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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반권력 투쟁을 심화시키자

현장에서 미래를  제70호
오세철

반자본․반권력 투쟁을 심화시키자
권두언




오 세 철
이사, 연세대학교 교수





ꡔ현장에서 미래를ꡕ 6월호 권두언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썼다.

2001년 6월 투쟁은 바로 반자본주의 투쟁, 반제국주의 투쟁, 김대중 정권 퇴진투쟁이 통일적으로 만나는 투쟁이요 그 통일적 만남이 정세적으로 세계, 한반도, 그리고 남한에서 교집되는 마당판 위에서의 투쟁이다. 총체적 정세의 어우러짐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이 남한에서 6월 투쟁을 기점으로 시작되어 전세계의 투쟁과 만나는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세계혁명운동에서의 우리의 위상을 자리매김할 중차대한 기회이다. 신자유주의 분쇄와 김대중 정권 퇴진을 위한 정치총파업투쟁은 6월 투쟁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제 시작이며 지속적 투쟁을 불지필 정세는 주어졌다. 우리에게 얼마나 투쟁을 잘 조직하고, 실행하고, 그 성과를 축적하는가의 문제만 남아있다.

올바른 정세인식과 그에 기초한 투쟁기조, 즉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분쇄와 김대중 정권 퇴진”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일부 민족주의 세력이 정권퇴진투쟁을 좌편향으로 매도하면서 통일전선전략을 주장했고 지금도 그러한 입장에 변함이 없으나 신자유주의 분쇄(자유주의 반대)기조와 자본가계급의 권력에 대한 태도 사이의 자기모순에 빠지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기 때문에 대중적 설득력을 가지기는 어렵다. 따라서 상반기 투쟁평가에 있어서도 투쟁기조를 둘러싼 명분 없는 첨예한 논쟁은 민족주의 세력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극복하고 평가해야 할 지점은 올바른 정세인식과 투쟁기조가 구체적 투쟁으로 실물화되지 않고 지도부의 자진출두로 희석화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몇 가지를 지적해 보자. 첫째로 투쟁기조에 대한 이해와 해석의 불명료함이다. 대중들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를 구조조정의 문제로 협소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구조조정은 정리해고와 등치되고, 이는 일상적인 생존권투쟁으로 받아들여졌다. 대량해고를 당한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조차도 생존을 거는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데 정리해고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 노동자 대중이 해고노동자와의 연대투쟁에 나서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대우자동차라는 핵심적 투쟁사업장을 중심으로 적극적 투쟁을 조직하지 못한 것도 민주노총과 금속연맹 지도부의 소극적 태도에 그 원인이 있기보다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균등한 노동자의 입장과 태도 때문이라고 본다. 항시적 구조조정을 통하여 이윤극대화를 실현하려는 자본의 운동법칙이 전지구적으로 관철되는 21세기 야만의 자본주의인 신자유주의에 대한 근본적 반대와 분쇄를 통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노동계급의 처지에 대하여 노동자 대중은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계급의식으로 무장된 활동가나 선진노동자를 빼놓고는 왜 신자유주의 자체를 분쇄해야 하는지 명료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 퇴진투쟁의 기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불균등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까지 노동계급의 투쟁에서 외쳐대는 자본과 권력에 대한 반대가 구호로서가 아니라 대안권력으로서의 노동자권력의 제시와 형성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보수권력 사이의 선택의 문제로 귀결되는 현상은 노동계급 스스로 정치의 주체로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 퇴진투쟁이 한나라당을 유리하게 한다던지, 아직도 김대중 정권에 자주적 민주정부의 가능성이 있다던지, 아니면 통일을 위하여 김대중 정권과 협력해야 한다던지 하는 견해는 남한의 독자적 노동자권력과 민중권력을 인정하지 않거나 지역정치구도를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에서 비롯된다. 김대중 정권 퇴진투쟁은 이제 비로소 남한의 노동자계급이 정치의 주체로 확고하게 서겠다는 중대한 선언이요, 실천적 정치투쟁임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중앙위원회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분쇄와 김대중 정권 퇴진투쟁을 기조로 삼았을 때 앞에서 말한 노동자대중의 불균등한 인식을 극복할 수 있는 철저한 계획을 가지지 못한 것이 바로 투쟁실패의 첫 번째 요인이다. 이 계획은 민주노총 조합원뿐만 아니라 노동자 대중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정치교육과 선전활동으로 실행되었어야 했다. 정세와 투쟁기조에 관련된 문건이나 집회선전물 등으로 대체될 수 없는 정치투쟁의 일환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민주노총이 지지․지원한다는 민주노동당이 김대중 정권 퇴진투쟁을 결의하지 못한 것에도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
상반기 투쟁실패의 두 번째 요인은 정치총파업으로서의 철저한 투쟁계획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임단투를 활용하는 파업은 엄밀한 의미의 정치총파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첫 번째 실패요인으로 지적된 정치교육이 전제되지 않는 한 현장에서의 동력을 추동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연맹을 매개로 한 총파업 계획이 하향식 지시로 성사될 없을 뿐만 아니라 임단투의 조건이 서로 다른 사업장에서 구체적 협상안이 아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분쇄와 김대중 정권 퇴진을 내세운 정치총파업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노조의 파업철회를 문제삼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물론 현장의 조건이나 정치파업의 어려움이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계급적 입장에 철저하게 복무했던 현대자동차노조의 파업철회는 계급적 노동운동이나 변혁적 정치운동의 입장에서 볼 때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단위사업장과 현장에 갇혀 있는 조합주의적 성향을 한번에 정권퇴진투쟁이라는 정치파업으로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본다. 설사 현대자동차노조가 하루 파업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상반기 총력투쟁을 힘있게 지속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몇 개의 대규모 사업장을 기반으로 하는 총파업 계획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비판받아야 할 지점이다. 여기에는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현장의 불신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민주노총 지도부가 보여주었던 투쟁행태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는 대중의 정서와 지도부의 투쟁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던 정파들도 상반기투쟁 실패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이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상반기 투쟁의 실패요인은 민중연대투쟁전선의 약화에 있다. 상반기 투쟁은 민주노총만의 투쟁은 아니었다. 상설공투체를 지향하는 전국민중연대에 김대중 정권 퇴진투쟁본부를 설치하여 민주노총의 투쟁기조에 맞추어 모든 민중운동세력이 결집된 힘으로 투쟁하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받아안지 않았고, 민족주의세력의 소극적 태도가 결합되면서 정치총파업을 지지연대하는 민중연대투쟁전선은 무력화되었고 비현실적 거점투쟁에 의존하는 전술에 매몰되었으며, 결국 자진출두 형식의 타협으로 마무리되었던 것이다. 종교기관을 투쟁거점으로 선택한 80년대식 운동방식도 문제려니와 종교인의 거중조정을 매개로 한 정권과의 협상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고, 총파업 실패 이후 더욱 급속하게 타협국면으로 전환되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민주노총 사무실을 투쟁거점으로 삼던지 수배를 감수하면서 지도부의 책임을 다했어야 했다. 투쟁의 마무리에서 보여준 지도부는 투쟁기조로 내세웠던 김대중 정권 퇴진투쟁을 스스로 무력화시키고 희화화시키고 말았다.
네 번째로 지적할 것은 자본과 노동의 대립전선을 교란시킨 언론개혁을 둘러싼 전선이었다. 개혁과 수구 또는 민주와 반민주라는 전선으로 노동계급의 투쟁전선을 희석시키려는 시도를 김대중 정권은 도모하였다. 조․중․동에 대한 한겨례의 대당, 언론개혁을 주도하는 김대중 정권과 한나라당을 위시한 세력의 대당으로 여론을 조성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언론에 쏠리게 하여 신자유주의분쇄 투쟁과 김대중 정권과의 투쟁을 부차화시키고 이른바 민주개혁세력을 한편으로 묶는 국면전환을 꾀했으며 대부분의 시민운동세력과 민중운동세력의 다수도 이 전선의 교란에 동참함으로써 언론개혁을 자본과 노동의 대립전선으로 견인하지 못하고 상반기 투쟁의 본질을 흐려놓는 데 활용당하고 말았다.
한나라당 김만제 정책위원장의 사회주의 운운의 발언은 개념 사용의 오류 여부를 떠나 보수와 개혁의 전선을 크게 구분하는데 공헌하였다는 점에서 김대중 정권 쪽에서 보면 다행한 일이었다고 볼 수 있다. 구조조정특별법을 만드는 데는 소매를 걷어 부치고 협력하면서 정치적으로는 보수와 개혁의 적자인 것처럼 호도하는 술수에 기만당하는 것은 노동자 민중일 뿐이다. 이러한 효과는 8․15방북단을 둘러싼 대립으로 재현되고 있다. 북한의 통일전선전략과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의 공조 속에 통일과 반통일 전선으로 구분됨으로써 양진영의 헤게모니를 잡는 것만으로도 김대중 정권과 한나라당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본다. 이는 이적단체로 규정된 범민련이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 그리고 연방제 통일을 강령에서 삭제하는 강령개정을 단행한 것으로도 입증된다.
이러한 전선의 착종 속에서 노동자계급과 민중은 하반기 투쟁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자본과 노동의 계급전선을 교란하는 끊임없는 시도가 이루어질 것이 예상된다. 신자유주의 정권, 자본가계급의 정권으로 그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김대중 정권은 개혁세력의 적자로 복귀하려는 구상 속에 남북화해협력구축(김정일 방남을 포함하여)에 총력을 기울이고, 지자체선거 등으로 시작되는 제도정치권에서의 개혁연대틀을 통한 정치세력 재편을 꾀할 것이며 노동운동의 분할통치를 통한 재편(노사정 위원회에로의 민주노총 견인, 제3노총 건설 유도, 비례대표제를 통한 제도권정치로의 견인 등)을 시도할 것이 예상된다.
노동자계급의 투쟁기조와 목표는 바로 이러한 전선교란을 막아내고 확고하게 자본과 권력에 대한 사상노선을 견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민주노총과 계급운동진영이 내세웠던 상반기 투쟁기조. 즉, 신자유주의반대와 김대중 정권퇴진은 여전히 중심투쟁기조가 되어야 하며 이를 사상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하여 민족주의와 사민주의, 그리고 노사협조주의에 대한 전면적 사상투쟁을 전개하여야 한다. 반제국주의와 반자본주의의 명확한 개념규정과 노동자국제주의의 복원, 민족주의와 개량주의를 넘어선 혁명적 사회주의운동의 복원 등과 관련한 사상이론체계형성과 교육․선전활동의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반자본․반권력 투쟁의 기조확립은 노사정에의 복귀, 노사협조주의, 노동관계법의 개악 등을 저지시키는 핵심적 교두보이다. 투쟁의 핵심축은 비정규직 투쟁이 되어야 한다. 물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하는 대대적 구조조정과 항시적 구조조정이 각 부문에 걸쳐 예상되지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핵심적 본질인 노동유연화가 비정규직의 확대에 있음을 볼 때 비정규직의 조직화를 통한 투쟁, 정규직과의 연대투쟁 등이 앞으로의 계급투쟁에 관건적 동력이 된다. 몇몇 대규모 사업장의 투쟁에만 의존해 왔던 관성을 극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또 한 축의 투쟁은 노동관계법(넓은 의미의)의 개정투쟁과 개악반대투쟁이 될 것이다. 이 투쟁에서도 노동운동의 분할통치를 통한 교란이 예상된다. 주5일 근무제에 드러난 바와 같은 내용적 개악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불가피론과 협력하면서 자본의 합리화의 방향으로 변질될 위험성이 내재해 있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사상투쟁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의 계급투쟁에 있어서 투쟁을 기획하고 지도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정치지도부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대중과 현장, 그리고 계급운동과 민중운동진영 내에서의 투쟁기조와 과제를 통일적으로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은 정치조직(당)일 수밖에 없다. 이는 민족주의와 사회민주주의, 그리고 그들의 연대에 대당하는 반자본주의 전선의 구축 위에서 가능하다. 이러한 노선의 분화는 대중, 현장,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정치운동에서는 그 경계가 분명해진다. 지금은 민족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분화하지 않고 연대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사회주의진영의 연대와 단결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대중과 현장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변혁을 지향하는 모든 정파와 세력의 정파이기주의, 가족주의, 패권주의 극복을 통한 단결투쟁이 대중과 현장과 함께 했을 때만이 가능하다. 하반기부터 다시 시작하여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하는 그 날까지 계속되는 투쟁 속에 진정한 노동자국제주의가 살아 숨쉬고 계급적 단결이 이루어져야 하며 바로 그 역사의 흐름 속에 민주노총이, 혁명적 정치조직이,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이 존재하고 있다. 한/노/정/연

2001-10-1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1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