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제재 반대 운동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
현장에서 미래를 제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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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베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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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
이라크 제재 반대 운동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브라이언 베커
번역자 주 : 이 글은 미국의 혁명적 노동자 정치조직의 하나인
‘노동자 세상’(Workers World)의 같은 이름의 기관지 2000년
8월 10일에 게재된 Brian Becker, Which way for anti-sanctions
movements?를 번역한 것이다. 번역은 ‘http://www.workers.org/ww/2000/iraq0810.html
’에 의거했다. 진지한 독자라면, 직접적으로는 이라크
제재를 둘러싼 제국주의의 목표와 악의적 전략을,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제국주의와 그 협력자들의 일방적 선전에 의해서
(그리고 미 CIA에 놀아나는 일부 종파주의자들의 악의적 선전에
의해서) 형성된 20세기 세계사에 대한 관념적이고 양비론적인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을 작지만 구체적인 실마리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서 가하고 있는 경제봉쇄에 대해서
세계적으로 반대가 증대하는 것도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라크에서는 지금 깨끗한 음료수나 충분한 식량, 그리고 심지어
가장 기본적인 의약품조차 없어서 아무런 죄도 없는 유아와
어린이가 매월 5천 명씩이나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재를 끝낼 것을 요구하는 운동이 지금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렇게 증대하는 운동의 한 분파는
이 운동의 슬로건에 새로운 요구를 끼워넣고 있다. ―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제재’는 계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단체 가운데 일부는 실제로 1990년에 이미 ‘전쟁이 아니라
제재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었다.
지난 10년 동안 가열차게 제재 반대 운동을 전개해온
국제행동센터(IAC)는, 제재를 즉각 끝내는 대신에 그 내용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초래할 파멸적인 영향을 설명하는
강력한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http://www.iacenter.org/delink.htm
참조).
이 슬로건이 기각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운동을 심각하게
약화시키고 탈선시키게 될 것이다.
“이라크 인민이 겪고 있는 고통을 종식(終熄)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침략자들에게, 즉 거의 매일 정기적으로 이라크를
폭격하고 있고, 지난 해에만도 수천 발의 폭탄을 이라크에
퍼부어 온 미국과 영국에 그 종식을 요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IAC의 공동대표인 사라 플라운더스(Sara Flounders)는 말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를 폭격하고 있다. 이라크는 미국의 어느
도시도 폭격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진보적인 운동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 이라크는 그러한 공격에 대항하여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지 않은가? 미국의 반전(反戰) 세력들은 미국의
침략 희생자들의 무장해제(武裝解除) 대신에 펜타곤(미국방성)의
무장해제를 요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전반적인 전쟁의 한 전술
미국은 왜 이라크에 대한 제재와 봉쇄를 계속하고 있을까?
그것은 단지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의 정책 오류여서 약간의
‘인본주의적인’ 미조정(微調整)이 필요할 뿐인가? 아니면,
이들 제재는 이라크를 반(半)식민지적인 노예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보다 전체적이고 다면적인 전쟁의 한 전술로 이해되어야
하는가?
진보적인 운동은 그러한 전술이 민간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제재를 반대해야 하는가? 아니면, 경제제재, 그
나라에 대한 정기적인 폭격, CIA의 은밀한 공작, 이라크의
지도자들에 대한 암살 계략, 그 나라 영토의 대부분에 대한 비행
금지 구역의 설정, 그리고 이라크의 주변에 대한 수만 명의
미군, 군함, 항공기 및 첨단 미사일의 배치를 포함하는 불안정화
전략의 진짜 동기인 제국주의적 목표와 목적도 역시 거부해야
하는가?
이라크에 대한 제재는 10년 전인 1990년 8월에 시작되었다.
이라크에 대한 1991년의 전면적인 공중전의 전주(前奏)로서,
부시 행정부는 UN을 을러서 경제 제재를 가하게 했던 것이다.
그 제재는, 부시 정권의 선전에 따르면, 애초에는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의 군대를 철수시키는 것을 돕기 위해서
가해졌다. 두 나라 사이의 지루하고 복잡한 분쟁 끝에 이라크는
1990년 8월에 쿠웨이트를 침공했는데, 이곳은 석유가 풍부하고
미국이 후원하는 군주정(君主政)이 지배하는 지역이다.
경제 제재에 대한 애초의 구실은 거짓이었다. 그것은 순전히
대중(기만)용이었다. 만일 그 제재가 단지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의 군대를 철수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마지막
이라크인이 떠난 지 거의 10년이나 되는 아직까지도 미국은 왜
여전히, 클린턴 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인 사무엘 버거(Samuel
Berger)의 표현을 빌리자면, “현대에 어느 나라에 가해졌던
것보다도 가장 완벽한 봉쇄”를 가하고 있겠는가?
두 개의 봉쇄 ― 이라크와 쿠바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서 경제 제재를 가하는, 비공식적이지만
아주 명백한 이유는 미국이 이라크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사담
후쎄인(Sadam Hussein) 정권을 전복시키고, 그것을 친미
정권으로 대체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회주의 쿠바에
대해서도 역시 똑같은 짓을 시도해왔다.
이라크 및 쿠바의 정치 지도부는 아주 다르다. 쿠바의 지도부는
공산주의적이고 이라크 정부는 반공적이다. 그러나 두 정부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라크와 쿠바는 미국 및 영국
제국주의에 의해서 강요된 식민지주의 및 신식민지주의의 빈곤과
굴욕을 겪었다.
두 나라는 각각 1958년 및 1959년에 심대한 혁명을 겪었다. 두
혁명은 모두 즉각적으로, 이들 국가를 식민지화하고 노예화했던
제국주의 지배자들의 직접적인 침략을 받았다.
1958년의 이라크 혁명에 자극받아 영국은 서둘러 수천 명의
군대를 파견해서 작지만 석유가 풍부한 쿠웨이트에 대한 지배를
강화했다. 중국에서 홍콩을 그렇게 했던 것처럼, 영국
식민지주의는 쿠웨이트라는 핵심 항구지역을 이라크에서
잘라내서 그것을 자신의 보호령이라고 선언했다. 1958년에
영국의 군대가 쿠웨이트를 확보하는 동안에 미국 대통령인
아이젠하워는 바로 그 다음 날에 1만 명의 미 해병대를 레바논에
급파하여 워싱톤 자신의 이익을 떠받쳤다.
1959년 쿠바 혁명의 경우, 아이젠하워는 CIA로 하여금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의 암살 계획에 착수하도록 명령했다.
2년 후, 케네디 정권 하에서 미국은 CIA가 훈련시킨 반혁명
용병으로 쿠바 침략을 조직했다.
쿠바는 사회주의적 경제 수단을 이용해서 문맹을 없애고, 그
인민에게 완전고용과 무료의 보편적 보건의료를 보장했다.
쿠바는 소련, 동독 및 기타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무역
블록(trading bloc)에 참가함으로써
경제적․신식민지주의적 노예상태를 청산할 수 있었다.
이라크는 석유산업과 기타 경제부문을 국유화하긴 했지만, 그
혁명은 결코 자본제적 [사적] 재산권이라는 경계선을 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방대한 석유 자산과 그 지도부가 취한
민족주의적 발전모델 덕택에 이라크 역시 1958년 혁명 후 주민
대중을 위한 급속한 사회적 경제적 진보를 달성할 수 있었다.
혁명 후 이라크 및 쿠바 양국에 대한 미국의 공식적인 정책은
계속 적대적이었다. 공화당이 정권을 잡든 민주당이 정권을 잡든
그에 관계없이 그 ‘적대’(敵對)는 아주 일관되었다.
이 완강한 적대 정책에 대한 유일한 예외는 1980년에서
1988년까지의 이란-이라크 전쟁 기간이었다. 1980년에 미국은
이라크에 무기를 공곱하고 이란에 대한 이라크의 초기
군사행동을 고무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그대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그것은, 샤[shah: 이란 왕(당시는 팔레비)에 대한
존칭]의 왕조 지배를 쓸어내 버린 1979년 이란 대중혁명을
약화시키고 피폐시키려는 음험한 책략이었다. 샤의 군대는
페르샤만(灣)에서 펜타곤(미국방성) 및 CIA의 대리인 및 첨병
역할을 해왔었다.
1980년대 초에 미국은 이란과 싸우도록 이라크를 무장시켰다.
하지만, 1986년 의회의 이란-콘트라(Iran-Contra) 청문회에서
폭로된 대로, 미국은 이란에도 역시 무기를 보냈다. 전
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들이
서로를 죽이기를 바랬다”라고.
이란과 이라크 간의 전쟁을 통해서 이란 혁명을 약화시킨다고
하는 목표가 달성되자마자 펜타곤의 전쟁 정책은 이라크를
다음의 ‘잠재적 적’으로 삼도록 재조정되었다. 미국과 이라크
간의 구체적인 전쟁 계획은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난 직후이자
이라크가 1990년 8월에 운명적으로 쿠웨이트 왕국에 진군하기
2년 전인 1988년에 기안되었다.(Ramsey Clark, The Fire This
Time, Thundersmouth Press, 1992, 참조).
슬로건은 일관되게 반제국주의여야
미국 정부는 대석유자본(Big Oil) 및 제국주의적 은행의 이익을
대표한다. 미국 정부가 중동을 지배하려고 하는 것은
‘인권’이나 ‘민주주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땅 밑에 있는
엄청난 석유 자원을 소유하여 돈을 벌려는 것이다.
이라크는 알려진 전세계 석유 매장량의 10%를 가지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 쿠웨이트 및 이란을 합하면, 이 지역은
지구상에서 석유가 가장 많이 매장된 곳이다.
경제적 물자에 관한 것이든 군사적 물자에 관한 것이든, 아무튼
어떤 제재든지 그것이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제재를 가하는
국가가 제재를 가하고자 하는 목표 국가의 주변에 군대를
주둔시켜서 선박이나 트럭, 항공기의 왕래를 탐지하고 방해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이나 UN에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제재를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미군이 계속 걸프 지역을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데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그리고 심지어 ‘법률적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미국과 UN의 경제적 제재를 ‘군사적
제재’로 바꾸라는 요구가 실현된다면 그 역시 이라크의
민간인들에게 파멸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은 민간인들이
수입하는 거의 모든 것이 군사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이른바 ‘이중용도’ 물자에 대해서 말하자면, 많은 논란
끝에 UN 제재위원회의 ‘식량을 위한 석유
프로그램’(Oil-for-Food program)에 의해서 승인된 500개의
계약 가운데 450개를 미국은 이미 중지시켰거나 연기시켰다.
워싱턴은 ‘군사적 제재’라는 카테고리를 민간 경제 및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 데에 필수적인 물자를 이라크가 획득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기술적 수단으로 이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학생들을 위한 연필[의 대(對)이라크 수출]을
금지시켰는데, 이유는 그것이 윤활유인 흑연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건전지, X레이 기계 및 앰블란스도
금지했는데, 그것들 역시 군사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라크는 지금 정수(淨水)를 위해 필요한 충분한 양의
염소(鹽素)를 수입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염소를 왜?
화학무기의 요소로 이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컴퓨터 역시 잠재적으로 군사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그리하여
컴퓨터 수입이 10년간 금지되었다.
만일 진보적인 운동이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제국주의
세력을 뒷받침한다면, 그것은 중동 문제의 진실에 대해서 대중을
오도할 뿐이다. 아랍 인민을 재식민화하려는 제국주의의 군사적
정치적 전략의 실상을 철저히 폭로하지 않고는 운동의 진보성은
견지될 수 없는 것이다. 한/노/정/연
번역 : 채만수(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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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9-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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