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 근로 시간제에 대한 민주노총의 수정안에 대하여1)
노동동향분석팀
이 글은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노동법 개정안 중 변형근로시간제에 대한 연구소 노동동향분석팀의 견해이다. 구체적인 분석이 부족하면서 이른바 3제를 절충적으로 대응하려는 현재의 논의 풍토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라 판단하여 이번 호에 싣는다. 자료란에 실린 박하순 씨의 글과 함께 읽으면 종합적인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11월 4일 제14차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이하 노개위)를 마지막으로 노개위에서의 노동법 개정 논의는, 핵심 사안에 대한 합의에 실패한 채 마무리되었다. 그 뒤 11월 10일 정부의 노동법 연내 개정 의지가 발표된 뒤 이른바 ‘3금과 3제’는 노동법 개정의 핵심 사안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에서는 지난 10월 14일 노동법 개정에 대해서 수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변형 근로 시간제에 대한 내용을 보면 ‘주 42시간 노동 시간 단축과 연계하여 주 56시간 범위 내 월 단위 변형 인정’이다. 이러한 주장은 과연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기본 개념과 수치 적용에서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이를 하나하나 검토해 보자.
민주노총은 이 수정안을 내면서 변형제가 도입될 경우 임금의 변화 추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변형 근로 시간제 도입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2)
주당
실제
노동
시간 |
노사간 서면 협정 주 56시간 한도 |
취업규칙
주 48시간 |
현행 주 44시간 |
주 42시간제 단축시 |
주 40시간제 단축시 |
한도
(현행주44시간) |
50
이상 |
0%변화없음 |
6.7% 인상효과 |
14.2% 인상효과 |
0% 변화없음 |
49 |
0-1.0% 인하효과 |
5.8-6.8% 인상효과 |
13.2-14.3% 인상효과 |
0-1.0% 인하효과 |
48 |
0-2.0% 인하효과 |
5.8-6.9% 인상효과 |
12.2-14.4% 인상효과 |
0-2.0% 인하효과 |
47 |
0-3.0% 인하효과 |
5.8-6.9% 인상효과 |
12.2-14.5% 인상효과 |
0-2.0% 인하효과 |
46 |
0-4.1% 인하효과 |
5.8-7.0% 인상효과 |
12.2-14.7% 인상효과 |
0-2.1% 인하효과 |
45 |
0-5.2% 인하효과 |
5.9-7.1% 인상효과 |
12.3-14.8% 인상효과 |
0-2.2% 인하효과 |
44 |
0-6.4% 인하효과 |
5.9-7.1% 인상효과 |
12.3-15.0% 인상효과 |
0-2.2% 인하효과 |
43 |
|
5.9-6.0% 인상효과 |
12.4-13.8% 인상효과 |
|
42 |
|
4.8-6.9% 인상효과 |
12.4-12.6% 인상효과 |
|
41 |
|
|
11.3-12.7% 인상효과 |
|
40 |
|
|
10.0-12.8% 인상효과 |
|
A.노사간 서면 협정 주 56시간 한도인 경우
1.노동 시간이 단축되지 않고 법정 노동 시간이 현행 주 44시간제를 유지하는 경우
①실제 노동 시간이 주 50시간 이상인 사람들은 임금 삭감 요인이 전혀 없다.
②실제 노동 시간이 주 50시간 미만인 사람들은 주당 노동 시간이 상대적으로 규칙적인 경우는 임금 삭감 요인이 전혀 없고 주당 노동 시간이 매우 불규칙적인 경우만 임금 삭감 요인이 발생한다.
③1년 단위로 노사간 사전 서면 협정이라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주당 노동 시간이 매우 불규칙적인 변형 근로 시간제’는 대부분 막을 수 있다. 또한 불가피하게 매우 불규칙적인 변형 근로 시간제를 실시하는 경우는 노사간 서면 협정을 통한 임금조정이 가능하다.
2.이상은 노동 시간이 단축되지 않고 법정 노동 시간이 현행 주 44시간제를 유지할 때 이야기이다. 변형 근로 시간제가 도입되더라도 법정 노동 시간이 주 42시간 또는 40시간으로 단축되면, 시간당 통상 임금이 증가하고(44/42 또는 44/40) 단축된 시간에 대해 잔업 수당이 추가됨에 따라 임금이 대폭 상승하게 된다. 그 결과 주 42시간제가 실시되면 모든 노동자의 임금이 4.8%~7.1% 상승하고, 주 40시간제가 실시되면 모든 노동자의 임금이 10~15% 상승하게 된다.
B.취업 규칙, 주48시간 한도인 경우(법정 노동 시간 주 44시간제 유지)
①실제 노동 시간이 주 50시간 이상인 사람들은 임금 삭감 요인이 전혀 없다.
②실제 노동 시간이 주 50시간 미만인 사람들은
주당 노동 시간이 상대적으로 규칙적인 경우는 임금 삭감 요인이 전혀 없고
주당 노동 시간이 매우 불규칙적인 경우만(가장 극단적인 경우 2.2%) 임금 삭감 요인이 발생한다.
③‘주당 노동 시간이 매우 불규칙적인 변형 근로 시간제’를 막으려면 2가지 방법이 있다.
가)단체 협약에 시업, 종업 시간을 못박고 있는 경우 노조가 단체 협약 개정에 동의해야 한다.
나)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 불가피하게 매우 불규칙적인 변형 근로 시간제를 실시하는 경우 이 과정에서 임금조정이 가능하다.
민주노총은 ‘노사간 서면 협정 주 56시간 한도’와 ‘취업 규칙 주 48시간 한도’ 두 가지 경우를 제시하고 있다. 이 중 ‘노사간 서면 협정 주 56시간 한도’에서 현행 주 44시간제를 유지할 경우 대부분 임금이 인하되지만 주 42시간 혹은 40시간으로 노동 시간을 단축하면 변형제가 도입되더라도 임금은 인하되지 않고 오히려 인상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문제가 없는 거 아닌가?
1.민주노총의 임금 계산 방식에 대하여3)
①노사간 56시간으로 협정을 하고 노동 시간은 현행대로 주 44시간제이고 실제 노동 시간도 44시간일 경우
※주당 노동 시간이 규칙적으로 44시간일 경우
|
1 주 |
2 주 |
합계 |
비고 |
시간 |
44시간 |
44시간 |
88시간 |
0% 변화없음 |
임금 |
현행 |
44,000원 |
44,000원 |
88,000원 |
변형제 |
44,000원 |
44,000원 |
88,000원 |
※노동 시간이 불규칙하여 1주는 56시간, 2주는 32시간일 경우
|
1 주 |
2 주 |
합계 |
비고 |
시간 |
56시간 |
32시간 |
88시간 |
6.4% 인하 |
임금 |
현행 |
62,000원 |
32,000원 |
94,000원 |
변형제 |
56,000원 |
32,000원 |
88,000원 |
민주노총의 표에서와같이0%에서최고 6.4%까지 임금이 인하된다.
②노사간 56시간으로 협정을 하고 노동 시간이 주 42시간제로 단축되고 실제 노동 시간은 44시간일 경우
※ 주당 노동 시간이 규칙적으로 44시간일 경우4)
|
1 주 |
2 주 |
합계 |
비고 |
시 간 |
44시간 |
44시간 |
88시간 |
7.1% 인상 |
임금 |
현행 |
44,000원 |
44,000원 |
88,000원 |
변형제 |
44,000+3,144원 |
44,000+3,144원 |
94,288원 |
※ 주당 노동 시간이 불규칙하여 1주는56시간,2주는32시간일 경우5)
|
1 주 |
2 주 |
합계 |
비고 |
시간 |
56시간 |
32시간 |
88시간 |
5.9% 인상 |
임금 |
현행 |
62,000원 |
32,000원 |
94,000원 |
변형제 |
44,000+22,008원 |
33,536원 |
99,544원 |
5.9%에서 7.1%까지 임금이 인상된다.다른 경우들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되었다고 가정한다면 실제 변형제가 도입되어도 오히려 임금이 증가한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계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2.민주노총의 임금 계산 방식의 문제점
1)변형 근로 시간제는 ‘일정한 기간을 단위로 그 기간의 기준 근로 시간 범위 내에서 특정한 주 또는 특정한 날에 기준 근로 시간을 초과하여 하는 근로를 말한다. 어떤 주의 근로 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주의 근로 시간을 단축하거나 어떤 날의 근로 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날의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근로 시간제’이다. 위의 표에서 제시한 대로 노사간 서면 협정으로 주 56시간 한도를 정했다면 특정 주에 56시간을 넘지 않으면 설사 44시간을 넘는다 하더라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의 ②번에서 ‘주당 노동 시간이 불규칙하여 1주는 56시간, 2주는 32시간일 경우’에서 변형제 하의 임금 계산은 44,000+22,008=66,008원이 아니라 시간당 통상 임금 증가를 고려해서 56×1,048원=58,688원이 되며 임금 인상 비율도 5.9%가 아니라 2.6%가 된다. 그렇다면 인상의 비율만 틀리지 결국 임금이 인상되는 것 아닌가?
여기서 살펴보아야 할 것은 만약 변형 근로제가 도입되지 않고 시간 단축이 될 경우이다.
위의 예를 그대로 도입하면,
시간 |
56시간 |
32시간 |
합계 |
비고 |
주 44시간제 |
44,000+18,000원 |
32,000원 |
94,000원 |
5.9% 인상 |
주 42시간제 |
44,000+14,672
+7,366원 |
33,536원 |
99,574원 |
주 42시간으로 노동 시간이 단축될 경우 현행보다 약 5.9%의 임금 인상이 이루어진다. 즉 변형제가 도입되지 않더라도 노동 시간이 단축되면 당연히 임금은 인상될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변형제 하에서는 임금이 감소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변형 근로 시간제 도입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표는 변형제와는 무관하게 노동 시간이 단축될 경우 임금이 인상된다는 것―계산 방법의 문제가 있지만―을 시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민주노총의 임금 계산 방식 중 또 하나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현재 우리 나라 기업에서 대체로 주당 44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지만 간혹 일거리가 없거나, 자재부족 혹은 회사의 특수한 사정으로 주당 노동 시간이 44시간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자체 회의 시간을 갖거나, 훈시, 청소 등으로 시간을 메우더라도 44시간분의 임금이 지급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노동 시간이 불규칙하여 1주는 56시간, 2주는 32시간으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32시간을 노동하는 주에도 44시간분의 임금으로 계산되어야 한다.6) 따라서 ①에서 44,000 +18,000+32,000=94,000원이 아니라 44,000+18,000+44,000=106, 000원이며 임금인하 비율도 6.4%가 아니라 19%이다.
이상의 문제 의식을 기반으로 다시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① 노사간 56시간으로 협정을 하고 노동 시간은 현행대로 주 44시간제이고 실제 노동 시간도 44시간일 경우
※주당 노동 시간이 규칙적으로 44시간일 경우
|
1 주 |
2 주 |
합계 |
비고 |
시간 |
44시간 |
44시간 |
88시간 |
0% 변화없음 |
임금 |
현행 |
44,000원 |
44,000원 |
88,000원 |
변형제 |
44,000원 |
44,000원 |
88,000원 |
※노동 시간이 불규칙하여 1주는 56시간, 2주는 32시간일 경우
|
1 주 |
2 주 |
합계 |
비고 |
시간 |
56시간 |
32시간 |
88시간 |
17% 인하 |
임금 |
현행 |
62,000원 |
44,000원 |
106,000원 |
변형제 |
56,000원 |
32,000원 |
88,000원 |
②노사간 56시간으로 협정을 하고 노동 시간이 주 42시간제로 단축되고 실제 노동 시간은 44시간일 경우
※주당 노동 시간이 규칙적으로 44시간일 경우
|
1 주 |
2 주 |
합계 |
비고 |
시간 |
44시간 |
44시간 |
88시간 |
4.8% 인상 |
임금 |
현행 |
44,000원 |
44,000원 |
88,000원 |
변형제 |
46,112원 |
46,112원 |
92,224원 |
※주당 노동 시간이 불규칙하여 1주는 56시간, 2주는 32시간일 경우
|
1 주 |
2 주 |
합계 |
비고 |
시간 |
56시간 |
32시간 |
88시간 |
12.9% 인하 |
임금 |
현행 |
62,000원 |
44,000원 |
106,000원 |
변형제 |
58,688원 |
33,536원 |
92,224원 |
3.변형 근로 시간제 도입이 갖는 문제점
1) 변형 근로 시간제 대한 민주노총의 수정안이 갖는 의미
그 동안의 논의를 통해 변형제 도입이 현장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많은 부분 인지되었다. 노동 시간의 탄력적 운용을 통해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강화되고 임금이 인하된다는 점은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 민주노총도 이러한 이유로 변형 근로 시간제 도입을 반대해 왔다.
노동 시간 단축에 대한 현장의 움직임은 어떤가? 올 상반기 단협 시 ‘노동 시간 단축’이 주요 요구였고, 실제로 많은 사업장에서 주 42시간으로 노동 시간을 단축하는 데 합의했으며,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 데이콤 등 6개 노조는 41시간으로 노동 시간을 단축하는 데 합의했다. 그리고 올 하반기 노동조합 임원 선거에서 서울지하철노조, 대우자동차 노조의 위원장 당선자들은 ‘주 40시간 노동제’를 공약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주 40시간 노동제’ 쟁취가 대부분의 추세로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 또한 경총의 안을 비판하면서 “……주 40시간 노동제로 기준 노동 시간을 단축해야 하며……실제 노동 시간이 주 40시간에 근접하는 시점에 가서 ‘노동조합과 사전 서면 합의, 1일 노동 시간에 관한 엄격한 제한’ 등을 전제로 변형 근로 시간제 도입을 주장해야 할 것이다”7)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 42시간 노동 시간 단축과 연계하여 주 56시간 범위 내 월 단위 변형을 인정한다’는 민주노총의 안은 기존의 안보다도 오히려 더욱 후퇴한 안이며, ‘타노동법 관철을 위한 변형 근로 시간제 합의’라는 혐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혐의를 구체화해 주는 것이 다음의 민주노총 권용목 사무총장의 말이다.
“……이번 노개위 국면에서도 노동 악법을 완전히 철폐하고 새로운 상황을 열자는 건데,……악법이 철폐되더라도 개악 조항이 있으면 안 된다는 이런 입장이 아니라, 예를 들어 정리해고제 같은 것이 노동조합에 치명적 해를 주지 않는 수준으로 조정이 되면, 어떤 희생을 겪고서라도 악법을 철폐하자는 생각을 해야죠.……이제 민주노총 합법화 없이는 안 돼요. 참여해서 발언하지 않으면 아무리 투쟁해도 성과를 확인할 수 없는 시대예요.……”8)
물론 이 인터뷰 내용이 민주노총 전체의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권용목 사무총장이 민주노총 내에서 갖는 위치로 볼 때, 그리고 현재까지 민주노총의 행보로 볼 때, 전반적인 민주노총 지도부의 생각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올 노개투에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가장 중요하게 쟁취하려 하는 것은 ‘민주노총의 합법화’이고 이를 위해서 다른 법안들은 양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변형 근로 시간제 도입의 결과가 단지 임금 저하와 노동 강도의 강화만이 아니라 그것이 노동자 탄압장치로 그리고 노동조합 무력화 장치로 작용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임, 단협 시 노동조합에서 10일 동안 파업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파업은 자본가의 숨통을 조이는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이지만, 변형제가 도입되면 파업이 오히려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이게 된다. 파업 기간 동안의 부족한 노동을 20일에 걸쳐 최고 한도로 진행하고, 최고 한도의 시간만큼 임금을 지급하면 자본가들에겐 전혀 타격이 없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어떤가? 파업의 대가는 요구조건의 쟁취가 아니라 가혹한 노동과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열악한 임금일 뿐이다. 아마 이렇게 된다면 파업을 하는 노조는 찾아 보기 힘들 것이다. 비록 극단적인 예지만 언젠가는 이것이 노동조합 활동의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는 ‘노동조합 활동에 치명적인 해를 주는’ 것이다.
2) 현장의 문제-임금 체계의 왜곡, 산별 건설의 장애
변형 근로 시간제 도입의 또 다른 문제점은 현장 내에서 임금 계산 방식 자체가 변하면서 임금 체계상의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 노동 시간은 1일 8시간, 주 44시간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1일 8시간이 넘거나 주 44시간이 넘으면 연장 근로 수당을 지급한다. 대체로 제조업 주간 근무는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야간 근무의 경우도 야간 근로를 1일 근로로 치고 여기에 연장 근로 수당과 야간 근로 수당이 지급된다. 문제는 변형제가 도입되면 노동 시간과 임금을 계산하는 방식이 달라지게 되고 이 경우 규정 노동 시간을 넘기기 어렵게 된9)다는 점이다. 특히 야간근무 시 다음날 비번엔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또 하루 근무로 치기 때문에 연장 근무 수당도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정한 임금(기본급)을 유지하려면 현재보다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하며, 연장 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임금 인하분은 대체 수당 형식으로 지급된다.
서울지하철의 예를 들어보면, 노동조합이 단협을 통해 월 6~7회의 대휴를 쟁취했고 이로 인해 실제 노동 시간은 월 160여 시간이라 한다. 그런데 변형제가 도입되면 현행 주 44시간제에서는 176시간, 주 42시간으로 노동 시간이 단축되면 주 168시간으로, 대부분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은 규정된 노동 시간을 넘기지 못하게 된다. 이에 대한 서울지하철 노조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지하철 근무 제도는 일일 8시간 기준, 초과 야간 수당을 상정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주당 48시간 기준이 적용되면 주당 근무 시간만 넘지 않으면 O/T 지급이 필요없으므로 지하철 특성상 변형 근로가 적용될 수 있다. 역무의 4조 3교대, 기술, 차량의 3조 2교대, 승무의 교번 근무제 모두 법정 수당 49%를 산정함에 일일 8시간 기준에 맞춘 것으로 수당 체계가 흔들리고 현행 시간의 근무 수당이 삭감(4조 3교대 36%, 3조 2교대 35%, 교번근무 34~35%)될 수 있다. 또한 임금 보전 때문에 당장 삭감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근무 형태 변경을 통해 노동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게 될 것이므로 사실상의 노동 강도 강화, 임금 저하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결국 장시간 노동에 시간외 근무 수당의 삭감, 불규칙한 근무 등 많은 문제가 야기된다.”10)
현재 단위 현장에서는 임금 수준의 증가뿐 아니라 임금 체계 개선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수당의 통폐합으로 임금 구조를 단순화시키고 더불어 낮은 기본급을 상향시키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며, 더욱이 생활 임금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단일 호봉제와 일정 수준까지의 자동 승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변형제가 도입되면 기본급도 개별 노동자에 따라 차별적으로 산출되고 대체 수당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더욱 임금 체계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이는 단지 개별 기업 차원의 임금 체계가 왜곡된다는 점뿐 아니라 타업종은 말할 것도 없고 동종 업종 내의 기업들마저도 서로 상이한 임금 구조와 근로 조건을 갖는다는 점이 또 하나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임금 인상이나 단협의 요구 사항을 작성하는 데 있어서 동종 업종 비교는 매우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그러나 이렇게 서로 상이한 조건에서는 비교 자체가 별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이고, 또한 산별 건설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조건의 상이함으로 인해 동종 업종 내에서 최소한의 연대 의식마저도 잃게 된다. 임금 투쟁에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것이 산별 추동의 제약이 된다는 것이 그렇게 극단적인 예는 아닐 것이다.11)
3) 변형 근로제 실시에 따른 보완 조치에 관하여
민주노총은 변형제 실시에 따른 불이익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보완 조치를 덧붙이고 있다.
“……1년 단위로 노사간 사전 서면 협정 절차가 있기 때문에 주당 노동 시간이 매우 불규칙적인 변형 근로 시간제는 대부분 막을 수 있다. 또한 불가피하게 매우 불규칙적인 변형 근로 시간제를 실시하는 경우는 노사간 서면 협정을 통해 임금조정이 가능하다.……매우 불규칙적인 변형제를 막으려면 2가지 방법이 있다. 가)단체 협약에 시업, 종업 시간을 못박고 있는 경우 노조가 단체 협약 개정에 동의해야 한다. 나)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불가피하게 매우 불규칙적인 변형 근로 시간제를 실시하는 경우 이 과정에서 임금 조정이 가능하다.”12)
여기에서 ‘노사간 서면 협정’과 ‘단체 협약 체결’은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에 한정된 이야기이다. 현재 노동조합 조직률이 약 15~16%임을 감안한다면 나머지 80% 이상의 노동자들은 변형제 실시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현재 노조가 없는 기업이나 중소 하청업체의 근로 조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변형제가 실시된다면 이들은 기업주의 전횡을 고스란히 받아 안아야 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서면 협정’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노사간의 협상이므로, 노사간의 힘대결에서 노조가 밀린다면, 그리고 어용 노조인 경우 이 ‘서면 협정’이라는 것도 별 의미가 없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보완조치로 ‘매우 불규칙한 변형 근로’를 막을 수 있다거나 혹은 ‘임금 조정이 가능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태를 매우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1)민주노총에서 지난 10월 14일에 ‘요강 소위 공익의 비공식안과 민주노총의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변형 근로 시간제’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검토해 본 결과 몇 가지 문제점이 있음에도 이것이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또 ‘변형 근로 시간제’가 현장 노동자들의 임금, 시간 등 근로 조건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에도 그 대응이 매우 미미한 실정이기에 논의를 활성화시킨다는 취지에서 이 글을 싣는다. 내용적으로 부족한 지점이 많지만 이것은 앞으로 계속 보충해 나가기로 하겠다.
2)앞의 글.
3)각각의 경우가 일관된 계산 방식을 취했으므로 여기서는 ‘노사간 주 56시간으로 서면 협정’을 하고 실제 ‘노동시간은 44시간’일 때, ‘현행 주 44시간제’와 ‘주 4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했을 경우만 살펴보겠다. 그리고 계산상의 편의를 위해 2주 단위를 기본으로 하며 시간당 임금은 1,000원이라 가정한다.
4)변형제에서의 임금 계산은, 시간 단축으로 2시간 분의 임금이 증가되어 시간급은 1,000원에서 1,048원으로 증가하며 2시간 분의 O/T수당이 발생한다.
5)변형제에서 44,000원은 42시간 분의 임금이고 나머지 14시간 분의 O/T수당은 22,008원이다.
6)이 점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기업경영분석 연구상담소의 박하순 씨의 글 ‘변형 근로 시간제의 문제점’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7)민주노총, 「노동법 개정안」.
8)ꡔ월간 말ꡕ, 11월호. 이 인터뷰 이후 권용목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9)실제로 도시철도공사는 변형 근로 시간제를 도입해 월 노동시간이 192시간을 넘지 못하면 아무런 수당도 지급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 노동의 특성상 월 192시간을 넘기려면 거의 살인적인 노동을 감수해야 한다.
10)서울지하철노동조합 선전지 ‘노개투 현미경’ 중 변형근로제. 여기서 지하철 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현장 노동자들이 변형제가 도입될 경우 자신의 임금 변화 추이를 계산해 보면 좀더 명확해 질 것이라 생각한다.
11)여기서는 산별 건설과 관련된 문제는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간다. 산별 조직에서 임금 인상 투쟁의 상과 변형제 도입이 이것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12)민주노총, 「요강 소위 공익의 비공식안과 민주노총의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