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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로

현장에서 미래를  제76호
김도현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 철폐투쟁의 날로
시혜와 동정의 껍질을 깨고, 장애해방을 선포하라!


김 도 현/노들장애인야학 사무국장





1. 들어가며
누군가 그랬단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그 잔인한 달 4월에 장애인의 날(4/20)이 있고, 그래서 또 사람들은 4월을 장애인의 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인적인 무지함을 밀어붙여 그 표면적 의미로 이야기하자면, 장애인의 날은 정말 적절하게 배치된 셈인지도 모르겠다. 잔인한 장애인 대중의 삶의 현실, 잔인한 4월, 그리고 장애인의 달.
그 잔인함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정부와 언론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인간 승리와 눈물겨운 휴먼드라마로 우리의 삶을 우롱할 것인가. 그것이 사전적인 의미로 ‘논픽션’일지라도 정부와 언론에 의해 반복되는 이러한 행태는 장애민중 전체의 삶에 대한 기만과 집단적 폭력이며, 이 사회 권력과 자본에 의한 문화적 계급투쟁에 다름 아니다.
우리의 현재가 이러할 지라도, 우리의 미래와 희망마저 그렇게 놓아둘 수 없기에 우리는 그 4월을 투쟁으로 돌파해 내고자 한다. 현 시기 장애운동진영에는 작년부터 끈질긴 비타협적 투쟁을 벌여내며, 대중적 흐름을 창출해 내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 이외에도 다양한 쟁점과 투쟁의 과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6년에 걸친 헌신적 투쟁 속에서도 아직 그 온전한 해결을 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에바다 문제, 장애아동 교육에 대한 집단적 무지와 편견을 단적으로 드러낸 도경만 특수교사 해임사건과 이로부터 비롯한 장애인 교육권투쟁, ‘생산적 복지’라는 수사 속에서 장애민중에 대한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짓밟아 버리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혁신문제, 그리고 장애인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해 나가기 위한 장애인노동조합의 건설문제까지.
현재 장애운동진영에는 이러한 현실 쟁점들과 우리가 고민해야할 과제들을 중심으로 여러 연대체가 구성되어 있다. 아래에서는 각 연대체 별로 이루어지고 있는 투쟁의 내용과 의미들을 조금 더 부연해 서술하고, 이러한 고민들이 집결된 형태로 투쟁이 이루어질 ‘4․20 장애인차별 철폐투쟁’과 이후의 투쟁 흐름들을 함께 공유해보고자 한다.


2. 현 시기 장애운동의 쟁점과 과제들
1) 장애인 이동권 문제(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작년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장애인이동권투쟁은 올 한 해도 가장 정세적인 투쟁으로 자리 매김 될 것이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보여지듯이 장애인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핵심적으로 저상버스의 도입과 모든 역사의 엘리베이터 설치―은 매우 장기적인 기간의 투쟁을 요구해왔다. 이것은 ‘대중교통’이라는 부분이 한 사회 전체의 공공적 투자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권리’라는 당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국가권력과 직접적인 전선을 형성하며 그것을 돌파해야만 일정한 결과물을 쟁취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현재 지속적인 100만인 서명운동의 전개와 함께 매달 1번씩 강도 높은 버스탑승 투쟁을 배치하며, 장기적인 투쟁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이동권의 문제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활동하고 살아가기 위해 매우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집회의 현장에서도 늘 이야기했듯이 이동할 수 없다면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도, 그리고 생존하고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활동영역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배제, 관계의 단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동권은 단지 이동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의 문제이며, 노동권의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2) 장애인 노동권 문제(장애인노동권쟁취를위한연대)
장애인 문제에 있어 노동권, 교육권, 접근권/이동권, 주거권, 수용시설 등의 영역은 장애인 개인의 구체적 삶에 있어서도, 그리고 사회적․구조적 차원에서도 서로 연관되고 복합적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복합적 위상 속에서도, 장애인의 접근권/이동권 문제가 장애민중의 삶의 현실을 바꾸어 나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투쟁이라면, 장애인 노동권 문제는(당연히 독자적인 문제의 영역을 지니면서도) 다양한 영역별로 논의되는 장애의 문제들이 수렴되는 지점에 위치한다고도 할 수 있다. 장애인 노동권의 문제가 지니는 중요성과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쟁점으로서 투쟁을 쉽게 상승시켜내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복합적 위상과 일정한 연관을 갖는다. 또 하나, 장애인 민중의 70%이상이 실질적 실업상태의 과잉인구로서 내몰려 있는 현실은, 취업 장애인들에게 있어 자신의 노동조건에 대한 열악함을 스스로 감수하게 만드는 강한 압력으로 작용하여, 노동현장 내에서 장애인 노동자들이 겪는 극심한 착취의 표출과 투쟁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 2000년 12월, 전경련의 고용보험과 장애인고용촉진기금 통합음모에 대한 분쇄 투쟁을 계기로 조직된 장애인노동권연대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의 확대․강화를 통한 절대적 실업률의 극복을 한 축으로, 그리고 장애인노동조합건설추진위 활동을 통한 대중현장의 개척과 운동주체의 형성을 중기적인 자신의 과제로서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3) 장애인수용시설비리 문제(에바다정상화를위한연대회의)
96년 겨울, 에바다 농아원 학생들의 피맺힌 절규로 시작된 에바다 투쟁. 유령직원과 주민등록증 이중발급 등을 동원한 수 억원에 이르는 국고 및 후원금 횡령, 3명의 장애아동 의문사, 작업장에서의 강제노역과 임금착취, 입양사업을 명목으로 한 해외로의 인신매매 등 수 없는 비리와 인권유린의 온상이었던 에바다 복지회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작년 여름 에바다 투쟁은 재단의 이사회를 에바다 연대회의가 추천하는 이사들이 과반수를 장악하며 일정한 해결을 국면을 맞이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사회의 권한으로 교장 및 농아원장까지 민주적 인사가 임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부 구 재단 인사들의 마지막 발악과 이와 연계되어 있는 지방 토호세력(평택시청과 평택경찰)의 커넥션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농아학생들을 동원한 극심한 폭력사태가 연이어 발생하기도 하였다.
오는 5월 19일로 에바다 투쟁 2,000일을 맞이하게 되는 에바다연대회의는, 현재 매일 정오에 평택경찰서 앞에서, 평택경찰서장―영등포경찰서장 시절, 레미콘 노동자들의 여의도 차량농성을 함마를 동원해 폭력 진압했던 인물이기도 하다―의 퇴진을 요구하는 정기 규탄집회를 열고 있으며, 4월 1일부터는 서울에서도 경찰청 앞 1인 시위가 전개되고 있다. 또한 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주간에는 대규모의 대중집회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4) 장애인 교육권 문제(부당징계철회 및 장애인교육권쟁취를위한 공동투쟁본부)
작년 7월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가 주관하는 통합캠프(장애아동과 일반아동이 함께 참여하는 캠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12월 24일 충남도교육청에 의해 공주 정명학교 교사인 도경만 교사가 해임을 당하고 같은 학교 유정옥 교사가 견책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를 계기로 구성된 공투본은 통합캠프 참여교사의 부당징계 철회, 특수교육예산의 대폭 증액, 장애인 교육기관 증설, 승진도구로 악용되는 특수교육 승진가산점 철폐, 특수교육의 질적 확대 위한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의 요구를 내걸고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실질적인 쟁취의 지점이 이 모든 것을 다 포괄할 수는 없겠지만, 전체 장애인구의 51.6%가 초등학교 졸업이하의 학력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으며, 학령기 특수교육 요구아동 20만명 중 1/4도 받아 안을 수 없는 지금의 열악한 특수교육환경을 바꾸어내기 위해, 이번 투쟁은 반드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5)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혁신 문제(장애인수급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라는 허구적 이데올로기 속에서 탄생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그 시행 첫해, 그야말로 이름뿐인 앙상한 모습 속에서 수많은 문제점을 드러냈으며,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 더욱 늘어나고 있는 한국사회의 저소득 빈곤계층의 생존권을 짓밟고 있다. 그 속에서 수급권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장애인 계층은 더더욱 생존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작년 연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권자인 뇌성마비 1급 장애인 故 최옥란 동지의 결의 속에서 전개된 ‘생존권쟁취와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농성단’의 활동은 이러한 상황에서 전개된 투쟁의 작은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수급권연대는 이후 독자적인 논의 테이블을 넘어 ‘(가칭)민중의 복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독소조항 폐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에 집단적으로 결합하며, 보다 확대된 연대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3. ‘4․20 장애인차별 철폐투쟁’과 이후의 흐름들
‘4․20 장애인차별 철폐투쟁’은 위에서 제시되었던 장애운동의 다양한 쟁점들을 가지고 4월 시기를 공세적인 투쟁으로 돌파하는 핵심적 공간이 될 것이다. 4월 14일부터 일주일간 ‘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주간’을 설정하고, ‘장/애/해/방을 선포하라’라는 타이틀과 ‘시혜와 동정의 껍질을 깨고: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 철폐 투쟁의 날로!’라는 슬로건 속에서 다양한 행사와 투쟁들을 진행하게 된다.
4월 14일 휠체어마라톤대회를 통해 대중적 관심과 역량을 모아낸 후, 4월 15일 공동투쟁주간 첫날의 투쟁선포식을 시작으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날, 장애인 노동권 투쟁의 날, 장애인 교육권 투쟁의 날, 장애인 시설비리 척결의 날이 하루씩 배치되며, 4월 20일에는 정태수 열사 49제를 맞아 추모 문화제와 투쟁결의 대회, 그리고 일주일간의 활동들을 총화하는 실천투쟁이 전개될 것이다. 기간 중 거점 선전전(작은 음악회, 영상물 상영, 퍼포먼스, 인권사진전)과 장애인이동권투쟁 평가와 전망 토론회 등 다양하고 자발적인 행사들이 각 연대단위를 중심으로 기획되고 있다.
또한 이번 공동투쟁주간은 장애인 단체들만이 아닌 이동권 투쟁의 과정에서 연대의 경험을 축적한 광범위한 사회․노동․인권․학생단체들을 공동 주최단위로 조직해 냄으로써 4․20 투쟁을 장애인만이 아닌 전 민중의 연대 투쟁의 날로 만들어 갈 것이다.
4․20 공동투쟁 이후, 투쟁의 큰 흐름은 5월 19일, 에바다 2,000일 투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5월 19일 이전에 도경만 교사의 부당 해임에 대한 교육부 재심 청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일정한 대응 전략 마련이 요구되고 있으며, 에바다의 경우 구 비리재단에 의한 농아원 불법점거를 종식시키기 위한 대응이 그 기간 내에 이루어 질 것이고, 그 양상에 따라 에바다 2,000일 투쟁의 방향이 결정되게 될 것이다. 그리고 6월은 지방자치제 선거(6/19)와 월드컵 행사(5/31~6/30)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이 국면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투쟁들이 기획, 준비되고 있다.


4. 나가며
장애인문제를, 장애운동을 ‘말한다’는 것은 때때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의 눈앞에 엄연히 놓여있는 장애민중의 처참한 삶의 현실,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절박한 그 현실을 바꾸어 내기 위해 해결해야 할 우리의 과제는 어느 것 하나 쉽게 보이지 않는다. 에바다와 이동권의 문제에서 보여지듯이, 적들과 첨예한 논쟁이 벌어질 필요조차 없는, 상식적으로 그러해야 한다고 광범위한 동의를 이루어내는 문제조차 현실의 투쟁 공간에서, 그것을 쟁취해 내는 과정에서는 너무나 많은 벽에 부딪치곤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이윤과 효율성의 이름 아래 무참히 파괴시켜 버리는 자본의 논리가 그 벽이라는 것을, 시혜와 동정의 이데올로기가 또한 그 벽이라는 것을 명확히 안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한에서 충분히 과감하고 단호해야 하며 그 벽을 무너뜨릴 무기를 찾아, 그 무기를 다듬을 연장을 찾아 대중 속에서, 대중과 함께 전진해야 한다. 장애해방 투쟁의 현장에서 늘 함께 하고 있는 어느 동지들의 노래 말처럼, ‘우리의 생을 전부 태울 때까지, 이뤄내는 날까지.’
이번 ‘4․20 장애인차별 철폐투쟁’은 그 전진에 있어 하나의 작은 도약점이 될 것이며, 그 길에 이 땅 투쟁하고자 하는 모든 노동자․민중과 함께 어깨 걸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한/노/정/연

2002-05-01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