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정권을 말한다 |
현장에서 미래를 제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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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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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을 말한다
고 민 택
연구위원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지극히 상징적인 언어이자 대단히 선동적인
구호로 차기 정권의 성격을 표현하고 나왔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여기서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말이 ‘모든 권력은
인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이른바 “인민주권”을 의미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김영삼
정권과 김대중 정권이 각각 자신의 정권을 ‘문민 정부’와
‘국민의 정부’로 포장했던 것과 같은 또 하나의 ‘언어의
유희’를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비록 ‘언어의
유희’이긴 하지만 왜 그와 같은 ‘언어의 유희’를 들고
나왔는가를 따져보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다. ‘문민 정부’가
‘군사독재 정권’을 부정해야 할 필요성에서, 그리고 ‘국민의
정부’가 ‘군사독재 정권’에 대한 반정립을 넘어서야 할
필요성에서 나온 것이라면 마찬가지로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역시 이를 필요로 하는 어떤 정치적․시대적 맥락을 갖고
있다. 그것은 크게 두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거시적인 측면이다. 지난 87년 이후 한국사회와
한국정치는 이른바 부르주아 민주주의 또는 일반민주주가 꾸준히
확장돼왔다. 이를 가능하게 한 기본적인 동력은 노동자
민중으로부터 나왔다. 87년 이후 한국의 노동자 민중은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배계급을 향해 자신의 권리와
요구를 주장해왔다. 한국의 지배계급은 분출하는 노동자 민중의
저항과 투쟁을 수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폭을 넓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알다시피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노동자 민중의 저항과 투쟁을 완전히 수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그리고
일정한 제약과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면서 유지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한 제약과 한계가 두드러질 때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게 된다. 이 때 이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 또는
수단으로 부르주아 정치는 노동자 민중을
극단적․폭력적으로 배제하거나 정반대로 노동자 민중을
더욱 부르주아 정치 내로 불러들인다. ‘국민경선제’ 도입은
후자의 경우이다. ‘문민 정부’와 ‘국민의 정부’가 일정한
위기 때마다 정치권 내에 신진 인사를 수혈하는 방법을 써왔다면
‘국민경선제’는 그것을 훨씬 큰 규모로 시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는 거시적으로 봤을 때 바로 이와
같이 한국의 부르주아 민주주의 또는 지배계급이 국민을 통째로
불러들여야 할 만큼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시적인 측면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사실
‘국민경선제’와 ‘노사모’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은 기존 한국정치의 맥락에서 볼 때 이른바
‘주류’로부터 강한 거부감을 받아왔다. ‘국민경선제’가
아니었다면 노무현이 민주당의 후보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으며, 심지어 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후보로서의 위상과
지위를 갖지 못했다. 이는 노무현의 현실 정치에서의 정치
기반이 그 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선
민주당은 집권당이긴 하지만 원내 소수 정당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김대중 정권도 이 때문에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노무현 당선자는 민주당 내에서조차
아직은 조직적․정치적 장악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이런 제약과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민을
동원하는 길뿐이다. 김대중 정권이 자신의 취약한 정치 기반을
만회하기 위해 시민운동을 활용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들고 나온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는,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볼 때, 노무현
정권이 이후 철저히 탈계급화 또는 탈정치화를 시도해 나갈
것이라는 것을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불신에
처한 부르주아 정치를 만회하고 동시에 자신의 취약한 정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노무현 정권이 국민인기 영합주의, 즉
민중주의(포퓰리즘)적 정치 행위․행보를 펼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는 노무현
정권이 취하고 있는 포퓰리즘적 행위가 명백히 탈계급화 또는
탈정치화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철저히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먼저
대응을 하기 시작한 세력은 노동자 민중이 아니라 오히려 기득권
세력 내부이다. 벌써부터 한나라당의 대표가 노무현 정권을 향해
“좌파정권”이라고 한다든가, 전경련의 상무가 “노무현 정권이
지향하는 바는 사회주의다”라고 공세를 취하고 나섰다.
한나라당과 재벌은 이처럼 후안무치하게, 그리고 ‘국가의
이해와는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이나 발빠르고 철저하게 움직이고 있는 데 반해 노동자
민중진영은 오히려 너무나 안일하고 평온하게 대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자 민중진영은 김대중 정권 초기에 벌어진 혼동과
혼란이 그 뒤 두고두고 노동자 민중진영에 커다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촛불 시위를 자제해 달라”
한편 노무현 당선자가 “촛불 시위를 자제해 달라”라고 요청을
한 데 대해서도 역시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은 단호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 노무현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던 ‘촛불 시위’에 대해 대단히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자신이 당선될 경우 마치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강력히 추진할 것처럼 태도를 내비치었다. 마침 ‘햇볕
정책’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또한 ‘북 핵’ 문제가
전면에 등장한 상황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는 한나라당 및
수구․보수 진영과 대립하는 양상을 띠고 있어 더욱
사실적인 것과 같은 효과를 낳았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는 당선
이후 가장 먼저 “촛불 시위를 자제해 달라”는 주문부터 들고
나왔다. ‘북 핵’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사실 ‘북 핵’ 문제는 그 사안의 중요성과 그를 둘러싼
위기감이 워낙 큰 것이어서 정치적으로 SOFA 개정 문제를 압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김대중 정권은 그
이전과 달리 ‘촛불 시위’에 대해 강경 대응을 하기 시작했으며
노무현 당선자는 이를 모른 체 하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정권 역시 이제까지 역대 정권이 한미관계에서
취해왔던 입장과 태도에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노무현 정권은 대북․대미 정책에
있어 기본적으로 김대중 정권의 정책을 계승할 것을 이미 분명히
하고 있다. 김대중 정권의 ‘햇볕 정책’은 기본적으로 한미동맹
관계라는 울타리를 전제하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정권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도 이후
대북․대미 정책이 어떻게 형성되느냐는 대단히
중요․중대한 사안이다. 이는 이후 한국사회 전체 계급
역학과 정치지형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는 물론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안고 있다. 따라서 대북․대미 정책을 둘러싼 정치세력
사이의 힘 관계가 어떻게 작용․귀결되느냐에 따라
정치세력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으며 한(조선)반도 및 동북아의
정세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 대선 결과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한국사회는 지금 과거와 같이 일방적인
친미․반북은 이미 그 위력이 상당히 약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지형에서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은 ‘북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촛불 시위를 자제해 달라”는 노무현 당선자의
요구가 얼마나 위선적인 것인지를 과감하게 폭로해야 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북 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세계
패권전략, 동북아의 지역화를 둘러싼 자본 사이의 경쟁, 그리고
북의 체제 안정과 개혁․개방 정책이 동시에 부딪치고 있는
매우 복잡한 세력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볼 때 일차적으로 미국의 세계 패권전략를
우선적․무조건적으로 반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는
국제적인 반제반전운동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이를 노무현
정권에게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북 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라도 ‘촛불 시위’는 자제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확대․강화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 정권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후보 시절은 물론 당선된 뒤에도 시장 경제를
더욱 발전시키겠노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동시에 재벌
정책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김대중 정권의 정책을 계승하는
데 두고 있다. 현재 이는 총액출자제한제도 유지, 증권
집단소송제 도입,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채택, 구조조정본부
폐지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 기존 재벌들로서는 껄끄러운
정책들로 벌써부터 에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시장 경제를 발전시키는 문제와 재벌 정책을 시행하는 것
사이에는 일정한 불일치가 있을 수 있다. 한편 노무현 정권은 대
노동정책에 있어서는 다시 한번 노사정위원회를 들고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정권이 실패한 사회적 합의주의를 재 시도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성, 장애, 학력, 외국인, 비정규직 등 5대
차별을 포함한 모든 유형의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인권과 복지 등에서 어느정도 전향적인 정책을 선보일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정권이다. 먼저
노무현 정권은 국내외 독점자본 또는 초국적자본의 이해를
거스를 의지와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 노무현은 대선 기간 동안 김대중 정권의 최대 업적의
하나로 IMF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을 들고
있었으며, 그 자신이 시장 경제를 더욱 진전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분명히 밝혀왔다. 노무현이 말하는 재벌
개혁도 김대중 정권이 시행한 한국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로의
재편을 위한 일환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볼 때 노무현의 재벌 개혁도 김대중 정권의
재벌 개혁과 마찬가지로 그 어떤 진보적인 내용도 갖고 있지
않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미국 월가의
자본가(투자가)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블룸버그 통신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을 공공연히 들고 나왔다. 이게 아니더라도
노무현 자신이 경제특구법을 앞장서서 찬성하고 있으며,
대기업의 노동유연화가 경직돼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확실한 신자유주의자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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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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