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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룰라 당선의 정치적 의미

현장에서 미래를  제81호
원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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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룰라 당선의 정치적 의미


원 영 수/국제기획실장





지난 10월 27일에 열린 브라질 대선의 결선투표에서 노동자당(PT)의 후보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실바(Luiz Inacio Lula da Silva) 후보가 5,270만표(61.7%)를 얻어, 3,330만표(38.7%)를 얻는 데 그친 집권당 후보 주세 세하(Jose Serra) 후보를 물리치고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수도인 브라질리아와 상 파울로 등 대도시를 비롯한 브라질 전역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독점자본과 금융자본, IMF가 지지하는 우파후보를 누르고, 마침내 수십 년간 브라질 노동자․민중이 갈망했던 민주적 정권교체가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룰라의 승리는 사실 1년 전만 해도 예상치 못한 것이며, 브라질 민중의 압도적 지지로 룰라는 대선 4수 끝에 마침내 집권에 성공했다. 전형적 브라질 빈민 가정출신의 금속노동자 룰라가 인구 2억과 엄청난 자원과 국토를 가진 남미 최대국가 브라질의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21세기 브라질뿐만 아니라 세계사의 한 장을 차지할 것은 틀림없다.
노동자당은 10월 6일 열린 선거에서 룰라가 46.6%를 득표, 1위로 본선에 진출했을 뿐만 아니라, 하원과 상원, 주지사 투표에서도 선전하였다. 하원의 경우, 59석에서 91석으로, 상원의 경우 7석에서 14석으로 늘었다.
그러나 주지사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2곳, 2차 투표에서는 8개 선거구에서 1곳만 승리를 거두었다. 특히, PT의 아성이었던 리우 데 자네이루와 리오그란데 두술 주지사 선거에서 우파 후보에 패배하여 충격을 주었다. 이는 ‘참여예산’으로 알려진 PT 주정부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을 반영한 것이며, PT가 시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많은 도시에서, 룰라의 득표율이 전국평균보다 낮았던 것은 PT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좌절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어쨌든, 선거정치의 차원에서 브라질 노동자당은 1980년 창당이래 최대의 승리를 거두었으며, 이제 문제는 과연 출범할 룰라 정부가 과연 브라질 노동자․민중의 희망이 될 것인가이다. 룰라 자신의 말대로, “희망이 두려움을 이긴” 이번 대선 승리가 지난 8년간 카드도수 정부의 신자유주의 공세와 임박한 경제위기를 넘어서, 단지 브라질뿐만 아니라, 총체적 위기와 계급적 양극화의 길로 치닫는 라틴 아메리카 전체의 정세에 새로운 대안 내지 희망을 가져올 것인가? 아니면 높아진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전임자 카르도수의 길을 되풀이할 것인가? 바로 그것이 문제이다.
브라질 대선의 결과를 기다리는 전세계 진보진영의 입장은 한결같을 것이다. 자신의 이익이 침해받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운 제국주의와 독점자본을 제외하면, 룰라의 승리가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브라질 민중의 승리로 귀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룰라의 당선을 기뻐하기보다 브라질의 냉혹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룰라의 승리는 지난 세기 착취와 수탈, 억압 속에서 저항과 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브라질 노동자․민중의 위대한 승리로 기록될 수 있을까? 룰라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로 표상되는 자본의 공세에 맞서 새로운 대안적 민중해방체제의 역사적 실험을 인도할 것인가?


룰라의 대선전략, 노동자계급 투사에서 “평화와 사랑”의 전도사로
일각에서는 룰라의 이번 승리가 유연한 선거전략 때문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룰라는 섬유재벌이자 우파 자유당(PL)의 지도자인 알렌카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함으로써,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와의 계급동맹을, 집권비토세력을 극복하는 파격적(?) 전략을 채택하였다. 심지어, 대선 결선투표에서는 브라질 민중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던 군부와 그 협력자 세력과의 정치적 연대도 서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당은 최고 지도부를 워싱턴과 월스트리트에 파견하여 룰라의 집권이 자본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을 것임을 되풀이하여 약속하였다. 룰라는 전임 정권에 의해 합의된 모든 조약을 준수할 것임을 IMF에 약속하였고, 2,500억 달러가 넘는 외채를 그대로 인정하겠으며, 어떠한 일방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기술적으로, 과거의 투쟁적 이미지로 인해 분쟁이나 논쟁을 야기할 만한 어떤 정책도 거부하였다. 오직 “평화와 사랑”의 노선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그로 인해 부르주아 언론의 끊임없는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서도, 점차 룰라를 집권의 대안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부분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해외의 언론도 이미 룰라가 과거의 룰라가 아니라는 식의 보도태도를 보였다.
룰라의 급부상에 경악한 국내외 자본은 브라질의 경제상황을 볼모로 노골적 반룰라 캠페인을 조직했다. 이에 브라질 민중은 제국주의적 간섭에 분노했지만, 룰라는 노련한 정치인답게, 2,500억 달러가 넘는 외채의 인정, 전미자유무역협정(FTAA)의 지지, 외국자본의 안전보장 등의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급진적 후보가 아닌 수권후보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증명(?)하였다.

선거전략 자체로만 보면, 정확한 정세판단과 적절한 전략전술의 적용으로 작전성공이라고 해석될 수 있겠지만, 이는 그 역사적-계급적 의미를 왜곡, 축소하는 관료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룰라의 승리는 개인의 입지전적 승리나, 특정 정파의 승리라기보다는 억압과 착취에 맞서 투쟁한 브라질 노동자․민중의 역사적 승리이기 때문이다.


대선승리, 사회변혁에 대한 전민중적 열망
그러면 이번 압도적 승리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일차적으로, 카르도수 정부의 무차별적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져온 민중생존권의 전면적 위기이다. 한마디로,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계급사회인 브라질에서, 전체 1억 7천만 인구 가운데 5천300백만명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다. 광범위한 기아와 빈곤, 난무하는 폭력과 범죄, 살인적인 실업과 반실업, 갈수록 불안해지는 고용, 민영화공세로 인한 공공서비스의 삭감, 민간정부 하에서도 여전히 만연한 부정과 부패의 상황에서 브라질 노동자․민중은 이와 같은 계급모순을 타파할 지도자로 룰라를 선택한 것이다.
두번째로, 노동자당이 관료화와 우경화에도 불구하고 전국적 차원에서 계급적 기반을 구축해 간 반면, 브라질 지배계급은 특정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후견정치와 상상을 초월하는 부정부패로 대중적 기반을 급격히 상실해 나갔다. 그 결과, 카르도수의 연임이 끝나는 시점에서, 브라질의 지배계급은 룰라로 상징되는 민중세력을 절차적 민주주의로 제압할 수단을 상실할 정도로 사실상 정치적 몰락상태에 직면한 것이었다.
그 결과, 이번에 룰라에 맞섰던 주제 세하 루보는 사상 최약체 후보였다. 주제 세하로서는 카르도수 정부와 IMF를 비롯한 국제자본의 전폭적인 지지와 후원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지배블록의 정치적 한계, 즉 지역족벌 중심의 정당체제로 인한 지배블록 내에서 강력한 구심의 부재를 극복하지 못했다. 따라서 선거운동 내내 현 정부와의 동일성과 차별성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선거운동 초기 10% 이하의 지지율로 최하위권에서 헤매다가 30%의 득표로 결선투표에 진출, 38%의 득표를 올린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번 룰라의 승리를 가져온 것은 역설적으로 노동자당의 투쟁의 역사이다. 이번 선거에서 브라질 노동자․민중이 원하는 것은 바로 ‘변화’였기 때문이다. 제도정치권으로 진입과정에서, 관료화와 부패의 징후가 적지 않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노동자당은 부패하지 않은 유일한 정당으로서의 대중적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상층 지도부의 관료화와 우경화로 인해, 내부적으로 수많은 모순이 누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룰라는 자신이 노동자 출신이고, 노동자당은 노동자계급과 농민, 도시빈민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대중적 이미지가 강력한 것이었다.
따라서 좌파측에서는 오히려 룰라가 우파와의 선거동맹보다는 보다 계급적 노선을 견지했을 경우, 이미 카르도수 정권의 신자유주의 노선이 경제위기로 귀결되는 것이 명백해진 지금, 오히려 1차투표에서 쉽게 과반수를 차지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시로 고메스 등 이른바 명목상 좌파후보들 역시 15%대의 득표를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주장이다.


브라질 노동자당, 노동자․민중의 희망에서 관료주의적 선거기계로
1978년 5월 군부독재 치하에서 상파울로 ABC 공단의 사브-스카니아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금속 노동자들의 파업은 전국적, 전산업적 파업으로 확산되면서, 브라질 노동운동의 새로운 단계를 알리는 것이었다. 1960~70년대의 산업화과정에서 등장한 새로운 세대의 노동자계급이 주도한 1978년 파업은 군부독재를 퇴진시키고, 이후의 민간정권들의 반노동자적 정책과 맞서는 거대한 노동자계급 대중투쟁의 신호탄이었다.
1980년 노동자당(PT)은 “현재의 경제, 사회, 정치질서의 유지에 급급하는 정치인과 정당에 신물이 난 노동자들의 정치적 표현으로서” 창당되었고, 착취계급의 대표자들의 가입을 거부하는 “자본가 없는 정당”임을 선언하였다. 이 시기 노동자당은 전통적 사민주의와 포퓰리즘, 스탈린주의 체제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하였으며, 니카라과 혁명을 비롯한 남미의 혁명투쟁과 적극적으로 연대하였다. 계급적 기반과 대중성, 계급적 관점과 반제국주의로 인해 노동자당은 브라질뿐 아니라 남미 전체의 전투적 좌파의 구심역할을 했다.
특히 1984년 노동자당과 CUT 노조가 주도한 직선제 개헌운동은 선거인단투표를 거부함으로써, 간접투표를 통해 군사정권에서 민간정권으로 정권교체를 기도한 지배계급의 기만성을 폭로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1964년 쿠데타 이후 처음 실시된 1989년의 직선제 대통령 선거에 룰라가 출마하여 선전하였다.
그러나 소련과 동유럽 국가사회주의의 붕괴, 니카라과 산디니스타의 패배, 집요한 이데올로기 공세 등으로, 1990년대 노동자당은 점차 온건한 입장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1991년의 1차 당대회에서 주요 지도부는 사민주의 경향으로 경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1992년 콜로르 정권의 부패를 규탄하여 그를 퇴진시킨 민주화투쟁에서, 노동자당은 80년대에 보여주었던 전투성과 정치적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편 1988년 지방선거로부터 비롯된 잇따른 선거승리로 정치적 출세주의자들이 대거 당에 합류함에 따라, 당의 관료화와 탈계급화, 우경화가 동시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은 브라질 노동자당의 “영국 노동당화”로 규정할 수 있다.
한마디로, 80년대 노동자당은 전세계 노동자․민중운동에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전범, 즉 대중투쟁에 기반한 당건설 노선의 전형을 보여 주었지만, 90년대 노동자당은 20세기를 통틀어 되풀이된 선거주의 노동자 대중정당의 부르주아화, 즉 사민당화=노동당화의 길을 걸었다. 이는 당의 선거주의-의회주의로의 경도, 관료주의의 구조화로 표출되었는데, 이번 대선과 선거운동은 이런 선거지상주의적 우경화의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다.


노동자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
먼저, 우리는 1차투표에서 룰라의 47% 외에도 두 좌파후보의 득표(%) 역시 고려해야 한다. 결선투표까지 고려하면, 브라질 인구의 70% 이상이 룰라후보를, 아니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좌파후보를 지지하였다. 20세기후반의 파란만장한 브라질의 역사―64년 군부쿠테타, 70~80년대 노동자대투쟁, 1986년 군부의 퇴각과 민주화, 1980년대 중반 노동자당(PT)과 전투적 노총(CUT)의 건설, 80~90년대 민중운동을 선도하는 토지점거운동(MST)―속에서 마침내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는 노동자당의 탄생과 급속한 정치적 성장, 그리고 집권성공에 이르는 대하 드라마를 연출하였다.
그러나 룰라의 당선이 예상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MST를 비롯한 브라질의 노동자․민중운동진영은 룰라와 노동자당에 대한 태도를 둘러싸고 실존적 고민에 부딪혀야만 했다. 특히, MST의 경우 룰라와 PT 중앙파-우파의 외면 속에서 대중투쟁을 이끌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룰라후보에 대한 지지여부를 놓고서 정치적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MST 지도부는 고뇌에 찬 결단으로 룰라의 지지를 선언했지만, 룰라의 당선이 자동적으로 MST운동의 새로운 정치적 고양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90년대 노동자당의 우경화-관료화로 인해 이탈한 좌파세력중의 하나인 통합사회주의노동자당(PSTU)는 PT의 대안이 되기에는 너무나 미약한 세력이었고, 소위 대세론의 압박 속에서 룰라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선언하면서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당 내부의 좌파세력 역시, PT의 우경화로 인해 입당주의(entrism) 전략에 대해 실질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고민 속에서 이번 대선을 맞이했다.
노동자당 내외의 변혁적 좌파의 정치적 고민은 지속적인 관료화의 결과로 당 지도부와 기층대중과의 괴리가 극대화되는 와중에서도 기층대중 사이에서 당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일부 활동가층에서조차 이번 선거운동과정에서 노정된 온건화의 문제는 단지 전술적(?) 접근일 뿐, 노동자당이 민중중심의 정책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희망이 퍼져있다.
이는 룰라와 당 지도부의 현격한 우경화에도 불구하고, 주요한 노동자조직과 청년학생 조직들이 룰라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는 사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전투적 노총인 CUT, 토지점거운동 MST, 전국학생조직인 UNE와 UBES의 지지를 받았다.


새로운 룰라정부의 정치적 미래, 집권이 전부는 아니다!
룰라의 승리가 확정되자, 브라질 민중은 거리로 뛰쳐나와 룰라를 연호하면서 브라질인 특유의 열정으로 축제의 밤을 보냈다. 빈곤과 착취, 억압의 왜곡된 역사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낼 새로운 정부에 대한 브라질 민중의 희망과 기쁨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2003년 1월 1일 공식적으로 출범할 룰라정부의 미래는 어떠한가?
현시점에서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새 정부의 미래는 대단히 불투명하다. 새 정부는 선거와 집권이 전부가 아니라는 아주 간단한 교훈을 보여줄 것이다. 왜냐하면 룰라정권은 그 출발부터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한편에서 제국주의 국가와 국내외 독점자본의 압력, 다른 한편에서 브라질 노동자계급과 도시빈민, 원주민 등 민중들로부터의 한층 높아진 기대와 희망 사이에서 룰라정권은 명확한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룰라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출하지 못한 채, 상호모순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룰라 당선자는 당선 제일성으로 빈곤문제의 해결과 고용창출을 다시 한번 약속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IMF가 요구하는 긴축정책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제국주의 자본과 브라질 노동자․민중을 동시에 만족시킬 묘약은 그 어디에도 없다!
기본적으로, 룰라정권은 선거운동과정에서 IMF와 초국적자본에 의한 “길들이기 작전”을 통해 충분히 길들여져, 제국주의 국가와 국제금융자본의 포위공세 속에서, 또 의회 및 주정부에 대한 정치적 장악력이 부재한 상태에 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게임의 규칙을 바꾸지 않는 한, 절묘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룰라는 “국민통합 정부”를 꿈꾸면서 냉혹한 계급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한편 제국주의 세력은 신생 룰라정권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단을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이어, 브라질은 어느 순간에라도 경제위기에 돌입할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결선투표를 앞두고 주제 세하는 브라질의 “아르헨티나화”라는 슬로건으로 룰라를 공격했다.
미국 우파세력 역시 남미판 “악의 축”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쿠바의 카스트로, 콜롬비아의 좌익게릴라,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에 이어, 브라질의 룰라가 그 악의 축을 완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차베스에 대한 반혁명공세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정세는,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집권한 민중정권 역시 제국주의적 정치개입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진부한 교훈을 다시 상기시키고 있다. 오히려, 제국주의자들의 정세인식 속에 룰라 정부가 나아가야 할 길이 있지 않을까?

과연 룰라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과연 그는 노동자의 벗, 민중의 벗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성공할 수 없는 줄타기를 할 것인가? 룰라의 선거운동이 전술적 선택이라고 믿기에, 룰라와 노동자당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만신창이 된 브라질 자본주의를 국내외 자본보다 더 잘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려는 20세기 사민주의 프로젝트가 경제위기와 혁명의 소용돌이를 앞둔 브라질에서 반복되는 것은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노/정/연

2002-11-01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7&no=13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