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놈이 이긴다*
* 편집기획실은 지난 3월 8일 명동성당에서 투쟁중인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이호동 위원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민영화
저지투쟁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특별기획의 취지에 맞추어 이번
호에는 위원장 인터뷰를 싣습니다.
지금의 발전소 가동상황은 어떻습니까?
지금은 시기적으로 전력수요가 낮은 시기입니다. 계절적으로
전력수요가 낮은 시기이기 때문에 공급예비율이 20% 정도이고
수요보다 공급이 낮은 위기시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전력수요가
증대하면 그 위험도는 상당히 높아집니다. 제가 늘 비유를
하는데, 지금은 비행기 운행중에 조종사가 조종석을 떠난
상태이기 때문에 응급시 조치 이런 것이 잘 안되고 있습니다.
대체인력은 어느 정도 투입되고 있습니까?
대체인력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나와있지는 않구요. 대체인력들도
가만히 앉아있는 상태입니다. 보통 화력에서 전체 전력공급을
조절하는데 지금은 원자력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상태이고
지금 들어가 있는 인력들은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중재안이
효력을 발생한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입장을 말씀해주세요.
일단 저희들이 중재를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중노위에 했었는데
압력을 받아 중재결정을 내린 것 같구요. 그동안 단체협약안에
대해 노사정이 모여 잠정합의했던 부분들은 효력을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있어 큰 문제는 없는데 단협의 주요 쟁점사항이
신분변동시 노사합의 부분이 있고 전임자 숫자 등이 문제인데
신분변동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협의, 그리고 근로조건
변경시에는 노조와 합의 이렇게 사측안이 들어가 있구요.
해고자문제는 어차피 단협사안은 아니었구요. 주요 쟁점이
발전소 매각 철회나 해고자 원직복직, 경영자율권 쟁취, 경정비
도입 철회, 인원 증원 및 충원 이런 부분들은 여전히
미결이구요.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사측은 따로 말이 없는겁니까?
사측은 여전히 정부 핑계대면서 뒤로 빠지고 있죠.
그럼 이 사안들에 대해 어떻게 하실건지?
지금 사측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해결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노동부에서 중재하려고 하고 있고
노동부나 총연맹 차원에서 접촉이 있을 것이고 노동부에서
저희에게 협상제의가 온다면 저희들은 언제든지 응할 자세가
되어있습니다.
지금 12일째죠. 지금 산개로 전환한 이후 여기저기서 분임조들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분임조 활동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파업에 돌입하기 전에 조별로 대단한 활동을 한 적은 없고
전국적 규모에서 교육이 있었고 약간의 연습들이 있었어요. 하긴
늘 다니던 길을 다니는 것이니 큰 연습이랄 것은 없었구요. 서로
얼굴 정도 확인하는 정도였죠.
분임조가 선전전 등 나름대로의 산개전술들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중앙에서의 지시 이외에도 창의적인 활동들을 벌이고
있잖아요.
아무래도 그냥 돌아다니면서 심심하니까 그렇게 하고 다니죠.
물론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조별 토론을 통해
창발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파업투쟁과정에서 조금씩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파업 초와 지금의 분위기를 비교하신다면?
여전히 매각 철회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지만 피로가 증가하고
있구요. 재정적인 어려움들이 조합원들에게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총연맹 차원에서도 발전노조원 재워주기 이런
것들을 하고 있구요. 조합원들이 지혜롭게 잘 대처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재워주기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죠?
저희 조합원들이 또 자존심이 있어서 쉽게 들어가서 자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웃음) 일단은 나름대로 해결하는 방식을 찾을
거구요.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긴 하죠.
장기전 준비를 하고 계신거 같은데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단 조합원들의 의지가 꺾이지 않아야 하구요. 자금 문제가
크게 걸려있죠. 그 다음 사측과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이겨낼 수 있는 시기적절한 지도부 지침 등이 필요할
것이구요.
조합원들이 올린 글을 보면 신문이나 정부 절대로 안 믿고
지도부가 내린 지시만 믿는다고 결의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신지?
우리 조합원들이 굉장히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웃음) 어쨌든 그것은 약속이겠죠. 파업돌입해서
진행하고 종료하기까지 지도부와 조합원이 신뢰로 뭉쳐야 하고
복귀 후 현장을 장악하는 문제 등을 겪으려면 그러한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전력부문이 국가기간산업이고 파업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구요. 물론 업무복귀명령 거부라는
소극적인 형태이긴 하지만요. 탄압은 상당히 클 것이구요.
그래서 파업중에도 신뢰라는 것은 중요하지만 파업 이후에 더욱
중요하지요.
가대위의 활동은 어떻습니까?
지역에서 결합하는 분들도 계시고 중앙에 결합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자발적으로 열심히 해주시고 있구요. 전력산업 구조개악
저지투쟁이 4년 정도 되었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대해서도
가족들이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 투쟁이 단지 철밥통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당당하게 자신있게 결합해
주시고 있어요.
사측에서는 가족들만 있는 집에 방문하기도 하고 또 복귀자가
생기기도 하는데요. 장기적으로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아닙니까?
이 투쟁이 언제까지 진행될거다 그런 걸 예상하면 안됩니다.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조합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중간지도부가
버텨주는 한 투쟁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조합원들이 글을 굉장히 많이 올리고 있어요.
조합원들이 글 올리는 것을 원래 좋아해요. 그리고 한전이
인터넷망을 일찍 설치해서 조합원들이 노조광장 등에 활발하게
글을 올려왔고 오경호 위원장 직권조인시부터 특히
활성화되었습니다. 게시판에서 서로 논쟁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어요. 글도 올리고 토론도 하고 그러다보니 파업기간에도
열심히 글을 올리는 것 같아요. 가족들과 통신수단도 되는 것
같고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상적인 글이 있다면요?
대부분 가슴뭉클한 글이죠. 가족을 그리워하는 글이라던가 하는
글들이요. 저는 요새 가족게시판에 잘 안들어가요. 감상적으로
될 것 같기 때문에요. 눈물 날 것 같아요.
사이트 폐쇄는 일단 철회된 것 같구요. 외국의 단체들에서
사이트를 만들어주겠다고도 하구요. 또 여론도 부정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저희들이 투쟁을 시작하면서 그렇게 생각했어요. 양비론만
나와줘도 그건 이기는거다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지금 노조의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실질적으로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도 있을거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가십거리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 같구요. 양식있는
분들은 발전소 매각의 부당성에 많이 동의하고 있는 것 같구요.
저희는 파업을 통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문제점을 공격하는
식으로 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하구요.
뭐 일단 사회에 그런 것들을 고발해 내는 것을 하나의 성과로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아직 투쟁을 평가할 단계는 아니고
투쟁의 목표나 타결의 수위는 아직도 논란거리에요.
철도, 가스와 같이 파업을 시작하셨잖아요. 지금 철도나 가스가
일단락된 상황을 두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어려운 조건 속에서 공동파업이라고도 하고 연대파업이라고도
하고 하는데 어떤 형태든 공동투쟁하고 공동타결한다는 원칙에서
시작했는데 일단 시작한 것이 성과이고 먼저 정리했다고 원망할
부분은 아니구요. 지금 단독파업체제로 전환했지만 어쨌든
처음의 원칙에서 저희는 오고 있는거구요. 지금 평가할 단계는
아닙니다.
상급단체의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지금은 여기 들어오지도 못하니까요. (웃음) 일단 지금까지는
같이 회의도 하고 점검도 하고 지원도 최대로 해줬다고
생각해요. 특히 금속연맹을 중심으로 한 연대총파업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나중에 두고두고 갚아야 할
부분들이죠. 지금 현재 민주노총이나 연맹이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주었다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도 분위기가 좋아서
다행이에요.
아직 장기적이라고 할 수도 없죠. (웃음) 지금 조합원들에게는
이 투쟁이 역사적인 투쟁이다 이런 식으로 말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도 사실은 냉정하고 일정 기간을 둔 상태에서 복합적인
분석들을 통해서 해야 되는 것이고 투쟁 이후 복원의 시기를
전반적으로 평가해내는 시기가 온다면 이번 투쟁의 의미를
냉정하게 짚어볼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지금 향후의 평가를
염두에 두고 투쟁을 진행하고 있구요. 현장에 복귀한 이후에도
이후의 투쟁을 계속 진행할 겁니다. 조합원들에게 바라는 것도
복귀 이후 더 잘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많은
관심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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