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계를 둘러싼 쟁점과 개선방향 |
허 은 영/교육부장 |
1. 임금체계의 의미와 노자간의 이해
임금의 본질에 대해서는 앞의 글에서 다루었으므로 생략하고 여기에서는 직접적인 임금체계에 관련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우선 임금체계라는 것은 임금의 구성항목을 의미한다. 이는 기본급이 결정되는 기준과 기본급의 수준, 그리고 총임금 중에 차지하는 기본급의 비중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기본급이 전체 임금에서 얼마만큼 안정적으로 확보되어 있는지, 그리고 기본급이 연령이나 근속에 따라 결정되는지, 아니면 개인이나 집단별 성과와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지 등에 관한 것을 다루게 된다. 다른 한편 임금체계는 개별노동자의 직위나 직급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방식을 뜻하기도 한다. 즉 직급에 따른 임금제도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임금관리영역은 임금수준에 대한 관리와 임금체계에 대한 관리를 모두 포함한다.
임금수준 관리: 임금의 수준과 임금격차, 자본의 능력과 경영, 임금수준에 관한 교섭
임금체계 관리: 임금의 항목 구성비, 임금 산정과 지불 형태, 구성체계, 항목별 결정기준 |
이처럼 임금체계라는 것은 자본에게는 임금의 관리영역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임금관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바로 임금비용을 줄이면서도 노동자의 노동생산성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시켜 자본의 이윤을 최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자본가는 임금의 수준만 직접적으로 낮추려는 형태뿐만 아니라 노동자들간의 경쟁을 유발하는 고용형태와 그것을 포함한 다양한 임금 격차, 그리고 자본의 경영지불 능력을 전제한 임금교섭을 시도한다. 이와 함께 자본측은 전체적으로는 기본급과 통상임금의 비중을 최대한 낮추어 임금성 복지 비용과 퇴직금 등의 노동비용을 줄이고자 한다. 그리고 개별화된 임금형태와 인사고과를 반영하는 임금형태 등으로 노동자를 더 많이 통제할 수 있는 임금체계를 갖고자 한다.
결국 임금체계라는 것은 자본이 최대 이윤을 확장하기 위한 노동력 활용의 한 측면으로서 임금수준 관리를 포함한 생산성 증대와 효과적 통제로서의 임금관리제도라 할 수 있다.
임금체계 관리
임금의 구성은 기본급과 제수당(통상, 비통상), 상여금 등으로 이뤄진다.
본봉/기타 |
통상수당 |
비통상수당
(초과수당제외) |
초과수당 |
상여금(월할) |
퇴직금 |
교육훈련비
(간접노무비) |
성과금 |
기본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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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정액급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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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임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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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임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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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급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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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노무비 |
특히 기본급의 비중은 임금총액 대비 평균 49.1%(민주노총 97년 11~12월 조사), 통상임금의 비중도 60.3%로 매우 낮다. 정액임금의 비중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임금구성의 변화 (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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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
1988 |
1990 |
1992 |
1995 |
1997 |
1998 |
1999 |
2000 상 |
정액임금비중 |
71.6 |
70.8 |
69.1 |
68.6 |
67.7 |
69.2 |
73.6 |
69.7 |
72.1 |
초과임금비중 |
12.6 |
11.9 |
10.9 |
9.9 |
9.1 |
8.0 |
7.0 |
8.2 |
8.0 |
특별임금비중 |
15.8 |
15.8 |
20.0 |
21.4 |
23.1 |
22.8 |
19.4 |
22.2 |
19.9 |
주: 1998년의 정액임금 비중이 증가한 것은 전체적으로 초과노동과 특별임금의 감소에 따른 월급여 총액이 감소된 수준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아진 때문이다.
자료: 통계청, 매월노동통계 조사보고서, ꡔ2000년 임금의 쟁점과 노동조합 정책과제ꡕ(권혜자, 2000)에서 재인용.
위에서 보듯이 임금구성이 복잡한 것은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 등이 투쟁으로 조직화되면서 그 성과에 대해서 자본측에서는 고정적인 임금비용으로 설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정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임금체계를 논의함에 있어서 본질은 임금 지불방식1)과 임금의 형태2)를 통한 임금수준의 문제로서 노동자에게 있어서는 생계비 확보, 생활임금의 문제로 접근되어야 함이 분명하다.
최근에 이러한 임금체계에 대해 자본측은 인사고과를 강화하여 반영하는 임금체계, 그리고 임금체계의 간소화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개인들(혹은 소집단)의 성과와 생산성에 따른, 능력주의적, 탄력적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노동자들은 90년대 이후 복잡하면서 인사고과를 반영하는 차등지급 형태의 임금제도를 정기적인 자동승급 형태의 단일 호봉제, 인사고과적 차별(격차)은 없애며 기본급의 비중을 높이는 임금 안정화를 방향으로 한 임금체계 개편을 꾀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임금체계에 대한 논의를 쟁점 중심으로 살펴보자.
2. 임금체계에 관한 쟁점
1)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우선 임금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격차 문제를 살펴보자.
임금격차의 문제는 기업규모와 고용형태별 임금격차 해소라는 측면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사회의 빈부격차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특히 중소, 영세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노동자 등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정은 갈수록 심각하다.
소득수준으로 볼 때 상위 20%의 소득계층은 축소되고 하위 20% 소득계층은 급증하고 있다. (상위20% 97년 8.3%→99년 7.3%, 하위20% 97년 37.2%→99년 40.2%)3) 게다가 조합원 중에서 저임금조합원의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그중 여성노동자들의 비중이 높다.
특히 대규모기업(500인 이상)의 임금을 100으로 볼 때 중소기업(100~299인)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을 보더라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98년 정액임금 비중은 94.6%→2000년 82.5%, 총임금 비중은 87년 89.0%→2000년 74.1%). 이러한 심각한 상황은 영세사업장의 노동자와 하청, 용역 노동자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는 더할 것으로 보인다.
위의 실태와 특징에 입각하여 점점 중요해지는 노동자의 원칙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다. 이 개념은 노동자간의 모든 차별과 격차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 ‘동일노동’이라는 개념에서의 해석적 차이가 노동자의 연대정책, 산별노조에서의 임금정책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진다. 즉 한편에서는 숙련직무와 비숙련노동의 문제, 그리고 서로 다른 직무에 대한 임금형태, 지불기준 등에 대해서 차이를 두면서 ‘동일직무’ 내의 임금차별을 금지하자는 주장이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생애생계비적 임금을 원칙으로 하여 모든 형태의 임금차별을 부정하면서 ‘동일노동시간에 대한 동일임금’으로 제기하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제노동기구의 경우는 전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고 많은 서구산별노조들의 임금정책과 임금체계 역시 그에 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4) 또한 우리나라도 산별노조로 전환해가면서 산별의 임금제도에 대해 숙련별, 직무별 임금 등급에 따른 임금지불 원칙을 세워가는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자의 관점은 결국 현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자의 능력과 성과에 대한 ‘객관적’, ‘노조 개입적’ 기준을 통한 임금지급을 주장하는 것으로 연령과 근속에 따른 임금체계라기 보다는 직무와 직능급적 성격을 확장시키는 임금정책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2) 산별노조와 임금정책
우리나라에서도 금속연맹에서 금속산별노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미 90년대 중반 이후로 산별임금정책에 대한 논의를 해온바 있다. 대표적으로 강신준은 산업단위의 최저임금을 설정하고 직급구조와 연계한 임금체계를 통해 노동시장에서 노조의 교섭력을 다지자는 안을 제시한다. 그는 자본측이 요구하는 생산성과 연계된 임금을 반영하면서도 노조의 교섭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고 소개하고 있다.5)
그 내용은, 우선 최저임금을 반영하기 위한 생계비 임금항목(호봉표로 설계)과 직무, 직급을 연계시켜내는 직무관련 임금항목(노동급)으로 구성하여 숙련구조를 노조의 관리하에 두어 교섭력을 갖자는 안이다. 그의 임금정책은 기본급 내에 직능급을 끌어들인 임금체계이다. 즉 그가 말하는 부가급은 노동자의 이해와 자본가의 이해가 구분되지 않도록 하여 노동자의 정당한 몫인 임금에서 자본가의 이해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의 이해는 생계인데 이는 사회적인 것이며 개별자본이 노동자의 사회적 이해를 충족시켜 줄 수 없다고 하며, 임금체계에 대한 교섭정책은 노동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임금과 자본가의 임금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산국면의 협력적 관계를 강조한다. 즉 최저생계비를 확보하는 생활급+‘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반영(?)하는 노동급을 결합시키고 있다.
하지만 위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이 견해에 의하면 실은 상이한 노동력에 대한 상이한 임금을 의미하는 것이며, 개인별 직무에 따른 노동지출과 직무수행 성과, 그리고 사업장의 격차와 개인별 격차를 반영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의 기조는 노자관계에 있어서 이해관계가 절충, 협력이 가능하다는 관점 하에서 정리되고 있으며 노동조합의 일차적 과제를 임금위계와 숙련위계를 일치시키는 것으로 만든다. 결국 노동자들의 경쟁의 격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며 능률이 떨어지는 노동자와 과다한 노동강도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분리시키는 것이다.
‘자본가는 노동자의 노동능력에 따른 임금을 지향’하고, 자신은 ‘노동수행의 결과에 따른 임금’을 주장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가능성과 결과에 대한 구분은 단지 교섭단위에 대한 차이일 뿐 인사고과에 의존하여 ‘공정한’ 직무, 직능의 평가라는 것으로 자본의 노동력 착취는 ‘산별’노조에 의해 정당화될 뿐이다.6)
따라서 이것은 기업규모별 임금격차와 성별, 학력별 임금격차는 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러한 형식적, 경직적인 임금격차를 개인별 능력-성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확대시키려고 하는 것이며, 진정한 노동자 연대와 단결의 정신에 어긋나는 정책이다.
3) 구조조정-현장통제와 임금
구조조정이 대대적으로 본격화된 90년대 후반기에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슬로건은 임금인상에 대한 부분에서는 모든 ‘생존권적 요구’(고용안정협약서 쟁취, 올바른 민주적 구조조정, 노동시간단축 등)에 밀려서 분리되었다. 또한 많은 단위사업장에서 고용안정을 위한 임금 삭감 혹은 동결 수준의 양보교섭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구조조정의 기본방향은 노동력의 유연한 활용과 생산의 탄력성을 위한 고정적 노동력의 축소, 비정규직화의 대량 양산과 현장통제를 통한 전반적 노동강도 강화-생산성 증가-궁극적인 이윤 확장이다. 그래서 노동측에서 수용한 ‘고용안정을 위한 임금의 삭감’이라는 것은 결국 구조조정의 기본 논리를 수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가 98년의 현대자동차 노동자 파업투쟁(속에서의 집행부의 임금양보, 일부 정리해고와 무급휴직 수용)과 만도기계, 99년 한라중공업 노동자의 생존권 사수 파업투쟁 등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경우는 대중적인 공장점거파업투쟁에도 불구하고 ‘고용안정을 위한 임금양보와 정리해고의 최소화’라는 명분으로 양보교섭을 하였다. 만도기계와 한라중공업의 노동자들은 ‘생존권 사수투쟁’의 측면을 중심에 둔 점거파업이었고 한라중공업 노동자들은 단협과 고용, 노조승계라는 생존권 적 요구를 지켜내었다.
또한 최근에도 단위사업장 수준에서 구체적으로 이뤄지는 구조조정, 분사와 외주, 용역화와 현장통제의 문제는 정규직의 고용불안과 함께 비정규직의 대량 양산을 통한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정성 심화와 노동조건의 전반적인 악화, 노조의 조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임금은 형식적으로는 감소하지 않았지만 최근 2~3년 동안 노동강도가 엄청나게 강화되었고, 품질 경영 등의 신경영전략이 다면적으로 재도입되면서 현장에서는 자본의 통제에 대해 많은 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7)
이렇게 구조조정은 단순한 기업조직 변화나 고용형태 변화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노동강도 강화와 임금의 하향 평준화로 가게 되므로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 방향과 요구는 생활임금 쟁취와 실질노동시간단축(휴게시간 확대)과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그리고 노동시간단축과 생활임금 쟁취는 요즘 변형시간제 확대(연간시간저축제)와 휴가, 휴일 축소, 노동자파견제 확대 등의 노동법 개악과 맞바꾸는 순간 아무런 의미도 없어지는 노동유연화 저지투쟁의 방향 속에서 위치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4) 임금 안정화
앞에서 설명했듯이 임금체계의 문제에서 중요한 쟁점 중의 하나가 임금체계의 단순화에 대한 문제이다. 그런데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이것의 내용은 기본급의 확대(통상수당의 기본급화) 및 통상임금(수당)의 확대를 통한 임금의 안정적 확보가 주요한 것이다. 즉 임금의 구성 비중에 있어서 기본급과 통상수당의 비중을 높여내는 것을 임금체계 개선의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지만 자본측에서는 임금체계의 간소화에 동의하는 명목으로 실제로는 능력급과 성과급적 임금체계를 확대,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8) 그리고 실제로는 90년대 말부터 사무직과 전문직 등에서는 성과급제와 연봉제 등이 대거 도입되기 시작했고, 공기업들에서도 집단 성과급과 개별성과급이 최근 들어오고 있다.
이처럼 임금의 지불형태는 노동자간의 상호 경쟁을 유발하고 노동량의 지출을 늘릴 수 있게 하느냐 여부가 달려있는 것이므로 노동자나 자본가에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9)
그런데 임금지불형태인 시간급과 성과급(사실 직무급과 직능급은 성과급의 한 형태이다)에 대해서 그 형태보다는 교섭구조와 교섭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견해가 있다.10) 이 관점은 ‘임금 지불형태의 차이는 임금의 본질에는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맑스의 ꡔ자본론ꡕ을 근거로 임금형태의 중요성을 기각하고 있다. 하지만 맑스는 이것을 임금의 본질이 노동력의 가치라는 것이 변함없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며, 거꾸로 성과급제의 성격이 반노동자적이고 노동통제적이라는 것을 지적했다.
따라서 성과급은 노동자를 쥐어짜고, 경쟁시키고 임금을 삭감하는 유력한 수단이라는 점과 일부 산별만능론자, 사회적 합의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직무기준급과 능률급도 성과급의 한 형태라는 점을 명백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오히려 반대로 성과, 능력적 임금체계의 도입을 저지하고 이미 들어온 성과급성 임금을 축소, 무력화시키는 투쟁과 함께, 연령과 근속에 기반한 생애생계비를 쟁취하기 위한 임금정책과 조직화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임금정책의 방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노동력의 재생산비 확보라는 측면에서 임금의 안정성은 임금수준의 인상과 더불어 잔업 없는 임금 확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3. 노동자의 생활임금 쟁취를 위한 임금체계 개선 방향
최근 들어 노동조합의 임금체계 개선투쟁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노동조합이 경영권에 참여, 통제하는 형태로서 직급제도와 승진제도 변경, 인사고과 제도 변경과 평가의 ‘객관화’, 비정규직 처우 규정 개선 등, 회사 경영권에 대해서 단협과 노사협의를 통한 노조의 의사결정 참여 수준이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연봉제 도입과 같이 회사의 기본 개편방향이 정해진 가운데, 이에 대한 약간의 통제(기준마련) 수준에서 합의를 해주는 형태의 성과급제 수용수준이 있다. 또한 우리사주제도나 종업원지주제, 스톡옵션 등을 통해 임금보전과 경영참여를 동시에 노리는 방안이 있다. 그리고 자본의 기본적 도입방안을 중단시키는 구조조정 저지투쟁 수준에서의 개선투쟁까지도 존재한다.
그런데 현재 인사고과나 직급․승진제도의 변경에 대해서는 회사측 주도권이 높고, 임금체계를 변경하는 경우는 노사합의를 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80% 정도이다. 임금체계의 변경은 임금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노동자 통제의 중요한 변수가 되므로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이다. 사실은 인사고과제도나 승진제도 역시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따지면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조직개편과 각종 제도 개편, 고용 변화, 그리고 단협의 주요 노동조건과 복리후생 부분은 임금체계개선과 연관하여 중요하게 취급해야 한다.
전체 노동자의 관점에서 임금체계 개선의 원칙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일단 모든 차별과 경쟁을 없애는 전제 하에서의 생활임금 쟁취- 생애생계비 확보이다. 특히 임금체계 개선은 임금 수준인상 만이 아닌 각종 간접임금, 복지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생계비가 확보되는 것을 포괄해야 한다.
둘째, 또한 간접적으로 임금과 연관되는 (자본의 이윤과 직결되는) 노동력에 대한 통제,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강도 약화를 위한 현장노동자의 일상적 주도권 확보가 중요한 기조라 할 수 있다.
특히 기업내부에서 인사고과를 통한 임금, 직급제도와 이에 대한 노조의 개입 문제가 중요하다. 즉 능력주의 인사제도와 작업장 감시와 현장통제, 고용불안정과 팀별․개별 경쟁을 통한 기업에 종속시키려는 각종 시도에 대해서 대응해야 한다. 이는 이미 기업문화와 신경영전략으로 들어와 있는 현장통제에 대한 무력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셋째, 전체 노동자들의 실질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휴게시간과 휴일을 확대하며, 생활임금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임금격차의 문제와 함께 생산성 향상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에 대한 대응의 방향에서 중요한 지점이다.
구조조정이 일상화되고 노동유연화가 전면적으로 구체화되는 현시기에 임금격차 문제를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통한 동일대우, 직무별, 숙련별 대우 등으로 만사가 해결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견해가 있다. 이러한 견해는 구조조정의 기본논리, 경쟁의 원리를 수용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해보려는 자본협조주의적 관점이거나 단기적 대응기조에 불과하다. 실제 임금격차의 확대는 기업별 노조로 인한 대응의 부재가 주요 원인이라기 보다는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를 통한 노동자 분열전략에 의해 확대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임금격차의 해소는 임금인상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임금인상투쟁을 통한 생활임금 확보와 함께 최저임금의 생계비 수준의 확보, 그리고 국가가 책임지는 노동복지의 확대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임금체계 개선투쟁의 조직화는 기본적으로는 연령에 따른 단일 호봉제, 인사고과와 성과의 반영이 없는 근속에 따른 자동승급, 승호제도를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임금제도 개선 수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제도화시키는 비정규직의 철폐투쟁, 현장통제에 대한 무력화 투쟁이 동시에 전개되어야 실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임금을 규제하는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라고 말할 것이다.… 임금에 경쟁을 도입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경쟁은 노동의 시장가격을 등락시킨다. … 따라서 우리는 임금의 자연가격-경쟁에 의해 규제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경쟁을 규제하는 노동의 가격-을 찾아내어야 한다. 노동의 필요가격(자연가격)을 노동자의 필요생활수단에 의하여 결정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 만약 임금이 그것의 일반적인 근거-노동자 자신의 노동생산물 중 자기자신의 개인적 소비에 들어가는 부분-로 환원된다면, 이 몫이 그것의 자본주의적 한계로부터 해방되어 현존의 사회적 생산력이 허용하며 개성의 완전한 발달이 요구하는 소비범위까지 확대된다면, 노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사회구성원들을 위하여 항상 수행해야만 하는 노동량을 필요노동과 잉여노동 모두에 포함시키게 된다면, 임금․이자․지대․기업가이득 등은 모두 사라지고 이러한 형태의 토대들(모든 사회적 생산양식에 공통되는 것)만이 남을 것이다(맑스, ꡔ자본론ꡕ, Ⅲ권 중에서).
1) 임금의 지불방식은 일급제(생산, 기능직)/월급제(사무관리직과 판매 서비스직)/연봉제(사무, 임원, 연구직 중심)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단순히 지불방식만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의 주요 성격이 고정적인지 성과급적인지를 결합시켜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한 정규직은 주로 시간급과 월급제 등이 주요한데 비해, 비정규직의 임금지급 형태는 일당과 시간급, 시간제적 월급제 등이 가장 많다.
2) 임금의 지불형태는 시간급(고정급)과 성과급으로 구별할 수 있다. 그리고 임금항목의 결정 기준은 △속인적 요소-고정적(연령, 성, 학력, 근속, 경험 등), 능력적(직무수행능력-지식, 판단, 숙련) △직무적 요소로 이루어진다.
3) 권혜자, ꡔ2000년 임금의 쟁점과 노동조합 정책과제ꡕ,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2000.
4) 한편 자본측에서는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노동자간 분할과 경쟁을 통한 생산성 확대와 노동자의 단결을 저해하기 위한 분리정책을 취해왔다. 즉 여성노동자의 취업률 증가와 함께 저임금 노동으로서 남성노동자를 비롯한 전체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악화시켜왔고, 인종적인 차별과 전문직과 단순기능직 노동자에 대한 각종 차별정책과 고용안정성의 차이를 두면서 노동자간 분할과 통제를 유리하게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점차 여성노동자를 비롯한 탈숙련 노동자들이 일반화되면서 노동자간의 직접적인 차별을 통한 통제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자본측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추세가 되면서 이를 성과배분제도, 직능급 등의 다른 형태의 임금체계를 통한 통제정책으로 변화시켜가고 있다.
5) 이 주장은 고용을 결정하는 것이 자본가의 고유 권한이므로 기업단위에서는 교섭문제가 될 수 없으므로 개별자본가의 권한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별노조를 통해서만 교섭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는 임금에 대한 교섭에서도 임금이 분배되는 과정이 자본가의 이해가 반영되는 것이라고 하여 사회적 교섭을 위한 산별노조건설을 주장하고 있다(강신준, 「조선산업의 임금체계」, ꡔ노동조합과 임금체계ꡕ, 한국노동사회연구소, 1998 참조).
6) 성과급은 시간급 보다 더욱 노동력의 가치와의 관계를 은폐한다. 노동자가 생산의 평균적인 질을 유지해야만 성과가 인정되기 때문에 자본가에 의해 임금삭감과 속임수의 풍부한 원천이 되게 한다. 또한 노동강도를 측정하는 확실한 척도가 되어 노동자는 고용위협을 받는다. 게다가 노동자에 대한 관리감독이 거의 필요없을 정도로 위계구조가 자생적으로 강화될 수 있으며 자본가는 이러한 생산성 향상을 통한 노동강도의 표준적 상향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임금의 평균 수준을 낮추고 시간급제 마저도 압박하게 된다.
7) 임금과 관련된 작업장 통제는 관리감독자의 통제, 활동가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와 전자감시, 조기정소, 출근, 시간통제 등의 것들로서 직접적으로는 생산성 향상과 노동강도의 강화로 연결되는 문제이다.
8) 그래서 90년대 초중반 이후로 자동차와 조선산업의 노동조합들에서는 생산직의 월급제와 단일호봉제를 기본적인 요구로 하여 임금안정화를 꾀하기도 했다(현대중공업, 한라중공업, 현대정공, 대우조선 등). 물론 자본측에서도 이에 대해 수용하는 대신 신인사제도를 수용한 월급제 등의 안을 내놓아 삼성중공업 등에서 도입되기도 했다.
9) 우리나라에서의 노동조합운동은 임금인상투쟁을 매년 가장 큰 조직화사업이며 생계비 쟁취를 위한 중요한 투쟁의 하나로 배치해 왔다. 그리고 임금인상은 기본급 인상도 있지만 상여금이나 특별임금의 형태, 수당 등의 인상으로 보완해온 것도 사실이다. 즉 성과급이라는 이름이 실제 성과급부터 고정성 수당( 및 상여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사업장마다 들어와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름만 성과급(상여금, 수당)이던 것이 실제 집단별, 개인별 성과배분제도로서 전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나이가 들어감과 동시에 근속이 올라가는 것에 맞춰 고정화되던 연공급적 임금의 비중이 낮아지고 특별임금, 직무나 능력적 성과급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간 노동운동의 임금에 대한 원칙으로 주장되던 (생애)생계비적 관점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0) 강신준, ꡔ노동의 임금교섭ꡕ,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