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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도시사회운동.환경운동

현장에서 미래를  제6호
최병두

기획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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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냐 노동이냐(5)


 

자본간 경쟁이 국경을 넘어 격화되면서, 국내 독점자본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총자본의 공세가 거세어지고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 자본의 신경영전략 등으로 드러나는 자본합리화 공세는 ‘시장에서의 무한 경쟁’과 ‘자본 축적의 효율성’ 그 자체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면서, 노동자의 생활과 노동을 새롭게 재편하려 하고 있다. 자본의 이러한 공세 앞에서 노동자는 ‘자본 축적의 논리에 전면적으로 순응하느냐’, 아니면 ‘미래 사회의 새로운 삶의 대안’을 찾아 투쟁하느냐의 양자택일에 직면해 있다. 이 양자택일의 문제는 단지 생산현장에만 국한되어지지 않고, 노동자를 둘러 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제기되고 있다. 법적?제도적 측면만이 아니라 가치관?문화?습관에 이르기까지, 의식의 세계만이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까지도 이 양자택일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자본이냐 노동이냐’.  

이 기획은 생산현장에서의 노?자간 대립을 둘러 싼 쟁점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삶을 둘러 싼 모든 영역에서 자본관계에 의해 은폐된 현실을 드러내 보이고, 노동자의 눈으로 세계와 미래를 재구성하고자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 다섯번째 내용으로 ‘노동운동?도시사회운동?환경운동’의 주제로 최병두 교수의 글을 실었다. 이 글은 도시사회운동과 환경운동을 자본의 지배영역 확대와 이에 따른 사회운동의 변화 속에서 접근했다. 이 글은 분화되는 사회운동의 본질 및  노동운동과 관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노동운동․도시사회운동․환경운동



최 병 두 (대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1. 자본의 지배영역 확대와 사회운동의 분화


오늘날 자본의 지배는 경제부문을 초월하여 사회․환경적으로 모든 영역들에 확장되고 있다. 자본주의 초기 단계에 생산수단의 독점적 소유에 기초하여 작업장에서 노동을 통제․지배할 수 있었던 자본은 이제 일상생활에서 요구되는 생활수단들의 상품화를 통해 생활공간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생산과 생활에 필수적인 조건으로서 자연환경을 통제․관리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의 논리 또는 가치증식을 위한 자본의 논리가 상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의 영역 뿐만 아니라 노동력의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생활의 영역, 그리고 이러한 생산과 생활에 필수적인 환경의 영역을 총체적으로 지배하는 보편적 규제자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본의 지배영역 확대와 자본논리의 보편화는 동시에 이에 대응하는 사회변혁운동의 성격을 변화시키면서, 다양한 유형의 운동들이 새롭게 등장하도록 했다. 과거 유일한 사회운동이었던 노동운동은 이른바 복지국가체제 하에서 조합주의적 노선을 거치면서 체제내화되는 경향을 보였고, 이로 인해 노동계급은 변혁운동의 주체로서 그 의미를 점차 소진시킨 것 처럼 보이게 되었다. 반면 기존의 노동운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량화된 다양한 사회운동들, 예로 도시사회운동, 환경운동, 여성운동 등이 등장하여 사회적으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이러한 자본논리의 보편화와 사회운동의 다양화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에서도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압축적으로 추진된 한국의 자본주의화 과정은 해외에서 도입된 자본, 기술, 자원 등을 국내의 저렴한 노동력과 결합시켜 상품을 생산하고 이를 해외에 수출함으로써 자본을 축적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노동운동은 국가의 폭력적인 수단에 의해 억압되었지만, 1980년대 후반 이후 민주화대투쟁을 통해 엄청난 세력을 결성·조직하게 되었고, 국가도 부분적으로 노동(조합)운동을 제도화시키게 되었다. 그러나 노동운동은 곧이어 극적 반전을 맞게 되었다. 즉 양적, 질적 측면에서 폭발적으로 확대·강화되었던 노동운동은 1990년대 초 노동계급 정당의 건설과 같은 정치세력화와 노동운동의 대중적 조직의 구축에 성공하지 못함으로써 점차 위축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1980년대 말 이와 같은 노동운동의 폭발적 성장과 곧이은 상대적 이완과 달리 새로운 유형의 개량적 사회운동들이 대두하게 되었다. 새롭게 등장한 운동들은 모두 생산영역이 아니라 생활 및 환경의 영역에서 이루어진 것들이었다. 사실 한국의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산업예비군으로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도시빈민들이 자신의 열악한 생활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전개했던 빈민운동 역시 상대적으로 침체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도시사회운동의 유형으로 전교조 활동에 기반을 둔 참교육운동, 의료보장제 도입 등과 관련된 보건의료운동, 민변활동에 기초한 인권운동 등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특히 광범위한 구성원들을 동원하여 체계적 조직을 갖춘 ‘경실련’이 등장하여 시민운동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자원과 소모·공해다발형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자본축적 과정은 상품생산에 필요한 원료와 용지, 용수, 전력 등의 자원 및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모했을 뿐만 아니라 생산 및 소비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수, 폐가스, 폐기물 등 오염물질들을 계속 확대시켰다. 이로 인해 자연환경의 파괴와 환경오염의 심화는 일상생활을 점차 고통스럽게 했고, 낙동강페놀오염 사태 등 대형 환경사고의 발생은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 시민들은 환경의식을 고양시키고, 환경운동 조직을 결성하게 되었다. 특히 리우환경개발회의 이후 국제환경규제와 그린라운드에 대한 기업 및 국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운동은 시민들의 주목을 끌면서 사회운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사회운동의 분화는 한편으로 자본의 지배영역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실천적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회운동의 성격을 모호하게 하고 운동의 주체와 이념에 심각한 혼선을 초래하게 되었다. 특히 도시생활 및 생태환경 영역에 관심을 가지는 사회운동들이 사회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확대시킴에 따라, 전형적인 계급운동으로서 노동운동의 의의와 그 세력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 처럼 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비록 자본의 지배영역이 확대되면서 사회운동의 다양화가 불가피하다고 할지라도, 사회변혁 과정에서 노동계급이 가지는 주체적 위상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운동은 그 외의 다양한 사회운동들이 체제유지적 (의사)개량화로 편향되지 않도록 사회운동의 분화와 그 배경을 올바로 인식하고, 분화된 여러 사회운동들을 사회변혁의 관점으로 견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 사회운동의 유형별 특성


최근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사회운동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특히 도시사회에서) 3가지 유형의 운동이 가장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자본과 노동간의 갈등관계에서 발생하는 노동운동, 둘째, 자본주의적 도시공간에서 주거․교통․교육․보건의료 등의 생활수단을 요구하는 도시사회운동, 셋째, 자본주의적 산업화와 도시화과정에서 자연환경의 파괴·오염 및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한 대책과 환경보호를 요청하는 환경운동이 그것이다. 이들을 기본적으로 유형화하면 <표 1>과 같이 나타낼 수 있으며, 이들의 특성을 운동발생의 구조적 배경, 가시적 이슈 및 운동의 주체, 장소, 이념, 대상, 조직형태 등의 측면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요약하면 <표 2>와 같다.


<표 1> 분화된 사회운동의 유형화

구  분

       생 산 영 역

       생 활 영 역

사회(주체)

노동운동(생산수단의 독점에 기초한 노동력의 착취)

도시사회운동(노동력재생산을 위한 생활수단의 부족)

자연(조건)

(자원의 고갈과 환경파괴, 작업장의 열악한 환경)

환경운동(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생태환경의 파괴와 오염)


우선 자본주의 체제의 등장과 더불어 가장 먼저 발생했던 노동운동은 생산수단을 독점한 자본가와 자신의 노동력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생산수단을 가지지 아니하여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본에 고용될 수밖에 없는 노동자 간의 대립관계에서 발생한다. 산업노동자들(생산직뿐 아니라 사무·기술직 포함)은 자본주의 체제에 내재된 노-자간 모순을 구조적 배경으로 하고,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경영 등에서의 배제(소외) 등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체험을 토대로 노동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이러한 노동운동은 기본적으로 상품화된 노동력이 일정 사업체에 고용되어 과제를 수행하는 생산영역, 즉 작업장에서 이루어지며, 임금인상, 노동조건의 개선, 경영 참여 등의 요구를 통해 가시적으로 드러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나아가 이러한 문제들을 유발하는 구조적 배경으로서 사회경제체제의 전환을 추구하게 된다. 노동운동은 작업장 내에서 정형화된 체계적 조직(즉 노동조합)을 구축하여,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보편화된 사회적 관계, 즉 노-자관계 속에서 자본(기업)을 대상으로 투쟁하는 전형적인 계급운동의 성격을 가진다.


<표 2> 사회운동의 유형과 특성

구 분

노동운동

도시사회운동

환경운동

구조적

배경

자본에 의한 생산수단의 독점과 노동력의 착취를 통한 가치증식

총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국가의 집합적 생활수단 제공, 국가재정의 한계로 인한 상품화

자본축적을 위한 상품생산·소비과정에서 자원의 고갈과 오염물질의 누적적 확산

가시적

이슈

저임금, 불리한 노동조건, 경영에서 배제

생활수단(주거,교육,의료,교통 등)의 부족과 열악성

자연의 파괴와 자원의 부족, 생존 및 생활환경의 오염과 피해

운동의

주체

산업노동자(생산직, 사무직 포함)

생활수단이 결핍된 도시주민(저소득층)

직·간접적으로 환경피해에 노출된 시민

운동의

장소

사업체내 작업장

일상생활공간

피해지역 및 시민생활공간

운동의

이념

경제적 권리의 쟁취, 사회경제체제의 전환

생활수단의 확보·개선 및 국가정책의 변화

생존권 보장, 환경개선, 생활양식 개선

운동의

대상

자본(기업)

국가(생활수단 제공의 일차적 책임자)

기업, 국가, 시민

운동의 조직과 성격

정형화되고 지속적인 조직체계, 계급운동

사안별 비정형적 조직체계, 準계급적 운동

비정형화된 조직체계, 통(또는 범)계급적 운동


자본주의 경제의 발달은 작업장에서 노동력의 직접적 착취에 의한 상품생산(가치증식)뿐만 아니라 이러한 노동력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노동력의 저수지 형성과 지속적인 재생산을 필요로 한다. 노동력의 재생산에 필요한 생활수단들은 식품이나 의복 외에도 주거, 교육, 의료보건, 교통, 문화시설 등을 포함한다. 자본주의의 초기 단계에서 이들은 대체로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에서 개별적으로 조달되었으며, 생활수단의 부족과 열악성은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감수하도록 하거나 이를 벗어나기 위해 비용을 증대시키도록 했다. 그러나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한 비용의 증대는 임금인상을 불가피하게 초래하게 되고 기업의 이윤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자본은 총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국가에게 그 역할을 담당하도록 전가시키게 된다. 이에 따라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한 주요한 생활수단들은 국가에 의해 공적으로 제공되고 집합적으로 소비되는 탈상품화의 경향을 띠게 되었다. 그러나 이른바 복지국가의 역할은 집합적 소비재의 공급 외에도 경제성장(자본축적)을 직접 뒷받침하기 위해 제반 활동들을 담당하기 때문에, 국가재정의 한계에 봉착하여 생활수단의 공적제공이라는 역할을 회피하고자 한다. 이로 인해 집합적 생활수단의 공급은 민영화되게 되고, 자본의 이윤창출을 위한 자본순환 과정에 다시 편입되어 재상품화되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배경하에서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한 생활수단의 부족과 열악성은 도시주민, 특히 저소득층의 강력한 요구를 촉발하게 된다.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주거의 부족 또는 주거의 열악성과 빈번한 주거이동(특히 철거) 및 높은 주거비용, 전문교육 기회의 제약과 증대되는 사(私)교육비, 양질의 질병치료기회 제한과 비싼 보건의료비용, 대중 교통수단의 부족과 교통(시간 및 화폐)비용의 증가, 문화 여가시설의 미비와 이용기회(시간적, 비용적)의 차단 등과 같은 가시적 문제들을 해결 또는 완화시키기 위해 도시사회운동이 발생한다. 이와 같이 일상 생활공간에서 발생하는 도시사회운동은 여러 가지 생활수단들의 확보 또는 비용절감을 위해, 이들의 제공에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에게 시설의 확충과 비용의 인하를 요구하고, 나아가 국가정책의 전반적인 개혁을 촉구한다. 이러한 도시사회운동들은 대체로 다양한 생활수단의 세부 분야들(주거운동, 교육운동, 교통운동, 의료보건운동 등)에 분산되어 발생하며,  사안별로 비정형적인 조직을 구성하지만, 도시사회의 기층을 이루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준계급적 운동의 성격을 띤다.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심화되는 또 다른 구조적 문제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 내재된 생태환경의 파괴와 오염문제이다. 상품생산을 위한 원료와 에너지의 소모 및 공장건설이나 도로, 항만, 댐, 발전시설, 그리고 폐기물처리시설 등의 개발은 절대적으로 한정된 자원을 고갈 또는 파괴시킨다. 또한 이러한 시설의 가동 및 상품의 생산과 소비과정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질들은 환경을 누적적으로 오염시킨다. 기업은 생산과정에서 자신의 이윤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공해 방지시설의 조성을 기피하고 그 비용을 사회에 전가시키며, 일부 시민들은 조장된 소비생활과정(왜곡된 환경의식)에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생활수단을 무절제하게 낭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배경하에서 발생하는 환경의 파괴와 오염의 계속된 확산은 자연환경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고통스럽게 하고, 더 이상의 자원이용과 오염물질의 배출을 어렵게 함으로써 기업들의 생산활동 자체를 위축시킨다.

기업이나 국가에 의해 추진되는 지역개발 과정에서 기존의 생계터전을 상실하거나 오염시설의 가동 및 공해물질의 배출로 인해 그 주변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된 주민들은 이에 저항하여 피해보상을 요구하거나 오염시설의 입지를 반대하는 지역환경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또한 자원(대표적으로 용수)의 고갈과 환경의 오염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시민들은 환경운동을 촉진시키게 된다. 피해지역과 보다 광범위한 시민생활 공간에서 발생하는 환경운동은 기업이나 국가를 대상으로 생존권 보장이나 생태환경의 개선을, 또는 시민들의 왜곡된 환경의식과 물질중심적 생활양식의 전환을 요구하게 된다. 환경운동은 조직의 구성에서 매우 개방적이고 비정형화되어 있으며,  피해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지역주민이나 시민들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범계급적 또는 통계급적 운동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3. 분화된 사회운동의 공통된 배경


이상에서 논의된 노동운동, 도시사회운동, 환경운동의 특성들은 유형 구분을 위해 제시된 것이만, 여러가지 측면에서 주요한 공통된 배경을 가진다.

우선, 이와 같은 사회운동들은 모두 물신화된 자본의 축적과정과 이의 지배공간 및 지배영역의 확대를 배경으로 발생한다. 전(前)자본주의사회의 자급자족적 경제체제를 해체시키고 발달한 자본주의 경제는 생산과 분배 및 소비를 공간적으로 분리시키고, 이들을 국지적 범위를 넘어 국가적, 세계적으로 팽창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은 생산과 소비의 지역적 행위자들로부터 벗어나서 물신화되고, 그 자체의 의사자율적 발전과정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자본축적 과정은 생산영역에서 상품화된 노동의 착취와 소비영역에서 국가가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생활수단을 상품화시키고 심지어 경제활동으로 재생산될 수 없는 환경을 상품화시킴으로써 자본축적 과정을 확대시킨다. 이로 인해 사람들에게 심각한 고통이나 피해를 입히고, 다양한 사회운동들을 보다 치열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과정은 노동동기의 상실, 노동력 재생산의 불능, 상품생산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필요한 자원의 고갈 등을 초래함으로써 스스로 모순에 빠지게 된다.

또한 사회운동들은 모두 총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이를 실현시키면서 얻게된 국가전체의 총량적 경제성장을 자신의 지배이데올로기로 삼고자 하는 국가의 역할을 배경으로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치권력은 총량적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총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사실을 은폐한다. 뿐만 아니라 자본축적 과정과 자본주의적 사회경제 질서의 유지를 위해 국가는 자본을 대신하여 노동에 대해 강압적인 통제정책을 시행한다. 도시 저소득계층의 희생을 요구하는 도시재개발과 지역주민과 환경을 무시한 개발정책을 수행하며, 국가가 담당해야 할 공적 생활수단의 제공 및 환경 기초시설을 위한 재정투자를 가능한 축소시키고 사회적 부담과 피해로 전가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국가의 총량적 경제성장을 위한 무분별한 개발전략과 공적 역할의 회피는 사회문제를 유발․심화시킨다. 이로 인해 국가는 사회운동을 가속화시키고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을 와해시킴으로써 스스로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그리고 자본축적과 국가정책을 배경으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운동들은 모두 사회공간적 (재)구조화 과정과 관련된다. 자본과 국가는 자신이 봉착한 위기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공간적 재구조화 과정을 추진하지만 기존의 축적체제에서 유발되었던 사회문제들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 변화된 축적체제는 새로운 사회문제들을 유발하게 된다. 노동운동은 축적체제의 유지와 변화를 위한 노동의 사회공간적 분화 및 산업간․지역간 불균등발전 속에서 이루어지는 산업의 재구조화 과정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진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산업들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실업에 직면하여 노동운동을 강화시키고자 하며, 새로운 산업들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새로운 노동운동의 성격과 전략을 추구하게 된다. 도시사회운동과 환경운동 역시 자본축적의 물적 토대를 조성하기 위한 지역의 (재)개발과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이러한 사회공간적 재구조화 과정은 이에 반응(또는 대응)하고자 하는 사회운동들의 성격과 전략을 변화시키고, 때로 특정 유형의 운동을 쇠퇴시키면서 다른 유형을 활성화시키기도 한다.

끝으로, 이러한 사회운동은 부의 불균등한 사회공간적 배분과 연계되며, 보다 포괄적 의미에서 계급성을 담지한다. 노동운동은 저임금에 기인하며, 도시 저소득계층을 중심으로 한 도시사회운동 역시 소비능력의 부재로 유발되고, 환경운동은 환경문제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지만 이를 회피할 (화폐적, 시간적) 능력이 없는 집단들에게 피해가 전가됨에 따라 발생한다. 자본에 의해 지배되는 영역과 공간의 확대, 총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국가역할의 강화, 이에 따른 사회공간적 재구조화, 사회적 부의 불균등한 분배 등과 관련된 사회운동들이 모두 계급운동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반(反)자본운동으로서 계급(변혁)적 운동의 성격을 가진다. 또한 직접적 정치운동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회적 힘관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운동의 성격을 가진다. 이러한 운동들은 물신화된 자본과 정치권력에 의해 구조화된 제약을 극복하고, 인간적인 삶과 그 환경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인간 해방 또는 정체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다양한 유형의 사회운동들은 자본주의 체제에 의해 형성된 구조적 배경들에 저항하면서 경제적 자립성, 정치적 자주성, 환경적 자족성의 확보와 동시에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사회전체적 체제 변화를 추구한다.


4. 사회운동의 지평을 확대하기 위하여


이와 같이 공통된 구조를 배경으로 사회운동이 점점 다양해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가 사회공간적으로 보다 확대되고 복잡하게 분화됨에 따라, 현장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국지적 문제들과 문제발생의 기본구조 간에 는 점점 더 복잡한 매개고리들로 연결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본은 축적과정에서 심화되는 모순들을 완화 또는 회피하기 위해 위기를 다른 영역들에 이전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회공간적 지배영역을 확대시켜 나간다. 예로 임금인상의 대가로 자본에 융합된 토지의 가격(지대)를 올리거나 공해방지 시설에 대한 투자비용을 줄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생산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생활영역이나 환경분야에서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또는 역으로 환경기초 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시키기 위해 기업은 노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거나 생활수단의 상품화를 통해 더많은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자본과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운동들이 한 영역에서 보다 치열해지면, 이들은 내적 구조를 전환시키고 통제전략을 변경함으로써 저항을 무마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자본주의 발전과정과 통제전략에 관한 최소한의 이해없이는 진정한 사회운동을 진행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사회운동의 구조적 배경 또는 자본의 전략에 대한 기본적 인식을 가지고, 사회운동의 지평을 확대시키기 위한 대안적 방안들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사회운동이 다양화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자본의 지배영역이 확대되면서 자본논리의 보편화(획일화가 아니라고 할지라도)가 사회의 모든 영역들에 확산됨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외형적으로 복잡하게 세분화되어 나간다. 그로 인해 점점 다양화되고 있는 사회운동들은 그 나름대로의 의의와 정당성을 가지게 되었다. 즉 상품생산의 영역에서 노동의 저항이 고조될 수 있으며, 노동력재생산의 영역에서 생활수단의 부족으로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확대될 수 있고, 생산을 위한 자연환경의 고갈과 오염으로 생활조건이 황폐화되고 위험이 가중됨에 따라 시민들의 광범위한 운동이 전개될 수 있다. 따라서 생산영역의 자본과 직접 대립하는 노동운동이 과거 사회운동에서 차지했던 핵심적 역할은 부정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다른 영역들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회운동들도 점점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실제 적극적 역할이 요청되고 있다. 문제는 운동의 발생 영역이 어딘가가 아니라, 어떠한 이념과 전략에 따라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가에 있다.

둘째, 이러한 점에서 사회운동의 다원화가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올바른 이념정립을 필요로 한다. 운동의 발생영역이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정치구조의 전환에 따라 사회운동이 지향할 수 있는 이념적 지평의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또한 사회구성원들이 가지는 의식과 생활양식이 다변화됨에 따라 수 많은 이념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절충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통일된 이념이 제시될 수 없다면 사회운동의 조직운영은 이완될 수밖에 없고, 장기적 사업전망은 설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운동이념들이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심지어 배타적 갈등관계를 유발하거나 또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 사회운동의 올바른 이념은 운동 참여자들의 체험이나 동기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문제발생의 근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전제로 한다. 다양한 사회운동들이 그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각 영역에서 문제를 유발하는 구조적 원인, 즉 자본축적의 논리가 발생시키는 메카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이념과 실천을 지향해야 한다.

셋째, 이러한 구조적 원인의 규명을 통해, 각 영역의 사회운동들은 자립적 세력형성을 해야 한다. 자본과 국가의 통제전략이 보다 유연해지고 사회운동의 제반 영역들이 제도화됨에 따라, 운동은 구조적 원인들에 대항하기 보다 오히려 당면한 개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체제의존적인 경향성을 띨 수 있다. 이러한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운동은 조합주의의 틀 내부에서 노동자들을 결속시키고 제도화된 노자협상을 추진해야 되며, 나아가 제도화된 영역 밖에서 동원을 통하여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즉 노동운동은 국가에 대한 의존성을 탈피하여 국가로부터 일정한 자율성을 확보하고, 자본가와 직접 협상을 통해 이해관계를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도시사회운동이나 환경운동도 사회복지정책이나 환경정책의 제도적 틀 속에서 국가가 일정한 역할을 하도록 요구하고, 이에 의존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들을 모색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이에 대항하여 인간다운 생활수단이나 생활조건의 향상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관련영역 나아가 사회전반적인 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각 영역별로 다원화된 사회운동들은 보다 다양한 이슈들을 제기하면서, 긴밀한 연대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자본과 국가의 지배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운동의 영역이 확대되었기 때문에 운동의 대상은 기본적으로 계급성을 담지한 반자본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다른 유형의 사회운동들(특히 노동운동)과는 조직적 연대를 하지 못하고 고립되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우선 각 유형별 사회운동들은 고유하게 주어진 것처럼 보이는 개별 이슈들을 뛰어넘어 이들 간의 관련을 인식함으로써 유형간 연대가 가능할 것이다. 예로, 노동운동은 작업환경의 개선을 요구하면서 기업의 오염물질 배출에 대해 구체적 자료를 폭로하고 공해방지 시설의 조성을 요구함으로써 환경적 이슈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도시사회운동이나 환경운동도 개별 영역에 한정될 것이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이슈들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자본의 확대된 지배영역 하에서 노동운동과 도시사회운동 및 환경운동이 접합될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증대되고 있다.

다섯째, 자본과 직접적 대립관계에서 형성된 노동운동이 사회운동의 핵심적 위치에서 도시사회운동과 환경운동의 의사개량적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각 영역의 사회운동들이 사회변혁적 이념을 견지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추동해 나가야 할 것이다. 사실 생활 및 환경영역에서의 운동들이 사회적 주목을 받게 되고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념적으로는 극히 모호하고 심지어 노골적으로 체제유지적인 운동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보수적 운동이념과 실천을 불식시키고 다양한 사회운동들을 진보적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견인해야 할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물론 노동운동 그 자체가 상대적으로 이완되어 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과제를 수행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할지라도, 이를 위한 노력만이 자본의 지배영역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초래되고 있는 사회운동의 혼선을 재정리하고, 상실된 범민중적 운동역량을 재결집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노/정/연

1995-12-2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