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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현장운동

현장에서 미래를  제82호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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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현장운동


김 현 수/ 근골격계직업병 공동연구단 기획실장




들어서며
현장 노동의 경험이 전무할 뿐 아니라, 진중한 자세로 현장 운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논의해 본 적 조차 없는 입장에서 현장운동이라는 주제를 생각한다는 것은 상당히 도발적이고 건방진 태도일 것이다. 지난 2년간의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를 현장 운동의 핵심적인 과제로 던지면서, 현장 운동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비로소 처음으로 가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전체 노동운동의 문제가 사실은 현장 운동의 구체적인 문제에 다름 아니며, 현장이 처한 위기가 민주노조 운동 나아가 노동운동의 위기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김대중 정부를 신자유주의 구현의 정치적 집행자로 규정한 이래 노동운동의 정치적 과제는 바로 신자유주의 반대전선의 구축이었는 데, 이러한 전체 운동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노동현장의 상태는 사실상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수용자”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은 최대의 역설이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추상적으로만 이해하면서 사실은 개별 사업장의 틀을 넘어서지 못하는 현장 운동의 고집도 일부 알게 되었다. 그래서 거창하지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현장 투쟁 비판이라는 주제를 다루어보고자 하였다. 이 글은 단지 어깨 너머로 배우고 알게 된 구조조정과 현장 투쟁의 실상에 대해, 다른 차원의 문제제기와 입장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어쩌면 현장은 이미 그 방법과 방향을 알고 있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골격계 직업병은 전통적 의미에서 볼 때 노동운동의 중요한 계기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게 대부분 현장 활동가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이해 수준 자체가 직업병이라는 전통적 개념 전통적 개념이란 납중독이나 이황화 탄소 중독과 같은 작업장 위해(危害) 물질의 노출에 따른 질병의 발생과정으로 직업병을 인식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전통적 개념의 직업병보다 더 중대한 문제는 노동강도 관련성 직업병인데, 아직 이와 같은 인식이 보편적으로 이해되고 있지는 못한 듯 하다.
에 기초해서 파악하는 순간, 거친 노동현장에서 인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현실에 대한 고발의 계기로서 근골격계 직업병은 이해된다. 그러나 이 문제를 구조조정에 대항하는 투쟁의 계기로 파악하는 순간, 노동현장의 혁신과 작업장 통제라고 하는 계급적 노동운동의 오랜 숙원을 떠올리게 한다. 전자의 관점으로 대다수 현장 운동가들이 사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한편 우여곡절 끝에 후자의 관점을 가지고 현장 투쟁을 시작하는 순간, 현장은 일순간에 생사 격돌의 투쟁이 촉발됨을 알게 된다. 대우조선은 바로 후자의 예라 할 수 있다. 현장 운동가들이 근골격계 직업병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선택은, 관점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실천적 차이로 귀결된다. 직업병 대책 문제로 인식할 것인가, 노동강도 강화 저지 투쟁으로 인식할 것인가라는 두 가지 관점의 차이는, 결국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파트너로서 현장운동이 기능할 것인가 혹은 구조조정을 타격해 내어 작업장 통제를 획득해 갈 것인가라는 서로 다른 정치적 태도를 결정하게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난 2년 동안 근골격계 투쟁을 전개하여 오는 동안 어떤 현장도 이 주제로부터 더이상 회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사업 시행하고 실태 발표하고 산보위에서 교섭 시작하면 해결 될 것 같았던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가 사실은 아직 제 모습을 다 드러내지 못한 거대한 빙상임을 알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근골격계 직업병이 대다수 노동자들의 생존 그 자체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광풍으로부터 살아남은 그 어떤 노동자도, 노동력이 파괴되는 근골격계 직업병의 유행을 피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사 협조주의를 기초로 아무리 훌륭한 직업병 대책을 만들더라도, 그 현장은 여전히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가 용광로처럼 데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점차 확인되어 왔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이 문제는 현장의 쟁점이다. 그러나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는 순간, 현장에서 시작하여야 하는 투쟁의 규모와 성격이 주는 중압감을 느낀다고 현장 활동가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고 있다. 그것은 이 투쟁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장 활동가들이 겪는 중압감은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중압감에 다름 아니다. 그러면 그 중압감에 못 이겨 신자유주의를 수용할 것인가?


1.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노동강도 강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참담한 효과는 노동자 생활의 기본적인 성격을 변화시켰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거시적인 수준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같은 고용불안, 공공부문 민영화와 같은 경쟁적 산업구조 재편 등으로 표현될 수 있지만 일상적인 노동현장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력의 감축, 고용형태 변동, 노동시간의 변화, 작업조직의 변화, 임금체계의 변동, 신공정과 신기술의 도입 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요인들을 노동과정 분석에서 보자면 ‘집단적 작업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데, 집단적 작업환경의 악화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직접적인 결과들인 셈이다. 그런데 집단적 작업환경 악화는 자본의 관점에서 보자면 최대 작업량 생산이 목표이며, 이것은 노동강도 강화 과정을 통하여 관철된다. 즉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집단적 작업환경의 악화를 통하여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고 이를 통하여 최대 작업량을 생산해내는 자본의 신전략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구조조정에 따른 생산과정은 억압적이고 위계적인 작업장 통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적인 노력으로 노동자들이 수용한다는 점이 커다란 특징이다. 즉 과거 노동현장은 자본가나 중간관리자의 억압과 탄압에 기초하여 생산이 이루어졌던 점에 비하면, 현재의 노동현장은 경쟁적 노력을 전개하는 자발적 노동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극단적인 노동강도를 노동자 스스로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받아들인다는 끔찍한 현실을 의미하는 데, 이것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노린 가장 큰 정치적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성과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조정과 노동강도의 강화는 노동자들의 노동력 재생산을 불가능하게 하는 데, 그것은 노동강도 관련성 직업병이 집단적으로 발생되기 때문이다. 노동강도 관련성 직업병은 전통적인 직업병 유발 요인인 특정 위해 물질(납, 벤젠 등)이나 위험 작업(프레스 작업, 전기작업 등)에 위해 발생하는 직업병이 아니라, 노동강도의 강화로 인해 유행하기 시작한 과로사와 근골격계 직업병 등을 의미한다. 이들 노동강도 관련성 직업병은 강화된 노동강도의 전형적이고 극단적인 표현일 뿐이며, 이들 직업병의 유행은 노동자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게 하는 노동자 생존 파괴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특정 부서나 사업장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업장 모든 노동자들에게 보편적이고 일률적으로 강요한다는 점에서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 문제를 본질적으로 유발한다.
이들 노동강도 관련성 직업병이 크게 확대되고, 이로부터 현장을 떠나야만 하는 사례들이 속출하는 데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노린 자발적 경쟁과 노력이라는 노동자들의 선택은 줄어들지 않는 끔직한 모순이 발생한다. 물량 확대를 요구하고 잔업 특근을 요구하는 이들 모순적 현상이 가장 절박한 현장의 모습인 것이다.


2.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와 현장 운동의 위기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는 여러 가지 수준에서 평가되어 왔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지난 발전파업에서 보여진 노동조합 지도부의 후퇴와 타협처럼 직접적 대중 투쟁의 패배와 좌절이 지적되기도 하고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사민주의 정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맹목적 정치방침이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거시적 규모의 위기의 발원지는 역시 현장이다. 민주노조 운동, 노동운동의 위기는 바로 노동운동의 기본단위라고 할 수 있는 현장 운동의 정체와 후퇴에서 기인한다.
현장운동의 여러 가지 수준에서 파악될 수 있다. 노동조합으로 표현되는 노동자 대중 조직의 상태와 한계, 현장 조직으로 표현되는 가장 기본적인 정치적 결사의 수준과 한계, 노동자 대중의 자발적인 투쟁과 현장 통제 수준의 문제 등 현장 운동은 바라보는 측면에 따라 다양한 접근을 할 수 있다. 어쨌든 현장 운동의 상태는 연맹이나 지역본부, 지역 운동의 성격과 폭을 제한하고 이것은 곧 민주노총이나 정치 사회단체 운동의 전망과 지향에도 규정력을 가진다.
이렇듯 노동운동의 기본단위라고 할 수 있는 현장 운동의 상태는 가장 기본적인 우리 운동의 조건을 형성하는 데,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 현장 운동은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가?
첫째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정규직, 대공장을 중심으로 경제위기 과정에서 살아남은 노동현장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정치 문화적 효과인 ‘자발적 경쟁’이라는 현장 질서를 승인하고 있다. 이는 노동강도 강화에 대한 현실적인 승인으로 나타난다.
둘째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라는 이중적 고용질서를 명분으로 반대하지만 투쟁으로 반대하지 못함으로써 노동유연화의 결정적 근거를 허용하고 있다.
셋째는 기업별 질서를 넘어서는 정치적 지향과 투쟁을 회피함으로써 조합주의 활동의 기초로 작동하고 노동계급의 연대를 부차적인 목적으로 치부한다. 즉 노동운동의 현실주의 노선이 조합, 현장 조직, 조합원에 이르는 폭넓은 지지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전국적 투쟁의 관점에서 현장 투쟁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지점은 이미 계급적 운동진영이 폭넓게 동의하고 있는 현장 운동의 실태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과 모색이 다양하게 제시되기도 하였다. 그 중 대표적인 관점이 현장조직의 혁신과 연대를 통한 현장 활성화인데, 그것은 조합이 기업별 이익에 한정되어 전체 운동의 대의와 충돌할 때에도 정치적 결사체인 현장조직은 이를 극복할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근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장조직은 개별 사업장의 조합 선거 투쟁에 개입하는 수준 이상의 정치력과 역동성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역에 따라서는 지역 현안 투쟁에 대한 직접적인 연대와 대응, 혹은 지자체 선거와 같은 합법 정치공간에서의 활동 등 고민의 영역을 확대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그것은 지역적 조건에 기인한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장 조직 운동이 어떤 위상을 가질 것인가라는 점은 쟁점으로 남아 있지만 위기의 현장 운동을 재편해갈 출발점이라는 데는 많은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노동조합이 가지는 제한적 정치, 제한적 이념, 제한적 투쟁을 넘어서는 정치적 조직화의 개연성을 애초부터 가지는 조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정치적 조직화의 문제는 검증되고 있지 못한데, 그것은 실제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하고 대중적 지지를 획득하는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현장 운동 속에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장에서 전개하는 일상적 사업의 결과는 현장 운동의 성과로 축적된다기보다는 조합 선거를 매개로 용해되고 만다. 이러한 메카니즘은 현장 조직 운동이 보다 적극적인 현장 투쟁을 통하여 정치적으로 재조직화 되어가는 경로를 선택하는 것 대신에 조합 선거를 겨냥한 정책과 방향에 제한됨으로써 기업별 노동조합의 정치, 이념, 투쟁의 한계를 고스란히 공유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현장 조직은 운동의 노동조합 활동의 연장에 위치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러한 연결고리 속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투쟁 방식으로는 노동자 대중의 자발적 경쟁이 작동하는 현장 질서를 타파하지 못한다. 즉 임․단협이라는 노동조합의 일상활동은 노동조건에 대한 노자간 재계약을 의미하는 중요한 계기이지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전개된 이후에 임․단협은 노동조건 개선에 역동적으로 작동하는 투쟁적 계기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자발적 경쟁의 결과에 대한 노동자들의 왜곡된 기대를 충족시키는 과정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수년간의 임․단협이 위력적인 노동자 투쟁으로 총화되지 못하고, 노동자 의식을 성장 전화해 내는 학교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임․단협이 차지하는 노동조합 운동의 의미에 대한 보다 냉정한 분석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노동자 대중의 요구가 투쟁으로 조직되는 계기로 임․단협이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대중의 요구가 계급적 요구로 발전될 수 없도록 만드는 자본의 통제과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임․단협 중심의 노동조합 운동의 뒤를 따르거나 앞을 이끄는 활동이 바로 현장 조직활동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현장 조직활동은 앞서 지적하였듯이 현장 운동의 출발선이 되는 질서이며 임․단협 중심의 조합 활동을 새로운 방식으로 전화해나갈 수 있도록 정치적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정치적 운동의 공간이다. 그러나 현장 조직활동은 대개 노조 선거를 계기로 조합 활동에 개입하는 데 그침으로써 임․단협 질서를 넘어서는 현장 투쟁의 질서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결과로서 작동하는 경쟁적 질서를 극복하는 투쟁 방향의 제시와 실천이 없이는 조합원-현장조직-노동조합으로 이어지는 현장 운동의 정체와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으로부터 투쟁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은 일상적 현장 투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활동의 결과는 노동자 운동의 계급적 재편과 정치적 조직화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가? 노동강도 강화저지 투쟁은 그 계기를 제시한다.


3. 근골격계 직업병과 현장 투쟁
지난 1년 동안 여러 사업장에서 전개된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의 유형을 현장 투쟁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이것이 현장 조직 운동과 노동운동의 위기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자. 올해 전개된 여러 사업장의 투쟁이 있지만 세 개 사업장을 사례로 현장 투쟁의 가능성과 현실성을 검토해보자. 올초 투쟁에 제일 먼저 결합한 대우조선, 7월 집단 요양 투쟁을 전후에 투쟁에 결합한 한라공조와 카스코 노동조합은 여러가지 면에서 비슷한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첫째 다양한 수준의 구조조정이 전개되고 완료된 사업장이다. 대우조선은 인력감축과 비정규직화를 축으로 법정관리 하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된 사업장이고, 한라공조는 자본 구조 재편과 인력감축, 자동화로 표현되는 작업환경 변동이 전개된 사업장이다. 카스코는 부도기업 처리 후 인력 감축과 자본구조 재편이 진행된 사업장이다. 즉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경제위기와 기업 부도라는 조건 속에서 진행되면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인력 감축이 전개된 사업장이자, 기업 부도를 극복해낸 사업장이라는 점이다.
둘째 민주적 현장 조직이 노동조합의 집행부를 담당하면서 구조조정 반대 투쟁의 의지와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며 현장은 강화된 노동강도로 인한 근골격계 직업병 발생이 특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가 노동강도의 문제이며 따라서 직업병 대책이 아닌 노동강도 강화 저지를 요구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러한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서로 상이한 점은 각 사업장의 조합원-현장조직-노동조합으로 이어지는 투쟁 역량에 커다란 차이가 존재하였다. 대주조선의 경우 노동조합과 현장조직은 투쟁의 의미가 분명하였으나 현장이 무너진 상태로 현장 조합의 참여와 투쟁이 촉발되지 못하였으며, 카스코는 조합원의 의미와 투쟁은 강고하였으나 현장조직과 노동조합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투쟁을 회피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마창 산추련이 현장 조직을 대신한 측면이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하겠다. 한라공조는 조합원과 현장 조직, 그리고 노동조합이 대체로 통일적인 투쟁 대오를 형성하면서 적극성을 보였으나 최종 요구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들 투쟁은 무엇보다도, 임․단협 투쟁과 결합되지 않은 일상적인 현장 투쟁으로 기획되고 배치되었다는 점이다. 카스코와 한라는 임․단협이 종결된 이후에 투쟁이 시작되었으며 대우조선은 임․단협에 들어가기 전에 투쟁이 시작되었다. 이 투쟁에 대한 참여와 현장의 기대는 임․단협에 대한 조합원의 기대와 참여와 질적으로 다르게 작동하였다. 즉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로 나타난 직업병 실태에 대하여 자본의 책임이라는 점에 대한 조합원의 의지가 결집하였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가 활성화되었다. 무엇보다도 현장 투쟁에서 노동지연의 주도권이 분명하였다는 점이며 이것은 대우조선처럼 사측의 통제와 탄압이 심각했던 사업장에서도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하였다는 점은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즉 이들 투쟁은 공통적으로 노동조합이 주도하여 만들어진 투쟁 기획으로서 대략 다섯 가지 의의로 정리될 수 있다.

- 노동강도 강화 저지 투쟁
- 임․단협 중심이 아닌 일상 투쟁
- 현장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투쟁
- 구조조정의 극단적 결과에 대한 사회적 폭로와 통제
- 작업장에 대한 노동통제권 요구

1) 노동강도 강화저지 투쟁
이들 투쟁의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개입된 문제는 노동강도 완화의 핵심으로서 인력의 문제였다. 즉 자본은 노동이 요구하는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수긍하면서도 인력을 충원하는 데 있어서 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하는 데 있어서는 극단적 거부감을 보였고, 이로 인하여 대우조선은 불법 파견, 카스코는 전환배치, 한라공조는 비정규직 투입 방침을 자본이 고집하였던 것이다. 그것은 자본의 입장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비정규직화 문제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로 파악되며 노동의 입장에서는 노동강도 강화저지 투쟁으로 시작된 투쟁의 최종 목표가 비정규직 철폐로 연결되게 된다는 점을 실천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2) 임․단협 중심이 아닌 일상 투쟁 전술
임․단협과 무관하게 시작된 투쟁이다 보니 구체적인 사업장 전술의 배치가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점은 다양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임․단협은 조합원 쟁발투표를 통하여 쟁의 체계를 노동조합이 조합원으로부터 보장받은 상태에서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지만 이들 사업장 투쟁은 이러한 전형을 확보하지 못하였다. 대조는 부족한 현장 동력으로 인하여 집행부와 현장 조직이 결합한 사업장 선전전 투쟁 수준으로 투쟁을 배치하였고 외부 지원을 한 축으로 하여 사업주를 압박하는 투쟁을 전개하였으나 결국 현장 조합원이 투쟁으로 결집하지 못하였다. 그것은 쟁발결의의 실패로 표현되었다. 카스코는 작업중지와 태업을 중심으로 투쟁을 진행하여 의외로 쉽게 투쟁을 종결지을 수가 있었는데, 노동강도 강화 저지 요구를 중심으로 작업중지 투쟁을 구체화하는 전술, 그리고 교섭단위를 현장 대책위를 구성하여 대응하였다는 점 등은 새롭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한라공조의 경우 현재 투쟁이 진행중이어서 구체적인 현장 전술이 아직 표면화된바 없으나 임․단협 시기가 아닌 일상 투쟁 대오를 구축하고 작업중지권과 같은 일상적 파업권을 활용하는 방식을 상당히 낯설어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3)현장조합원이 참여하는 투쟁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은 현장조합원의 참여가 절박한 수준에서 전개되었다. 참여한 조합원들은 사실상 심각한 노동력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합을 중심으로 한 이번 투쟁에 절재적인 지지를 보내고 결합하였다. 예를 들어 카스코는 대상 부서의 18명중 13명이 집단 요양에 참여하였으며, 한라공조는 처음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11명이, 그리고 2차에 5명이 참여하였다. 대조는 76명이 사측의 엄청난 탄압을 뚫고 결합하였는데 이들은 이후 회사측의 산안 개악안이 발표되었을 때 사장실에 집단 항의방문하는 투쟁력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들 조합원의 참여와 별개로 대다수 조합원은 이 투쟁을 통하여 고용불안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였으며, 그것은 집단요양에 참여한 조합원이나 그렇지 못한 조합원이나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현장의 적극성은 구조조정 반대 투쟁이라는 중압감에도 불구하고 임․단협 시기 못지 않은 결의와 참여를 동반하였다는 점에서 현장 대중 투쟁의 의미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4) 직업병의 사회적 통제
많은 사업장이 공상과 물리치료실 설치를 사측과 합의함으로써 노동강도 관련성 직업병을 은폐하는 데 노사 협력을 같이 하였던 데 반하여, 이들 사업장은 노동강도 관련성 직업병의 실태를 집단 요양이라는 극적인 전술을 통하여 보여줌으로써 직업병의 폭로 및 사회적 통제의 필요성을 호소하였다. 이러한 투쟁 방식은 기존에 개별적 공상 처리나 개별 산재요양 처리를 하던 다양한 사업자에 진지한 문제제기를 시작하였고 이를 통하여 자신의 사업자에 존재하는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를 다시 돌아보게 하였다. 즉 개별 사업장 수준에서는 그 사업장 직업병에 대한 폭로와 사회적 통제의 수단을 제공하였던 제 비하여 다른 사업장에게 노동강도 강화 저지투쟁에의 동참을 호소하게 되었던 것이다.

5) 작업장 통제 투쟁
작업량을 통제하겠다는 카스코나 작업환경위윈회 활동을 보장하라는 한라공조의 요구는 집단적 작업환경에 대한 노동측의 통제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기존의 작업장 통제 투쟁을 한 차원 발전시킨 계기에 해당한다. 아직 구체적인 투쟁의 성과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일시적이고 제한적 수준의 작업장 통제가 아닌 포괄적인 작업환경 통제 요구를 시작했다는 점은 적극적으로 평가 될 만하다. 그러나 한라공조가 반장제도 개편요구를 보류한 것이나 대우조선이 작업조직 재편에 대한 요구를 성안하지 못한 것은 작업장 통제의 주요한 대상인 현장 관리 체계를 어떻게 타파할 것인지를 보여주지 못하였기 때문에 한계점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경쟁의 룰을 해방에 대한 지향으로 바꾸어나갈 수 있는 작업조직의 개발과 노동진영의 개입이야말로 작업장 통제의 주요한 원천인 것이다.


4. 결론에 대신하여: 제언
세 가지 사업장 투쟁 모델은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이 주축이 되어 전개한 형태를 보였으나 그 내부의 시각차이와 쟁점은 다양하였다. 그리고 투쟁전술의 개발에 있어서도 여러가지 유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현장조직이 이러한 투쟁을 조직하는 데 있어서 어떠한 역할을 가지고 구체적인 실천을 전개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는다. 앞서 세 사업장의 현장조직은 여전히 노동조합을 통하여 그 자신을 표현하였으며 동시에 집행부를 운영함으로써 현장조직과 집행부의 정책과 투쟁이 동일한 지향을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많은 사업장들은 조합원-현장조직-노동조합이라는 구조가 매우 다양한 수준에서 편재되어 있을 수 있다. 이들을 각각 다양한 수준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 어용 집행부와 현장 조직
- 노사협조주의 조합집행부와 현장 조직
- 현장이 무너진 민주집행부와 현장 조직
- 현장이 살아 있는 민주집행부와 현장 조직

노동강도 강화저지 전국 현장 공동 투쟁본부의 구축과 가동
- 현장 투쟁의 구체화
- 현장조직 재편과 정치적 재조직화
- 노사협조주의 집행부에 대한 타격과 민주집행부 쟁취 등

이런 주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분석하는 활동이 시급하다. 한/노/정/연

2002-12-01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