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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적 계급정치와 작업장 지배체제

현장에서 미래를  제69호
신병현

신자유주의적 계급정치와 작업장 지배체제

권두언




신 병 현
연구위원, 교육위원장





유난히도 답답하고 기분 나쁘게 더운 여름이다. 요즘 들어 점점 더 날씨가 요상하게 변하는 듯 하다. 사실 날씨만 그런게 아니고 세상 모두가 요상하게 돌아간다. 날로 심화되고 있는 세계경제위기의 속에서 각 나라들마다 요상한 몸부림을 치고 있고, 정치권이나 언론계, 학계를 포함한 지식인 집단들 역시 함부로 요사스러운 혀를 놀리고 있지 않는가?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형성해 온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전선에 대응하는 저들의 정치는 실로 비합리적인 그 가공함에 공포를 자아내도록 하며 다양하기 짝이 없는 외양을 가지면서도 노동계급에 대해 반대하는 데에서 일치 단결된 모습을 보이는 파시즘적 계급정치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전두환 군사 파시즘의 그 무지막지한 폭력성과 비합리성이 좀 더 세련된 형태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1. 비합리주의와 코미디 정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맞서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은 요즘 신문 볼 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 전에도 그래왔지만, 매스컴이 하는 짓거리가 요즘처럼 요사스러운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에 관한 연일 벌어지는 투쟁보도보다는 보수정치꾼들의 이전투구와 항상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업 및 정부 광고로 도배하는 모습이 실로 가관이 아니다. 또한 민족통일이니, 생산적 복지니, 신지식인이니 헛되고 사사(邪邪)로운 구호들을 동원하면서 민중 생존권을 탄압해 왔던 김대중 정권을 오히려 “사회주의적”이니, “진보적”이니 하면서 공세를 퍼붓는 무지막지한 수구 정상배들과 보수언론의 모습을 보면 어설픈 코미디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인원 감축으로 더욱 강화된 노동강도와 증대된 노동밀도로 인하여 빈발하는 산재사고의 위험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겐 답답하고 심각한 계급정치지형인 것 같다.
코미디는 날카로운 풍자나 웃음을 자아내는 해학을 담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정치, 이데올로기적 상황은 단순한 코미디로 넘길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새로운 제국주의적 세계화에 따라 널뛰기하고 있는 국내 경제상황과 정치, 이데올로기적 지형은 거리를 두고 코미디로서 한편의 희극으로서 웃어넘길 수 없는 절박한 성격을 띠고 있으며, 보다 진전된 실천 이론적, 정치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늘 국가장치와 언론장치를 독점하고 자의적인 연결과 접속을 통해 사리를 추구하는 부르주아적 행태의 ‘불합리한 합리성’에 대해서, 그리고 시장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등을 지식인들의 입을 통해 논리적 외관을 갖춰 선전해대는 부르주아 정치행태를 보고, 한편으론 실소와 다른 한편으론 그 불합리성과 체제 자체에 반대하는 투쟁에 나서왔던 노동자 민중에겐 더욱 비상한 정치지형으로 밖에 여겨질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어떤 논의의 상황에서 웃음으로 대한다는 것은 그 논의의 지형을 아예 부정하거나 전혀 다른 지형 위에서 논의의 요소들을 다시 배치할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논의의 맥락이 전혀 다르면 진지한 요소들이 코미디로 보여질 수 있다. 정신병자들의 감정의 맥락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다른 이들로 하여금 적절한 반응을 곤란하게 만들거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심지어 정서적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정신분열증 부모 아래 자라는 어린아이들이 정신분열증 환자로 될 가능성이 높은 한 가지 이유가 바로 이런 부모의 부적절한 정서적 변화에 있다고 한다. 맥락들 사이의 관계를 인식할 수 있는 상위의 논리나 단서가 적거나 은폐된 경우에 사고에서나 감정에서의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그래서 상위의 판단 논리나 단서를 갖고 맥락을 이해한 이들에게는 우스꽝스런 코미디로 보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말투나 글쓰기 행태가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서 부쩍 증가하고 있다. 비합리주의적 풍조가 신자유주의 하에서 자본과 그 주구들에 의해 실천되고 있으며 조장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들어 신문, 방송 잡지 등 매스컴을 막론하고 심지어는 소위 진보적인 지식인들이라고 하는 이들에게서조차 논의의 특정한 요소들에만 초점을 두거나 부각시킴으로써 전체적인 맥락을 호도하는 글쓰기 행태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레미콘 노동자를 비롯한 주요 투쟁 현장에서의 경찰과 고용 구사대들의 폭력적 대응이나 대우조선 등에서의 조합활동가에 대한 폭력과 위협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한 손에는 시장 전제적인 정리해고 위협과 강압의 철권이, 다른 한 손으론 신자유주의 경제 이데올로기와 연금 등 복지제도의 개편을 통해 노동자 일부층을 대중투기문화로 유혹하고 포섭하는 김대중 정부의 파시즘적 통치행태는 교활하기 짝이 없을 뿐 아니라, 섬뜩한 느낌을 갖게 한다. 신자유주의 공세의 광포함과 유혹적 성격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인식과 철저한 대항적 실천 운동 지형과 이론적 비판 담론지형이 시급하고 강고하게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실천운동에서 그리고 이론영역에서의 혼란과 무기력성이 어느 때 보다도 심각한 지경에 처한 것 같다.

2. 새로운 작업장 지배체제
작업장의 문제는 늘상 그렇듯이 정치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 동안 외환위기와 IMF 관리체제 이후 파시즘적 정치관행으로의 복귀경향과 더불어 우리사회의 작업장 체제들은 급속하게 자본 전제적인 형태로 변모해 갔다. 자본과 매스컴을 비롯한 부르주아 학자 및 일부 진보적이라는 학자나 지식인들조차 ‘오직 최고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의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항상적인 정리해고와 하청, 임시직 등 소위 유연한 노동력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고 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신자유주의 정치, 경제 논리에 다른 작업장 체제는 마치 산업화 초기에나 나타날 수 있는 시장전제주의를 연상시킨다. 이와 더불어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만 복지혜택을 주겠다’는 생산적 복지정책과 복지 감축 정책에서 드러나는 노동규율 이데올로기는 작업장에서 핵심 노동력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부장제나 온정주의적 전제 형태의 자본권력 강화로 연결된다.
작업장에서는 무력화된 현장 장악력과 상징적 대표성만을 갖고 있을 뿐인 노동조합의 지속적인 양보교섭 관행의 정착과 핵심 노동자층의 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진 노조정책은 형식적 산업별 노동조합 체제로의 전환, 경영참가, 초국적 혹은 거대 자본들의 이익선점 투쟁으로 귀결될 뿐인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의 계급특수적 효율성 논리 등등의 잘못 이해되고 기만적인 이슈들에 빠진 채로 자본의 헤게모니적 통제 하에 포섭되어 표류해왔다. 이런 가운데도 자본은 구조조정과 항상적인 정리해고의 위협을 통해 노동자 대중들로 하여금 실업의 공포를 직접,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노동규율 형태를 정착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변화된 작업장 지배체제 하에서 노동자들의 일상적 삶은 어떠한가? 신자유주의적 초과착취 구조 하에서 하루에도 수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철도와 조선업종에서 볼 수 있듯이, 삭감된 인력으로 인한 인원부족, 직장 불안정성과 실업의 공포는 노동밀도와 강도를 강화와 산재 발생확률을 높이고 있다. 하청노동이나 기타 주변적 노동의 경우는 더욱 열악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장 상황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대응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노동조합은 대중동원이나 교섭력에서 취약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작업장 상황은 사실 지금까지 보아 왔듯이, 일부 노동조합 상층과 산별연맹에서 보여준 형식적 조직통합을 통한 산별조합 건설 운동이나 공공부문 투쟁들은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은 외치면서도 사실상 그 계급분할적 논리와 계급타협적인 유혹에 걸려든 행태의 결과들이 아닌가?.
비정규직 투쟁과의 연대 기피를 대중동원의 자기 예언적 논리로 정당화시켜가면서 허울뿐인 ‘노동시장 규제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려는 일부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타협적 성향과 행태는 다가오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에 대한 기대보다는 새로운 작업장 체제의 충실한 안정화 장치로만 기능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할 뿐이다. 서구 직능노조의 전통과는 달리 후진 산업국에서 그리고 신기술 적용을 통한 자본의 노동과정에서의 투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 시기에 숙련 노동자층을 말하긴 곤란할 것이다. 사실상 특정 노동자군의 숙련이란 일차적으로는 생산력의 사회적 발전이 결정한다. 서구 산업화 역사에서도 특정한 사회의 특정한 시기에서의 숙련은 계급타협과 분파주의가 정치적으로 야합한 결과로서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사회적 차별화였을 뿐이다. 숙련형성과 정책형성을 통한 노동시장 규제력 강화론과 이에 기반한 산업별 노동조합론은 사실상 특정한 노동자 분파의 이해타산과 노동귀족이 결합하여 자본과 계급타협을 꾀한 역사적 산물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의심받아 충분하다.
이러한 계급 타협을 시도한 일본이나 독일, 스웨덴은 말할 것도 없고 영국의 경우도 역시 그러한 타협의 귀결은 사회적 황폐화와 사회분열, 그리고 계급운동의 쇠퇴가 아니었던가? 역사적 경험들은 산업별 노동조합을 통한 정책참여는 어른 옷을 입고 있는 어린애처럼 조건과 능력의 미비로 인한 불가능한 일을 허세로서 과장하는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 준다. 그런 과정에서 누가 이득을 취하고 피해를 볼 것인지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자본은 과정 속에서 이득을 취하고 그 옆에서 연명하는 많은 이들은 일상적인 노동력 착취의 대리인으로서 부패한 삶을 영위해 간다.
신자유주의 공세의 또 하나 주요 측면은 작업장 일상 및 노동자 문화형태 변화이다. 이는 공포보다는 일차적으로 유혹의 형태로 다가온다. 사실상 그 결과는 노동자의 지위 불안으로 나타날 뿐이다. 노동과정에서의 소외와 무기력한 노동자 조직 및 연대실천에 대한 기대 상실은 금융자본 지배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일환일 뿐인 새로운 종업원지주제나 연기금 제도 개편을 통한 ‘노동자 자본주의’라는 환상과 투기적 문화에로 유혹한다. 영미권에서의 신자유주의적 투기문화는 주지하다시피 금융제도 개편을 통해 조건을 조성했고, 정부나 매스컴의 ‘기업가 문화’ 전파와 대중교육, 심지어는 학교에서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개인금융 기법 교육을 통해 형성되었다. 금융구조조정과 세제개편, 연기금 개편이 시도되고 있는 우리 사회 역시 이러한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극소수만이 평균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이러한 문화에로의 투신 결과는 자신의 생산 노동 기반인 산업자본을 항상적인 구조조정이나 감량경영을 야기함으로써 취약하게 만드는 동시에 투기 자체로부터 엄청난 개인적 손실을 당하게 된다.
비록 최근 들어 세계 금융시장의 동요로 한풀 꺾였을지라도, 그 동안 컴퓨터 대중교육, 벤처 창업이나 주식투기 열풍에 대한 매스컴의 대중신화 만들기와 대중투기문화(mass investment culture) 조성 시도 역시 사무직이나 생산직 일부 핵심 층의 초과착취 기제로 작용해왔다. 항상적인 감량경영상황 하에서 자구책을 찾으려는 사무직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행동 측면도 있지만, 이것은 스톡옵션제나 연봉제의 자연스러운 도입, 정착과 더불어 장시간의 고 강도 노동을 은폐하고 노동과정에서의 소외와 정치적 무력감을 투기적 관심사로 전위시키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새로운 노동력 관리 유형들은 실업을 담보로 한 새로운 노동자 규율기제인 동시에 보다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자본의 노동시간 기획 및 관리의 가능성을 활용하고 있다. 정보 기술의 확산으로 인한 생산과정의 동기화 가능성 증대와 더불어 재택(在宅) 근무와 같은 원격통제 하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노동 유형의 확산은 기존의 제한된 공간에서 지속되는 단선적인 노동시간 구획과는 상이한 시간 구획들이 현실화하고 있다. 생산 공정의 혼류화, 동기화는 공간상의 제약을 뛰어넘어 보다 추상화되고, 나아가 문화적 관리 기법들을 통해 노동자들의 일상을 주요한 통제영역으로 장악해가고자 한다. 최근 들어 노사정 들러리들과 정부에 의해 졸속으로 준비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과 ‘삶의 질 향상’, 여가 및 문화산업 부양론은 자본과 권력의 노동자들의 일상에 대한 기만적인 통제 기술의 한 예에 불과하다. 전반적인 실천지형과 이론지형에 대한 반성과 검토를 통해 보다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비판을 모색하는 일이 시급한 것 같다. 한/노/정/연

2001-08-1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1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