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노동형제들에게 드리는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대표자연대회의(준) 호소문> |
현장에서 미래를 제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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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대표자연대회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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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노동형제들에게 드리는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대표자연대회의(준) 호소문>
“노동자는 하나”라는 정신으로
열사정신계승과 비정규직 철폐투쟁에 온힘을 쏟읍시다!
눈물과 분노만 치솟습니다. 힘이 없음이 한스럽고 희망이 되지
못함이 너무나도 서럽습니다. 저희 비정규직노조들이 좀 더
힘있게 투쟁하고 조직력을 갖추었더라면, 박일수 열사는 죽음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에 더 희망을 걸었을텐데
말입니다.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현중사내하청노조
동지들이 목숨을 걸고 크레인점거농성을 벌였으나 사측에 의해
수 시간 만에 짐승처럼 끌려 내려오고, 정문진입 투쟁을 벌이던
지역의 동지들 또한 수십여 명이 크게 다치는 등 현중 자본의
야수적인 탄압이 자행되고 있는데 아직 우리는 저 더러운 자본을
제압할 힘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일수 열사의 분신항거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의 태도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신임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비정규직으로라도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더 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의 사각지대로 내몰려 하고 있고, 신임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비정규직은 전체 노동자의 55%가
아니라 30%대”라며 기존 정부 통계마저 부정하는 등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의도적으로 축소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노무현 정권은 “협력업체들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두 배, 세배의 임금을 받는 (대기업)사람들이 뭉쳐 최근
노동운동을 밀고 나가고 있다”며 대기업노조 죽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는 노무현 정권과 자본, 보수언론의
‘대기업노조 죽이기’ 이데올로기 공세에 효과적으로 맞서는
방법이 무엇이겠습니까? 박일수 동지의 분신항거를 그저 불쌍한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아니라, 바로 내 동지요 내 동료의
죽음으로 받아들이고 박일수 열사 투쟁에 앞장서는 길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로 일치단결하여 노무현 정권과 자본에
맞설 때만이 승리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박일수 열사의 죽음에 의혹을 표명하고 민주노총
대책위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였으며 사내하청노조의 목숨을 건
크레인 점거투쟁을 두고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신중히 재검토”
운운하는 등 투쟁전선을 교란시키고 민주노조운동의 대의와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 현대중공업노동조합에 대한 응분의 조치
또한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민주노조운동의 영을 세우지
않고서는 노동운동이 민중들에게는 커녕 노동자 대중
내부에서조차 지지를 획득하기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가진 힘은 작지만 비정규직노조들은 1년 365일을 힘겨운
투쟁으로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오늘도 울산의
현자비정규직노조에서는 경일기업 노동자들이 비인간적 탄압에
맞서 2주일째 작업거부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안기호 위원장과
2명의 해고자는 일주일째 단식투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울산의
미포조선 용인기업 대책위와 광주의 금호타이어비정규직노조는
불법파견을 인정받고 힘겨운 정규직화 투쟁을 수개월째 전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서울대병원간병인지부가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방송사비정규노조가 파업투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명동성당에서는 노무현 정권과 자본의 서슬퍼런 공안탄압에 맞서
건설일용노동조합과 이주노동자들이 100일 가까이
철야농성투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건설운송(레미콘)노조
서보지회장은 합법파업을 벌였는데도 어처구니없게 검경에 의해
업무방해혐의로 구속되어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박일수 열사의 작업동료였던 인터기업 노동자들이 16일
작업거부투쟁에 돌입한데 이어 17일에는 현중사내하청노조
간부들이 목숨을 걸고 크레인점거농성을 벌이는 등 박일수
열사의 염원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헌신적인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직영노동자 몇백명 중에 한 두사람은 인간적인 사고와
공동체의식 인격적으로 노동자는 하나라는 생각, 측은지심
시각으로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직영노동자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그리고 하청 비정규직 현실이 변하는 데에는 도움이 안된다.”
(박일수 열사의 유서내용 중)
두 번 다시는 안 됩니다. 위와 같은 유서가 다시는 작성되지
않도록 투쟁하는 것만이 박일수 열사의 염원을 받아 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길은 박일수 열사의 죽음을 안타까운 일로만
치부하지 않고, 전국의 노동자들이 바로 내 동료와 내 동지의
죽음이라는 정신으로 총단결 총투쟁의 기치를 높이 드는
것입니다.
그 길에 어떠한 희생이 요구되더라도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대표자연대회의(준)은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전국의 노동자 동지들! 조합원들과 어깨 걸고
함께 울산으로 달려갑시다! 비정규직 철폐의 깃발로 한반도
전체를 물들입시다! 박일수 열사의 외침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간선언이 헛된 것이 되지 않도록!
하청 노동자도 인간이다! 사람답게 살아보자!
一. 현대중공업 실질 경영주 정몽준, 사장 최길선과 민계식,
인터기업사장 박진용은 고인과 유족에게 고개숙여 사죄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一. 현대중공업은 노예제도인 하청제도를 즉각 철폐하라!
一. 하청노동자들의 자주적 조직인 하청노조 인정하고
노조활동을 보장하라!
一. 열사의 죽음을 왜곡한 탁학수 집행부는 즉각 유족과
고인에게 사죄하고 사퇴하라!
一. 정부는 비인간적 노예제도 양산계획에 다름아닌 ‘노사관계
로드맵’을 전면 백지화하라!
一. 노동부는 하청노조와 함께 현대중공업 150개 하청업체
조사하여 근로기준법 위반 사업주를 처벌하라!
一. 열사투쟁과 관련한 연행, 구속 노동자들을 즉각
석방하라!
2004. 2. 18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대표자연대회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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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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