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그릇된 정보 |
현장에서 미래를 제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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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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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그릇된 정보
신 규 섭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연구원, 이란어과 강사
아프가니스탄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의 테러 참사가
있고 난 후 언론에서 연일 대서특필하며 특파원을 통해 그
생생한 현장소식을 보내주고 있어 상세하게 그 상황을 접할 수
있다. 연일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진 독자들마저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수많은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이미 보도되었기에
언론에 보도된 몇 가지 그릇된 정보를 중심으로 분석하다보면
수월하게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다시
말해 혼란스럽게 사용되는 용어, 종족, 언어와 종파를 비롯해
간략한 역사를 짚어 봄으로써 그 궁금증을 풀어 보고자 한다.
우선 알아야 할 것이 중동․이슬람권이 아랍권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중동에서 아랍권의 인구는 3억에
이르지만 그 인구수 이상의 무슬림이 비아랍권에 거주하고 있다.
중동․이슬람권은 대개 아랍․이슬람권, 터키권과
페르시아․이슬람권으로 대별된다.
페르시아․이슬람권은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과
중앙아시아의 페르시아권 국가와 지역이 이에 해당한다.
중앙아시아의 페르시아권 국가와 지역을 보면 타직키스탄을
비롯해 사마르칸트와 보카라를 포함하는 우즈베키스탄의 일부
지역과 마르브(Marv)를 포함한 투르크메니스탄의 일부 지역,
중국 신장성의 일부 지역도 이에 해당된다.
페르시아․이슬람권은 서남아시아의 지역적 개념과 거의
일치한다. 다시 말해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에 은거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세계의 이목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권에서 페르시아 이슬람권(Perso-Islamic World)중의 한
국가인 아프가니스탄으로 급박하게 전환되었다. 이러한 구도를
놓고 볼 때 미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의 갈등문제를
풀어가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장기전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짙다. 즉 미국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는
아랍․이슬람권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페르시아․이슬람권의 문제는 복잡하게 꼬일 것으로
보인다. 아랍권은 셈족이면서 아랍어는 셈어 계통이고
페르시아권은 대개 아리안 족이면서 인도유럽어 계통의 언어를
쓰고 있어 이에 대한 정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둘째로 언론에서 보도된 탈레반에 대한 잘못된 의미를 바로
잡으면서 그들의 종족 분포에 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탈레반은 사전적 의미로 ‘지식을 추구하는 자들’이나
‘종교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의 의미로서 쓰인다. 이 두 가지의
의미에서 ‘지식을 추구하는 자들’이란 뜻으로 한정시켜야 함을
분명하게 말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탈레반에 대한 정확한 의미가
선행되지 않아 수많은 착오가 일어나고 혼선이 빚어지는 것을
언론매체를 통해 목격했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94년 정치,
군사적으로는 파키스탄에 의해, 재정적으로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으로 생겨난 세력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특히 사우디 왕자 출신의 오사마 빈
라덴에 의해 지원을 받고 있다. 탈레반의 인적자원은 민병대인
이전의 무자헤딘(전사)이 주를 이루고 파키스탄의
‘마드라사’(유교의 서당에 해당)에서 훈련받은 아프간인이
합류하였다. 다시 말해 탈레반이 마드라사 출신의 이슬람 신학생
조직을 뜻한다는 것은 와전된 말이다. ‘마드라사’는 한국에서
예전의 서당에 해당하는 초등학교이다. 서당에서 천자문을
읽으며 유교식 교육을 배우듯이 코란 등의 과목을 배우는
‘마드라사’는 이슬람식 교육을 받는 곳이다. ‘지식을
추구하는 자들’이란 의미로 탈레반이란 단어를 스스로에게 붙인
것이지, 학생조직과는 관련이 없다. ‘탈레반’을 이슬람 신학생
조직으로 해석하는 견해는 서구 언론에 의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마드라사를 졸업하거나 종교학을 전공하는 일부
학생들이 이 조직에 가담한 사실은 물론 있다. 대부분의 탈레반
민병대는 푸쉬툰 족이고 푸쉬트(pusht)의 의미는 ‘후방’을
의미한다. 그들이 산악지역의 후방에 살아가기에 푸쉬툰이라고
불렀다는 설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한국 언론매체에서는
그들을 파슈툰족으로 부르고 있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의
남부와 동남부에 자리잡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북부 지역에 자리잡은 종족이 타직족인데,
타직족은 구소련의 스탈린이 타직족의 정체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그들을 타직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등으로 분할, 통치했다. 그 결과, 앞서
페르시아․이슬람권의 설명에서 언급한대로 타직족은
타직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의 각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인구(약 2천 500만)의 25%에
이르는 타직족이 북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의 일부 지역에도 타직족이 거주하게 된
이유이다. 이란 민족은 페르시아족과 타직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푸쉬툰족과 타직족 이외에도 하자라족이 있다. 하자라족은
우리와 생김새와 같은 몽골리안 출신이다. 하자라족은
칭기즈칸에 의해 아프가니스탄에 정착한 타르타르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종족은 아프가니스탄의 다른 종족과는 아주
다르고 중부의 광대한 지역을 차지하고 있으며 시아파에 속해
있어 이란에서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곳이다. 기원전
3세기부터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 불교가 유입되고 불교 사상이
남아 수피즘(신비주의)의 토대를 이룬다. 이 지역에는 수많은
불상들의 폐허가 남아 있으며 그리스 박트리아왕의 모습을 담은
동전들도 대량으로 발견되고 있다. 탈레반 정권에 의해 대형
석불 파괴가 이루어진 바미얀이 속해 있는 지역이다.
‘하자라’의 어원은 페르시아어의 ‘천’이란 의미에서
유래되었다. 칭기즈칸은 군 주둔을 위한 목적으로 ‘천’ 명의
전사 중에서 일부를 분견대로 이 곳에 남겨 두었고 이 곳에 열
군데의 분견대를 설치했다. 하자라 족은 1229~1447년 사이에
아프가니스탄에 이주해 왔는데 칭기즈칸 군대의 후손이라는 설도
있으나 다른 견해도 있다.
세 번째로 탈레반의 성립 배경에 관한 의문이다. 구소련을
대체하면서 주요한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슬람권을 통제하기
위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성립시켰다.
아프가니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러시아의
정략적 대상이 되어왔던 게 사실이다. 구소련과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인해 세계는 새로운 질서에 의해 재편되고 있을 즈음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을 지속시키려는 의도에 따라
중동․이슬람권에서 탈레반 정권을 만들었던 것이다. 즉
탈레반 정권을 도구로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미국은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카스피해 유전을 비롯해 가스와 석유에
눈독을 들였다. 국제 석유회사들이 카스피해 유전에서
파이프라인을 설치하고, 잠재성이 큰 남아시아 시장과 연결하기
위해 반드시 아프가니스탄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가스와 석유 운송로를 확보하고 탈레반
정권을 통해 이를 통제하려 했으며 이것이 이차적인 목적으로
보인다. 미국 가스․석유 회사들과 파키스탄의 사업가들은
탈레반을 통해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에서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려 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프가니스탄 혁명의 성격에 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마지막 국왕, 모함마드 쟈히르 샤를
1973년 권좌에서 축출하면서 왕정이 붕괴되었고 이후 시작된
쿠데타는 6년에 걸쳐 네 차례나 계속되었다. 아프가니스탄,
인접국인 이란과 파키스탄에서는 왕정의 붕괴를 가리켜 아프간
혁명의 성공이라 불렀다. 혁명의 성공으로 축출한 마지막 왕을
아프가니스탄의 과도정부를 이끌 수반으로 추대한다는 건 종족,
종파를 초월하는 지도자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지금 모함마드 자히르 샤에 대한
아프가니스탄 인들의 견해는 다양하다. 미국이 단지 탈레반을
모함마드 자히르 샤로 바꿔놓을 뿐이라는 견해에서부터 자히르
샤의 40년 통치 기간이 보기 드문 평화의 시기였다고 회고하는
이들도 있다.
혁명의 성공도 잠시 곧이어 79년 말 구소련군이 아프간을
침략한다. 89년 구소련은 철수하였지만 신정부 구성 문제를 놓고
정부군과 반군사이의 대립으로 내전이 시작되었다. 현재 내전의
양상은 페르시아어를 쓰는 하자라족의 시아와 타직족의 순니
무슬림이 북부동맹을 결성했고 푸쉬토어를 주로 쓰는
탈레반(푸쉬툰족)의 순니 무슬림들과의 대결로 재편되었다.
탈레반이 전 국토를 장악하는 듯 보이다가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 제공을 둘러싸고 결국 외세의 개입을 자초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는 외관상 이유에 불과하고 미국의 재정적인 지원으로
통일 대업을 이루게 된 탈레반이 등을 돌리면서 야기된 미국의
보복전의 의미도 담겨 있을 것이다.
‘신의 사람들’을 추구하는 탈레반의 행태는
아프가니스탄인들뿐만 아니라 인접국가인 이란과 파키스탄의
대다수 국민들을 실망 속에 빠뜨렸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극단적인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려 했던가?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기원전 249년 박트리아 그리스 왕조 때 최초의
독립왕국을 성립했다. 1747년 아흐마드샤 압달리에 의해
아프가니스탄이 재성립될 때까지 거의 이천년 동안 나라 잃은
설움을 겪었으며 이란(페르시아)과 파키스탄를 비롯한 이민족의
지배를 받았다. 탈레반은 국토의 90%를 장악하면서 명실공히
자신들에 의한 세 번째 독립국가를 꿈꾸었다. 탈레반 정권은
독립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종족, 종파와 언어가 다른 이질성을
독재체제로 극복하려 했다. 세 번째 독립국가는 탈레반이 주축을
이룬 푸쉬토네스탄을 갈망했던 것이다. 푸쉬토네스탄은
푸쉬툰(탈레반)족의 모어인 ‘푸쉬토어를 쓰는 땅’을 의미한다.
물론 아프가니스탄은 페르시아어가 전국에 걸쳐 사용되고 있지만
국토와 인구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남부에서는
푸쉬토어가 그들의 모어이다. 푸쉬토어를 모어로 하는 민족을
푸쉬툰(Pushtuns) 혹은 파키스탄에서는 파탄(Pathans)족이라
부르고 있다. 아프간 남부의 푸쉬툰(파탄)족은 파키스탄의 4개
주 중의 하나인 북서변방주와 동일한 종족으로,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파키스탄이 탈레반을 지원해 왔던 근본적인 이유이다.
파키스탄의 푸쉬툰(파탄)족이 거주하는 북서변방주의 주도는
페샤와르이고 이 도시는 고대 간다라의 수도이기도 하다.
사실상 아프가니스탄 남부의 푸쉬툰(파탄)족과 북부동맹의
타직족, 하자라족 간의 언어, 종족과 종파간의 갈등은 구소련의
철수(89년) 이전에도 계속되어 왔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인
나지불라 정권(92년에 전복)에 대항했던 당시의
무자헤딘(전사)는 파키스탄에 거점을 둔 7개 파벌과 이란에
거점을 둔 8개 파벌로 나뉘어져 있었다. 파키스탄에 거점을 둔
파벌세력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했다. 전쟁 기간에 파키스탄
페샤와르에 거점을 마련한 이들은 이슬람 강경노선을 지향하면서
남부군(탈레반)이 중심이 된 국가의 성립이 목표였다. 이 세력은
이전의 무자헤딘(전사)이 주축이 되어 94년 남부의
칸다하르시에서 탈레반을 형성했다. 칸다하르는 아프가니스탄이
두 번째 독립을 이루었던 시기(18세기 중엽)의 수도이기도 해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푸쉬토네스탄을 꿈꾸는 남부군
탈레반은 페르시아어를 쓰는 지역인 카불을 포함해서 아프간
북부의 ‘북부동맹’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 왔던 게 사실이다.
‘북부동맹’은 타직족과 하자라족이 주를 이루고 소수의
우즈벡족이 포함되어 있다.
탈레반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미국을 비롯한 인접 국가의 의도가
아프간 북부의 일부를 장악하고 있는 ‘북부동맹’의 노림수와
맞아 떨어져, 북부동맹은 탈레반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북부동맹이 승리할 경우 과도정부가
구성되겠지만 다수 민족인 푸쉬툰(파탄)족의 패배를 쉽게 점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또한 각 종족간에 연정 구성이 쉽게
이루어 질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임에 틀림없다. 이럴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는데, 아프간 남부를 푸쉬툰족이 장악해 푸쉬토네스탄을
성립하고, 하자라족의 중부를 포함하여 북부는 타직족이 중심이
되어 제2의 타직키스탄을 성립하는 것이다. 이는 탈레반과
북부동맹에 의한 자체 안이 아니라,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서 미국과 러시아, 이란과 파키스탄의 인접국가에 의해
제시될 수 있는 분할안의 카드이다.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지난
20여 년간에 걸쳐 아프가니스탄 민족이 받은 고통을 치유한다는
미명아래 미국과 러시아, 인접국인 이란과 파키스탄의 합의에
따라 분할안과 같은 최악의 상항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국민은 분할통치에
따라 분단국의 설움을 당할지도 모른다. 타직족과 동일한 민족인
이란이 미국의 입김에 의해 배제될 가능성도 있는데 이는 또
다른 불씨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이란과 파키스탄은 국제문제에서는 서로 협력을 아끼지 않지만
서남아시아의 맹주역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은 이란 시아 무슬림과 파키스탄의
순니 무슬림간에 힘겨루기 장으로 이어지고 역사적으로 양국의
군사적 힘이 쇠퇴할 시기에 민족국가로서의 희망을 간직해 왔다.
이제 파키스탄과 이란의 인접국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티무르와
같은 이민족인 미국에 의해 국가의 운명이 좌지우지될 상황에
처해 있다. 아프가니스탄 인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각
종족간의 대화 채널을 복원시켜 주는 것이 인접국가나 미국과
러시아가 해야 할 임무의 전부임을 명심해야한다. 섣부른
내정간섭으로 또다시 내전의 회오리 속으로 빠지지 않도록 NGO와
같은 비정부단체들이 국제적인 연대도 강화해야 한다. 처참했던
한국전쟁과 우방 국가들이 한국을 도와주었던 사실을 상기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원조해 줄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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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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