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임덕’과 조기 ‘집권 증후군’ |
현장에서 미래를 제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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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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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과 조기 ‘집권 증후군’
송 태 수
연구위원
근래 심심찮게 들리는 단어 중 하나가 ‘레임덕’,
권력누수현상이다. 그러더니 마침내는 「‘집권
증후군’에 빠진 한나라당」이라는 기사의
제목(ꡔ시사저널ꡕ 609호)도 눈에 띌 정도이니 현
상태를 보면 한 정권의 정치란 길어봐야 3년여에 불과할 것
같다. 그런데 그것도 새로운 정권의 초창기 적응기간 등을
제외하면 2년 반여의 기간이나 가능할까 말까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그 기간 중 국회의원선거 혹은
지방자치단체장선거 등이 끼어있어 선거에서의 득표를 위한
정치행위만 판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의민주제 하에서
이른바 ‘정치적’ 합리성이란 ‘경제적’ 합리성에 질곡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신정치경제이론’의 주장이 타당성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신정치경제이론’에 따르면 정치적 합리성이란 정치인 집단
혹은 정당의 주장이나 정책적 요구에서 작동하는 합리성의
기준은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위한 것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매번
반복되는 선거라는 짧은 기간 내에 가시적으로 평가되어야 하는
이유로 인해 이러한 정치적 합리성은 단기성이라는 기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는 주장에 근거하는 신정치경제이론에 따르면,
‘정치적’ 합리성은 시장의 작동원리에 충실한 ‘경제적’
합리성에 종속되어야 하며 정치는 가능한 경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주류경제이론에서
규제완화의 한 근거로 작동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세간의 정치판을 보고 있자면 그럴 듯하게 들리기도 할
정도이다. 최근 제도정치권의 양태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위에 언급한 「‘집권 증후군’에 빠진 한나라당」
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12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한
의원이 장관들까지 소관 상임위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자는
파격적인 인사청문회법 초안을 발표하자 다른 의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 흥미로운 것은 제동을 거는
이유다. 즉 “대통령의 인사권을 너무 제약하면 나중에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근거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은 대여 공세에서도
“차기정권에 부담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해서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일례로 한나라당이 ‘재정3법’ 제정을
추진하는 이유도 현재처럼 국가채무가 늘어날 경우 2003년
이후에 나타날 차기 정권이 감당해야 할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무엇을 위한 어떤 부분에서의 지출삭감 혹은 증액 등의 이른바
정강정책에 따른 조세정책적 원칙과 정신은 이들의 주장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현행의 국가채무를 통한
구조조정정책 결과 사회적으로 부가 어떤 식으로 재분배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는가 등의 고민은 드러나지 않고, 단지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 정권이 감당할 부담이 될 국가채무를
줄이자는 것이 최상의 목적인 것이다.
지난 5월 31일 이회창 총재는 총재선출 1주년을 기념해 한나라당
출입기자들과 만찬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촌극이 벌어졌다고
한다. 한 출입기자가 이총재를 등에 업는가하면 배석했던
당직자들이 ‘이회창 대통령’을 연호하였다고 한다. 재계의
이총재에게의 줄서기․줄대기도 확인되는가 하면 이총재의
‘말발’도 먹혀들어간다고 한다. 일례로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 도입 반대 서명운동 계획을 이총재가 반대하자
곧바로 취소됐다고 한다. 한 재벌기업은 이총재 측에
“비공식으로 정치자금을 전달하려고 타진했다가 이총재가
거부해 무산”됐다고 한다.
상황은 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에 대한
“충성 경쟁과 ‘심기 경호’가 도를 넘고 있”으며 이총재의
부인 한희옥 여사의 ‘안방 정치’가 벌써 입방아에 오르고
있단다. 그 결과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사석에서 최근
의원 부인들은 물론 의원들까지 한 여사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나도 줄을 서야 하나’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대선을 1년 반 앞둔 현 시점에서 현재 우리나라 정치에서
정책대결은 사라진지 오래고 오로지 집권을 위한 정치
쇼(show)만 지배적인 상태이다. 그 결과 국민의 ‘정치혐오’는
더 깊어져만 가고 있다. 이른바 정권 말 권력누수현상, 레임덕
현상이 우리나라에만 특수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어떤
여타의 선거를 통한 집권정당의 교체가 이루어지는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본적으로 정치에서의 레임덕 현상은 그
이면에 당연히 현 정권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를 멀찍이 앞둔 현 시점에서 ‘레임덕’
현상이 언론지상에 자주 언급되는 것에서 우리는 현 정권에 대한
일반적 불만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현 DJ
정권에 들어서는 이전 정권들에 비해 너무 빠른 시점에
돌출적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동시에 각
정당에게서는 정책에 대한 구체 논의를 중심으로 한
정치행위보다는 정치인들의 ‘꼼수’ 정치나 ‘뒷거래’ 정치의
만연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연출은 여러 요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차별적
정책을 중심으로 한 정당활동에 의한 정치문화가 부재한 상황,
이로부터 특정 소수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과 이들 특정 소수
언론집단 사이에 주고받는 거래관계가 형성되어질 수 있는 상황,
그리고 소수 언론이 뉴스를 생성시켜 그 가치를 조작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고 그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상황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변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레임덕 현상의 시기와 강도는 이러한 권력집단의 이해관계
형성구도에 따라 각이하게 나타난다.
특히 우리의 경우 소수 언론이 대중여론을 주도해가고
‘제4권력’으로 특정 소수집단의 이익을 관철시키고 있는데서
그 심각성이 더해진다. 즉 최근에 언론에 의해 부각되는 레임덕
현상은 정권으로부터 소외된 특정 기득권집단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조장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11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민주당의 ‘워크숍 발언록’은 그 한 예다.
언론사 세무조사가 조․중․동이라는 특정 언론사의
문제를 집중하고 있던 상황에서 여권 최고위원의 민감한 사안에
대한 회의록이 민주당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조선일보에
유출되어 보도됐다. 이는 당내 최고위원과 청와대 몇몇
관련자만이 열람할 수 있는 문건이란 점을 고려할 때, 그 뒤에
숨어있는 소수 정치인과 특정 언론사간의 뒷거래를 쉽게 알 수
있다. 특정 언론사 혹은 언론 집단과 패거리․꼼수
정치에만 능한 특정 정치인들 사이의 뒷거래를 통해 뉴스가치를
지닌 정보가 어떤 식으로 흐르고 있는지의 문제가 다시금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 상태는 우리나라 특유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국민대중에게 비춰지는 정치는 대중 스스로를
참여자로서가 아니라 자신 앞에 놓인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특정
소수 쇼맨의 한바탕 열연에 지나지 않고, 대중의 정치적
무력감과 정치혐오를 강화시키고 탈정치화를 가속화하는 것이다.
이들이 펼치는 정치쇼는 개인이 채널을 바꿔가며 선택적으로
보고 즐기거나 보기 싫으면 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TV를 켤
때마다 보아야 하고, 들척이는 대부분 신문지상의 1면
머릿기사를 장식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민주당 워크숍 발언록’ 기사에 따르면
토론에서는 “대통령 임기가 19개월 남았지만 YS 10개월 전보다
상황이 심각”하여, “현 상황은 고립 구도로, 정국운영 전반의
기조변화가 요구된다”는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최악으로 낮아져 있는 상태에서 야당의 이회창 총재는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반면, 여당의 대권을 위한 주자들은 서로
자신의 개인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이슈들을 개발하거나 이를
통해 언론의 주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뉴스거리 만들기에만
주력하고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극단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경쟁은 구체적인 정책적 입장의 제시와 이를 통한
정치행위보다는 언론과의 야합이나 단순한 언론플레이가 현재
제도정치권의 정치행위 전반을 이루고 있다 하겠다.
그런가 하면 레임덕 현상은 특정 정치인집단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한 정치제도 개혁의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레임덕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5년단임제를 4년중임
대통령제 혹은 내각제로 바꿔야 한다는 등의 논의가 있다.
그러더니 엊그제는 벌써 3당연합 단일후보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강․정책 없는 정당정치는 향후 전개될
끝없는 이합집산 과정을 너무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YS 정권에서 10개월여를 앞둔 시점에서 불거진 레임덕 담론이 DJ
정권 들어서는 이미 권력의 중반기에 벌써 불거져 나오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레임덕 현상은 권력에서 배제된 특정집단의 정권
흔들기 구도가 작동하고 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레임덕
현상이 불거져 나오는 시점은 권력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 힘든 개개인의 소극적 저항이 확인되는 것으로 이해될
때, 최근 담론으로 형성되는 레임덕 현상은 우려를 자아낼
만하다.
정책정당의 부재와 정당정치의 부재, 소수에로의 권력의 집중,
특정 집단에 의한 권력독점 장기화의 역사, 대중적
정치․사회 참여 제한, 정보․뉴스의
생산․흐름의 제약 등이야말로 대중적 정치혐오 강화와
탈정치화를 가속화하는 주요인으로, 이는 결국 권력기반 자체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자칫 폭력적 물리력에
의해서만 담보되는 권력, 현재보다 더 소수에 의해서 독점되는
권력으로 귀결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정치적 합리성, 대중적
정치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적 합리성 강화에 의해
극복되어야 할 문제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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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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