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단어, 잃어버려야 할 단어를 찾다 제1회 '중구난방' 초청포럼 |
현장에서 미래를 제122호
|
|
이유철
|
초청포럼 ‘젊은 좌파들의 중구난방’(약칭 중구난방重究蘭芳)이
매달 열립니다.
한노정연에서는 젊은 좌파의 목소리가 활짝 터져 나올 수 있는
새로운 토론문화에 대해 고민하다가, 지난 7월15일
‘중구난방’이라는 이름으로 ‘젊은 좌파들의 열린 토론회’를
시작하였습니다. 이 자리는 새로운 좌파적 진보 운동의 방향을
놓고 서로 다양한 문제의식을 교류하고 소통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그래서 ‘중구난방’은 나이고하를 불문하고
미래를 열어갈 ‘젊은 좌파들’을 적극 환영합니다. 자칭 혹은
타칭 ‘젊은 좌파’라면 누구나 이 토론회 ‘중구난방’에서
발표할 수 있으며 서로의 생각들을 나눌 수가 있습니다.
‘중구난방’은 과거 좌파 운동의 권위주의적인 문화, 딱딱하고
틀에 맞춘 운동 방식, 엘리트주의적인 문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좌파 운동의 방향과 문화를 소망합니다. 중구난방은 소수자,
여성을 비롯하여 환경, 종교,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 계신
분들을 초청하여 진행됩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 3시,
‘중구난방’입니다! *중구난방(重究蘭芳): 사색하고
탐구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는 신조어입니다^^ - 편집자
주
잃어버린 단어와 잃어 버려야 할 단어를 찾다.
초청포럼 ‘중구난방’ 첫 번째: ‘장애여성 공감 박영희
대표’와 함께
이유철
비가 내리는 날, 과거 운동의 문화에 대한 단절과 새로운 운동
문화의 모색. 그리고 좌파운동의 방향 전환을 위해 고민했던
중구난방 토론회가 4월부터 기획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이
지난 7월, 드디어 열렸다.
당초 4월에 중구난방 토론회를 기획할 때 4월20일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을 맞이해서 첫 번째 주제는 장애/장애인으로
기획 했었다. 그 중에서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으며
유교 문화의 산물로서 한국사회에 만연하는 ‘남아선호사상’,
남성 권위주의로 이중, 삼중의 차별을 받는 장애 여성 운동이
좋겠다고 여럿이 추천했다. 그래서 장애 여성 공감의 박영희
대표를 모시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연구소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몇 가지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가장 크게는 접근에 대한 배려이다.
장애인과의 만남에 있어서 접근이 용이한 장소여야 함은 사실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슬로프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연구소
사무실 보다는 접근이 가능한 다른 장소를 섭외했어야 한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이러한 고민이 없었던 점은 반성할 지점이
아닌가 싶다.
아니나 다를까. 7월15일 장마 비가 내리고 차가 막히는 토요일
오후, 멀리서도 장애인이 타고 다니는 차를 알려주는 노오란
장애인 콜택시가 연구소 앞에 선다. 지난 시기 투쟁의 산물인
장애인 콜택시이지만 장애인 콜택시는 대중교통을 자유로이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따로 특별히(?) 관리해주는 장애인
콜택시이다. 장애인 콜택시는 사회가 쳐놓은 장막에 막혀
특별대우를 받는 한국장애인의 현실이 드러나는 상징일지도
모른다.
이번 토론회는 앞에 고민했던 접근에 대한 비판에 의해 근처
주점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음식과 술이 있는 토론회. 한 번쯤
상상해본 토론회가 아닌가? 이런 토론회가 박 대표에게는
반가웠던 모양이다. 참가자들도 약간은 생소하면서 술이 앞에
있자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당의 모처에 있는 술집에서 시작된 토론회는 박 대표가 장애
여성운동을 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시작 되었다. 처음
사회에 나와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로, 그리고 그 연구소
안에서 장애 여성모임 ‘빗장을 여는 사람들’ 활동을 하며
있었던 연구소와의 갈등과 수많은 우여곡절과 장애여성 모임의
독립, ‘장애여성 공감’ 창립까지. 박 대표가 현재까지 고민해
오며 이 고민에서 나온 활동들은 결국 현재 장애운동의
비타협적이고 급진적인 모습의 역사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박 대표가 활동을 하며 했던 생각은 단순히 제도권과
비제도권 사이의 고민만이 아니었다. 박 대표는 운동 사회
내에서의 권위주의에 대한 고민의 보따리 또한 풀어놓았다. 가장
대표적으로 운동 단체의 대표는 무조건 남성이 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늘 자신을 2인자 아니면 허수아비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여성을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운동권
문화’에 대해 매우 날카롭게 지적했다.
사실 이러한 문화는 학생운동에서도 많이 드러난다. 특히,
총학생회 선거를 치를 때쯤 되면 그래도 남자가 나가야지
당선되지 않겠냐며 남-남 후보를 내세우기 일쑤다. 여성
동지들은 사무 혹은 선전으로 배치되어지는 현상은 모두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장애인 투쟁을 이야기하자면 사실 의회주의 노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또한 많은 고민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보장 법률 입법 투쟁은 민주노동당의
도움이 컸다. 하지만 투쟁 과정 중에 있었던 마찰들은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현애자 의원실에서
준비한 국회에서의 장애인 영화제 중 장애 운동 단체들의 기습
농성 시도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은 이들 투쟁에
대해 난감해 하며 투쟁을 접을 것을 요구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게
되는데, 당시 농성을 강행하며 그 농성장의 책임을 맡았던 분은
박 대표였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처음에는 투쟁을 막던 민주노동당이 나중에는 누구도
당사자들의 투쟁을 막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성을 시작하자 끝날 때까지 민주노동당 대표는 한 번도
농성장에 오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얘기 끝에 2004년도에 있었던 박경석 대표의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입후보 거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만일 그런
제안이 오면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묻자, 박 대표는 아직 현장이
중요하다면서, “나는 현장에서 하는 활동이 좋다”며
웃었다.
한-미 FTA, 노사관계 로드맵, 비정규직 법안, 북 미사일 사태 등
국내외적 정세는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정파 간 다른(?)
이해관계와 의견 대립은 긴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단결을
해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박 대표와 함께 토론한 가운데 이에 대한
한 가지 원칙을 찾았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운동’이라는 단어
앞에 생략되어 있는 ‘비타협적’이라는 단어를 다시 찾는
것이다. 우리가 투쟁하고 있는 현실에서의 복잡한 문제를 자세히
풀어가며 설명하고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으나, 그 이전에
우리가 세워야하는 한 가지 원칙, 우리의 운동은 비타협적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최근 한 단체에서 3년 전에 있었던 성폭력 문제가
피해생존자의 글쓰기를 통해 침묵의 바다를 헤치고 올라왔다. 이
글쓰기를 지켜보면서 나는, 기간의 운동권 문화가
남성중심주의와 권위주의에 심각하게 절어있음을 절감하고 있다.
버려야 할 것은 남성중심주의 그리고 권위주의 문화, 찾아야 할
것은 잃어버렸던 비타협적 운동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가운데 우리의 만남은 6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박 대표는 동생 생일이라며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우리를 뒤로 하고 다시 노오란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동생에게 달려갔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운동권 사회의 남성중심주의, 권위주의,
의회주의 노선의 반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
2006-07-31 17:00: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