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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노동자 시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현장에서 미래를  제8호
이희옥

국 ◦ 제 ◦ 노 ◦ 동

최근 중국의 노동자 시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 희 옥 (한신대 교수, 중국학과)


최근 중국에서는 노동자 시위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노동부와 국가통계국의 자료에 의하면 1994년 노동쟁의가 전년대비 51% 이상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1만명 이상의 대규모 시위를 포함한 수천 건의 노동자 시위가 있었다. 노동자 시위의 주된 슬로건은 실업문제 해결, 체불임금 요구, 각급 당간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항의로 집약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노동자 시위가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개혁․개방과정에서 누적된 불만과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지역간․계급간 구조적 모순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3일 중국 개방의 상징적 도시인 선전(深圳) 근교에서 5백여명의 노동자 시위로 유혈사태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직접적인 계기는 선전 근교 고속도로 공사장에 오토바이를 타고 불법적으로 바리케이드를 넘어 온 지역유지와 노동자들의 시비에서 촉발되었다. 경찰과 이 마을 자경단은 일방적으로 지역유지의 편을 들면서 노동자에게 총을 겨누자, 흥분한 노동자들이 삽 등으로 경찰을 폭행한 후 인근 경찰서와 공산당 지부를 습격하여 간부들과 차량을 파괴하였다. 이에 1백여명의 무장경찰은 기관총을 난사해 수명의 사망자와 1백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이 유혈사건은 천안문사건 이후 가장 비극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이 시위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갈수록 격화되는 새로운 양극분화, ‘붉은 자본가’에 대한 반감, 왜곡된 사회주의 정책에 대한 신념의 위기라는 요인과 농촌에서 유입된 노동력이 도시에 임시노동자로 일하면서 받는 저임금과 인간적인 모멸감이라는 계기적 요인이 결합되어 촉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같이 급증하는 중국의 노동자 시위의 구조적 요인은 다음과 같이 검토할 수 있다.
첫째,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대표되는 중국의 기본정책이다. 중국당국은 개혁 이후 ‘돈이 꼬뮨을 해체하는’ 정책을 급속하게 추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대담한 재인식을 통해 이른바 중국적 특색을 지닌 사회주의를 구축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 일국사회주의, 2단계 혁명론의 복원, 계급 무모순 테제, 생산력 환원주의, 절충주의, 맑스주의의 도구화, 민족주의적 편향 등이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이념적 후퇴의 당연한 귀결로서 일련의 사영기업과 개인기업에 대한 우대정책, 자본주의적 기제에 대한 대담한 실험과 도입, 신흥 부르주아와 기업의 외형규모를 강화하는 정책을 지속해 왔다. 정치권력의 성격도 신권위주의론 또는 신권력론으로 포장된 유사개발독재를 답습하고 있다. 박정희 모델, 이광요 모델, 장경국 모델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중국에 적용하려는 시도의 기본적인 출발도 여기에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중복투자, 인플레, 정경유착, 실업위기, 잉여노동의 착취와 노동강도의 강화와 같은 부정적인 양상은 고스란히 노동자의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둘째, 국유기업의 경영악화에 따른 노동자의 실업위기이다. 중국에는 약 10만개의 국유기업 중 70% 이상이 적자이며, 파산직전에 놓여 있거나 생산가동율이 한계에 이르러 도산직전에 처해 있는 기업들이 수없이 많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실업과 반실업 상황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으나, 구조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재정부담으로 전체 중국경제의 악순환을 야기하는 국유기업의 만성적인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경제업무의 중점을 국유기업 개혁에 두고 현대 기업제도의 건립, 정치와 기업의 분리, 소유권 문제에 대한 전향적 해석, 1억명의 국유기업 노동자 중 3천만명을 다른 직종으로 유인하는 계획 등 매우 민감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국유기업은 부동산 시장을 통해 상당수가 매각되어 주식회사로 전환되었으며, 내용적으로 기업의 사유화를 인정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의식주․교육․의료 등 노동자들의 사회생활 일체를 책임져 왔던 국유기업이 모든 개혁을 아무런 대책없이 실질적으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등 노동자 희생을 전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유기업이 집중적으로 편재된 대표적 중공업 도시인 선양(瀋陽)에서는 노동자의 40%가 월급을 제때에 지급받지 못하여 시위가 빈발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국유기업과 기구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약 10%에 달하는 1천만명 이상이 생계를 찾아 부업과 시간노동을 하는 등 이른바 ‘제2직업’을 찾아 나가고 있다. 노동자의 실업문제는 다시 예비노동자를 양산하여 높은 노동강도와 저임금을 유지하는 기본축이 되는 한편, 유동인구를 급격하게 늘려 도시문제를 증폭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태발전은 시간이 갈수록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고 체제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나타날 개연성도 있다.
셋째, 노동자계급의 상대적 박탈감이 증대하고 있다. 이 박탈감은 주로 경제적 불이익과 심리적 반발을 동시에 포괄하고 있다. 떵샤오핑이 1992년 남순담화를 통해 조건을 갖춘 지역을 먼저 발전시켜 빈곤한 지역이 이를 따라오게 해야 한다는 선부론(先富論)을 제기한 이후 중국에서는 생산을 위해서 분배와 복지를 희생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으며, ‘모든 것은 돈을 향해(一切向錢看)’가는 부정적인 기풍이 만연하였다. 여기서 자본이 없는 노동자들은 해고의 위기 속에서 ‘사회주의가 가져다 주는’ 부의 편재에 좌절감을 떠안게 되었다. 12월의 선전(深圳) 노동자 시위가 대부분 후난성과 후뻬이성 등 내륙 출신의 건설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자본과 공산당의 유착’에 반발한 것도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들 노동자의 한 달 평균임금은 대략 4~5백위안(한화 약 4~5만원)에 불과하지만, 외자기업에 근무하는 이들은 2천위안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간 1백만위안을 버는 벼락부자들이 이미 1백만을 넘어섰고, 도시와 농촌 주민 저축액의 약 30%를 독점하고 있는 약 2,500만명(2%)의 부유계층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불법적으로 부를 형성한 흑색․회색계층이 대부분이어서 생활방식에서도 부를 과시하며 위화감을 조장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당간부의 부정부패 등도 이러한 요소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경제특구, 베이징, 상하이 등은 물론 거점도시에 보편적으로 만연되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넷째, 과잉노동력의 압력이다. 현재 중국에는 약 2억명에 달하는 농촌의 잉여노동력이 개혁개방 정책의 수혜 도시로 파급되어 도시노동력의 예비부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농촌호적을 가지고 있어 항상 취업이 보장되어 있지 못하여 건설부문등의 고용노동에 집중적으로 종사하고 있다. 이것은 농촌의 잉여노동력에 따른 저임금과 도시의 저임금을 연동하는 구조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중국정부는 이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호구제도의 개선이나 농공형 기업으로 향진기업을 확대하여 인구를 흡수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나 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사회적 통제력이 이완되어 기존 호구제도가 무력화될 경우 폭발적인 과잉노동력이 무정형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실질적 실업은 금세기 말까지 전 인구의 약 20%인 2억 7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에서는 대규모 노동력 수출을 추진하자는 계획이 제안되고 있다. 즉 현재 연간 7만명 수준인 노동력 수출이 수년 후에는 1~2억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1994년 7월에 개정된 중국의 <노동법>도 이런 노동력 구조의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짧은 연장근무(하루 3시간, 월 36시간이내), 높은 연장근무수당(휴일 2배, 법정공휴일 3배), 긴 산후휴가(90일), 노동쟁의 처리기간(60일이내)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법률의 진보성보다는 개인당 노동시간을 줄여서라도 취업인력의 절대수를 늘려야 하는 중국적인 노동력 구조를 반영한 것이다.
다섯째, 노동조합의 열악한 조직도와 어용성이다. 중국의 노동조합(工會)은 더이상 ‘하나의 학교’가 아니라 당의 방침을 관철하는 집단으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노동자들은 이미 14개 성에서 자주노조를 결성하였으며 이 추세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이 문제가 더 이상 정치화되지 않도록 노동자들을 설득하는 한편, 실업 및 퇴휴 노동자의 연금확대 등 사회보장제도의 확충을 건의하고 있으나 재정적자 때문에 실현성은 매우 낮다. 중국 정부의 노동조합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는 폴란드 연대노조의 형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제출했듯이 노동자의 자율적 조직형성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기존 노조를 개량화하여 체제내로 수렴하려는 장치를 구상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노조와 정부의 관계를 ‘노동자계급의 대중조직과 노동자 자신의 정권’으로 규정하면서 명시적으로 공존관계를 강조하여 복수노조를 금지하고 있는 데서도 나타난다. 물론 개혁 이후 노조가 기층 노조에서 직선과 무기명 투표를 실시하고 기업 수준에서는 노조 책임자의 관료적 지위가 향상되기도 하였다. 특히 1989년 천안문사건 시기에는 전국총공회 간부들이 제한적인 (당시 학생들의 시위는 지지했으나 자율노조를 지지하지는 않았다) 목소리를 내기도 했으나 당의 탄압으로 일시에 무력화되었다. 이러한 국가와 노조의 ‘이완된 조합주의’는 기층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에 대해서는 <외자기업노조조례>를 제정하여 노조설립의 법적 근거를 부여하여 설립 움직임을 가속화하면서 중국노동자들의 쟁의나 권리쟁취를 크게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노동자 시위는 중국내부의 정치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등 패권주의 세력들이 국내 정치적 카드로 이용하면서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클린턴 정부의 대중국관계의 기축은 노골적인 중국 길들이기거나 중국 사회주의에 대한 평화적 전복(peaceful evolution)정책이다. 미국의 정책은 떵샤오핑 이후 장쩌민 체제의 안정도와 대미인식의 속내를 시험하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깊숙이 숨겨져 있다. 실제로 미국은 최혜국 대우 연장, 중국계 미국인 인권운동가 해리 우 사건, WTO 가입문제, 북경세계여성대회, 중국 핵실험, 티벳 인권문제, 대만카드를 이용한 중국압박 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왔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미국은 의회와 외교경로를 통해 지난 12월 선전(深圳) 노동자 시위를 전형적인 인권탄압 사례로 문제삼고 진상 조사의 명목으로 중국내정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중국의 노동자 문제는 향후 중국의 체제 안정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프롤레타리아 독재국가를 표방하는 국가에서 이른바 정권주체에 대한 억압을 강화할 경우 노동자계급이 갖고 있는 자신의 체제에 대한 신념의 위기는 증폭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기회에 우리는 중국의 노동자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나아가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대표되는 ‘중국적 사회주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요컨대 중국의 노동자 문제는 개혁․개방과정에서 ‘계획’과 ‘복지’가 퇴조하고 ‘시장’과 ‘자본’이 시대정신으로 등장하면서 나타나는 사회주의판 계급모순을 형성하면서 발전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사회주의는 모든 문제를 생산력주의로 환원하는 과정에서 맑스주의의 합리적 핵심을 도구화하는 대신 초기 인문주의적 주제와 파리꼬문 실패 이후의 ‘각국의 길에는 각국의 길이 있다’는 동방사회론을 과도하게 일반화하면서 내용적으로 ‘중국적’인 역사특수성에 매몰되어 제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국가유형으로 ‘프롤레타리아의 독재’를 주장하고 있으나, 국가권력의 행사방식 및 국가기구의 조직화 방식에 따른 국가형태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억압적 기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조차도 결코 무매개적인 인민의 지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볼 때, ‘누가 지배하는가’에 압도적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어떻게 지배하는가’하는 점에서 대중의 수동성과 과두제적 집단주의 체제의 성격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국가권력의 힘에 의지하면서 ‘민주주의’의 문제를 왜곡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 사회주의의 변화와 노동자의 시위를 하나의 구조속에서 비판적으로 점검할 필요성이 대두하는 것이다. 한/노/정/연

1996-02-2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