!
공수 삭감 중단하라!
산업안전 보건법 준수하라!
통제와 감시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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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0 00: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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