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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노동자’라는 이름을 되찾다

현장에서 미래를  제76호
백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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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노동자’라는 이름을 되찾다


백 일 자/노동예술단 선언





“폭력경찰 물러가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그들은 마지막 한 명의 대의원이 남을 때까지, 그렇게 당당하게 구호를 외치면서 고려대 강당에서 연행되었다.


멈출 수 없는 투쟁과 정권의 끈질긴 탄압의 역사
53년 노동조합법 제정 당시에는 현역군인, 경찰관리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어, 비교적 ILO 기준에 근접하였다. 그러나 61년 군사쿠데타 이후 비상입법기관에서 법령을 개정,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외에는 노동기본권이 전면 제한되었다. 89년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회복시키는 노동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었으나, 노태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되고 말았다. 김영삼 정권 때도 OECD 가입 당시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등 노동권 관련 법체계를 국제 기준에 맞게 개정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이후 진전 상황 없음으로 인해 OECD 역사상 유례 없는 특별감시대상국 지정됐다. 김대중 정권 역시 97년 TV토론회와 신문에서 공무원노조 결성 허용을 약속했으나, 사실상 노동3권을 가로막는 ‘공무원직장협의회’라는 허울만을 안겨줬다.
작년 공무원직장협의회는 총연합으로 조직 전환을 하고 대중적 투쟁으로 7월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를 이끌어냈으나 논의의 주체에서 제외된 채, 노사정위원회 논의는 6개월만에 별 성과 없이 종료되었다. 정권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단지 50년 간의 탄압뿐만이 아니었다. 공무원노조의 출범은 준비 시작부터 탄압의 연속이었고, 출범식 1주일 전부터는 강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행자부 장관과 국무총리는 “노조 출범을 강행할 경우 관련자 전원을 형사 처벌하겠다”, “대대가 열리는 서울대학교에 경찰을 투입해 원천봉쇄 하겠다”, “노조결성은 실정법 위반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라는 식이었다.
3월 21일 임원진 선거 유세에 참석한 공무원에 대해 강원도청 감사실에서 사유서 제출을 강요했고, 3월 22일 구로구청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선거 유세는 경찰 30개 중대 1,200여명이 투입되어 원천봉쇄 되었다. 계장 등 간부 공무원을 동원해 출범식 불참 회유와 협박에 일대일 밀착 감시, 심지어 같이 잠을 잘 것도 지시했다.


폭력정권도 막을 수 없었던 공무원노조의 출범
3월 22일 전날까지도 공무원노조는 원천봉쇄의 위험 속에서 장소를 확실히 공고할 수 없었다. 3월 23일 예상대로 결의대회 및 창립대의원대회, 출범식 장소인 서울대를 경찰이 원천봉쇄 했고, 장소는 급하게 고려대로 옮겨졌다.
4시가 조금 넘어서 대의원들은 고려대에 진입했다. 지부별로 인원 점검, 현수막과 투표소가 설치되고 신속하게 대회 준비가 되는 동안, 자리에 앉은 대의원들은 자료집을 꼼꼼히 읽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는 “공무원도 노동자다. 노동3권 쟁취하자”라는 힘찬 구호로 정리되었다.
4시 45분 전국공무원노조 창립 대의원 대회가 대의원 456명 중 268명이 참석함으로 대의원대회 성사가 선포되었다. 드디어 반세기만에 공무원들의 ‘노동자 선언’이 준비가 아닌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고, 당사자들은 가슴 벅참으로 박수를 멈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밖에는 이미 전경 8개 중대가 고려대 정문에 배치되고 있었다. 적들의 탄압이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르기 때문에 회의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다.
5시 오명남 창립대대 임시 의장이 선출되었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령 및 규약, 제 규정, 출범 선언문, 투쟁 결의문 채택의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 하지만, 이제 우리도 더 이상 굴종의 역사 속에서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 오늘 온갖 방해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엄숙하게 출범하는 공무원노조는 지난날 군사정권에 의해 빼앗긴 노동자라는 이름을 되찾는 것이며, 민주노동운동에 당당하게 노동자로서 참여하여 역사발전에 기여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이제 90만 공무원노동자의 이름으로 만천하에 선포한다. 세상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공무원노조가 설립되었음을 … (출범선언문 중에서)

5시 15분 경 경찰은 이미 학내에 진입하고 있었다. 새까맣게 몰려드는 전경은 밖에서 스크럼을 짜고 “폭력경찰 물러가라”를 외치던 연대단위들은 하나 둘씩 연행되고 있었다. 밖의 소동에 잠시 대의원들의 동요가 있었지만, 사회자는 구호를 외치며 오늘 투쟁의 중요성과 우리들의 목표 ‘민주노조 건설과 노동3권 쟁취’를 상기시켰다. 더불어 빠르게 투표 준비는 진행되었다. 전경들이 대의원장소에 더욱 가까워질수록 구호소리는 더욱 높아졌고, 대의원들의 자발적으로 구호도 이어졌다.
5시 30분 폭력 경찰은 강당 문을 부수며 대의원대회장을 침탈해 들어 왔다. 사회자는 “출범은 이미 선언되었고, 안들도 통과되었다. 투표는 비대위에서 계속 진행하면 된다”고 외쳤고, 대의원들은 스스로들 옆의 동지와 팔짱을 끼기 시작하면서 구호를 외치며 당당하게 전경과 맞섰다. “폭력경찰 물러가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대의원들은 구호와 박수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맨 앞줄의 대의원들부터 하나 하나 끌려나가기 시작했다. 끌려가면서도 자료집을 부여잡는 사람, 옆의 동지가 끌려나가지 않기 위해 팔짱을 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 전경의 방패를 뺏고 몽둥이를 휘두르는 사람. 그들은 그 자리에서 전경들과의 싸움 속에서 더욱 진정한 노동자로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6시경에 상황은 모두 종료되었다. 경찰은 대의원대회를 강제 해산시켰고, 대의원 178명을 연행했다. 폭력경찰이 휩쓸고 간 자리는 부서진 강당 의자와 뜯겨진 현수막 등으로 엉망이 되어 버렸지만, 이미 공무원노조라는 거대한 실체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


공무원노조, ‘투쟁’으로 말하라
공무원들은 지금 이후 투쟁을 준비중이다. 이미 한차례 전국 동시다발 규탄집회가 있었고, 각 지부별로 1인 시위도 진행중이다. 집행간부들은 연이은 구속과 체포영장 발부, 징계 협박 속에서도 4월 3일 전국 11개 지역, 성당과 지하철역 등에서 기습적인 투표를 진행하였다. 대의원 456명 중 361명(79%) 투표에 참여해서 차봉천 위원장을 비롯한 첫 지도부가 구성되었다. 차봉천 위원장과 지도부 3인은 4월 4일부터 공무원 노동3권 쟁취를 위한 산곡성당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공무원노조의 출범은 그 자체로써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속한 노동자의 자기 선언이었다. 출범한 공무원노조는 이제부터 진짜 ‘투쟁’을 실천해야 한다. 단순한 ‘출범’ 선언으로서만이 아니라, 민주노조로써 ‘투쟁’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우리가 공무원노조를 만들고자 하는 주목적은 공직사회 민주화, 신뢰받는 공무원상 정립입니다. 공직사회 내에 부정부패와 비리가 완전히 뿌리뽑히고, 공무원이 이 사회에서 가장 깨끗한 집단으로 평가받을 때까지 우리는 수년이고 수십 년이고 끊임없이 계속해서 이 문제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월간 ꡔ말ꡕ 3월호, “차봉천 (현)위원장과의 인터뷰”)
ꡔ말ꡕ지와의 인터뷰에서 차봉천 위원장은 부정부패 척결과 신뢰받는 공무원상 정립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가 대 사회적인 선전과 노조설립의 명분으로 될 수는 있으나, 공무원노조가 진전시켜야 할 것은 노동자 계급투쟁이 되어야 한다. 정치를 바로 잡고, 국민을 위한 봉사 수준이 아닌 ‘노동자’이기에 ‘노동자성’을 위해서 투쟁해야 한다.
공무원노조가 건설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으나 이것이 진정한 자기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계급운동’으로써 자신을 위치 짓고 실천해야 한다. ‘공무원노조’는 노동자계급의 시각으로, 노동자계급 투쟁 속에서 단련되고, 내부 조직의 역량이 강화되었을 때 실제 이름에 걸맞는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거대조직으로써 제3의 세력이 아닌 계급투쟁의 전선을 넓히고, 확대 강화하는 계기로 공무원노조는 ‘투쟁’해야 한다. 그것이 공무원노조가 진전시켜야 할 바이며, 현시기 전체 전선운동에서 노동자계급에게 요구되는 바이다. 전세계 노동자들의 공통된 구호인 끊임없는 연대와 단결 투쟁, 그것이 공무원노조가 승리하는 것이며, 노동3권 쟁취를 넘어서 노동자 권력의 주체로써 바로 서는 길이다. 한/노/정/연

2002-05-01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