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의 외자유치 정책의 실체
- 반노동자적 성격과 대외 종속성 - |
1. 세계적 자본 이동과 그 본질
‘세계화’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이제 평범한 어휘로 느껴지리만큼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 많은 분석과 비판의 글들이 이미 다각도로 제출되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국가간 자본이동 즉 ‘자본수출’1)이라는 관점에서 본질적인 측면만을 분석하도록 하겠다.
현재 우리는 초국적 생산자본과 초국적 화폐자본의 거대한 국가간 이동에 직면하고 있다. 초국적 자본의 해외 투자는 1997년 4,005억 달러로 전년의 3,375억달러 보다 18.7%증가했다. 그리고 그 해 초국적 자본의 해외자회사의 매출액은 9.5조 억 달러로 세계무역총액인 6.4조 달러를 상회하였다. 그리고 화폐자본의 이동을 보여주는 금융거래는 1995년에 이미 하루 거래량이 1조 2300억 달러에 이르렀다.2)
자본수출이 상품거래의 규모를 훨씬 압도하고 있는 것이 현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일국을 넘나드는 자본의 정도는 현란하리 만큼 증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현상이 현 신자유주의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자본수출은 자유경쟁체제라고 일컬어지는 영국이 주도하고 있던 19세기 이래로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그리고 증폭되면서 지속되어 온 현상이다. 자본수출은 제국주의 시대에는 더 증폭되고 가속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자본의 일반적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즉 이 시기는 상품수출이 아니라 자본수출이 그 전형으로 등장하였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자본투자를 통해서 획득한 수입이 상품수출을 통한 대외 무역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의 5배에 달하였던 것이다.3)
이렇게 볼 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초국적 자본의 직접투자와 초국적 화폐자본의 주식투자 및 대부는 그 정도에서 그리고 그 형태 및 방법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출발부터 지속되었던 일반적인 흐름이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자본이동의 특수성은 물론 초기 자본주의의 자유경쟁시기와도 상이하고 제국주의 시기의 제국주의간 시장 분할과도 상이하다. 현재의 자본이동은 이념적으로는 자유경쟁을 주장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초국적 독점체들간의 시장공유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이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자본이동이며 자본수출이라는 본질에서는 동일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면 왜 자본은 이동하며, 일국을 넘어서 수출되는가?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자본이 그 국민경제에서 과잉되었기 때문이다. 자본은 경쟁으로 인해 단가를 낮추기 위해 더욱 많은 상품을 생산하지 않을 수 없는 반면에 노동자들로부터 더 많은 이윤을 끌어내어야 하므로 더 적은 임금을 주려고 한다. 그 결과 한 편에서는 대량생산을 초래하는 반면에 다른 한편에서는 대중의 소비가 제한되는 모순적 상황을 낳는다. 이는 필연적으로 과잉생산을 야기하는 데 이는 동시에 자본의 과잉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상품의 가격을 낮추고 그로 인해서 이윤율을 낮추지 않고서는 더 이상 생산과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한 자본은 문제의 해법을 국외에서 찾는다. 즉 더 넓은 시장과 더 높은 이윤을 찾아서 자본은 이동할 수밖에 없다.4) 자본수출의 본질적 성격은 바로 본국 자본의 이윤율 저하라는 문제를 해외에서 잉여를 수탈하여 해결하려는 착취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윤율만을 쫓아서 이동하는 이 과잉자본의 또 다른 측면은 이와 연결되어 있는 반노동자적 성격이다. 왜냐하면 자본이 해외로 보내진다면, 그 이유는 그 자본이 국내에서 절대적으로 사용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해외에서 보다 높은 이윤율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자본은 그 해당국가의 실업자들을 방치하고 수출되는 것이다. 이것은 해외로 수출되는 과잉자본의 본질적인 속성이다.5) 선진자본주의의 실업이 그 어느 시기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이동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음이 현재에도 이러한 과잉자본의 반노동자적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그 자본은 잉여 획득을 추구하여 이동하는 무정부성을 초래하는 자본이다. 또한 그 자본은 이윤율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실업자를 방치하고 이동하는 반노동자적 반고용적 자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초국적 자본수출도 이러한 일반적인 내용을 공유하는 동시에 신자유주의적 형태를 띠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이동이란 세계 전시장에 대한 상호 개방을 의미한다. 그 귀결은 경쟁의 세계화이며 초국적 독점자본들간의 전면적 경쟁체제를 의미한다. 자본의 대변자라고 하는 국가가 자국 시장을 전면 개방하고 그럼으로써 자국 자본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타국의 초국적 자본의 지배아래 방치하는 이유는 자국의 초국적 자본이 해외에서 타국의 자본을 지배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는 각국의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위한 경쟁체제다. 그 결과 국경을 넘어서는 인수와 합병(M&A)이 현 자본수출의 주요한 특징을 이룬다. 1996년 국경을 넘어선 인수와 합병이 2,746억 달러로 전세계 직접투자의 79%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1998년 그 액수는 5,443억 달러로 증가하였다.6)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세계 직접투자 중 대부분이 생산을 확대하는 신규투자가 아닌 비생산적인 투자이며 고용확대와는 무관한 투자라는 점이다. 선진국에서의 인수 합병은 전세계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몸집 불리기이며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인수 합병은 잉여 수탈만을 위한 반고용적인 투자다. 즉 현대에 진행되고 있는 자본수출은 수입국에서 조차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리라 축소시킬 수 있는 자본이라는 점에서 그 반노동자적 성격을 더욱 드러낸다.
신자유주의 하에 진행되는 인수 합병식의 자본수출이 야기하는 또 다른 특수성은 무정부성의 심화이다. 초국적 자본은 본국생산 기지를 중심으로 이윤이 확보되는 어느 곳으로도 자본을 이동시키려고 한다. 이것은 이윤이 더 이상 확보되지 않는 곳으로부터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다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즉 인수 합병에 의한 직접투자는 생산이 전적으로 초국적 자본의 전략하에 이루어지도록 한다. 그 결과 자본 수입국이 그 수입된 자본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초국적 자본의 결정에 따라 생산이 이루어지며 이는 무정부성을 심화한다. 그러나 자본이동의 자유가 전면화되는 신자유주의 아래에서는 무정부성이 인수 합병식 투자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신규투자의 경우도 주식시장 등 자본시장이 전면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주식매도를 통해서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현재에는 외형적으로는 안정적인 투자도 언제든지 투기성 자본으로 돌변할 수 있으며, 이는 무정부성을 강화시킨다. 이제 이러한 세계 초국적 독점자본의 이동과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동을 한국의 김대중 정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2. 김대중정부의 외자유치 정책과 그 현황
김대중 정부하에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외자유치 정책은 앞서 살펴본 전세계적인 초국적 자본의 운동과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이 외자유치 정책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본격적으로 발흥하던 1980년대 이래로 지속되어 오던 현상이다. 1980년 이전에는 주요하게 공공차관이라는 형태로 자본수출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외채의 증가는 해외 초국적 독점자본과 채권국들에게 금융적으로 종속됨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차관의 경우에는 그 외채를 적절히 상환하기만 하면, 해외의 제국주의 채권국들의 영향력 행사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1979년 이후의 세계 경제공황은 개도국 채무국들의 외채 상환을 불가능하게 하였고, 이를 빌미로 제국주의 채권국들은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게 된다.
이리하여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상품 및 자본시장의 개방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1983년까지 수입 자율화율이 80.4%에 이르렀고 관세율이 인하되었으며, 외자도입법의 개정 등을 통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자유화를 단행하였다. 또한 원금과 배당금의 송환에 대한 모든 제한이 대부분 완화되었다. 이리하여 1980년대 후반 제조업 부문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거의 완전히 개방되었다. 그리고 제한업종으로 명시하지 않은 모든 업종을 개방함으로써 외국인 투자 개방비율은 1970년대 44%에서 1984년 66%, 1994년 90.6%로 증가했다. 그리고 1991년부터 외국인 투자를 신고제로 전환하기 시작하였으며, 1993년 6월 외국인 투자개방 5개년 계획을 마련하여 투자업종의 자유화를 추진하였고, 1996년에는 ‘외자도입법’을 ‘외국인 투자 및 외자도입에 관한 법률’로 개정함으로써 제한된 범위에서 인수 합병 허용을 포함하는 등 그 개방 폭을 확대하였다. 그리하여 1980~1983년 동안 매년 평균 1억 8천 9백만 달러이던 외국인 직접투자가 1988년에는 12억 8천 4백만 달러로 증가하였고 1996년에는 32억 달러로 꾸준히 증가하였다. 1997년 69억7천 달러로 증가했다.7) 요컨대 직접투자는 신자유주의의 압박하에 김대중정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증대되어 왔으며, 정부에 의해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 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정부의 외자유치 정책은 이전과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을 가진다. 먼저 그 양적 측면에서 급속한 증대이며, 질적 측면에서 인수 합병식 직접투자의 급증이다.
우선 양적인 측면에서 보면, 95년 월 평균 46건이던 것이 96년에는 81건, 97년에는 88건, 98년에는 117건으로 급증하고 99년에는 10월에 1,591건에 100억 달러가 넘어서면서 175건에 달했다. 그 결과 우리 나라의 외국인 투자 순위가 93년 44위에서 95년 34위, 97년 32위, 그리고 98년에는 21위로 급속한 증가세에 있음을 보여준다.8)
그리고 질적인 측면의 특징은 직접투자에서 신규투자보다는 인수 및 합병형 투자가 급증하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국내생산시설이 해외의 초국적 독점자본의 수중으로 팔려져 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수 합병식의 직접투자는, 국내기업의 자산매입, 영업권 양도 등을 통한 신규법인 설립 혹은 증자 참여를 통한 합작 투자까지 포함하면 98년 전체 직접투자의 65%가량 이른다고 한다.9)
그런데 이러한 직접투자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김대중 정부하의 법적 제도적 변화와 직결되고 있다. 즉 이전까지는 해외 초국적 자본에 의해 수동적으로 직접투자를 허용하였다면, 김대중 정부는 이를 주도하였고 적극적으로 유치하려고 노력하였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5월에 적대적 인수 합병을 허용하였으며, 7월부터는 외국인들의 부동산 취득을 자유롭게 하였다. 그리고 1998년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친 외국인 투자업종개방을 단행하였으며, 1998년 11월 17일에는 ‘외국인 투자촉진법’을 제정 시행하여 외국인의 투자에 대하여 조세 및 임대료 감면 등 대폭적인 특혜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김대중 정부의 외자유치의 현황은 잉여의 유출과 직결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렇게 국내로 침투된 자본의 목적은 잉여 획득이기 때문이다.
<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지급액 현황 (단위: 백만 달러)
연도 |
직접투자지급액 |
증권투자지급액 |
기타투자지급액 |
1994 |
244.2 |
780.3 |
2200.7 |
1995 |
384.0 |
997.9 |
3274.1 |
1996 |
354.2 |
1503.6 |
3442.4 |
1997 |
404.7 |
1460.4 |
4461.4 |
1998 |
402.9 |
2275.3 |
5599.1 |
1999p |
964.1 |
2889.8 |
4585.0 |
자료: 「국제수지」 한국은행 2000년 4월
위에서 보면 초국적 자본의 직접투자에 대한 해외 지급액이 꾸준히 증가하다가 1999년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초국적 금융자본의 증권투자에 의한 해외 지급액도 꾸준히 증가하여 28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해외 차입에 의한 지급액을 포함하고 있는 기타소득 수지로 1999년에 45억 달러 이상이 지급된 결과 해외로 지급된 소득이 1999년 한 해 84억 달러를 넘어섰다. 앞으로 직접투자가 증대함에 따라 그로 인한 이윤의 유출은 증대될 것이다. 또한 국내 상장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고율의 배당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자본수출의 성격을 잘 보여 준다.10) 따라서 만일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초국적 자본은 언제든지 떠날 채비를 할 것이다. 이는 일국 정부가 더 높은 수익만을 추구하는 초국적 자본을 통제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며, 그에 따라 일국의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증폭된다.
그리하여 유입된 초국적 자본의 양적 증가만으로도 일국 생산의 무정부성은 증대한다. 한국의 경우 무역거래에 대한 자본거래 비중이 90년 44.4%에서 97년에 101.9%그리고 99년 1-8월중 104.7%로 자본거래가 무역거래를 초과하였다.11) 이러한 자본거래의 비중의 증대는 일국의 경제가 이윤 추구를 위한 초국적 자본의 이동에 더욱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더욱이 초국적 금융자본에 의한 주식투자가 전체 자본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8년 10.48%에서 99년 1~8월중 29.0%로 급증하였으며 그 액수는 495.9억 달러에 달했다.12) 이 자본거래에서 주식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 만큼 자본의 이동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일국 경제가 초국적 자본의 이동에 의해 유린당할 가능성의 증대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은 주식투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자본시장 개방에 따라 다른 모든 직접투자의 경우도 자사 주식의 매각을 통해서 일국을 자유로이 떠날 수 있다.13) 이러한 사정이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한 사회는 초국적 자본의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3. 김대중 정부의 외자유치 정책의 계급적 성격
앞서 본 것처럼, 김대중정부의 외자유치 정책의 특징은 양적으로 전면적인 시장개방이고 질적으로는 인수 합병식 직접투자라고 하는 해외매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일국의 산업을 해외 초국적 자본의 이윤추구의 장으로 전면 개방하는 정책이 도입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초국적 자본의 동의를 조건으로 하고 있다.
<표> 국내 자본의 해외 투자현황(단위 백만달러)
년도
항목 |
1980 |
1981 |
1982 |
1983 |
1984 |
1985 |
1986 |
1987 |
1988 |
1989 |
1990 |
직접투자 |
26.1 |
47.5 |
151.3 |
129.9 |
52.1 |
591.0 |
1226.8 |
514.9 |
642.9 |
597.8 |
1051.6 |
증권투자 |
‥ |
‥ |
‥ |
‥ |
‥ |
‥ |
‥ |
‥ |
473.1 |
708.7 |
133.9 |
년도
항목 |
1991 |
1992 |
1993 |
1994 |
1995 |
1996 |
1997 |
1998 |
1999 |
직접투자 |
1488.6 |
1161.6 |
1340.0 |
2461.1 |
3552.0 |
4670.1 |
4449.4 |
4799.4 |
4044.1 |
증권투자 |
-716.7 |
-849.4 |
538.1 |
2028.4 |
2284.1 |
5998.4 |
-2008.1 |
1586.7 |
-1950.0 |
자료: 「국제수지」한국은행 2000년 4월 호
위 표를 보면 1980년부터 외환위기 전까지 한국독점자본의 해외 직접투자의 비중이 괄목하게 증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주식투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의 초국적 자본이 다른 선후진국에 진출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1998년 12월 31일 현재 해외에 남아 있는 총투자는 8,415건에 203억달러에 달한다.14) 결국 국내 초국적 자본은 자신이 해외에서 자유롭게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한, 해외 초국적 독점자본의 국내 산업 진출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와 동시에 국내 초국적 자본은 상당한 금액을 해외의 초국적 자본으로부터의 차입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19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적인 시장 개방과 자본시장 개방이 점진적으로 추진되었다. 이렇게 초국적 자본의 운동을 자유롭게 하는 일련의 조치는 결국 자본의 급속한 이탈이라는 형태를 통하여 발생한 외환위기로 그 문제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자본의 급속한 이탈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해 초국적 자본의 이동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오히려 자본에 대한 전적인 자유부여라는 처방이 내려졌다. 이와 같이 오히려 무정부성을 심화시키는 전도된 처방이 내려진 것은 이해관계와 힘의 논리가 관철되었기 때문이다. 즉 채무 불이행이라는 외환위기는 채권단인 해외 초국적 자본과 채권국에 절대적인 힘을 부여하였고 IMF에 의한 전면적인 상품시장 및 자본시장 개방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자본의 이동이 전면화 된 결과 한국 경제는 초국적 자본의 운동아래 완전히 좌우되는 상황에 처하였다. 김대중정부는 이제 해외 초국적 자본의 이탈을 막아야 하며 그로 인해 해외 자본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을 그리고 반노동자적인 정책을 구사할 수밖에 없게 된다.
1998년에 근로자 파견제와 정리해고제를 조기 도입한 것도 초국적 자본의 이탈을 방지하고 그를 유치하기 위한 정책으로서 반노동자적 성격을 극명히 보여준다. 그리고 노사합의에 의한 탄력적 근로제 시행 및 연월차 유급휴가 대체제도도 외국인 투자환경차원에서 고려된 것이다.15) 실제로 초국적 자본이 인수한 대한중석, 오므론, 만도기계, 한국중공업, 한라중공업 등등에서 정리해고 임금삭감 복지 후생시설 감소 등이 벌어지고 있다.16) 특히 오므론의 경우는 고용승계의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고 시정명령도 무시해버렸다. 이와 동시에 정부 연구기관에서는 외자유치를 위하여 고용승계의 의무를 명시적으로 완화할 것을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있다.17) 이렇게 외자유치 정책은 노동계급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정부는 외자유치가 고용의 증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 이것은 외자유치를 위한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김대중 정부하에 진행되고 있는 외자유치는 신규투자가 아닌 인수 합병식의 직접투자라는 점에서 더욱더 반노동자적이다. 인수 합병식 투자는 기본적으로 전혀 고용을 증대시키지 않는 투자이며, 오히려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고용 불안을 가중하는 투자다.18) 따라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해외 매각 위주, 인수 합병위주의 투자는 생산을 증대시키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비생산적이고 반고용적이다. 또한 그들 자본은 어느 순간에라도 한국의 생산시설을 옮기거나 생산량을 절대적으로 축소시킬 수 있으며, 그러한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노동계급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19)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는 ‘대외신인도’라는 논리를 통해서 국내외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정책을 합리화한다. 이미 무역거래금액을 넘어서는 자본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외 부채가 14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는 한국은 초국적 자본이동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객관적인 불안정성과 무정부성에 직면하여 김대중정부가 선택한 해법은 더 많은 외자를 유치하여 대외신인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외신인도의 논리는 그 나라 경제가 얼마나 초국적 자본에 종속되어 있는 지를 반증하는 이데올로기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일국의 대외신인도를 평가하는 대표적 기관은 다름아닌 무디스사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사 등 국제신용평가기구인데, 그들은 초국적 채권단들의 이해를 수호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김대중정부가 한전과 같은 국가의 기간 산업을 분할 방식으로라도 해외에 매각하려는 것과 수출기여도가 그 비중에서 7.8%나 차지하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그 파급 효과는 무시한 채로 대우자동차를 해외 매각하려는 것도 바로 이러한 논리에 기반한 것이다.20) 하지만 이러한 식의 외자유치는 장기적으로는 더욱더 초국적 자본의 이동 앞에 일국 경제가 복속당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따라서 외자유치 정책은 일국 경제가 초국적 자본의 이동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객관적 현실로 말미암아 해외 초국적 자본가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김대중 정부의 외자유치 정책이 국내 초국적 자본의 이해에 거스르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히 투자환경 조성이라는 명목하에 도입한 반노동자적인 근로자 파견법, 정리해고제 등은 국내 자본의 이해와도 합치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핵심인 재정적자 축소 및 통화량 증발 억제를 통한 높은 이자율 정책도 해외 초국적 자본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중의 하나지만, 이 높은 이자율 정책은 국내 초국적 화폐자본가 계급과 자금동원력이 풍부한 독점재벌들의 이해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IMF 구제 금융초기 통화공급 축소와 그에 따른 높은 이자율 정책은 이러한 성격을 극명히 드러내 준다. 즉 화폐가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화폐공급을 줄임으로써 고리대에 가까운 높은 이자율을 초래하였으며 다수의 기업이 파산한 반면에, 기생적인 금리생활자들과 자금 동원력에서 우월한 독점재벌들의 이익을 극대화시켜 주었다.21) 많은 사람들이 아직 ‘IMF 이대로’를 외치던 족속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도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자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의 배후에는 이런 금리생활자들 계급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자본시장이 전면 개방되어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해외 초국적 자본의 운동에 좌우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국내 초국적 자본은 자신의 주식가치의 상승이라는 이익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빚쟁이 계급들은 대외신인도의 논리를 역이용해서 자신들의 부실채권에 대해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쏟아 붇도록 강제해 왔다.22) 한마디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국제적으로는 자본을 수출하고 있는 채권국들을 위한 정책인 동시에 일국적으로는 자본을 대부하거나 상대적으로 자금동원력이 풍부한 초국적 자본가 계급을 위한 정책이다.
4. 초국적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
김대중 정부는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이동의 상황에서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운용을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해외 초국적 자본을 유인하기 위하여 그들에게는 온갖 특혜와 노동계급에 대한 억압을 초래한다. 그리고 외자유치의 증가는 더욱 초국적 독점자본의 이동에 일국 경제가 흔들리게 만들고 이는 더 많은 외자확보라는 악순환에 빠지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일국 경제는 초국적 자본의 이해에 유린된다.
생산의 세계적인 차원으로의 확산 자체만 놓고 본다면 그것은 진보적이며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자본수출이라는 형태를 띤 생산의 확대의 경우, 그것은 착취적이고 폭압적이며 잉여를 수탈하고자하는 기생적인 성격을 그 본성으로 한다. 자본수출은 본국의 과잉생산에 직면하여 더 높은 수익을 쫓아 전세계를 이동하며, 전세계적으로 생산을 확대시킨다. 그러나 그 자본이 떠난 자리에는 대량의 실업자들이 존재한다. 즉 자본수출 그것은 그 자체로 반고용성을 의미하며 반노동자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수 합병식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자본의 이동은 노동계급의 힘을 약화시키고 그 결과 그들의 생활수준을 악화시킨다.
또한 초국적 자본은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여 세계 각지에 그 생산시설을 배치하고 인수 합병한다. 현재의 초국적 자본은 신자유주의를 무기로 무제한의 자본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이 무제한의 자유는 경제에 대해 그 사회가 통제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박탈하고 만다.23) 이로 인해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 생산의 무정부성을 극한에 달하게 하여 일국의 생산을 완전히 자본의 전략하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초국적 자본에 의한 이러한 자유화는 멕시코 및 아시아국들이 최근에 겪었던 외환위기를 극도로 증폭시켰다. 사실 이러한 위기의 증폭 결과 초국적 자본은 더 높은 축적을 이룬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그들은 일국의 경제를 의도적으로 파탄의 도가니로 몰아 넣기도 한다.
이제는 한 줌 뿐인 초국적 자본이 아니라 사회를 위한 생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자본의 이동은 허용되더라도 자본은 그것이 활동하고 있는 사회에 의해 통제 받아야한다. 물론 그 첫걸음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전면 반대이며, 궁극적으로는 생산의 사회화를 이루어 내야 한다. 소유권의 문제에 있어서는 민영화에 반대해야 하며, 해외매각에 반대하여 국유화하여야 한다. 이것이 자본주의 내에서 여전히 한계를 가지지만 노동계급을 포함한 사회를 위한 생산의 길이며, 생산을 사회의 통제아래 둠으로써 무정부성을 줄이고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노동계급에 대한 억압을 막아내는 길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유기업은 자본주의 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공공성과 진보성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부실채권 해결에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었으므로 국유화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24) 그리고 국가는 사회를 위한 재정지출을 확대하여야 하며, 자본의 착취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을 통제하고 무정부성을 줄일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포함한 모든 정책적 개입을 확대하여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왜곡이라는 미명하에 국가의 사회보장에 대한 재정지출을 줄일 것을 주장하지만, 사실 이것은 금리생활자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지폐의 가치가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한편 국가가 맡고 있는 공공부문을 그들의 이윤획득을 위한 시장으로 만들려도 의도이다. 그리고 금융위기시에 인플레이션 운운하면서 통화량을 증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획득할 수 있는 이자율을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득재분배를 위한 조세정책이 실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금리생활자들의 금융소득 등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중과세 하여야 하며 직접세와 누진세강화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그리고 필요시에는 언제라도 투기적 목적으로 이동하는 자본을 직접적으로 통제하고 변동환율제는 정지될 수 있어야 한다.25)
이상의 모든 것은 자본주의 한계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생산의 사회적 통제의 출발일 뿐이다. 신자유주의는 이제 그 최고조에 도달하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가 오면 초국적 독점체들간의 상호협약인 신자유주의 체제의 폭압성이 정점에 이를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신자유주의는 사회로부터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1) 자본수출의 개념이 자본이동에 비해 그 목적을 명확히 나타내고 있으며 한 경제권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잘 파악하도록 한다. 자본수출에는 직접투자,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로 구성되어 있는 증권투자, 정부가 세계은행이나 아시아 개발 은행 및 외국법인으로부터 들여오는 공공차관, 민간이 외국인 또는 외국법인으로부터 들여오는 상업차관, 그리고 금융기관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들여오는 뱅크론 등등으로 구성된다.
2) 산업자원부 투자진흥과 「외국인 투자유치촉진 종합계획」 1쪽, ꡔ자본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ꡕ 1998, 35쪽.
3) 레닌, 남상일 역, ꡔ제국주의론ꡕ(1991), 134~135쪽.
4) “자본주의가 자본주의로서 존재하는 한 과잉자본은 그 나라 대중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왜냐하면 그렇게 할 경우 자본가들의 이윤은 하락할 것이므로- 후진국에 자본을 수출함으로써 이윤을 높이는 데 이용된다.” 앞의 책 94쪽.
5) 맑스, 김수행 역, ꡔ자본론ꡕ3권(1993) 305쪽.
6) 이철환, ꡔ재벌개혁 드라마ꡕ(2000) 231~233쪽.
7) 조수현, ꡔ한국의 경제발전과 외자도입 정책에 관한 연구ꡕ(1999).
8) 이러한 경향은 직접투자 외에 주식투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주식소유는 95년 총 주식의 11.8%그리고 97년 14.5%에서 99년 10월 현재 20.6%로 급증하고 있다.(재정경제부)
9) 「주간경제」 492호 이창선, KDI정책포럼 143호 3쪽에 따르면 이 같은 직접투자가 비공식적으로 70~80%에 이른다고 한다.
10) ꡔ한겨레 21ꡕ 1999년 9월23일자 21쪽.
11) 「한은정보」 99년 11월호 34쪽.
12) 「한은정보」 99년 11월호 35쪽.
13) 「외국인 투자촉진법령집」법 제23조와 시행령 30조 참조
14) 「해외직접투자연보」 전국은행연합회 1999. 그 투자 건수로 동남아시아가 71%, 북미가 15%, 금액으로는 동남아시아가 44% 북미가 28%이다.
15) 「외국인 투자유치 촉진 종합계획」 산업자원부 투자진흥과 1998.12.
16) 「해외매각 대응방침」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99. 10.
17) KDI정책포럼 제143호 98.10
18) “또한 M&A의 증가로 신규투자가 상대적으로 위축, 외국인 투자증가에 의한 고용창출이나 선진국의 기술이전 등 순수 경제적 효과가 의문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99. 6.
19) 현대자동차 시트공장을 인수를 추진 중인 미국의 Lear 주식회사는 98년에 연간 4천만 달러를 감축할 목적으로 18개의 생산공장 문을 닫고 전세계적으로 2,800명의 인원을 감축하기로 했다. 대우자동차 인수를 추진중인 GM은 95년 10월 캐나다에서 감원으로 4만 노동자를 2만으로 줄였다. 울산의 우진을 인수한 TRW의 경우 98년 7월 공장의 10~15%를 폐쇄하고 54,000명의 노동자를 46,500명으로 줄이고 납품업체수를 반감시켰다(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그리고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프랑스의 르노는 작년 10월 37%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닛산자동차의 일본 내 5개 공장을 폐쇄하고 1만 6천명의 종업원을 전격 해고하였으며, 최근 르노의 영국 공장에 대해 30%의 경비를 절감하는 강수를 단행하였다(조선일보 2000년 5월 29일자).
20) ꡔ한국경제ꡕ 2000년 5월 29일자와 24일자.
21) 5대 재벌 비은행 금융기관의 시장 점유율이 외환위기 이후 급속하게 증대하였다. 예를 들어 투신사의 시장점유율은 97년 3월 6.2%에서 98년 3월 23.7% 99년 3월은 31.6%로 증대하였다. 이철환, ꡔ재벌개혁드라마ꡕ(2000).
22) 직접적인 공적자금 64조원을 포함해 이미 101조 9천 억원의 자금이 이들 채권단을 위해서 사용되었으며 추가로 30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ꡔ한국경제ꡕ 2000년 5월 26일자).
23) 먼저 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통화정책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며, 정부의 지출을 통제하고 그럼으로써 사회보장에 대한 지출을 제거하려고 한다. 그리고 환율을 전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며, 투기자본의 출입 통제에 어떠한 제한도 가하지 못하도록 한다.
24) ꡔ현장에서 미래를ꡕ1999 11월호 51쪽, ꡔ자본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적 공세ꡕ1998, 53쪽.
25) “말레이시아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하반기에 아주 강력한 자본통제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우선 통화가치를 1달러당 3.8링킷으로 고정시켰습니다. 또,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된 자금은 1년 동안 국경을 벗어날 수 없도록 했습니다 … 실제로 99년 들어서 IMF는 말레이시아의 사례가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하기도 합니다.” ꡔ신자유주의의 역사와 진실ꡕ(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