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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선거가 아니다
 이정하의 세상이야기

현장에서 미래를  제113호
이정하

노동자민중세상: 이정하의 세상이야기/


이것은 선거가 아니다

이정하 / 현대중공업 노동자


이것은 선거가 아니다. 단지 회사의 업무지시가 얼마나 먹히고 있나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하나의 여론 조사일 뿐이다.
선거 운동 기간에 일인당 만 오천 원씩 책정되어 있는 노사화합비를 선거전에 다 사용하라는 회사의 지시에 의해 부서별 팀별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문제지만 추가로 8천 원씩 더 사용하라고 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부서장이하 전 관리자들이 행사 처음부터 끝까지 조직적으로 참여하여 회사의 대 노사 관을 설명하고 회사가 지지하는 후보를 자랑하고 선전한다.

산행 운동 식사 및 술자리 노래방까지 이어지는 코스에서 이번에는 두 번이 아니라 2번을 위해 건배합니다, 하기도 하고 아예 술잔을 따를 때마다 ㅇㅇㅇ을 위하여! 라고 몇 번씩 외쳐대는 바람에 일반 주위 사람들이 짜증을 내기도 했다 한다. 현장에선 팀장이나 혹은 관리자들이 아예 2번을 찍으라고 노골적으로 요구를 한다. 우리 후보가 현장에 조합원을 만나러 가면 지정된 통로만 다니며 그냥 지나가기나 하란다. 상대 후보가 오면 의도 적으로 모아주기도 하면서 작업현장에 우리후보를 못 오게 막고 상대후보의 원활한 선거운동을 도와주라는 방어조가 편성되어 있다니 참 어처구니가 없다.
비를 피해 쉬고 있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선전을 할라치면, 조합원이 피곤해 해서 안된다, 그러면 교육을 하겠으니 저리가라 하는 식이고, 팀장이 점심 때 식당가기전 잠깐 탈의장에 들러서 가라하면 거기는 어김없이 상대후보 운동원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저녁에 퇴근하면 조별 반별로 연일 술판이다. (울산) 동구지역이 (현중) 선거 때만 되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건수가 없을 땐 반장 팀장의 생일이 새로 생겨 집으로 초대하기까지 한다.

공정해야 할 선거관리 위원회는 한술 더 뜬다.
기호추첨을 조작 하려다 우리에게 들통 나서 기호 추첨을 하는데 두 시간이나 걸렸다. 결국 나중에 확인해 보니 추첨하기 몇 일전 미리 제작한 상대 쪽 운동원 수첩이나 패찰 조끼 등 운동용 물품이 기호 1번으로 제작 되어 있고 회사의 관리자들도 미리 이번에는 1번이라고 선전을 했다한다. 축구경기 중에 심판이 선수의 발목을 잡고 골대에 골을 차 넣으면? 그 경기는? 다른 곳에서는 다 안 되어도 이곳 현대중공업 담장 울타리 안에서는 인정이 된다. 초등학생 중학생도 다 아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아는 이솝 우화를 그대로 선전물에 실어도 안 되고 저들이 늘 자랑하고 온 국민에게 온갖 매스컴을 통해 선전한 러브 샷의 사진도 실으면 안 되고 상대편은 실어도 되는 공약을 우리는 실으면 안 되는 심지어는 유세문도 검열을 받아야 하고 그 검열조차 2/3이상 삭제하여 말 그대로 조합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라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만들어 놓는 선관위가 어찌 공정한 선거관리를 한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조합원을 보호해야할 선관위가 선거를 치르는 측과의 한마디 상의도 없이 선거구를 세분화 시켜놓고 개표도 선거구별로 한다고 광고를 해대니 중간의 관리자들한테 회사의 압력을 받아 적극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는 경우가 아니고 무엇인가? 조합원의 눈과 귀를 가리고 한쪽으로 전달하는 소리만 듣고 투표를 하라는 식의 이런 선거는 선거가 아니라 기명으로 확인하는 회사의 여론 조사일 뿐이다. 권투 경기에서 상대선수의 손을 묶어놓고 권투를 한다면? 그 묶인 선수가 이길 수 있는 경우는 때리는 놈이 때리다 지쳐서 쓰러져야 겨우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아니다. 이 경우는 그런 것도 안 통한다. 때리는 놈 말고 묶인 선수를 또 때려누이는 심판이란 놈이 있다. 참 더럽고 치사한 싸움이다. 그러나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싸움!

그 더러운 전쟁터에서 우리는 칠천 오백의 땀 흘리는 노동자를 구출해 냈다. 패할 것이 뻔하다는 싸움에서! 싸움을 피해가자는 동지도 있었지만 우리는 팽배해 가는 노사 협조주의를 깨기 위해 일본식 노사문화 (종속적 노사관계)가 우리의 노동현장에 뿌리 내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온 몸으로 선거투쟁을 전개 했다.
기대 이상의 결과라며 흔한 말로 승패는 졌지만 경기에서는 이겼다고 자평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이긴 싸움인가? 하여튼 우리는 웃었다. 웃으면서 노래를 불렸다.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 / 누가 나에게 이 길을 / 일러주지 않았네 / 사슬 끊고 흘러넘치는/ 노동 해방의 길을 / 하면서……. 어깨를 거는 동지들의 가슴속에는 아마 비수를 품었으리라……. 겉으로 웃는 그 웃음 속에서 동지들의 결의에 찬 모습이 빛나고 있음을 나는 보았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 여명이 밝아오듯이.

* 아직 선거 평가는 하지 못했습니다. 선거기간 일어났던 일들을 그냥 나열한 것 입니다.(10/21)

2005-10-28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item=&no=1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