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화와 노동조합 |
현장에서 미래를 제8호
|
|
김형준
|
기획 1
자본이냐 노동이냐(7)
자본간 경쟁이 국경을 넘어 격화되면서, 국내 독점자본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총자본의 공세가 거세어지고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 자본의 신경영전략 등으로 드러나는
자본합리화 공세는 ‘시장에서의 무한 경쟁’과 ‘자본 축적의
효율성’ 그 자체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면서, 노동자의 생활과
노동을 새롭게 재편하려 하고 있다. 자본의 이러한 공세 앞에서
노동자는 ‘자본 축적의 논리에 전면적으로 순응하느냐’,
아니면 ‘미래 사회의 새로운 삶의 대안’을 찾아 투쟁하느냐의
양자택일에 직면해 있다. 이 양자택일의 문제는 단지
생산현장에만 국한되어지지 않고, 노동자를 둘러 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제기되고 있다. 법적․제도적 측면만이 아니라
가치관․문화․습관에 이르기까지, 의식의 세계만이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까지도 이 양자택일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자본이냐 노동이냐’.
이 기획은 생산현장에서의 노․자간 대립을 둘러 싼
쟁점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삶을 둘러 싼 모든 영역에서
자본관계에 의해 은폐된 현실을 드러내 보이고, 노동자의 눈으로
세계와 미래를 재구성하고자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 일곱번째 내용으로 ‘정보화와 노동조합’이라는 주제로
김형준씨의 글을 실었다. 필자는 6, 70년대 산업화가 지배층의
주요한 이데올로기였다면 정보화는 21세기를 맞는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화의 핵심을
경쟁력 강화로 보면서 노동조합도 정보기반조직으로 변화해야
함을 제기하고 있다.
자본이냐 노동이냐(7)
정보화와 노동조합
copyleft by 김 형 준 (PC통신 참세상 운영자)
1984년에 컴퓨터가 ꡔ타임(TIME)ꡕ에 의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면서 미래의 세계를 책임질 ‘총아’로 각광받기
시작한 때로부터 10년. 이제 우리에게 정보화/컴퓨터는 생활의
한 부분으로 정착해 가고 있고 ‘21세기의 미래’는 컴퓨터의
발달과 떨어져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정보화는
모든 사람들의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이처럼 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몰고 온 사회적 변화는
정보화라는 새로운 현상을 중심에 놓고 있고 세기말적인 혼돈과
맞물리면서 정보화 그 자체가 미래에 대한 비젼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특히 네그로폰테 교수의 “이제는
디지탈이다”는 번역서가 소개되면서 현재 상황을
디지탈혁명이라는 새로운 사회발전 단계로 인식하는 사고까지
나타나고 있다.
경영혁명과 정보화
정보기술은 국방기술에서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것을 보편화시킨
것은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이었다. 그리고 이제
정보통신은 특정한 사업부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기업
나아가 국가 기간시설(Infrastructure)로 인식되게 되었다.
이것은 자본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본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즉 ‘정보혁명’의 출발은 기업경영전략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과거에는 경제의 핵심고리가 대량생산
시스템을 통해 어떻게 저가로 공급할 것인가 하는 기업체 위주의
‘규모의 경제’에 있었다면, 현재는 급변하는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하여 어떻게 다품종다변량
생산시스템을 유연하게 활용하여 소비자 위주의 ‘범위의
경제’를 이룰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의 MIT대학
교수인 마이클 헤머는 1990년 ꡔ하버드 비지니스
리뷰ꡕ에 실린 “Reengineering Work;Don't Automate,
Obliterate”에서 리엔지니어링은 기존의 업무시스템을 단순히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경영자의 표현을 빌면 과거의 패러다임을
무시하고 혁신적 사고에 기반하여 새로운 가치와 원칙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희 식의 신경영이다. 정보기술을
활용한 신속한 예측과 기민한 대응, 유연적 생산능력, 환경변화
예측 능력, 효율적 조직운영이 리엔지니어링의 실질적인
내용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개방화, 분산화, 최종사용자
중심의 다운사이징 시스템은 비용절감과 함께 권한 이양의
효과를 노리는 경영혁명, 신경영전략이다. 기업 내의 수평적,
유기적 조직구조를 구축함으로써 정보활용을 극대화하려는
네트워크 구축의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인사/회계/재고관리
등이 전산화된 MIS와 같은 경영정보시스템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이고 EDI와 같은 전자결재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생산라인의 자동화와 같은 공장자동화가 80년대 중반 이후
구조조정과정을 이루었다면 현재의 정보화는 관리부문에
집중화되어 있고 경영혁명의 집중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정보화를 통한 경영혁명은 총자본의 입장을 반영한
산업정보화라는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정보화는
정보고속도로와 CALS 및 전자상거래이다. CALS를 추진하고 있는
모 인사는 이렇게 말한다.
“CALS란 제품이 설계, 생산, 납품, AS, 폐기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관련업계가 공유하기 위한 정보체제이다. 이를 위해
EC가 필수적이어서 흔히 광속(光速)상거래라 부르기도
한다......
무한경쟁시대에 대비한 산업의 정보화가 시급하다. 생산, 거래,
운영 통합정보시스템(CALS)체제를 통한 빛의 속도만큼 빠른
전자상거래(EC)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이러한 경영혁신은 ‘무한경쟁시대’에 기업의 눈물어린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를 위한 것도 아니고
기업을 위한 것도 아니고 몇몇의 자본가를 위해 수 많은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그에 따른 모든 고통은 노동자만이
감당하라고 하면서.....
국가정보화전략의 핵심은 경쟁력강화....
1992년 미국의 부통령 고어가 “정보가 신속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통신망, 즉 정보 고속도로(Information highway)를
건설해 산업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발표했다. 정보
고속도로는 최고 속도 수십 기가 bps(Giga bit per second)의
정보가 통행하는 광케이블을 의미한다. 1기가 비트는 10억
비트이다. 한글 한 글자가 16비트이니까 한글로는 6천7백만 자의
분량인 것이다. 이것은 2백자 원고지 33만 5천5백장에 이른다.
책으로 환산하면 1백 67권 분량이다. 1초에 1백67권의 수 십배에
달하는 정보가 ‘정보 고속도로’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93년 9월 전국적인 광케이블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가정보 하부기반’(NII;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을 발표함으로써 정보화 사회의
마스터 플랜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에 자극받아
각국도 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초고속정보통신 기반 구축에 소요되는
예산이 총 45조 2천4백 43억원으로 이중 42조원은 초고속
공중정보통신망, 8천억원은 초고속 국가정보통신망 구축에
투입된다. 이같은 투자를 통해 오는 2015년까지 초고속정보통신
기반이 구축되면 정보통신산업에서 61조 3천억원, 타산업에서
38조 6천억원 등 총 1백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약 56만명에
달하는 신규고용창출 효과를 얻고, 3.22%의 국내총생산(GDP)
증가(41조 5천3백억원) 효과도 얻을 것으로 전망한다. (94년도
초고속 정보통신구축 계획에서)
문제는 초고속통신망이 누구에 의해 구축되고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초고속통신망구축에 소요되는 비용 중
정부투자는 전체의 4%에 해당하는 1조 8천2백억원에 불과하고,
민간투자는 96%에 해당하는 43조 4천2백억원이다. 민간자본에
의해 구축된 초고속통신망이란 결국 자본의 상업적 이해가
사회의 공공적 이해에 앞서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멀티미디어 단말기를 보급하여 영상정보서비스 등을
제공해 원격교육, 원격진료, 원격영농 등의 사업을 실시하여
정보기술을 통해 사회복지서비스로부터 소외된 계층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투자비용을 보면 결국 생색내기 이상은
아님이 확인된다.
국가는 정보화를 “국가기관 정보화”, “산업정보화”,
“지역-사회 정보화” 등 셋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정보화는 형식이고 산업정보화와 국가기관 정보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디지탈혁명이 가져올 몇 가지 변화
이상에서 정보화를 추진하고 있는 핵심세력들의 목표를
살펴보았다. 기업은 정보기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국가는 이런 기업의 목표를 지원하면서 결국 정보화를 기존
사회에 대한 지배와 통제를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화가 사회에 확산되는 것을 다르게 이해하면서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디지탈혁명론자들이다. 새로운 정보기술의 발달이 사회에 몇
가지 변화를 초래하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산업구조 및 사회구성이 변화한다. 산업구조의 측면에서
보면 제조업의 중심성이 약화되고 점차 정보서비스업이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회계급․계층의 구성도
육체노동자층이 다수였던 것에서 정신노동자층의 다수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며 변화하고 있다. 지식이 사회의 중심적인
자원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독점자본주의의 발달과 더불어
사회의 중심층을 형성하였던 육체노동자들이 단순히 그들을
감시․감독하는 관리자가 아닌 공장․사무
자동화시스템 엔지니어 등의 노동자층에게 역사적 소임을
인계해야 할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아직은 정보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정신적 노동자층이 소수 전문가와 단순
전산입력자층으로 한정되어 폭이 좁지만, 전 산업의 정보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정보의 산업화가 가속화될 것이며, 점차 정신적
노동자층이 사회구성의 압도적 다수로 부상할 것임은 시대적
추세인 셈이다.
또 하나는 의사소통방식의 변화이다. 이제까지 인류가 축적해 온
의사소통 매체로서는 책․신문 등 오랜 역사성을 지닌
인쇄매체, 전화등의 통신매체, TV로 통칭되는 방송매체가 있다.
지금까지는 오직 매체를 소유한 사람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가공․편집된 정보를 전달하면 수용자는 이용만 할 수 있는
일방향적 매체였다. 그러나 컴퓨터 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새롭게
등장한 PC통신 보급의 활성화, 전자신문의 등장 등은 정보의
저장․가동의 용이성 및 자유로운 교환성을 가능케 하고
있으며, 방송․인쇄 매체의 생산과 유통과정의 시차를 줄여
정보 교환․소통의 실시간대(實時間代:real time), 즉
동시성․동보성(Syn-)의 특성을 보여준다. 나아가
광케이블망을 통한 CATV의 등장은 대화형 TV, 주문형 비디오 등
쌍방향적 의사소통 매체로서의 지평을 활짝 열어 주었다. 따라서
통신과 방송매체에 새로이 등장한 PC에 의한 3자 융합으로
특징지워지는 멀티미디어의 물결은 사회적 의사소통매체의
다양화를 불러오고, 또한 사회적 의사소통 매체가 지닌 시공의
극복, 일방향성의 극복 및 쌍방성의 획득을 의미하는 것이다.
셋째는 사람의 생활과 가치추구의 다원화이다. 산업사회의
대량생산, 대량소비체제는 엄청난 사회의 물질적 부를 생산,
축적, 소비시킴으로써 인간의 물질적 빈곤을 거의 해소시켰고,
바야흐로 정보화, 멀티미디어의 물결은 산업문명이 이룩해 놓은
물질적 생산성을 발판으로 인간의 관심을
의․식․주라는 기본 문제에서 다양한 정신적, 문화적
욕구의 충족이라는 비물질적 요구로 관심의 방향을 옮기게 하고
있다. 금세기 초, 중반의 전화, TV의 대중 보급 등 통신과
방송미디어의 발전이 이를 일정하게 맛보여 주었지만, PC 보급의
확대, 그리고 PC에 의한 통신, 방송미디어의 3자 융합은 인간의
다양한 정신적, 문화적 욕구 충족을 본격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게 할 것이다. 영화나 게임같은 각종 오락 프로그램은
안방에서 멀티미디어 단말기만 있으면 즐길 수 있고, 직장생활도
지옥같은 교통체증을 통과하여 사무실로 오가지 않고도 집이나
가까운 멀티미디어 사무방에서 편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홈쇼핑, 홈뱅킹, 원격진료, 원격교육 등 소비․사회생활 등
전반적인 생활패턴의 변화를 동반하면서 인간의 정신문화 생활은
보다 다양해질 것이다. 이러한 생활패턴의 변화는 사람 개개인의
가치 추구의 다원화를 초래할 것이다.
디지탈혁명이 사회개혁을 가져 올 것인가?
0과 1로 구성된 디지탈의 세계는 쌍방향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회로 그려진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가 초래할 사회적 변화를
디지탈혁명이라고 표현한다. 미국 부통령 앨 고어(Al
Gore)는“나는 GII가 창출한 포럼들 속에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아테네 시대가 형성될 것을 믿는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다.
그것은 ꡒ정보통신분야의 기술발전을 통해 현대의 사회적,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시민들의 참여를
증가시킴으로써 민주주의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ꡓ는 자신에 찬 발언이었다.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이
고어가 제시한 청사진대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해소되고
민주주의의 기능이 실질적으로 향상된 지구공동체를 가져올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영화 「데몰리션맨」을 보면 아주 재미있는 장면이
있다. 20세기 인간인 주인공이 미래인간과 대화를 나누다가 욕을
한다. 이 때 “당신은 욕을 금하는 법을 어겼으니 벌금 얼마를
부과한다”는 컴퓨터 음성이 나온다. 아주 재미있는 장면이다.
그렇지만 한번 더 생각하면 아주 끔찍한 일이다. 욕을 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 어떤 기계적인 시스템에 의해
사람의 생활 하나하나가 통제받고 감시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보화란 보다 많은 정보를 보다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보화는 보다 많은 정보를
보다 빠르게 이용하게끔 하기 위해선 정보의 효율적이고 일관된
관리를 필요로 한다. 시민의 의사를 떠난 특정집단이나 권력에
의한 정보의 자의적인 관리=통제는 곧바로 영화적 상상력처럼
전체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정보화 사회는 정보가 많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보유토피아라는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정보가 많다는 것과 사회의 한 구성원이 정보를
실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예를 들어
강남지역에 사는 어떤 학생과 봉천동 철거지역에 사는 한 학생을
비교해 보자. 집안이 넉넉한 강남학생은 펜티엄에 고속모뎀까지
갖추고 웹을 이용해 전세계의 원하는 정보를 마음껏 이용하고
있다. 반면 봉천동 학생은 하이텔단말기를 전화국에서 대여받아
전화비도 아까워서 어쩌다 한번 정보서비스를 이용할 듯 말 듯
한다.
회사경영에서도 그룹웨어라는 소프트웨어의 힘을 빌어 경영자와
노동자가 회사경영을 같이 논의하고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한다. 국가경영에서도 전자민주주의의 실현으로
모든 행정과정에 일반국민이 참여하여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반영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기업가들의 경영혁명 중에 하나가
의사결정의 분산화이다. 최고경영자는 회사의 경영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만 결정하고 시장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사안은 굳이 최고경영자의 결재를 받지 않더라도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추진하라는 내용이다. 정보기술은 회사경영에서
최고경영자까지 보고가 올라가는 시간을 단축하여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의 낭비를 막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노동자가 경영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의 경영참여는 여전히 노동조합의 힘과 조직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디지탈혁명에서 말하는
사회적 변화는 본질에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통제의
형식이 바뀌는 것일 뿐이다. 여전히 정보기술을 통제하고
장악하고 있는 계층은 자본과 국가이고 이들은 자신들의
통제권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려 하지 않고 있다. 개인간의
차이를 떠난 사회적 차이=불평등이 정보화사회의 불평등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흔히 사회적 관계가 빠진
채 그려지고 있는 모든 정보화사회의 모습은 결국 기술의
발전이 곧 인간의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줄
뿐이다. 6,70년대 산업화가 지배층의 주요한 이데올로기였다면
정보화는 21세기를 맞는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한다.
“산업화에 뒤졌지만 정보화에는 앞서자”라는 주장이 아무런
여과없이 우리 사회에 유포되고 정보화가 곧 진리이고
희망이라는 그릇된 사고가 유포되고 있는 우리 현실도 이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정보화가 아니라 ‘어떤 정보화를
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노동조합도 정보기반조직으로 변화하여야
전통적인 대량생산체제 아래에서 육체노동자에 기반한 현재의
노동조합운동은 이제 사회의 변화속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보다 다양해진 노동자들의 구성과 이해에 맞게
어떻게 조직해나갈 것인가? 개성화, 다양화되어 가는 조합원의
요구를 간부라는 틀속에서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자본이
국경을 넘나들고 세계경영을 주창하는 속에서 일국조직으로
다국적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까? 자본과 국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정보화 구축에 노동자는 영원히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런 저런 화두가 노동조합 운동에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답변은 현장활동가들이 고민과 실천을 통해 만들어 가야할
몫으로 남겨 두고자 한다. 다만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정보화는 역사상 처음으로 지역과 업종을 뛰어 넘어, 국가를
뛰어 넘어, 간부를 뛰어 넘어, 평범한 노동자가 전세계적으로
단결할 길을 열어놓고 있다. 정보화는 전자적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간의 이념과 지역을 떠나 수평적인 결합을 통해 현실과 다른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그렇기 때문에 광범위한 시민의
힘=수평적이면서 자발적인 또 하나의 권력을 형성한다.
국제자유노련과 같은 중앙조직의 힘보다 인터네트를 통해
종횡으로 연결된 노동자의 힘은 더 크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인터네트이다. 미국 Labornet를 중심으로 각국의
노동자들이 노동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토론하고 자국의
운동발전을 위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이것은 한 예일 뿐이다.
정보기술의 발전을 통해 경쟁력과 지배통제력을 강화하려는
기업조직에 맞서 노동조합이 생존하려면 스스로가 정보기반의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 현재 노동조합에게 중요한 것은
정보화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뿐 아니라 노동조합 조직의
정보화에 대한 인식이다. 한/노/정/연
|
|
1996-02-20 00:00:0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