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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장의 비정규직, 사내하청노동자의 선택

현장에서 미래를  제67호
김형기

대공장의 비정규직, 사내하청노동자의 선택
INP 사내하청노동자투쟁과 대공장 노동자투쟁의 새로운 전환


김 형 기/INP중공업 사내하청노동조합 위원장





지금껏 우리는 여러 사내하청 노조들의 결성과 패배를 지켜봐 왔다. 그런데 INP사내하청투쟁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라도 남아 있는가?
우리의 답은 ‘특별한 것이란 없다’이다. INP에 앞서 결성했던 목포의 한라중공업 사내하청 노조, 마창의 볼보건설기계 비정규직 노조, 대상식품 사내하청 노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INP는 공장 전체를 포괄하는 다수의 조합원을 조직하지 못하고, 사측의 총력을 기울인 탄압과 노조 불인정 조치, 업체 계약해지, 조합간부 해고로 인해 공장출입마저 봉쇄당한 채 공장 밖으로 밀려나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간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가 울산의 동쪽 바닷가 끝에서 벌어지는 조그만한 투쟁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1. INP투쟁, 울산 대공장에서 사내하청투쟁을 폭발시키기 위한 리허설
지난 10월 9일 결성한 INP사내하청 노동조합은 울산에서 사내하청 노동조합으로는 처음이다. 울산이라는 대공장 밀집지역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INP사내하청 노조의 투쟁은 그동안 억눌리고 짓밟혀왔던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권리 찾기의 시작이고, 앞으로 대공장 사내하청투쟁을 불붙이는 씨앗이 될 것이다.

1) 투쟁경과
울산 방어진 INP중공업 공장은 자본가들이 꿈꾸는 환상의 착취구조를 갖고 있다. 중소형 선박을 전문으로 만드는 세계평화재단(통일교) 소유의 INP는 생산현장을 모두 10여개 업체, 300여 사내하청, 일당직으로 채워 넣었다. 사무관리직마저 1년 단위 계약직이다.
INP자본은 사내하청, 일당직이라는 이유로 주차, 연․월차, 휴업수당, 특근수당 등을 주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의 거의 모든 조항을 어겼다. 하루 9시간을 정취로하여 법정근로시간마저 무시하고 4대 의무보험(국민연금,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상습적인 임금체불과 일방적인 업체폐업, 잦은 산재은폐는 노동자들을 생계파탄의 지경으로 내몰았다. 작업복, 안전화 한 켤레 나오지 않는 열악한 노동조건은 INP사내하청노동자들로 하여금 노조결성에 나서게 했다.
노조를 결성하자 회사놈들은 노조를 부수기 위해 안달을 했다. 즉각 원하청 계약을 해지하고 하청업체의 이름을 바꾸어 재계약하면서, 조합간부들을 고용승계에서 탈락시켰다면서 회사 출입을 폭력으로 틀어막았다. 노조 공식소식지마저 빼앗는 악랄한 탄압, 조합원에 대한 해고협박, 일방적인 업체폐업, 블랙리스트 작성, 배포가 계속되었다.
공장 안에서는 일방적 업체폐업과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투쟁이 끊이지 않았다. 노조 결성 직전인 작년 9월엔 수성기업 노동자 20여명이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본관 앞 항의농성을 했다. 지난해 11월 동우기업 노동자 70여명은 일방적 업체폐업에 항의하며 사장실 점거농성투쟁을 펼쳤다. 올해 3월엔 진보기업 노동자 30여명이 두 세달치 밀린 임금을 달라며 본관을 점거하였다. 이러한 투쟁으로 체불임금을 지급 받는 등 요구를 관철했지만, 결국 그날로 모두 INP를 떠나야만 했다. 이러면서 노조 결성 7개월만에 8개 업체가 날라갔고, 300여 사내하청노동자 중 50여명을 뺀 나머지가 새로운 사람들로 바뀌었다. 노동조합은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 고소고발을 해서 5개 하청업체 대표를 입건시키고, INP원청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발하여 김광인 대표이사를 입건시켰지만, ‘원청은 하청노동자에 대해 직접 사용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책임을 비껴갔다.
노동조합은 매일 출퇴근투쟁과 중식투쟁, 주 1회 금속산업연맹 차원의 집중집회를 펼치며 회사 출입보장과 노동조합 활동 인정을 요구하면서 투쟁을 전개해왔다. 올해 3월 22일 울산지법은 INP측이 제기한 노동조합 설립취소소송에 대해 이유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고, 노동부에서도 지난해 11월 16일 ‘INP사내하청 노동조합의 정당한 조합활동을 위해 노조 임원들의 출입을 보장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출입보장을 요구하는 조합간부에 대한 상습 폭행이었다.
마침내 노동조합은 지난 4월 11일 금속산업연맹 소속 150여 조합원들과 함께 INP 정문 앞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구사대와 전경의 방해를 물리치고 천막을 치고 철야농성에 들어갔지만, 다음날 아침 50여명의 구사대에 의해 농성장을 빼앗기고 농성물품을 강제 탈취 당하였다. 회사는 천막을 강도질한 자리에 5~10톤 무게의 웨이트(쇳덩어리) 8개를 갖다 놓았다.
노동조합은 즉각 위원장의 무기한 노숙투쟁에 들어가는 한편, 철야농성과 함께 출퇴근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노동조합은 농성에 들어가며 △조합활동 쟁취, 조합간부 출입보장 △근로기준법 준수, 임금착취 중단 △하도급 철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를 내걸었다.
그러나 회사는 노숙 농성장에 물과 흙을 뿌리고 사수조가 없는 틈을 타서 선전물을 훼손하고 도둑질해왔다. 농성자를 폭행하거나 출퇴근 선전전 때 시비를 걸어오는 것 빼고 회사는 아무런 태도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노숙투쟁을 하면서 INP현장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지지와 동참이 커졌다. 조합원과 조합 가입대상자들은 ‘지금은 노동조합이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는다’며 노조에 대한 열정을 표시했다. 또한 현재 대성기업, 우성기업 등이 임금체불을 당하고 있는 등 불만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 ‘하청은 파리 목숨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현장을 휘감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힘을 대중적으로 확신시키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다시는 한 두 개 업체가 임금체불에 항의하다가 업체 자체가 날라가는 일이 또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투쟁경험이 단절되지 않고 노동조합으로 축적되기 위해서는 현장에 제2의 투쟁중심을 굳건히 세우고, 수시로 일어나는 임금체불에 의해 마지막 수단으로 투쟁에 나선 동지들에게 ‘체불임금 지급’과 더불어 ‘정규직으로 고용승계’까지 밀고 나가도록 만들어서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2) 연대투쟁이 불붙다
한편 노숙투쟁이후 INP사내하청투쟁에 대한 지역의 연대의 기운은 높아졌다. 여러 사업장의 현장조직들과 노동․사회단체들은 출퇴근 선전전과 농성장 사수에 헌신적으로 연대하고 있다. 작년 미포조선 해고자 김석진 동지 투쟁 이후 INP투쟁은 지역의 주요한 연대투쟁으로 쟁점화되었다.
이러한 연대투쟁에 힘입어서 지난 4월 27일 현장조직대표자회의 주최의 집회와 4월 30일 민주노총 집회, 5월 9일 금속산업연맹 집회 등을 마치고 굳게 닫힌 공장 문을 밀고 들어가는 등 회사의 출입통제를 무력화시켜가는 투쟁을 펼쳤다. 현장조직 집회에는 150여명이 넘는 현장조직 회원들이 참여하였고, 4월 30일 집회는 노동절 전야제에 앞선 민주노총 사전집회로 잡혀 비정규직 철폐에 대한 지역 차원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5월 9일 집회에서는 노조결성 이후 최초로 회사를 대화창구로 끌어내 ‘탈취해간 농성물품의 반환’을 약속받았다.
우리는 비정규직투쟁이 현실운동으로 등장한 이래 무수한 실패를 겪고 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연대투쟁으로 발전하지 않고서는 승리할 수 없다는 확신을 얻었다. INP투쟁은 지금의 연대투쟁에 힘입어서 현장 내부를 대중투쟁으로 불붙이고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신감을 갖고 투쟁에 직접 나서도록 돕는 방향이어야 한다. 또한 그 연대투쟁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각 단사에서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정규직을 쟁취하도록 만들기 위한 첫출발이 되어야 한다.
INP 연대투쟁은 각각의 대공장 사내하청투쟁을 준비하는 실천적 방책이기도 하다. 실제 INP에서 시작된 울산 사내하청노동자의 투쟁은 대공장 사업장의 비정규직 투쟁을 위한 전초전이 될 것이다. 특히 같은 조선업종이며 INP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하청 인원이 중복되는 현대중공업, 미포조선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은 본격적인 준비단계에 들어가 있다.

3) ‘하도급 철폐, 하청의 직영화’ 투쟁을 각 단사로 확산시키자
IMF 이후 INP와 같은 고용형태(현장 전체를 사내하청, 일당직 노동자로 채워 넣거나 정규직 대신 계약직으로 고용)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소규모의 조선업종 사업체들은 대부분 이렇게 하고 있다. 울산의 방어진철공소, 이영산업, 신한기계, 세진 등은 모두 INP처럼 현장을 사내하청, 일당직으로 채워 넣었다. 또한 현대중공업, 미포조선, 한진중공업도 사내하청 임금체계를 9시간 일당직으로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본가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공장 전체를 비정규직으로 채워 넣고 최악의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노동운동 전체가 정면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뚫고 나가야 한다. INP로부터 시작된 울산지역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각 단사로 확산시키는 것은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그렇다면 사내하청, 비정규직투쟁을 확산시키는 길은 어떤 것인가? 첫째,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의 생존권을 사수하고 정규직화를 쟁취하기 위해 나선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에 대해서는 어디든 민주노조운동의 명운을 걸고 연대할 것, 둘째, 비정규직투쟁의 확산을 위해 먼저 각 단사 정규직 노조가 단협 또는 고용안정협약서 등의 이름으로 맺고 있는 ‘하청 우선 정리해고’ 또는 ‘불가피한 인원정리시 사내외 외주하청금지’ 조항 등을 철폐할 것, 셋째, 각 단사 임․단협 요구안에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를 내걸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할 것. 넷째, 임금, 노동조건, 산업안전, 고용 등 전반에 걸쳐서 하청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현장투쟁을 펼치는 것이다.


2. 자본가들의 구조조정의 핵심은 ‘비정규직화’에 있다
공장과 직장에서 비정규직은 사내하청, 일당직, 계약직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들의 상대적 열악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근로기준법 조항들이 사문화되고 파렴치한 이중, 삼중의 임금착취가 성행하는 가운데 조직적 저항의 길마저 가로막힌 것이 오늘날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상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에 앞서서 가장 단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특징짓는 것은 ‘유연화된 노동’ 자체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란 워낙 수시로 일어나는 것이어서 실업의 일상화는 이미 이들의 생활조건이며 생존조건이 되어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조직적 저항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아예 ‘고용불안’이라는 것을 느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존재 자체가 불안정고용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 잦은 이직에 따른 공장, 직장의 이동조차 노동조건의 변화로 곧바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은 어디로 옮겨가더라도 똑같이 최저수준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 직장을 지키더라도 노동조건의 개선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고용안정 쟁취’라는 구호마저도 낯설고 멀게만 느껴진다.
현대자동차에서 98년에 정리해고들 당했던 어느 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초등학교 다니는 애가 학교에서 우유를 먹는데 그 우유값이 없었습니다. 남들은 우유값도 없다 그러면 과장이라고 하는데 안 당해본 사람은 모릅니다. 며칠 늦게 우유값 4,000원을 애 손에 쥐어줬는데, 안 가져가도 된다는 거예요.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학교에서 급식하는 거 도와주는데 그거하면 우유는 그냥 준다는 겁니다. 제 딴에는 돈 없는 아버지 걱정한다고 그러는데 … 어떡하든 먹고 살겠다고 하청업체에 들어갔습니다. 기름때가 너무 더러워서 작업복을 세탁기에 넣지도 못하고 마누라가 손빨래하는데 빨래를 할 때마다 울어요.”(출고사무소 S씨) ꡔ노동일보ꡕ,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그 후」, 2001년 5월 2일자.


정규직 노동자에게 정리해고는 날선 칼에 베인 듯한 아픔이다. 실업으로 인한 고통은 아이의 우유값도 댈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택할 수 있는 길이란 굶어죽던가 하청업체에 취업하는 길뿐이다. 하청업체에 취업해서 더러운 작업복을 집에서 손빨래해야 하는 (하청업체는 작업복을 회사에서 빨아주지 않기 때문에) 눈물겨운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리해고로 인한 고용불안이란 이렇듯 그나마 지킬 것이 있는 노동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대부분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수시로 찾아오는 실업과 눈물겨운 노동조건에 시달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런 것들은 우리 사회에서 정규직이 그나마 잘 살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의 열악성을 알려주는 지표일 뿐이다.
지켜야 할 것조차 남아 있지 않는 최하층의 노동자, 그렇다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런 처지를 벗어날 수 있는 요구란 무엇인가? 삶의 조건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요구란 무엇인가? 최악의 임금, 노동조건, 고용파괴의 현장에 놓여있으면서도 그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존재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다.
최악의 임금, 노동조건이 비정규직 고용으로부터 나왔고 임금, 노동조건의 부분적 개선마저 일상화된 감원, 정리해고가 발생하는 순간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실정에서 비정규직 고용 자체를 없애는 것, 비정규직 철폐가 외쳐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현실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 준수, 임금체불 중단, 산재은폐 중단, 4대 보험 적용, 조합활동 보장 등의 노동기본권 문제가 ‘정규직화 요구’와 분리된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최근 한통계약직, 볼보코리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합원에 대한 정리해고에 맞서 일반적인 ‘고용안정 쟁취’가 아니라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으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투쟁한 것은 그런 이유이다.
한편 자본가들의 인력 구조조정의 핵심은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이다.
자본의 구조조정은 어떻게 들어오는가? 먼저 자본은 1단계로 공장 또는 직장 내 비정규직의 거의 대부분을 정리해고한다. 그 다음 2단계, 곧바로 정규직에 대한 희망퇴직, 근무시간 단축, 전환배치, 교육, 무급 순환휴가가 들어온 다음, 그래도 버티고 있는 노동자에 대해서 정리해고를 단행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 하나같이 강제적 인력구조정이며 대량감원이다. 그런 다음 3단계로 정규직 신규채용을 중단하는 대신 지금까지 정규직 공정이었던 곳을 비정규직으로 채워 넣으면서 결과적으로 공장의 다수를 비정규직으로 채워 넣는다. 이러한 전 과정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면 ‘정규직의 대량해고와 비정규직으로 대체’이다. 이렇게 해서 자본은 ‘직영의 하청화’,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완성한다.
그런데 우리 운동이 폭력적 구조조정에 맞서는 방식은 대부분 1단계를 그냥 지나치고 2단계에서 부딪히며 다시 3단계에서는 소리 소문 없이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다음에는 늘어난 하청으로 인한 노조 조직력의 파괴, 현장조직력의 와해가 전체 노동자의 임금, 노동조건을 바닥까지 끌어내린다. 그리고 때때로 1, 2, 3단계는 뒤죽박죽으로 자본이 원하는 만큼 반복되고 결국 현장은 노예노동의 천국으로 바뀌어버린다. 임금착취의 질서는 새롭게 고도화되고 거기에 맞서는 노동자의 단결력과 투쟁력은 마비된다.
굳이 정리해고 사업장을 이야기하지 않더라고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신규채용의 중단과 하청투입’, ‘기존 정규직 공정의 하청이관’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되고 있다.


3. 사내하청노동자의 투쟁은 대공장 노동자투쟁이다
지금까지 사내하청노동자투쟁은 그 자체로 대공장 노동자투쟁이었다. 99년 한라중공업 파업 때 한라중공업 사내하청 노조가 그랬고, 볼보건설기계 사내하청 노조가 그러했으며, 캐리어 사내하청 노조가 그랬다. 이미 사내하청노동자들이 대공장 노동자를 구성하는 무시 못할 존재이기 때문에 사내하청노동자들을 투쟁으로 조직하지 않고서는 대공장 투쟁은 반쪽 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운동을 이끌어왔던 대공장에서 사내하청노동자의 비율은 꾸준히 늘어왔다. 불과 2~3년전만 해도 20~30% 정도에 불과했던 사내하청노동자의 비율은 울산의 경우 2001년에 이르러 현대미포조선 60%, 현대중공업 40%, 현대자동차 25% 효성 60% 등으로 공장 내 반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그 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주요 대공장 사업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은 역전될 전망이다. 늘어난 사내하청노동자들은 그동안 우리 노동운동의 주력이었던 대공장 노동운동을 크게 약화시키고 있다. 한 사업장 임금의 평균치는 뚝 떨어졌고, 노동조건은 전체적으로 추락했다. 사내하청노동자의 불안정한 고용은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불러오고 있다.
노조조직력이 떨어지는 것과 비례해서 현장의 일상활동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자본에 맞설 수 있는 힘의 원천인 노동자의 단결은 자본이 갈라놓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임금비용을 절반으로 줄여서 이윤을 뽑아대면서도 물량 수급에 따라 필요인원을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하고, 저항권과 단결권마저 원천봉쇄하면서 사내하청 고용의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자본가에게 원하는 만큼의 착취의 자유가 쥐어지고 성공적인 노무관리는 널리 전파된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자본가들은 필사의 노력으로 직영의 하청화와 사내하청, 비정규직고용의 확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사내하청을 대거 투입하면서 자본가들이 노리는 것은 다름 아닌 노동자의 분열이고 단결의 파괴이다. 임금, 노동조건, 고용, 건강 등 노동자 생존을 둘러싼 조건을 사이에 두고 노동자 사이에 분열과 이기주의를 조장한다. 자본가가 내놓은 줄어든 파이를 두고 누가 좀더 가져갈 것인가를 두고 경쟁시킨다. 자본가들의 이런 공격에 맞서 더 많은 파이를 내놓으라고 정면돌파 하지 못한 결과 민감한 고용문제 등이 발생할 경우 정규직노동자를 살리는 대신 사내하청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져 왔다.
그러나 이 때문에 사내하청노동자들은 극심한 생존권적 곤란에 빠졌다. 급증하는 사내하청 고용과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분노가 조직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제조업에서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하나씩 둘씩 결성되기 시작했다. 사내하청노동조합은 정규직 노동조합이 사내하청노동자를 끌어안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 2년여간 제조업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투쟁경험이 선택한 결론이다.
그러나 제조업에서 사내하청노동자로 대표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과 투쟁, 승리는 아직 저만치 멀리 떨어져있다. 대부분의 사내하청노동조합이 조직화에 실패하면서 스스로 생명을 다했다. ‘비정규직 고용과 고용유연화’를 자신의 살 길로 정한 자본가들에게 집중 탄압을 당해야 했고, 업체계약 해지 등으로 전원 해고자 신분이 되어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해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사활을 걸어도 쉽지 않았던 싸움들이 노조운동 전체의 관심과 연대로부터 소외되면서, 노동자 단결의 파괴에 질식당해왔다. 사내하청 노조로는 처음으로 대중적 조직화에 성공했던 캐리어 사내하청 노조 마저도 자본에 굴종한 캐리어 이현석 집행부의 조합주의에 의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제는 이미 현장의 주요 관심사가 되어버린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이 우리 노조운동을 새롭게 일굴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일상적인 임금, 단체협상은 물론이요 노조의 전면파업의 열기 속에서조차 배제받는 대공장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있는 한 대공장 노동운동이 자기 기능을 되찾고 현장권력을 복원하기란 먼 일이다. 구조조정, 노동유연화라는 이름 앞에 비정규직 양산에 대해서는 누구나가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 기존 정규직공정의 하청이관, 최근 2~3년새 두 세배 가까이 뛰어오른 공장 내 비정규직의 비율, 급증한 비정규직으로 인한 노동강도의 강화, 현장권력의 약화 등으로 이제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파업의 생산중단 효과마저 무력화시키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을 그대로 둘 것인가? 하도급 철폐, 정규직화 쟁취투쟁은 이제 빼앗긴 현장조직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물론이요, 그 투쟁의 실행과정에서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되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사내하청노동자투쟁을 조직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면 반드시 최근 몇 년간 약화된 대공장 투쟁을 불붙일 주요한 매개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4. 사내하청노동자투쟁은 조합주의 질병을 치료하는 투쟁이다
지난 5월 1일,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깃발이 핏빛 절규 속에 무너져 내렸다. 캐리어 사내하청 노조 점거농성장 침탈! 우리 운동이 안고 있는 문제를 충격적인 형태로 보여준 캐리어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교훈으로 얻을 것인가?
현장조직력이 살아있고 ‘40시간 노동제’ 조항 등 유리한 단협을 맺을 정도로 노조가 힘이 있는 사업장, 캐리어에서 지난 2월 18일 사내하청 노조가 결성되었을 때 우리 모두는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새로운 전환으로 여기고 일제히 환호했다. 그러나 정규직 노조 이현석 집행부는 이러한 대중적 열망을 외면하고 사내하청 노조를 파괴하는 구사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사건은 그동안 우리 노동조합운동에 뿌리를 내려온 ‘조합주의’ 질병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극단적인 형태로 보여주었다.
87년 들불처럼 일어났던 민주노조 건설 시기에 ‘하도급 철폐, 하청의 직영화’를 내걸고 하청노동자들을 투쟁 대열로 합류시켰던 현대중공업에서 2001년 오늘 파업파괴자, 사내하청 노조 파괴의 주범이 된 캐리어에 이르기까지 우리 운동의 변질과 오욕의 역사는 우리로 하여금, 심각한 위기감을 갖도록 만든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것이 단지 캐리어(원청) 노조 지도부가 특히 반노동자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현재 대부분의 노조운동이 똑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원의 정서를 이유로 계약직 노동자의 연대집회 참가마저 거부했던 한국통신 노조 이동걸 집행부, 하청투입에 대해 공공연하게 ‘조합원 고용안정의 방패막이, 완충장치’라고 주장했던 현대자동차 정갑득 집행부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대부분 민주노조 사업장에서조차 이런 문제들은 암암리에 숨겨져 있다.
울산에서 97년 고용안정협약서를 맺었던 현대정공은 ‘불가피한 인원정리시 하청을 우선 정리해고한다’는 조항을 삽입한 적이 있다. 이것은 98년 현대자동차에서 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8천명 희망퇴직, 2천명 무급휴가, 277명 정리해고를 하기 전에 97년 11월부터 98년 2월 사이에 7000여명의 하청인원을 먼저 정리해고했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87년 직영, 하청의 계급적 단결을 실현했던 현중 노조조차도 지금은 2천년 단협에 ‘불가피한 인원 정리시 해당 직종에 대해 사내외 외주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신설하여 하청 우선 정리해고를 명문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리해고가 발생할 경우 하청노동자의 목을 먼저 친다’는 조항을 그대로 두고서는 어느 사업장이든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외치는 ‘비정규직 철폐-하청의 직영화’ 요구가 관철될 리는 만무하다. 당장 정규직 노조가 그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캐리어처럼 방해하는 일들이 다시 반복될지도 모를 일이다. 정규직 노조의 고용안정협약서가 곧 하청, 비정규직의 정리해고통보서가 되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 운동의 미래는 없다. 만약 우리가 이것에 전향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느 순간 노동조합운동이 아니라, 특정집단의 이기주의운동으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청을 인정하는 한에서는 ‘신규채용시 기존 하청 우선채용’, ‘불법을 저지른 하청업체에 대한 삼진아웃제’ 등과 같은 유리한 단협상의 조항들조차도 이중 착취구조를 고착화시킬 우려가 크다. 특히 대부분의 단사에서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기존의 정규직 공정마저 하청으로 투입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실정에서는 실효 없는 구색 맞추기, 생색내기에 그칠 수도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는 모순되는 단협의 조항들은 결국 우리 운동의 계급성을 비추는 거울이다. 조합주의가 발호하고 있는 한에서는 최근 사내하청, 비정규직 투쟁들을 두고 깊숙히 뿌리 내리고 있는 패배주의 또한 극복할 수 없다.


5. 대공장에서 사내하청노조라는 선택
노조 결성은 단지 대중을 투쟁으로 조직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사내하청 노조는 ‘비정규직 철폐’라는 목적을 갖는 한시적인 투쟁조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자신의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존재 자체를 끝장냈을 때, 비로서 상식적인 노동자의 권리마저 누릴 수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 철폐’를 내걸지 않는 비정규직 노조란 존재 의미가 없다.
그런데 ‘정규직화 쟁취’를 위해서 왜 사내하청 노조가 필요한가? 대공장에서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정규직 노조(또는 산별노조의 단위사업장 분회)로 사내하청을 포괄하는 것이다.
물론 규약상의 ‘가입권 보장’은 그 자체로는 문제의 1%도 풀지 못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정규직 노조가 받든, 산별노조가 받는 ‘누가 과연 가입할 것인가?’를 보자. 우리가 노조를 목적이 아니라 요구 쟁취를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처럼, 사내하청노동자들 또한 ‘조합원 신분’ 자체에 감지덕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사내하청노동자들에게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실 자체가 해고사유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승리에 대한 확신이 없는 한 사내하청에게 조합가입은 당장 자기 무덤을 파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가장 큰 문제는 민주노총, 산별연맹, 단사 정규직 노조의 주류가 ‘하도급철폐, 하청의 직영화’를 즉각적인 요구로 내거는데 엄청난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가입권을 주겠다는 당사자들이 ‘여건이 성숙하기 전까지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정규직, 비정규직간의 차별철폐로 제한하자’면서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놓고 있는 판에 하청노동자로 하여금 굳이 ‘모든 걸 걸고 노동조합에 가입해야겠다,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하청신세를 끝장낼 수 있겠구나’하는 가입에 대한 동인이 생기겠는가?
이처럼 대부분 정규직 노조의 하청문제에 대한 접근은 많은 한계와 잘못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 또는 정규직 노조는 하청문제에 대해 ‘임단협 때 하청의 이러저러한 처우개선’의 문제나, ‘임단협 때 임금 몇 프로 인상, 단협상의 어느 부분 적용’ 문제로 다가가고 있는데, 이는 하청노동자들을 투쟁으로 조직하는 대신, 그들을 관객으로 전락시키고 불쌍한 놈 도와주자는 식의 시혜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투쟁대리주의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투쟁주체로 만들지 못할 것이며, 그토록 많이 투쟁회피의 근거로 이야기해왔던 ‘(정규직) 조합원의 정서’를 조금도 바꿀 수 없을뿐더러 정규직, 비정규직의 단결투쟁을 요원한 일로 만들게 된다.
만약 정규직 노조가 규약을 바꾸고 사내하청, 임시직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내걸고 투쟁한다면? 물론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이랜드처럼, 한국우주항공 노조처럼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대부분의 정규직 노조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커녕 사내하청을 자신의 조합원으로 받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거나 꺼리고 있다는 데 있다.
결국 사내하청 노조가 과도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첫째, 지금껏 정규직 노조가 사내하청노동자에게 문호를 개방해주지 않고 있다는 점. 둘째, 산별노조로 전환하고 사내하청 또는 비정규직 분회를 설립하더라도 ‘비정규직 철폐’투쟁으로 매개되지 않는 한 가입할 하청노동자는 없다는 사실이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당장의 절박한 생존권적 요구들은 노조 결성이라는 선택을 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내하청 노조는 이런 조건에서 하청노동자들이 현장의 대중투쟁을 불붙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되었다. 수많은 실패를 겪고 나서 초기 캐리어는 그런 실례를 입증해 보였다.
대부분의 노조 혹은 활동가들은 비정규직 철폐의 대의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막상 자기 사업장의 문제로 닥치면 고민거리가 된다. 특히 ‘하청투입 반대, 하청이관 반대’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인 ‘정규직화’ 요구로까지 나가는 데에는 한계에 부딪힌다.
또한 대부분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다 보니, ‘제조업 사내하청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인식 아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접 사내하청 노조를 결성하고 정규직화 요구를 내거는 대신에,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철폐와 처우개선, 법제도 개선투쟁과 산별교섭 등 우회할 수 있는 방법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물론 ‘노동조합 건설을 시도하더라도 극심한 고용불안과 짧은 고용기간, 고용관계의 이중적 형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의 부정 등으로 인해 사실상 단결권이 원천봉쇄되어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차원의 법․제도 개선투쟁도 필요한 일이다. 심동진(민주노총 조직2부장), 「민주노총 2000년 비정규직 투쟁평가 및 과제」.
하지만 비정규직 철폐를 향한 현장투쟁으로부터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법․제도 개선 투쟁은 국회 입법청원운동을 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실제 그렇게 바뀐 법․제도조차도 현장에서 사문화될 것은 분명하다.
민주노총은 구조조정 분쇄, 정리해고 철폐와 함께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요구’를 내결고 있다. 또한 산별노조를 건설해서 조합원 가입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금처럼 실제 단위사업장에서 ‘하청 우선 정리해고’ 조항 등을 비롯하여 정규직, 비정규직의 단결을 가로막는 단협 상의 장치 등을 철폐하지 않는 한 산별노조에 가입할 비정규직 노동자는 없을 것이다.
우리 운동이 안고 있는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고쳐나가지 않는다면, ‘산별교섭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등 격차를 좁혀나간다’는 계획 또한 환상으로 그칠 것이다. 산별교섭에서는 정규직,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정규직의 임금은 덜 올리고 비정규직은 많이 올리는 방식으로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는 정규직의 동의를 이끌기도 힘들뿐더러, 비정규직의 동참을 유도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더구나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추세를 뒤따라가기에도 벅찰 것이고, 무엇보다도 우리 운동이 안고 있는 비정규직 배제 경향을 극복하고 치료하는데 실패할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대신, 사내하청노동자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 운동의 역량으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며 우리 운동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반드시 극복해야만 한다. 사내하청노동자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조합원의 정서’를 이야기한다. ‘조합원의 정서가 하청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조합원의 정서를 이끌고 주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만약 자본의 논리에 고개 숙인 조합원의 정서가 있다면 그것을 바꾸고 노동자 정신으로 높여내는 것이 필요한 조치이다. 올해 이랜드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걸고 장기 파업을 벌이면서 사내하청, 계약직의 정규직화를 쟁취한 것이나 지난해 대우조선 현장조직 현민추가 부당하게 해고된 2명의 사내하청노동자의 투쟁에 연대하면서 조합원의 지지를 얻고 노조 집행부에 당선된 것은 조합원의 정서는 노동자 대의에 충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설사 지금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맥락에서 울산의 효성노조가 2001년 임단협에서 ‘하청노동자의 정규직화’요구를 내걸고 완강하게 파업투쟁을 하고 있는 것은 매우 희망적인 일이다. 한/노/정/연

2001-06-07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0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