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노정연 > 현장에서 미래를 > 글읽기 ]

민주노총 원년,민주노조운동의 과제 신년 특별 대담

현장에서 미래를  제6호
권영길,김형태

신 년 ◦◦ 대 담

민주노총 원년,
민주노조운동의 과제
- 신년 특별 대담 : 권영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


이 글은 지난 12월 16일 김형태 변호사가 서울구치소에서 권영길 민주노총 위원장과 대담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김형태 변호사는 노동운동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계신 분으로 이번에 권영길 민주노총위원장의 담당 변호인으로 선임되어 활동하고 계신 분이다.
어려운 조건에서 대담에 응해주신 권영길 민주노총위원장께 감사드린다.

일시 : 1995년 12월 16일(토) 오전 10시
장소 : 서울구치소 변호인 접견실
대담 : 권영길 민주노총위원장
김형태 변호사 (연구소 운영위원)
정리 : 편집부

김형태

민주노총이 이제 막 건설되고 민주노총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때에 제3자 개입을 이유로 구속되셨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도부 구속이 민주노총으로 결집하고 있는 민주노조운동의 큰 흐름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위원장님 구속 등 최근에 보여지는 정권의 공세에 대해 그 특징과 방향, 그리고 우리의 대응기조를 말씀해 주십시오.

권영길
정권과 자본의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은 전체적으로 항상 변함이 없으리라 봅니다. 저 개인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여러 검사들이 8년 전부터 권영길이라는 이름을 하도 많이 들어 귀에 못이 박힌 정도라며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한번 보러 왔다는 사람들까지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88년무렵부터 벌써 노리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실제로 6공 때 해마다 여러 차례 저의 구속을 검토했으나 너무 부담스러워 구속을 포기했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영삼 정권은 가차없이 저를 구속해버린 것이죠.
현 김영삼 정권의 공세는 첫째로, 여론에 민감한 즉 여론을 반영하는 정치를 하는 것 같으면서 어떤 때는 특히 노동운동이나 민족민주운동에 대해서는 여론을 무시하는 이율배반적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둘째로, 김대통령은 유아독존적인 권위주의에 젖어 권위에 도전하거나 손상을 주는 행위에 대해 철저한 응징을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저의 경우 사전구속영장 발부를 촉진시킨 것은 지난 해 종로에서 열린 집회 연설과 11월 12일 여의도에서 열린 노동자대회에서 했던 연설이 검거총동원령을 내리게 한 자극제라는 이야기를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김영삼 정권은 강한 것 같으면서도 내용으로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과거청산’을 한다면서 벌이고 있는 작태에서 이러한 면이 여실히 드러나지 않습니까. 실제로 보수진영의 공세에 밀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김영삼 정권은 처해 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공격의 화살을 노동자들, 즉 민주노총과 민민진영에 돌리는 것입니다. 보수진영을 달래면서 주적을 깨뜨리는 두가지 효과를 노린 방책이죠.
그러면서 안보 카드와 대북 카드도 적절히 활용하고 정치적인 긴장감을 계속 만들 것입니다. 민주노조진영은 이러한 면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될 것 같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김영삼 정권이 앞으로 적극 활용할 검찰, 제도언론에 효과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입니다. 과거청산이 이뤄져야 할 분야는 바로 검찰과 언론계입니다. 이를 공격의 무기로 삼아야 합니다.


김형태
96년 민주노총의 사업기조와 가장 힘을 쏟아야 할 민주노총의 사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권영길
한국 경제발전 과정에서 항상 등장하는 문제가 성장과 안정기조를 함께 운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는데 이 점을 민주노총의 사업기조에 적용했으면 합니다. 다시 말하면, 민주노총은 조직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규모가 큰 사업들을 활발하게 해야 하는 면과 조직의 내실을 다져야 하는 면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적절히 맞추느냐가 중요합니다.
사업계획의 수립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조급하고 성급한 생각을 버리고 현재의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하여 균형감각이 있도록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적 위상을 확립하는 정책개발에 치중해야겠습니다.
사업은 임․단투 등 노동자의 삶에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부분과 사회개혁 등 간접 부분에 관계되는 것으로 이원화 체제를 확립해야할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사업내용에 관해서는 96년 2월 대의원대회에서 확정할 것이며, 지금 집행부에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원장 입장에서는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난 정경유착 문제를 내년의 중심사업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이 투쟁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으며 노동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김형태
민주노총 건설은 사실상 총노동의 결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어제와 질적으로 다른 내용을 준비해야 합니다. 96년 민주노총의 투쟁 전망, 예상되는 자본과 대립 지점, 그 대응 방향을 간략히 말씀해 주십시오.

권영길
민주노총은 아직 그 토대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기초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도 기초공사에 치중될 것입니다. 즉 민주노총 건설과 각종 투쟁이 병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투쟁 전망은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김영삼 정권은 노동자 문제를 버린 카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선거 때에 표로도 도움될 것이 없고 보수진영을 안기 위해서도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강력한 탄압책을 쓸 것이라는 겁니다.
총선 국면과 그에 뒤이은 대선 국면이 투쟁에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총선의 결과가 어떻든 대선이 있기 때문에 정권의 민주노총에 대한 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총선과 대선 국면을 잘 활용하면서 투쟁을 수세에서 공세로, 소극적 사고에서 적극적 사고로 전환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상․하반기로 나눠 투쟁을 선도해야겠다는 겁니다. 상반기는 임․단투, 하반기는 사회개혁과 노동법 개정투쟁 등으로 말입니다. 노동법 개정은 2년 안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정권은 지금 궁지로 몰리고 있습니다. 전면전과 게릴라전도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기동타격대도 꼭 있어야 겠습니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지도부 구속에 대한 문제입니다. 지도부가 구속되면 즉각적으로 투쟁을 개시하기 위해 단위별 사전 결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번 추진해 볼까 합니다.


김형태
금속과 공공부문의 조직은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면서 민주노조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조직의 단결과 확대, 정책 지원의 강화 등 많은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제기되는 과제와 그 해결 방안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 지 말씀해 주십시오.

권영길
금속과 공공부문이 우리 노동조합운동에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저는 특히 민주노총 위원장의 입장에서 전체 상황을 놓고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민주노총의 총체적 구조와 활동 영역, 방향에서 종합적으로 다루지 않고 금속과 공공부문을 한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봅니다. 잘못해서 자칫 헤게모니 쟁탈로 비치면 큰 문제를 야기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 민주노총 안에서 보다 밖에서 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데 절대 대립적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겁니다.
정책지원 등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할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도력이 수용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못하면 어떤 문제도 풀리지 않을 뿐더러 민주노총의 앞날이 순탄치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동지애로, 또한 민주노총에 대한 뜨거운 애정으로 별 어려움 없이 풀릴겁니다.


김형태
최근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지역노조연대회의」에서 4인 이하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과 산재보상법을 적용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1,200만 노동자 가운데 조직 노동자가 170만에 불과한 현실에서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 문제는 매우 끈질기게 매달려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제는 단지 그들만의 과제가 아니라 대공장 노동자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민주노총 시대에 이 사업이 갖는 의미와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권영길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문제는 민주노총이 안아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어떻게 보면 민주노총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시급히 발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중요한 사항입니다.
우선 실태를 파악하고 지역이나 집단별로 접근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는 노동자나 사용자 모두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민주노총은 이를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과 대화를 하는 데 인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이 내걸고 있는 재벌의 독점경쟁구조 개편운동과 투쟁은 바로 중소기업을 위한 것도 되기 때문에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는 법적․제도적 근거가 마련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절대적으로 요청됩니다. 이는 한국노동조합운동의 성패가 걸린 문제이므로 제도언론 등을 통한 홍보작업을 활발히 펴면서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나가겠습니다.


김형태
96년은 사실상 ‘민주노총 원년’ 입니다. 90년 1월 22일 전노협과 민자당이 함께 탄생했고, 민주노총 원년인 96년 상반기에도 5.18 특별법 제정과 이후의 방향을 놓고 제도 정치권 내부의 갈등과 변화가 예상됩니다.
현 정국의 본질과 특징, 이후 전망에 대해 윤곽을 잡아본다면, 그리고 민주노총 시대에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어떠한 내용과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권영길
현 정국은 어떻든 김영삼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의 주도는 현실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이뤄지는 데 결과적으로 앞으로 한국의 정치 및 사회현상에 매우 중요한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현 시기가 보수체제를 정비하고 강화하는 시기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겉으로 현 상황은 보수진영의 내분으로 비쳐집니다.
그러나 이 내분이 보수체제를 정비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갈등기가 지나면 보수진영의 힘이 엄청나게 막강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민주노총, 즉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운동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는 민주노총의 두 날개 가운데 하나입니다. 정치세력화 투쟁이 없는 민주노총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할 의의도 없습니다. 정치세력화란 결국 보수세력 대 진보세력의 대립관계를 형성하는 겁니다. 물론 진보세력에 대한 개념 정의가 필요하겠지만 저는 우선 총제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으로서 진보세력으로 쓰고 있습니다.
진보세력의 정치적 입지 마련을 위한 방법은 단기적인 면과 중․장기적인 면에서 다를 것입니다.단기적인 것은 당면의 현실 문제와 연관되는 것으로 총선과 대선 대응도 그 하나가 되겠습니다. 저는 총선을 적극 활용하고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구체적 사항은 다음 기회에 밝히겠습니다. 중․장기적인 면에서는 노동자 전체의 정치의식 고양이 제일 중요하며, 저는 이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김형태
국제연대 문제가 새롭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제 노동운동진영의 깊은 관심 속에 민주노총은 출범하였고, 국제자유노련 가입을 포함하여 국제연대 사업이 ‘일상사업’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국제연대 사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전망을 말씀해 주십시오.

권영길
국제연대 또한 매우 중요한 사항인 데 지금까지는 국제연대 사업이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민주노조진영 뿐만 아니라 우리 민민진영은 국제사업을 소홀히 하거나 대단치 않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국제사업을 가장 잘 이해하고 펴나가는 사람은 김대중씨라고 봅니다. 오늘날 그가 현재의 지위에 이른 데에는 국제관계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민주노총은 국제연대활동을 새롭게 접근할 것이고, 국제노동운동에서 한국의 민주노총이 중심을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 분야에는 저 나름대로 세부적인 계획이 있습니다만 발표는 다음으로 미뤄야겠습니다.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하면서 양해를 구합니다.


김형태
마지막으로 96년을 맞이하면서 소감과 결의를 말씀해 주십시오.

권영길
96년은 감옥에서 맞이 할 수밖에 없겠죠. 어쩌면 한 해를 통째로 보내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노총 초대위원장으로 조직이 정비되기도 전에 갇히게 됐다는 건 조합원들에게 정말 미안한 일입니다. 저 자신 굉장히 당황하면서 울화통을 참느라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전화위복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온갖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끊임없는 애정과 격려를 기대합니다. 감옥 안에서도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한/노/정/연

1995-12-2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