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스 철폐투쟁, 전교조의 사실상 승리 |
현장에서 미래를 제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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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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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스 철폐투쟁, 전교조의 사실상 승리
조 남 규
전교조 경인중학교 분회
네이스(NEIS)라고 불리는 국가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대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반대투쟁이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5월 12일, 네이스에 입력되는 생활기록부
내용과 건강기록부 내용 및 학생들의 입학, 진학 처리내용이
인권침해 요소가 있기 때문에, 네이스로 처리하지 말 것을
권고하기로 공식 결정하였다. 윤덕홍 교육부장관은 수 차례에
걸쳐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비록 구속력은 없지만, 그
결정을 존중하여 따르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서, 교육부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전교조는 전국
초․중․고등학교 8백만 학생들의 인적사항과
학적사항 및 보건기록 등이 인터넷에 입력되는 네이스에 대한
반대투쟁을 지난 2002년 9월부터 줄기차게 벌여왔다. 특히 지난
3월부터는 분회장 연가투쟁에 이어, 4월 19일 전 조합원
연가투쟁을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고, 10만명 가까운 교사들의
네이스 인증거부와 30만 이상의 학부모 입력거부 동의서를 받는
등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인권위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는 5월 13일 현재 아직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고,
전교조는 교육부의 공식발표가 나기 전까지는 예정대로 조합원
찬반투표와 연가투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판 빅 브라더, 네이스
네이스는 기업의 새로운 인적․물적 자원관리시스템인
ERP를 교육행정분야에 그대로 도입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교육부
관리와 직원에서부터 각 학교의 교장과 평교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개인별로 입력범위권한을 인증받고, 자신의 노동계획과
실적을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모든 분야의 통계처리가 된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르면 각 반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의 인적사항과 학부모의 인정사항을 기초자료로
입력해야 하고, 학기말에는 행동발달상황과 종합의견 등을
입력해야 하며, 학기 중에는 상담기록을 입력해야 한다.
과목담당 교사는 매 시간 과목별 출결을 입력해야 하고, 매
시험별 성적을 입력해야 한다. 그 외 보건교사는 학생들의
몸무게, 키, 등 신체발달상황과 개인별 질병기록을 입력해야
하고, 생활지도부에서는 처벌기록을 입력해야 한다. 입력 항목은
300가지가 넘는다.
이러한 자료가 초등 1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축적되어 50년간
보관되며, 이를 삼성SDS에서 관리하고, 교육부는 모든 자료에
언제 어디서든지 열람하고 통계를 낼 권한을 갖게 된다는 사실은
참으로 끔직한 미래상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입력하는 교사는 자신의 노동이 매일 매 시간 수업출결과
상담기록과 성적입력 등으로 체크되는 것이다. 실제 네이스는
교사들의 성과급 항목이 들어있다. 빅 브라더는 69세 이하 전
국민의 초․중․고교의 개인기록과 전국 교사들의
노동과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이런 의미에서 네이스에 반대하는 전교조의 투쟁은 노동자로서
자신의 노동을 전자통제하는 시스템에 반대하는 것이며, 동시에
자신의 인권과 학생의 인권과 학부모의 인권을 지켜내는 투쟁인
것이다. 이미 시민운동으로 전자주민등록증을 철폐하는 운동이
성공한 바 있지만, 노동조합이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하고
단체행동을 통하여 네이스 폐기에 이르는 과정은 노동운동이
노동조건의 개선을 넘어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수준으로까지
상승하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전교조는 그 탄생과정에서
민족․민주․인간화교육이라는 기치를 내걸은
교육운동의 특수성을 유지하면서, 노동운동의 보편성을 강화하는
경험을 이번 네이스 철폐투쟁에서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다.
노동조합의 힘!
내외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네이스라는 제도를
시행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 즉시 해킹이 일어나거나, 눈에
보이는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해 분노를 자극하는 것도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성과 양심, 시대의 흐름과 전교조에 대한
자긍심이 행동의 원천이었다. 법률에 따라 본인의 정보가
집적되는 것에 대하여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지를 묻는
동의서를 학부모와 학생에게 받는 것은 큰 힘이 되었다. 네이스
입력을 계기로 교사들은 다시 한번 용의복장규정 등을 포함한
학생인권과 학교문화에 대하여 고민하고 토론하게 되었다.
그러나 국가가 시행하는 제도에 대하여 공무원 신분으로서
인증을 거부하고 입력을 거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학교장은 교장실로 교사를 따로 불러 인증과 입력을 강요하였고,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인증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였다. 언론에서는 충남 서교장의 자살사건을 빌미로
악의적이고 왜곡된 공세를 퍼붓고 있었다. 이러한 곤란함을 뚫고
나갈 수 있게 한 동력은 노동조합에서 나왔다.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은 개인의 나약함을 이길 수 있게 한 무기였다. 지도부는
견결히 원칙을 고수하였으며, 이미 인증을 한 사람도 폐기하는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하였다. 대의원대회의 결정과 곧
실시예정에 있는 총투표는 교육부에 대한 압력과 무기인 동시에
우리 자신을 긴장하게 하고 단결하게 하는 계기였다. 전국
곳곳의 역 앞에서 교육청 앞에서 조합원들은 천막농성을 벌이며,
대국민 선전전을 하였다. 학부모들이 당사자의 동의없는
정보집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에 청원서를
제출하였다.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은
어려운 고비를 넘게 해 주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교훈, 성과, 남은 과제들
교육부가 약속대로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인다면, 이는
전교조의 완전한 승리가 될 것이다. 전교조의 역사상 이렇게
완벽한 승리를 이루어 낸 적은 없었다. 이번 투쟁을 통하여
전교조는 원칙을 지키는 중요함, 단결과 단체행동의 중요함,
노동조합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다.
이번 네이스 철폐 투쟁을 통하여 전교조는 노동자에 대한
전자통제를 막고, 국민의 개인정보를 본인의 동의없이 집적할 수
없다는 사회적 동의를 획득하였다. 그리고 노동운동이
인권이라는 가치에 자신의 힘을 쏟아붓는 모범사례를 남기고
있다.
전체 공무원에게 곧 시행 예정인 삼성의 스마트 카드는 또
하나의 전자노동통제요, 인권침해 사례이다. 공무원노조 및
정치조직과 연대하여 스마트 카드를 막아내는 데, 전교조의
네이스 철폐투쟁은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인권위의 결정으로, 전교조가 노무현 정부와 정면충돌할
가능성은 적어졌다. 노정권의 본질과 한계를 폭로하면서, 민중적
교육개혁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것은 10만 전교조의
과제이다.(2003. 5. 15)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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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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