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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벡 또 하나의 반지구화투쟁

현장에서 미래를  제67호
원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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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



캐나다 퀘벡: 또 하나의 반지구화투쟁

FTAA에 맞선 캐나다 노동자-민중 투쟁



원 영 수

국제기획실장





지난 4월 20~22일 캐나다 퀘벡에서 쿠바를 제외한 남북아메리카의 34개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미주정상회담(Summit of Americas)이 열렸다. 이들은 94년 출범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남북아메리카 전역으로 확장시키는 미주자유무역지대(Free Trade Areas of Americas) 창설을 위한 논의를 마무리짓기 위해 모였다. 부시 미대통령과 크리티엥 캐나다총리는 FTAA를 통한 “민주주의 확대” 운운하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지만, 거센 항의시위로 인해 개막식이 1시간 늦게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들려오는 분노의 목소리를 못들은 체하면서 일정을 강행한 34개국 정상은 2005년 1월까지 FTAA 협상을 마무리하고 2005년 12월 FTAA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하였다.


신자유주의적 자유화와 FTAA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기본축을 이루는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liberalization)를 시행하려는 초국적자본의 기도는 집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은행과 IMF는 개발원조 또는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자유화를 명시하고 있으며, GATT를 계승한 WTO는 공산품 교역 외에도 농산물과 서비스, 더 나아가 지적 재산권과 투자를 포함한 경제영역 전반의 자유화를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 1997년 OECD 중심의 다자간 투자협정(MAI) 논의, 1999년 시애틀 WTO 뉴라운드 출범논의 등에서 비록 실패했지만, 초국적자본은 다양한 틀과 창구를 통해 집요하게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1995년 출범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지역별 자유무역협정과, 한국정부가 미국, 일본, 칠레 등과 추진하고 있는 쌍무자유무역/투자협정(bilateral free trade/  investment agreement)은 WTO 차원의 전지구적 자유무역/투자협정을 보완하는 지역적 또는 개별국가간 협정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GATT 우루과이 라운드가 진행되던 1990년대나, NAFTA가 시행된 1990년대 중반과는 달리, 이른바 자유화와 신자유주의 정책 일반의 의미와 영향이 이미 확연히 드러난 1990년대 후반 이후, 지구화와 자유화에 대한 저항은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북미 3국간에 체결된 NAFTA는 미국과 캐나다 노동자들에게는 사업장 이전으로 인한 실업과 고용불안, 지속적인 임금하락과 노동조건 악화, 멕시코 노동자들에게는 마킬라도라식 저임금노동의 일반화를 가져왔을 뿐, 북미의 노동자계급은 자유무역의 어떠한 혜택도 누리지 못했다. 그 결과, NAFTA에 노동관련 부속협정의 첨가를 통해, 자유무역의 폐해를 최소화시키겠다던 미국 노동조합의 경우, 사실상 지리한 법률적 절차로 인해 최소한의 보호장치조차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자, 1999년 시애틀 투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이번 퀘벡에서 열린 미주정상회담에서 FTAA 추진일정을 확정하기로 한 데에 대한 저항은 당연히 예상되는 것이었고, 특히 캐나다와 퀘벡의 특수성으로 인해 투쟁은 더욱 더 격렬한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퀘벡은 캐나다에서 프랑스어권 지역으로, 몇해 전 퀘벡 독립을 놓고 주민투표를 시행한 바 있으며, 캐나다식 민족분규가 있는 지역으로 민족주의의 색채가 강한 지역이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FTAA를 포함한 자유무역 일반에 대한 저항이 강한 곳이기도 하다. 그 결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수가 FTAA에 반대하며 응답자의 70퍼센트 이상이 FTAA 비준은 국민투표를 통해 이루어져 한다고 답했다.



FTAA에 대한 저항과 투쟁: 퀘벡시는 전시상태

퀘벡시당국은 예상되는 반FTAA투쟁에 대비하여 미국과 캐나다의 접경지대를 철저하게 감시하면서, 활동가들의 캐나다 입국을 방해하는 한편, 활동가들의 체포에 대비해 교도소를 비워두기도 하였다. 또한 회담장 주변 3.8킬로미터에 걸쳐 4미터 높이의 이중 철책선1)을 설치하고 6천명의 전투경찰을 배치하여, 시위대의 접근을 원천봉쇄할 뿐만 아니라, 시내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여 퀘벡시를 전시상태 하에 두었다.

이번 반FTAA투쟁은 크게 회담장 주변을 둘러싼 철책선을 중심으로 한 물리전과 NGO와 노동조합이 주도한 대규모 가두행진 및 시위, 그리고 이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국제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99년 시애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무정부주의 그룹(Black Bloc)에 대한 악선전은 활동가 내부적으로나, 부르주아 언론에서나 주된 논쟁거리였다.

그러나 적어도 99년 시애틀과는 달리, 또 그 이후의 투쟁의 객관적 발전을 성과를 반영하여, 어쩌면 캐나다 운동의 상대적 급진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과거에 비해 NGO류의 몰상식한 비폭력논쟁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고, “전술의 다양성”에 대한 인정은 보편화되어, 구체적 투쟁전술에 있어서도 일정한 발전이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반면, 캐나다 경찰은 시위대 투쟁이 격화되기도 전에 최루탄과 플래스틱 총탄, 물대포 등을 동원하여 시위대를 공격하였고, 근접한 거리에서 시위대에 총격을 가하는 장면이 수없이 목격되었다. 더욱이, 최루탄 피해자를 돕던 의료단원까지 공격하기도 했다. 전투경찰을 포함하여, 6천명 이상의 경찰은 5천발 이상의 최루탄과 800발의 고무총탄, 끊임없는 물대포 발포로 시위대를 압박했고, 400명 이상의 시위대를 체포하였다.

철책선을 중심으로 한 대치는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일진일퇴의 공방전 속에서 진행되었고, 새벽 3시 정도까지 투석전과 최루탄 발사가 이루어졌다.



퀘벡전투: 최루탄 연기 속의 대립구도

이번 퀘벡전투는 크게 미주정상회담과 FTAA에 대항하는 두 개의 회의와, 두 개의 가두행진, 그리고 치욕의 벽을 중심으로 한 직접대치전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회의와 행진은 크게 FTAA와 지구화에 대한 반대투쟁에 있어서 또 하나의 결절점을 이루었지만, 그 내부에는 시애틀로부터 올 2월의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대립구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먼저, 미주정상회담에 대항하는 민중정상회담(People’s Summit)은 FTAA에 반대하는 노동조합과 NGO의 연합인 사회운동동맹이 주최한 회의로서, 수천명이 참석한 대규모 회의를 조직하였다. 반면, 새로 형성되는 좌파청년운동의 연대체들은 반자본주의 투쟁캠프((la Convergence des Luttes Anti-Capitalistes, CLAC)을 중심으로 조직되었다.

전자가 주로 시민운동과 NGO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졌고 비폭력투쟁을 기조로 했던 반면, 후자는 직접적 대치전술과 시민불복종투쟁전술을 중심으로 직접투쟁을 강조하였다.2) 그리고 이런 차이는 4월 22일의 행진코스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민중정상회담에 의해 주도된 가두행진에는 5만명 이상이 참여하였지만, 행진 자체는 정상회담 둘레의 철책선을 경계로 한 대치전과는 거리를 둔 상태에서, 시 외곽의 대형 주차장으로 빠지는 코스가 설정되었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동원된 질서요원(marshall)의 지휘하에 아주 얌전한 축제행진이 이어졌고, 시내에서 격렬한 투석전과 가두전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22명에 달하는 연사들의 그렇고 그런 연설로 반FTAA 행동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노동조합운동의 우회로: Where is Labor?

캐나다의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캐나다는 노동운동의 경우 서유럽에 유일하게 점거투쟁이 어느 정도 일반화되어 있으며, 일반 사회운동의 경우도 상당히 급진적이다. 특히 노동조합의 경우, 전통적으로 미국 노동조합의 직접적 영향 아래 있었지만, 1975년 캐나다자동차노조(CAW)가 전미자동차노조(UAW)로부터 독립한 이래, 미국식 노자협조주의에 반대하는 캐나다 독자적인 노조를 형성하려는 흐름이 강하게 존재한다.

특히 작년 미국 서비스노조(SEIU)에 속한 온타리오주 4개지부가 미국노조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CAW에 가입함으로써 캐나다 노동조합은 분열되었다. 캐나다 노총인 CLC는 CAW가 명백히 CLC의 규정을 위반하였으므로, 적법절차에 따른 사태해결을 종용하였고, CAW는 노동조합의 민주적 권리라는 입장에서 CLC의 중재안을 거부하였다. 이에 CLC는 CAW를 사실상 추방하는 조치를 취하였고, CAW는 새로운 노총의 건설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대립하는 상태이다.

그러나 캐나다 노동조합의 상대적 진보성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이들은 사회적 합의주의의 틀 안에 갇혀 있으며, 이는 노동조합이 이번 반FTAA 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했음에도 불구하고, 4월 23일의 행진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애틀에서의 AFL-CIO의 행진과 마찬가지로, 경찰과의 대치선을 우회하는 코스로 짜여 있었다. 그래서, 철책선을 중심으로 한 격렬한 공방전 와중에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노동자 대오는 어디 있는거야?”(Where is Labor?)



마치며: 새로운 반자본주의 투쟁의 전망을 열며

기본적으로 이번 퀘벡투쟁은 1999년 시애틀로부터 시작되어, 2000년 워싱턴, 프라하, 멜버른, 그리고 올해 포르투 알레그로로 이어지는 반지구화 투쟁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리고 동시에 점차 확산되는 반지구화 투쟁의 과정에서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는 내용적 분화의 수준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른바 NGO류의 반기업캠페인(Anti-corporate Campaign)과 구별되는 반자본주의 투쟁이 보다 구체화되고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1999년 시애틀에서 막연했던 반자본주의적 지향은 2000년 가을 프라하투쟁과 2001년 퀘벡투쟁을 경과하면서 일정한 합일점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아직도 NGO가 주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직접대치전술에 대한 몰이해와 반무정부주의=반폭력 정서가 적지 않지만, 적어도 “전술의 다양성”을 상식으로 인정할 정도로 일정한 진전은 있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정은 대중투쟁의 차원에서 강력한 저항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국주의적 지구화를 추진하는 주체인 제국주의적 부르주아 정부들과 초국적 자본, 그들의 국제적 대변-집행기구들에 의한 신자유주의적 공세는 어떠한 가시적 변화도 가져올 의사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퀘벡투쟁은 발전의 가능성과 동시에 뚜렷한 한계를 있었다. 먼저, 캐나다 노동운동의 경우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합의주의와 합법주의의 틀에 갇혀, 관료적 한계를 돌파하지 못했다. 따라서 반지구화 투쟁은 대중투쟁임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주체를 혁신 또는 형성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교훈을 제시한다.

그와 더불어, 전통적 사민주의정당인 신민주당(NDP)의 신자유주의적 불구화 이후,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논의가 부분적으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이 반FTAA투쟁과 적극적으로 결합되지 못한 것 역시 한계이다.3)

전체적으로 퀘벡투쟁은 캐나다와 남북아메리카 상황 속에서의 반지구화 투쟁의 의미와 그 내부의 동학, 새로운 질서의 가능성 등 전세계적으로 노동자계급운동과 좌파운동이 공유하고 있는 과제를 다시 한번 제기하고 있다. 이는 작년 10월 아셈 반대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동일한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다. 

한/노/정/연


1) 활동가들은 이 벽을 “치욕의 벽”(Wall of Shame)이라고 불렀다.


2) 물론 양자간의 차이는 민중정상회담 측이 캐나다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다는 점에도 있으며, 이것이 이후 준법 가두행진과 관련이 있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한 근거가 되었다.


3) 작년 10월, 캐나다에서는 좌파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중요한 모임이 있었다. “반자본주의적 좌파를 위한 운동구조를 위하여”라는 주제 하에, 다양한 좌파세력들이 모여 단순한 연합을 뛰어넘되, 정치조직으로서의 당의 문제에 대해서는 열어놓는 논의를 시작하였다. 현단계에서 과도적 조직형태로서 “운동구조”(structured movement)라는 개념이 제시되었으며, 새로운 좌파주체형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계속하기로 하였다.


2001-06-07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0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