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은 해프닝으로 끝내자 노동자 문화 |
현장에서 미래를 제111호
|
|
박선봉
|
노동자민중세상
노동자 문화 /
해프닝은 해프닝으로 끝내자
박선봉 / 민주노총 문화국장
한 인디밴드 멤버가 생방송 중 바지를 끌어내린 웃지 못 할
사건으로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시끌벅적 온 나라가 한바탕
들끓고 있다. 이제는 좀 진정된 듯하지만.
나도 깜짝 놀랐다. 마침 휴가철이라 시골집에서 어른들은 거실에
둘러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다른 방에서는
5세부터 23세까지의 조카들이 바로 그 문제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고 화까지 났다. 음악프로그램은
어른들보다는 청소년들이 주로 보는데 왜 하필 거기서 그랬을까?
그러면서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마약을 했을까?
아니면 사회비판적인 무슨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그랬을까?
그것도 아니면 방송에서 한 번 튀어 보려고? 젊은 청춘들의
철없는 행동?
뉴스라는 것이 어차피 광고주인 자본의 입장을 절대적으로
대변하는 것이어서 곧이곧대로 믿기야 어렵지만 어쨌든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가리고 짭새들에게 끌려가는 그들에게 어떤
사회비판적인, 정치적인 목적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의
해명도 마찬가지였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심심풀이로 해 본
것이란다. 홍대 앞에서는 종종 그렇게 하고 논다고 한다.
주변에 음악 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펑키라는 장르에서는 종종 그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음악에
도취하면 심지어는 자위행위까지 한다고 했다. 물론 외국의
경우지만.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예술적인 필요에 의해서라면 그것보다도
더한 행위도 할 수가 있다. 그 행위가 주제를 표현하는데 꼭
필요하다면.
그러나 이 경우는 그런 경우도 아니고 불특정 다수가 아무 생각
없이 둘러 앉아보는 공중파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보는 음악 프로그램에서 그랬다는 것은
아무래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음란퇴폐행위로 보고 엄중히 다스려야 할
패륜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경우도 있고, 성폭력의 시각에서
바라보기도 하는 모양인데, 글쎄 나는 여기에 무슨 문화적인
시각을 들이댈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냥 해프닝은
해프닝이다. 그들 스스로가 밝혔듯이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것이다. 그걸 가지고 양은 냄비에 물 끓듯이 소란을 떠는 것도
별로 마음에 안 든다.
또 하나는 음악을 하는, 예술을 하는 시각의 문제다. 예술은
다양성이 생명이다. 획일화된 예술작품에서 무슨 감동을 받을
것이며, 감동이 없는 예술은 가치가 없는 것이다.
모든 계급은 자기의 예술을 전일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자본은 너무도 열심히 돈을 들여가면서 방송을
장악하고 언론을 통제하고 저급한 대중문화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해 댄다. 유일한 적인 노동자들의 생각과 의식을 혼미하게
만들고 통제할 목적으로. 노동문화일꾼들이 이에 대항해서
온몸으로 저항해 보지만 중과부적이다.
인디밴드는 나름대로 자본의 유통구조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개성적이고 독특한 예술행위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음악계의
독립군이요 이단자들이다. 그들에게 이런 부탁을 하고 싶다.
개인적인 예술적 취향도 중요하지만, 순수예술은 존재하지도
않고 만약에 존재한다면 그것은 기필코 지배계급에 복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서, 이제 옆을 좀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이웃을, 사회를. 그리고 노동계급을.
|
|
2005-08-26 00:00:0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