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역자들의 출세 현장에서 보는 6.13 지방선거 |
현장에서 미래를 제78호
|
|
이희택
|
반역자들의 출세
현장에서 보는 6․13 지방선거
이 희 택
현대자동차노동조합 공동소위원 의장
이 나라에서는 그래도 희안한, 어떤 사람은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회당이 붉은 약진을 시도하고 있을 때 민주노동당은 그래도
넉넉하게 선거운동을 한다. 임금협상 시기인 만큼 집회장에는
어김없이 지방선거후보들이 나타나 한 표라도 잡기 위해
조합원에게 인사도 올린다.
“지난 프랑스 월드컵 때 에어프랑스 항공노조는 파업을 하면서
‘우리는 월드컵을 볼모로 파업한다’고 했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지난 노개투에서 최선봉이었고 민주노총도
현대차노조를 믿고 파업을 벌였습니다. 이제 월드컵을 볼모로
우리도 파업에 들어가야 합니다. 프랑스 항공노조는 들어가는데
우리는 못할 게 뭐 있습니까.”
월드컵과 지방선거전에서 임투를 놓고 파업에 들어가자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의 말이었다. 참말로 조합원 가슴을
시원스레 후비는 말이었기에 조합원은 열렬히 박수로
답해주었다.
정말 시원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조합원에게 파업하자고
주장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민주노동당 대표가 현자노조
조합원에게 파업하자며 선동한다고 될까. 아니다. 웃대가리한테,
노동조합 지도부에 가서 파업하자고 주장해야지. 현자노조
지도부가 파업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조합원이 모조리 알고 있는
판국에 지금 민주노동당 대표가 파업하자면 조합원이 환영은
하겠지. 조합원은 언제나 파업에 동참할 의지를 품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자노조 지도부가 파업에 대한 의지를
바꾸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합원은 느끼고 확신과 믿음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히 이번에 또 마찬가지일 거라고 조합원은
생각하고 있다.
결국 6월 13일, 그리고 다음 날.
민주노동당은 이번 지방선거에 총 2백18명이 출마해 45명을
당선시켰다. 처음으로 실시된 정당 투표에서 민주노동당은
전국득표율 8.1%(1백34만표)을 기록하면서 최초로 고정득표율
2%라는 벽을 뛰어넘었다고 난리다. 뿐만 아니라 울산, 광주,
전북, 전남 등에서 민주노동당은 제2의 정당이 되었다. 그리고
일부 민주노동당 측에서는 부산에서 김석준 후보가 민주당
한이헌 후보(19.4%)와 맞먹는 16.9%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며
선전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취약지역이었던 강원, 제주에서도
높은 정당 지지율을 얻음으로써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으로
부상했다고 뒷풀이했다.
과연 이들은 이 나라의 반역자들이 될까, 아니면 노동형제의
반역자들이 될까! 그렇지 않다면, 당선자 가운데 과연 얼마나
많은 수가 이 나라의 반역자 대열에 섰을까, 아니면 당선자
가운데 얼마나 많은 수가 노동형제의 반역을 위한 출세를
계획하고 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예비는 해두자.
6월 13일 저녁이었다. 개표가 시작되면서 송철호 후보와 박맹우
후보의 승패는 결정났다.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그 누구도 계속
보자는 말이 없다. 65대 35%의 패배를 북구의 몰표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끝까지 개표상황을 지켜보자는 사람이 없는
까닭은, 찍어 놓고도 알기 때문이다. 현대차 조합원은 거의 알기
때문이다.
지난 날, 조합원 손으로 우리 후보를 뽑아 울산시장을 만들자며
송철호와 김창현이 붙었다. 그런데 조합원이 예상했던 바는
예상도 하지 않았던 송철호 후보가 예비후보로 당선되었다.
‘노동조합 지도부와 제조직의 야합’이라느니 ‘노동자도 아닌
후보가 당선되었다’느니 ‘송철호도 표가 과반수 넘기지
못했다’며 조합원은 들썩였지만 김창현 후보는 조합원 심판을
받들 것이며 송철호를 울산시장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가 떠돌자 조합원들은 지난 날 실노회와
현노신이라는 연합조직의 집행에서 오는 선거분열을 지나치게
걱정하게 되었다. 이상범과 어떤 사업장의 위원장이었는데, 그
분의 얼굴은 알겠으나 송구스럽게도 나는 이름을 되새길 수
없다. 조합원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본다면 그때,
조합원은 이상범을 위해 모든 표를 준비해두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집행부는 자기 조직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띄었지만 조합원에게 외면당했다. 이번 지방선거 또한
조합원들은 김창현을 머릿속에 넣어두었던 모양이다. 이러니
송철호가 울산시장 예비후보로 당선되니 조용할 수밖에.
그 예를 들자. 앞에서 권영길 대표가 ‘우리도 월드컵을 빌미로
파업에 들어가자’고 주장하던 날이다.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현장순회를 김창현과 권영길 대표가 찾아왔다. 내가 일하는 공장
주의를 돌며 조합원을 만났을 때 조합원은 모두 좋아했었다.
그리고 선거운동을 마치고 그들이 다른 공장으로 가고 내가
현장으로 돌아올 때 조합원이 말했다.
“김창현이가 누구 때문에 송철호를 선거운동해야 하는지, 그거
알 수 없냐?”
김창현이 왜 울산시장후보에서 떨어졌는지 알 수 없냐는
말이었다.
TV토론회에서도 송철호 후보는 많은 것을 조합원에게 잃었다.
여지껏 그가 살아오면서 쌓고 쌓았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토론회였다. 오히려 그에 비해 사회당 후보가 많은
것을 얻었을 것이다. 현장활동가를 중심으로 소위원과 대의원
속에서 오히려 사회당이 토론회 이후 상승하기 시작한다. 하긴
사회당도 꼬집어보면 민주노동당이나 별반 차이는 없을 것인데,
의회정치를 탓하지 않을지라도, 투쟁 없이 새긴 지지나 득표는
이상범이든 김창현이 되었던 어차피 한 순간의 동정인 것을 어찌
한단 말인가.
그러고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 이 투쟁이다. 이 놈의 투쟁이
결정지으니 어쩌란 말인가.
민주노동당이 45명이나 당선시키고 정당득표율도 8.1%를
얻었다며 선전하지만 참으로 경박한 망언임에는 틀림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크게 약진하였음에
주목한다. 그러나 1천 2백만 노동형제의 가슴을 쓸어안기 전에는
그 누구도 이것을 약진이라 함은 정치모리배로 전락한다는 것을
왜 모르고 헛소리칠까!
투쟁하지 않고 얻은 표는 반동일 뿐이다. 여기서 반동이라 함은
무능하고 부패로 얼룩진 현정부에 대한 불신일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60만이 넘는데 이 조합원 의지도 모르며 노동조합을
넘어 정권에 도전하려고 했다. 이들은 국가 전복세력도 아니다.
역적도 아니다. 그저 반역이든 아니면 신반역주의를 따르는
정치의 흐름으로 뛰어든 것일 뿐이지. 투쟁으로 쟁취하지 않은
것은 뿌리가 없는 것이거늘.
6월 14일, 그 날 아침이 와도 변함 없이 박맹우는 승리했다.
아니 더 분명한 표현으로 하자. 송철호 후보는 노동자에게
지지를 얻지 못했다.
어쩌면 현대차 조합원을 나무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고히
밝히고 싶은 것은 조합원을 나무라기 전제 먼저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현대차 조합원에게 안겨주는
말이 많다. 그 중에 가장 먼저 떠올리는 말이 ‘배부른 돼지’와
‘배부른 노동자’이다. 그래,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장활동가들 또한 조합원에게 얼마나 질펴버리고 있는가.
순간적으로 교활하고 야비한 대중성을 품고 있는 조합원에게
얼마나 질려버리고 있는가. 현장대의원과 대의원대표는 조합원
대중의 교활함과 야비함에 얼마나 지쳐 있는가. 하지만 이게
조합원 대중들이 활동가를 향한 애정인 것을 어쩌란 말인가.
그래 10년을 넘기며 이제 아는 사람은 안다. 그것은 투쟁하는
조합원만이 누릴 수 있는 자만이라는 것을.
조합원은 자신 있게 떠벌리고 다닌다.
“노동자가 아니니까 아무도 찍지 않았다.”
투쟁하지 않는 사람을 찍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말하기 시작한다.
“이제 집회 한 번이면 임투도 끝난다!”
그 날 축구를 위해 집행부가 앞장선 건지 쟁대위가 앞장선 건지
회사가 앞장선 건지 모르게 집으로 돌아갔다.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내일 주야간조 집회가 있다며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그 날이 진정으로 임투하는 분위기가 처음으로 생긴
날이었다.
6월 18일, 출근하면서 밤샘협상은 계속되었고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절차상 쟁대위에서 의논이 되었겠지만 하나같이
집행부의 독단적인 집회철회와 잠정합의안에 분노한다고 외쳤다.
10시에 주야간조 동시집회는 잠정합의로 철회되었다. 또한
주야간 집회하는 10시 이후 12시부터 정상근무라고 노동조합에서
지침이 내려졌다. 10시는 잠정합의 보고대회로 바뀌었고
선거구별로 잠정합의 사항을 보고하는 대의원은 절차와
집회의무를 무시한 집행부의 독단에 분노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조합원은 대의원보다 더욱 흥분했다. 그것도 반대조 조합원은
어안이 벙벙한지 현장만 서성이고 있었다.
부결되리라고 조합원이든 현장활동가든 모두 알고 있었다.
투쟁하지 않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어찌 되었으며, 투쟁을
회피하는 집행부가 어찌 된다는 것쯤 조합원은 알고 있다.
조합원은 집으로 향하는 정문 앞에서 이렇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씨발! 우리는 이번에 선거 도구였다.”
사람들이 말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새로운 사회
변혁의 초석이라느니,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느니 말한다. 그런데
한 켠에서 노동자 정치운동의 위기라고 말한 것은 참으로 진지한
말이다. 과연 당선자들은 이 나라의 반역자들이 될까 아니면
노동형제의 반역자들이 될까. 얼마나 많은 당선자들이 이 나라의
반역을 꾀하고 있을까, 아니면 얼마나 많은 당선자들이
노동형제의 표로 노동자에게 반역을 시도할까.
누가 변혁을 가슴속에서 꿈꾼다고 말할 수 있는가. 누가 변혁을
위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의회로 간다고 하는가. 더러운
거짓말. 그리고 정치꾼과 같은 말. 변혁은 꿈꾸는 자의 것이
아니라 투쟁하는 사람들의 것이거늘, 변혁을 꿈꾸지 않는 자가
어디 있겠으며, 평등을 꿈꾸지 않는 자가 어디 있을까. 가슴속에
묻어둔 보석이 투쟁하는 사람보다 못한 오늘, 꿈꾼들 … 아니면
변혁을 지향한들 세상이 휭하니 바뀔까.
노동자는 노동자 스스로 얼마나 많은 반역자를 만들어 왔는가.
그런데 그것은 누구를 위한 반역이었나. 노동자를 위한
반역이었나 정권과 자본을 위한 반역이었나. 노동자를 위한
반역은 언제나 조금씩 시도되고 있으나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는
더욱 치열하게 정권과 자본을 위한 짓도 서슴없이 벌어지고
있으니. 노동조합이 사측의 생산을 걱정하고 현장대의원이
사측의 노무관리를 숨김없이 하는 이가 어디 한 둘이든가.
쟁대위, 이것은 각 공장 사업부 대표들이 모여 조합원 의견을
나누고 투쟁 계획을 잡는 자리다. 현자노조 3만 8천 조합원을
대표하는 자리다. 여기서 계획되고 약속된 집회가 집행부의
독단적인 잠정합의로 독단적으로 취소되었다. 노동조합의 뿌리를
뒤흔드는 지침에 온 공장이 들썩인다.
노동조합이 흔들리고 있으니 지방선거 당선자도 조합원 앞에
인사를 하지 못한다. 지방선거 당선자는 기껏 몇 명만 지면을
통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올렸다. 하지만 조합원은 이것도
쳐다보지 않는다. 오직 불만은 급조된 임금협상의 잠정합의안에
대한 불만과 따라서 지방선거에서 한 표로 전락된 분노,
그것뿐이다.
지금 여기서는 울산 노동자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민주노동당 후보의 낙선된 이유 중 하나라고 떠들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현자노조 임투는 돈잔치라고 비난하여도 소용이
없다. 투쟁하는 조합원의 자만은 돈이 아니라 투쟁에 있기
때문이다.
임금인상이 적다고 조합원은 분노하지 않았다. 적어도
잠정합의안을 가지고 약속된 주야간 집회장에서 조합원에게
동의도 얻고, 더 나아가 지도부가 파업하자면 과연 어느
조합원이 ‘그래 이 정도는 택도 안 된다’ 파업하자라고 할까.
조합원이 알아서 ‘이제 됐으니 찬반투표하자’라고 할 것이다.
문제는 싸움판만 벌어지면 접는다는데 조합원이 불만이다.
생산이 모자라면 특근도 해주는데 뭐가 아쉬워 우리 노동조합이
생산 걱정을 하면서 갑작스레 잠정합의안을 내느냐라는
불만이었다.
찬반투표에서 1차는 물론 부결이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부정투표가 나온 것이다. 찬성도 과반수를 넘기지
못했고 반대도 과반수를 넘기지 못했다. 하긴 잠정합의가 나온
이후부터 회사는 엄청난 물량공세와 주도면밀한 작업에
착수했다. 모든 관리자는 메시지를 조합원에게 찬성 쪽으로
유도하며 날렸다. 그리고 ‘이번 투표에서 우리 공장이 꼴찌하면
공장장이 날아간다’며 앓는 시늉으로 대의원 소위원을 구워
삼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매년 겪는 일인지라 조합원과
활동가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었다. 진정 어처구니없는 일은
투표장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다음 날, 안면은 있으나 그 조합원의 이름은 지금도 모른다.
“어제 나 투표 두 번 했대요.”
그저 웃고 있는데,
“대의원한테 전화가 와서 알아서 하겠다길래 나는 좋다
그랬지요. 그런데 집에 있으니 심심코 해서 투표장으로
왔지요.”
집행부에 소속된 조직원의 대의원이라는 것은 짐작이 간다.
그렇지만 부정표 49표에 대해서는 따질 수 없다. 과연 어떻게
따지고 들 것인가.
송철호 후보 낙선의 아쉬움은 조합원에게 이틀도 가지 못했다.
당선자의 축하도 조합원에게 하루 이틀에 그치고 말았다. 진정
조합원에게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애정은 어떻게 나타날까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다. 솔직히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에
대한 조합원 애정이란 없다. 민주노총이든 민주노동당이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표현이 더 적중하리라. 왜냐면
지금 코앞에 싸우지 않는 현대차 노동조합이 더 걱정이기
때문이다. 투쟁하는 노동조합 이후에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기다리고 투쟁하는 민주노동당을 기다리는 법이라고
설명할까보다.
투쟁하는 조합원의 자만심이 이번 지방선거와 2002년 임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나는 이날까지 이토록 조합원대중이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없다. 현대차 내부에서 드러난 승용1공장,
2공장, 3공장의 부결표는 항상 70%에 이르렀다. 그리고 컨베이어
사업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항상 70~80%가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
싸우는 자와 싸울 줄 모르는 자 사이에서, 컨베이어 타는
조합원들의 자만심을 설명하면이 이 글을 마무리하자.
98년 이후 활동가들이 현장으로 복귀하면서 이제 완전히 현장은
우리 것으로 잡았다. M/H협상을 수 차례 했지만 작업장 M/H는
사상 최저치라고 해야 옳다. 현장분위기 또한 가장 자유스러운
형국이고, 그 지긋지긋한 M/H협상은 현장대의원 의지에 따라
조건 없이 수용된다. 특근과 잔업 또한 현장대의원 마음 내키는
대로 가는 판국이니 어찌 이렇게 좋을 수가 있단 말인가.
작업장에서 더 이상 바랄 것도 원할 것도 없는 판국이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그치느냐. 아니다. 더 나은 길로 간다.
노동조합에 협조하는 관리자는 살려두고 노동조합에 비협조적인
관리자는 모조리 날린다. 앞으로 2~3년만 있으면 저 사무실도
우리가 장악하는 날이 온다.
현장투쟁은 이렇게 성숙하게 끝없이 발전되건만 어찌
난다긴다하는 웃대가리 하는 꼴이 모양이 아니다. 이러니
정치세력화, 산별 건설을 조합원이 올바로 볼까 우려가 앞서지.
한/노/정/연
|
|
2002-07-10 00:00:0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