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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시자 지부장 변론

현장에서 미래를  제7호
김시자

노동자의 삶

고(故) 김시자 지부장 변론


“양심있는 조합원은 행동으로 보여달라!”며 지난 1월 12일 우리 곁을 떠난 김시자 한일병원 지부장의 죽음이 연초부터 노동운동 진영을 강타하고 있다.
김시자 한일병원 지부장이 소속한 한국전력공사노조는 ‘지부장 간선제’, ‘94년 임금가이드라인 3% 수용’ 및 ‘위원장과 간부의 정년연장 합의’ 등으로 한국노총 내에서도 대표적인 어용노조로 알려져 왔다. 최태일 집행부의 비민주적 관행과 최근 강행되고 있는 ‘노조 전임자 축소’ 문제를 직접적 원인으로 하는 김시자 지부장의 죽음은 전력노조 민주화에 불씨를 당기고 있다.
이 글은 1월 12일 한국전력공사노조 중앙위원회에서 김시자 지부장이 변론한 글이다. 고 김시자 지부장은 질문의 변론을 통해 부끄럽지 않은 전력노조를 만들기 위해 전력노조가 가야 할 길을 분명하고 차분하게 제시하고 있다. -편집부-



안녕하십니까? 새해인사를 이렇게 드리게 되었습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먼저, 전력노조 사상 최초로 전국 지부위원장들의 회의체를 통하여 공식적으로 징계한다는 불행스러운 이런 자리가 마련되고 여러분 앞에 서야 하는 사실에 분한 마음 보다는 차라리 커다란 슬픔을 느낍니다.
선거시기를 맞이하여 여러 위원장님들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본부위원장님께서 임명한 위원장도 아니고 저는 여러 위원장들님과 마찬가지로 우리 한일병원 500여 조합원들의 소중한 한표 한표에 의하여 당당히 선출된 한일병원 조합원의 대표입니다.
그러하기에 제가 해온 노조활동을 두고 저를 선출한 우리 병원 조합원들만이 저를 징계할 수 있는 것이고, 저희 병원지부와 전혀 관련이 없는 여기 계신 지부위원장님들로부터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도 징계를 당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8일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받아본 본부노조 조직국장님의 성실한 변론을 하라는 공문을 보고 전력노조의 현실임에 따라 제가 준비한 선출직 임원 ‘정권’의 법적 부당성과, 저의 소신 몇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성심껏 준비한 내용이므로 경청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첫째로 선출직 임원 ‘정권’의 법적 부당성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노동조합법 제22조(조합원의 권리와 의무)에는 ‘조합원은 균등하게 노동조합의 모든 문제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그 규약으로 조합비를 납부하지 아니하는 조합원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며, 노조 업무 처리 지침(노조 32253-2342, 1988.2.15)에는 ‘자체 규약으로 조합원의 피선거권에 제약을 가하는 경우 노동조합법 제22조의 규정에 위배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 노동부 유권해석(법무 811-17867, 1979.7.17)에는 ‘조합비를 납부하지 않은 조합원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으나 제명처분등으로 조합원의 자격을 박탈한다는 규약등은 본조의(노동조합법 제22조) 위반이 된다’와 같이 조합원의 고유 권한은 어떠한 경우라도 보장받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비록 오늘 ‘정권’이 정의된다 해도 상위 기관에 제소하면 곧바로 복권이 가능합니다. 또다시 법적 제소와 대응이라는 악순환의 불씨를 만들지 않는 현명한 결정을 바랍니다.

비단 법조항만이 아닌 이와 비슷한 선례도 있었습니다.
* 경북지노위(경북지노위 89의결11 1989.11.14)는 “정권의 징계를 받은 자는 조합원 권리가 정지된다고 해당노조규약이 정하고 있으나(영남대학교노조) 32명의 정권자는 조합비를 납부하고 있으며 따라서 표결, 선거권, 피선거권이 있다”고 판정하였고,....

여러분! 오늘 이와 같은 상황과 똑같은 상황이 20년전에 있었습니다.
우리와 노조체계도 똑같고 결의방식도 너무도 똑같은 철도노조의 경우입니다.
* (중노위76.6.26 노동조합법 제39조 1호 결정례)에서는 철도노조 중앙위원회 징계 의결로 지부장 자격 및 조합원 권리를 (2년간 정지처분) 내렸지만 이에 불복하여 법원에 제소, 서울민사지법에서 정권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어 승소하였습니다.
군사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20년전에도 이렇게 조합원의 고유권리, 특히 선출직 임원의 권리는 엄격하게 보장되었던 것입니다.
법적 부당성을 강변하자는 게 아닙니다.
조직을 이끌다보면 조직에 해악을 끼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징계를 해야 할 경우가 있다는 것은 저도 오래도록 조합활동을 통해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규약 제70조 1,2,3,4 항
1. 조합의 규약 및 규정을 위반한 자
2. 정당한 조합업무의 집행을 고의로 방해하거나 악질적인 행위를 한 자
3. 조합의 분열을 꾀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자
4. 조합의 직위를 악용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가한 자
에 대한 해석은 관점에 따라 여러갈래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지극히 미묘한 사안입니다.
저의 관점에서 1항 위반의 해석을 해보면 전력노조 규약 제25조(소집) 1항을 보면 ‘중앙위원회’는 매년 2회 개최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집권자인 본부위원장께서는 93년 이곳 경주회의 이후로 단 한차례도 개최하지 않았음은 명백한 규약위반 행위입니다.
또한 2,3,4항 모두를 제가 보는 관점에서 현 본부노조의 행적에 해당됨을 말씀드리고 싶으나 시간관계상 3항 하나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본부노조가 94년 특정노조 간부만의 정년을 연장한 것을 계기로 조합의 분열을 가속화 시켰고 이로써 전력노조의 명예를 한전에는 물론 전 노동계에 실추시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임을 여러분께서도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
간혹 다른 노동조합에서도 조합원에 대한 징계를 하고는 있지만 ‘위원장 불신임이나 집행부에 대한 비판’등은 정당한 조합활동의 범주에 두고 있지 결코 조합분열책동이라 확대해석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조합법이나 노동위원회, 기타 모든 판례나 유권해석은 조합원 징계의 범주를 (고의로 임기대회를 공고하지 않은 자, 고의로 단체협약을 위반한 자, 조합이 쟁의행위를 할 때 이탈한 자) 등으로 한정짓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가 전력노조 발전에 역행하는 부끄러운 선례가 되어서는 안되겠고, 여러 위원장님들이나 저 모두 전력노조 역사에 부끄러운 주인공이 되어서는 결코 안되겠습니다.
두번째로 제가 가긴 소신 몇가지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2년전 특정인 정년연장 무효화 투쟁에서 한 행동은 왜 그렇게 했어야 했는지 여러분들께서도 이젠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저로서는 미미하기만 합니다만 이러한 저의 행동들에 대하여는 여기 계신 지부위원장님께서는 물론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음을 밝히고자 합니다.
둘째, 오늘 징계의 대상자된 저는 분명히 한일병원지부에서 직접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사람입니다. 본부에서 임명된 사람이 아닌 선출직 노조 간부인 것입니다. 회사에서 징계를 하는 것이 아니고 노조 업무를 가지고 노조에서 그 조합원을 대표를 징계를 한다는 것은 우리 병원 조합원들이 행사한 선거권을 일시에 박탈하는 결과인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징계를 하려면 정당하게 규약 위반에 대한 사항을 지부 조합원들에게 홍보를 해서 지부 총회에서 징계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선례를 남기면 역설적으로 여기 계신 여러분도 언제든지 징계의 대상자가 되어 본부노조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판없는 발전은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은 전직대통령 비자금이나 5.18의 진상규명 등에서도 알 수가 있는 것입니다.
셋째, 이러한 징계를 선거를 목전에 둔 이 시점에서 해야 하는 것에 대한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아니지만 함께 징계 대상에 오른 오경호 지부위원장님은 이미 작년 대의원대회 이후 전임해제라는 징계를 받은 상태입니다. 같은 사안으로 두번의 징계를 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입니다. 또한 반드시 징계를 해야할 필요성이 있었다면 징계사유 발생시기인 작년에 하였어야 함에도 지금까지 조용히 있다가 선거를 앞두고 징계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위법임은 물론 상식에도 어긋나는 일로 숨은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넷째, 제5차 중앙 집행위원회를 열어서 ‘정권’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린 의도를 우리는 다시한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권’으로 가는 이유는 아예 후보로 등록도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해고가 되면 신분상으로는 조합원의 자격이 유지되어 후보로 등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본부노조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섯째,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선거라는 목적 때문에 정부투자 기관에 대한 전임자 축소 문제가 소홀히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전임을 축소는 해야 하겠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살펴보면 지난 과거의 투쟁때에 선두에 섰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당연히 나오는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정권’을 통과시키면 다음 단계로는 자연히 전임 축소가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전임 축소를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자면 전임을 쟁취하기는 어려워도 잃어버리고 나면 다시 복귀시키려면 엄청난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대다수 여러분들이 반점임을 하게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뭉쳐야할때 과연 회사에서 반전임을 인정하고 내버려둘 것 같습니까? 다시한번 생각합시다. 정투노련에서는 전임자 축소등 노조 탄압정책에 강력 대응키로 한다는데 한전은 제외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합니다.
여섯째, 임기가 다된 사람에게 왜 우리가 이렇게 끌려가야 되겠습니까?
불과 3개월 후에는 떠나는 사람입니다. 3개월후에 떠나갈 사람의 의도에 따라 여러 위원장님들께서 전력노조 역사에 남으시려 하십니까? 어떤 이권을 얻을 것이 있다고 우리가 떠나간 후에도 후배들 앞에 영원히 남을 전력노조 역사에 또 하나의 오점으로 기억되려 하십니까?
비참한 모습으로 조합원들에게 자리매김 되어야만 합니까? 그러고도 여러분은 조합원들에게 또는 자식들에게 정의가 무엇인지 가르칠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모두가 아끼고 사랑하는 전력노조가 나약하고 비굴하다는 인상을 언제까지 내.외적으로 비춰주며 살아가야만 합니까?
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 전력노조가 여러 조합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할 수 있는 민주적인 노조가 된다면 위원장 직함을 포기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불행히도 여러 지부위원장님들에 의하여 징계된다 하여도 그것은 조직갈등에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꺼져가는 조직갈등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선출직 위원장을 징계한다는 엄청난 권리남용도 문제겠지만 징계를 당한 사람은 또다시 법적, 물리적으로 대응할 것은 뻔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된다면 새롭게 차기 집행부가 탄생된다 하여도 그 출발에서부터 도덕적인, 조직적인 치명적 상처를 입고 시작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지피는 결과가 되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중앙위원이신 지부위원장님들의 냉철하고 올바른 판단을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1996년 1월 11일
전국전력노동조합 한일병원지부 위원장 김 시 자
한/노/정/연

1996-01-2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